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10·26이 남긴 것들③환호 속 민주당 대굴욕

시민세력 ‘응집력’ 정당정치 ‘조직력’ 눌렀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여야의 불꽃 튀는 격돌로 치달았던 10‧26 재보선이 막을 내렸다. 특히 전국민적 관심사가 되었던 ‘서울대첩’에서 박원순 시민후보의 승리로 기존 정당정치가 격랑에 휩싸이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민주당은 제1야당의 자존심과 체면을 보기 좋게 구겼다. 서울시장 재보선에 후보도 못 냈을 뿐만 아니라 텃밭이던 호남지역에서만 겨우 승리를 거두어서다. 게다가 민주당의 쇄신방향이 ‘호남물갈이’를 겨냥하고 있어 당내 분쟁까지 겹쳐지며 위기에 봉착한 모양새다.

‘닭 쫓던 개’ 신세로 전락하며 굴욕 맛본 민주당
박원순 위한 전방위적 지원사격에 공로는 ‘안풍’

10‧26 재보선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뭐니 뭐니 해도 역시 ‘서울대첩’ 이었다. 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가 될 서울시장을 두고 집권여당 후보와 시민후보 간 사상 초유의 대결로 전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것.

여기에는 임기말로 치닫는 현 정권에 대한 심판과 더불어 정당정치의 위기, 시민정치의 실험, 유력 잠룡들의 전초전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양상으로 전개되며 선거판이 한층 뜨겁게 달아올랐다.

시민세력의 영향력
‘박’ 당선으로 확인

뚜껑이 열린 서울시장 재보선은 시민세력의 응집력이 정당정치의 조직력보다 더 강함을 여실히 증명했다. 여당 지도부의 총출동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까지 가세하며 전폭적인 지원사격을 받았던 나경원 후보가 무소속의 박원순 시장에 처참하게 무너진 것. 이처럼 정치 전면으로 등장한 시민세력의 위력이 입증되며 여야 할 것 없이 기성 정치권의 판도를 뿌리째 뒤흔들어 놓고 있다.

그간 정치권은 구시대적인 좌우 이념논쟁과 지역갈등, 여기에 권력형 비리까지 더해지며 정치 혐오증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최근 부패하고 부조리한 정치판을 국민 스스로가 바꿔보자는 움직임을 보이며 기성 정치판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비교적 진보색채를 지닌 젊은 계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변화의 바람에 가장 타격을 입은 것은 다름 아닌 제1야당인 민주당이다. 눈에 띄게 입지가 축소되며 당이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직면한 것.

서울시장 재보선을 앞두고 야권후보단일화 경선에서 민주당의 박영선 후보가 박 시장의 시민세력에 맥없이 무너지며 ‘불임정당’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이 과정에서 보수진영인 한나라당 못지않게 민주당도 신뢰하지 못하는 젊은 계층의 거부반응도 직접 확인했다.

게다가 이러한 책임론의 연장선상에서 벌어진 손학규 대표의 ‘사퇴파동’ 해프닝은 위기상황에서 대안능력이 없다는 당의 문제점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결국 위기의 민주당은 재보선에서 정면승부로 사활을 걸었었다. 서울시장 재보선을 대통합 정신에 입각해 야권단일후보였던 박 시장에 대한 전방위적인 지원유세를 펼치며 반격을 꾀한 것. 공조를 통한 승리로 다시 정치적 입지를 넓히겠다는 포석이었다. 하지만 범야권의 승리가 사실상 안철수 서울대 융학과학기술대학원장의 ‘한마디’에 의한 것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민주당의 공로는 ‘안풍’에 묻혀버렸다.

‘텃밭’ 호남 제외
민주당 후보 전멸

이에 손 대표는 지난달 27일 의원총회에서 “당 대표로서 당 후보를 내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당원ㆍ국민에 대한 송구스러움 면할 길 없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김부겸 의원 역시 “세대와 지역에서 패배한 민주당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어떤 후보의 당선을 위해 선거운동을 도와주는 것은 선거 대행업체가 하는 일이지 정당의 일이 아니다”라고 민주당이 처한 상황을 꼬집었다.

여기에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재보선에서 텃밭인 호남지역을 제외하면 ‘전멸’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민주당 명함으로는 텃밭을 제외하면 승리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점을 확인한 셈이다. 게다가 ‘민주당 간판’이 아니어도 2번이라는 ‘프리미엄 기호’가 없어도 박 시장처럼 큰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사실도 증명됐다.

이에 한나라당과의 ‘1대1’ 대결 구도를 만들지 않고서는 내년 총·대선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기류가 당내에 형성되며 야권통합 기류가 한층 더 탄력 받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민심을 잃은 민주당이 제1야당의 역할과 대안정당으로서 제 기능을 못해 야권의 중심축이 시민사회단체로 이동해다는 점이다. 떠오르는 시민세력이 민주당의 대체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이에 향후 야권통합의 주도권도 시민세력이 쥐게 될 것으로 보이며 민주당의 역할론은 더욱 축소될 전망이다. 사실상 서울시장 재보선의 후보단일화에도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필두로 친노그룹과 시민사회 진영이 주축을 이루는 ‘혁신과 통합’이 분위기를 주도해왔다.

그동안 손 대표가 대통합을 강조하며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지만 손에 잡히는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때문에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대통합을 성사시킬 수 있을지 회의적 시각이 나오는 실정이다.

여기에 민노당은 “지금까지 민주당이 보여준 모습으로는 당심을 통합으로 모아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민주당과는 선거연대라는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참여당도 민노당과의 소통합을 우선순위로 여기고 있는 상태라 민주당의 고민에 골이 깊어지고 있다.

힘 잃은 민주당에…야권통합 주도권 시민세력으로  
‘야권통합=호남양보’ 등식에 민주 내분 양상 조짐

이에 따라 향후 혁신과 통합이 주도적으로 야권통합에 나설 공산이 커 보인다. 실제로 혁신과 통합은 11월중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등 야권의 제 정당이 참여하는 ‘혁신적 통합정당추진기구’를 발족해 통합 논의의 페달을 밟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혁신과 통합은 우선 민주당의 12월 전당대회를 ‘통합창당대회’로 치르자며 대통합 압박을 가할 계획이다. 내년 총선에 나갈 ‘선수’들의 예비후보 등록일이 오는 12월14일인 만큼 이때까지 통합정당을 만들어야 선거준비를 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특히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에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요구가 봇처럼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시민들이 정치 참여를 갈망하는데, 그 변화의 주체가 민주당이 아니라는 현실을 확인했다”며 “한나라당의 실정에만 기대어 내년 총선을 준비해온 것은 아닌가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때문에 민주당 일부에서는 야권의 ‘헤쳐모여식의 혁신적인 통합정당 창당론’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야권대통합은 민주당의 기득권 포기를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 내부적으로 통합의 방식과 수준에 대한 입장차를 보이며 통합으로 가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내의 호남지역 의원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대통합=호남양보’란 등식이 성립된다면 대대적인 ‘호남물갈이’가 단행되지 않겠느냐는 우려 섞인 전망들을 내놓고 있다.


야권 ‘헤쳐 모여’식
통합 정당 창당대회


실제로 당 지도부는 내년 총선을 겨냥해 대대적인 공천혁신을 단행한다는 복안이다. 이렇게 공천혁신이 이루어질 경우 호남지역의 중진의원들은 물갈이 대상 ‘0순위’로 꼽힌다. 때문에 호남지역 기반의 구주류 의원들과 통합을 추구하는 주류간의 충돌과 갈등이 예고되며 당 내부의 분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통합을 하면 현역 의원이 얼마나 살아남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인 것은 맞다”면서도 “이는 통합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현상이지, 인위적인 물갈이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번 10‧26 재보선을 통해 민주당은 ‘변해야 산다’는 위기감 속에 변화와 쇄신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하지만 본격 선거정국을 앞두고 당내 지분싸움으로 분열국면으로 빠져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당의 외부적으로도 민주당과 시민세력이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이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제기된다.

민주 위기감 확산
변화와 쇄신 요구

게다가 민주당은 지역정당의 한계를 벗는 게 생존을 위한 시급한 과제임을 확인했다. 또 대안정당의 위치를 시민세력에게 내주며 당의 존립 자체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그간 정치권은 위기만 닥치면 ‘쇄신론’을 외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지며 헛구호에 그치곤 했다. 민심이 정당정치를 불신하는 이유다. 때문에 이번에도 위기상황에 직면한 민주당에 변화의 바람이 크게 불고 있다. 이러한 당내의 바람이 어떤 성과를 거두어 떠나가는 민심을 붙잡고, 정당정치의 불신을 종식시킬 수 있을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