<아트&아트인> ‘페미니즘 대모’ 윤석남

어머니를 넘어 나를 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939년 만주서 태어난 윤석남 작가는 지난 40여년 동안 아시아 페미니즘의 대모로서 평등 사회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지금껏 어머니를 주제로 여성 문제를 다뤄왔던 윤석남은 이번 전시에 이르러 처음으로 자신을 주제로 삼았다.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사람이자 여성 그 자체로 작업 속에 나타나려 했다.
 

학고재는 지난달 4일부터 윤석남의 개인전 ‘윤석남’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전과 다른 의미가 있다. 지금껏 어머니를 소재로 여성 문제를 다뤄왔던 작가가 활동 40여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는 1982년 첫 개인전부터 지금까지 여성의 강인함을 ‘어머니’로 상징화하는 작품을 제작해왔다.

미완의 느낌

작가는 여리고 버림받은 것을 품을 줄 아는 여성의 힘을 모성에 주목해 풀어냈다. 윤석남은 이러한 작업을 위해 이매창, 허난설헌 등 역사적 여성은 물론 자신의 어머니와 할머니 등을 화면 앞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그들의 위대함과 감사를 기리는 작업을 꾸준히 펼치면서도 미완의 느낌을 떨쳐내지 못했다.

여든이 된 작가는 정작 자기 자신이 작업 뒤에 서있음을 깨달았다. 이번 전시는 윤석남이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사람이자 여성, 그 자체로 자신을 작업 속에 담은 첫 시도다.


작가가 자신을 드러낸 신작들은 모두 채색 기법으로 완성했다. 윤석남이 채색화를 선보이는 것 또한 이번 전시가 처음이다.

화려한 색채 사용으로 눈과 마음에 즉각적 호소를 불러일으키는 민화의 특징을 담았다. 기존에 사용하던 매체를 뛰어넘는 시도를 선보인 신작들은 현역 작가로서 윤석남의 힘을 보여준다.

40여년간 여성문제 천착
자신을 주제로 첫 전시

윤석남의 작품 속에 등장한 역사적 여성들은 모두 사회적 제약을 뛰어 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성미술가로서 셀 수 없는 고난을 겪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변화를 꾀하며 긴 시간 동안 작품 활동을 해온 작가의 모습과 일맥상통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다수의 자화상을 선보인다. 순수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담대한 색이 돋보인다. 그동안 해왔던 작품들과 함께 대범한 자세로 앉아있는 모습을 담은 자화상서 현재를 살아가는 윤석남의 당당함이 돋보인다는 평이다.
 

2015년 이후 윤석남은 민화에 큰 관심을 가졌다. 그는 민화에 대해 “버려진 보물 같다. 서민들의 소소한 생활과 감정이 있는 그대로 느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1996년 첫 선을 보인 ‘핑크룸’이 2018년 버전으로 다시 태어났다. 핑크룸은 윤석남의 대표작이다. 작가에게 핑크룸은 그를 둘러싸고 있는 외부환경이다. 여성의 삶에서 욕구를 억눌러야 하는 현실과 자유를 추구하는 갈등의 양상이 전투적인 형광 핑크색으로 표출됐다.


역사적 여성 작품 속에
민화 특징 담은 채색화

소파의 쿠션에는 날카롭고 뾰족한 갈고리가 꼿꼿하게 서있다. 앉아서 쉬는 공간을 제공하는 소파가 제 기능을 못한다는 뜻이다.

핑크룸의 의자는 이탈리아풍을 모방해 화려한 서양식 의자로 제작됐다. 하지만 의자에 있는 여성의 옷은 한복이다. 서양식 의자에 한국의 옷. 어색하고 묘한 조화처럼 어디에도 있지 못하는 불안한 여성들의 자리를 표현했다.

핑크룸서 눈길은 끄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소파 위에 앉아 있는 여인은 두려움 없이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그 눈동자서 강한 심리적 자의식과 선구자적인 태도가 동시에 드러난다는 평이다.

제약을 넘어

정연심 홍익대학교 예술학교 교수는 “윤석남의 작품은 1980년대 여성에 대한 관습적 인식에 역행하면서 여성을 새로운 일상과 역사의 한 중심에 놓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선구적 페미니스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1980년대 초중반부터 여성 미술가들이 처음으로 한국 사회서 겪는 불평등에 대항해 집단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을 때, 윤석남은 여성의 관점서 한국 미술의 재현에 뒤따르는 시각성을 여성의 관점서 해체하고 재구성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윤석남은?]

1939 만주 출생
프랫인스티튜트그래픽센터, 뉴욕(1983-1984)
아트스튜던트리그오브뉴욕, 뉴욕

▲개인전

‘윤석남’ 학고재, 서울(2018)
‘윤석남’ 해움미술관, 수원(2018)
‘윤석남’ 이상원미술관, 춘천(2017)
‘기억공작소 사람과 사람 없이-윤석남’ 봉산문화회관, 대구(2017)
‘마침내 한잔의 물이 되리라’ 자하미술관, 서울(2017)
‘빈방’ 학고재상하이, 상하이(2016)
‘우연이 아닙니다 필연입니다’ 가마쿠라갤러리, 가마쿠라, 일본(2015)
‘윤석남-심장’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 갤러리, 제주(2015)
‘2015 SeMA Green: 윤석남-심장’ 서울시립미술관, 서울(2015)


▲수상

제29회 김세중 조각상(2015)
제4회 고정희상(2007)
국무총리상(1997)
제8회 이중섭미술상(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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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