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개혁의 선구자’ 박원순 신임 서울시장

돛 올린 ‘박원순호’ 정치 개혁 이뤄낼까?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10·26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박원순 신임 서울시장이 당선됐다. 시민후보였던 박 시장의 당선은 그간 이념갈등과 지역갈등을 부추긴 낡은 정치판에 대한 민심의 엄중한 경고로 보여진다. 압도적인 시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당선된 박 시장. 그는 과연 특권과 반칙이 난무하는 정치권의 개혁을 이뤄낼 수 있을까? 벌써부터 그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안풍’ 등에 업고 시민들의 압도적 지지로 비상
당선 기쁨은 잠시 서울시정 해결 과제 ‘산더미’ 

‘안풍’을 등에 업고 박원순 신임 서울시장이 비상했다. 여야가 사활을 걸고 뛰어든 10·26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박 시장이 당선된 것. 박 시장은 지난달 27일 당선소감에서 “서울시민의 승리를 엄숙히 선언한다”며 “시민은 권력을 이기고 투표가 낡은 시대를 이겼다. 상식과 원칙이 이겼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시장은 “지난 1995년 시민의 손으로 서울시장을 직접 뽑은 이래 26년 만에 드디어 이번 선거에서 시민이 시장이다”면서 “민주주의 정신을 완성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시민들 삶 곳곳의 아픔과 상처를 찾아내는 일부터 시작할 것”이라며 “시민의 편에 서서 시민이 가라는 길을 가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당선의 기쁨도 잠시. 박 시장이 오는 2014년 6월까지 2년8개월 간 이끌어갈 서울시정은 결코 녹록치만은 않다. 박 시장은 범야권 단일후보로 서울시 입성에는 성공했지만 무소속이라는 점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2/3 정도를 차지하는 서울시의회와의 관계정립이 무엇보다 절실해 보인다.

“시민 편에 서서
상처 보듬을 것”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경우 무상급식 문제와 한강 르네상스 등 디자인 서울의 핵심 정책들이 사사건건 시의회와의 갈등으로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현재 민선 5기 서울시 구청장은 전체 25명 가운데 4명만이 한나라당이고 나머지 21명은 민주당 소속으로 구성돼 있다. 서울시의회의 경우도 106명 중 한나라당 소속은 27명인 반면, 무려 79명의 의원이 민주당 배지를 달고 있어 정책을 펴는데 절대적 협조와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오는 10일까지 의회에 제출해야할 내년도 예산문제가 급선무이다. 우선 현재 4학년까지 시행하고 있는 무상급식 예산을 당장 다음 달부터 어떤 재원으로 5·6학년까지 늘릴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이미 695억원의 무상급식 예산을 책정해 놓아 서울시가 집행만 하면 되지만 오는 2014년까지 초·중학교 전 학년에게 무상급식을 확대하려는 그에게 재원조달 방안은 과제로 남게 될 전망이다.

또 선거과정에서 한강 르네상스 사업 등 전시성 사업을 모두 중단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많은 예산을 들여 진행 중인 사업들을 세부적으로 어떻게 처리할 지도 고민거리다. 박 시장은 “전시성 사업은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밝혀 향후 전문가와 시민이 참여하는 별도 위원회를 구성해 살펴보겠지만 ‘중단’ 쪽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는 상태다.

박 시장이 공약으로 내세운 임기 중 7조원의 부채를 줄여야 하고 일자리 창출, 그리고 서민을 위해 약속한 임대주택 8만호를 건설해야 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문제다. 무엇보다 소통과 공감을 중시해 온 박 시장이 향후 시공무원들과 동반자로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후보자 펀드’로
새로운 선거문화


박 시장은 당초 서울시장 출마 당시 지지율이 4-5%대의 미미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후보단일화로 40∼50%대를 넘나드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막강한 후보로 떠올랐다.

안 원장은 지난달 6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박 시장과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오늘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만나 그의 포부와 의지를 충분히 들었고 시민사회운동을 꽃피운 그가 서울시장직을 누구보다 잘 수행할 수 있는 분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당시 한나라당 관계자는 “안철수 원장의 40%에 육박하는 지지층 가운데는 보수성향의 사람들도 많았다”며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이 단일화를 했다고 해서 박 후보의 지지율이 크게 늘어나거나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을 뒤엎고 박 시장은 탄탄한 정당 조직력을 갖춘 여야의 후보들을 맥없이 무너뜨리며 60년 정당정치의 역사에 굴욕을 안겨줬다.

재보선에 앞서 범야권 단일후보 경선에서는 민주당의 탄탄한 조직표를 내세운 박영선 후보를 눌렀다. 이어 지난달 26일 치러진 재보선에서는 한나라당 지도부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까지 가세하며 전폭적인 지원사격을 받은 나경원 후보마저 꺾었다. 53.40%의 득표율로 46.21%의 득표율을 얻은 나 후보에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것.

그간 국민들은 현 정권 인사의 측근비리와 낙하신 인사실태 등 부패하고 부조리한 정치판에 불신과 혐오를 느꼈던 게 사실이다. 이 같은 구태의연한 정치판을 국민 스스로가 바꿔보자는 움직임이 일었고, 이번 선거에서 시민후보에 대한 열광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박 시장의 당선으로 시민세력은 그 영향력을 입증 받게 됐다. 때문에 그간 민심을 등돌리게 만들었던 낡은 정치판에 대대적인 쇄신 바람이 예고되고 있다.

‘박원순 펀드’로 깨끗한 선거문화 정착에 앞장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운동 1세대 선두주자

특히 박 시장은 서울시장 재보선의 법정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유시민 펀드’를 벤치마킹해 ‘박원순 펀드’로 선거비용을 모았다. 지난 9월26일 정오부터 개설된 계좌는 47시간 만에 목표액 45억 가량을 모으는 진기록을 남기면서 마감했다.

박원순 펀드는 박 시장 선거캠프 측에서 약정액을 입금하면 원금과 일정액의 이자를 돌려주는 형식으로 고안한 펀드로 ‘정치자금을 시민으로부터 끌어 쓴다’라는 기본개념을 가지고 마련된 안이었다. 현역 정치인이 아닌 후보는 후보자 등록 신청일까지 후원회를 할 수 없다는 선거법 때문에 만들어진 특단의 대책이었던 것.

그간 정치자금법 규정에 따라 후보등록 전에는 후원회를 둘 수 없는 현실적 한계점에 따라 번번이 정계 진출을 포기했던 정치신인들에게 돌파구를 마련해준 셈이다.

사실상 그동안 기존 정치인들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재산과 후원금으로 선거를 치렀었다. 이에 반해 박원순 펀드는 젊은 정치신인들에게 ‘돈 없어도 정치할 수 있다’는 모범적 선례를 남기게 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또 판매결과에 따라 후보의 역량을 홍보할 수 있고 선거 초기 바람몰이에도 효과적이어서 일석삼조의 특효가 입증됐다. 게다가 선거자금을 투명하게 모아 깨끗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로 새로운 선거문화를 장착시키고 있다.

특히 박 시장은 국내 대표 진보적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를 만든 시민운동 1세대 선두주자다. 박 시장은 오랜 기간 사회정의를 위해 활동한 점을 높게 평가 받아 지난 2006년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리핀 막사이사이상 공공봉사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1956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난 박 시장은 경기고를 졸업한 뒤 서울대에 입학했다. 그러나 1975년 서울대 1학년 재학시절, 유신체제에 항거해 할복한 고 김상진 열사의 추모식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투옥됐다 제적됐다. 이후 단국대 사학과로 적을 옮겼다.

유학생활 중
시민운동 눈떠


1980년 제22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연수원을 12기로 수료하면서 법조계에 입문한 박 시장은 대구지검에서 짧은 검사생활을 한 뒤 1983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했다.

군사정권의 서슬이 시퍼렇던 당시, 권인숙 성고문사건과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맡으면서 인권변호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당시 박 시장은 국민연금 노령수당 청구소송을 승소로 이끌며 ‘생활 최저선’이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하기도 했다.

그러던 그가 지난 1991년 돌연 유학길에 올라 2년 동안 미국과 영국에서 공부하면서 시민사회운동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지난 1994년 ‘시민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참여연대를 창립, 사무처장을 맡아 본격적으로 시민운동에 뛰어들었다. 이후 소액주주운동 등을 성공시키며 우리 사회의 ‘1세대 시민운동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박 시장은 거기서 머물지 않았다. 지난 2000년에는 8년간 몸담았던 참여연대를 떠나 ‘아름다운재단’을 설립하면서 우리 사회 기부문화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또 2001년에는 ‘아름다운가게’를 설립하고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아름다운가게와 아름다운재단 총괄상임이사를 지냈다.

안 원장이 ‘마음 속 응원자’라며 애정을 나타내며 후보직을 양보할 만큼 깊은 친분을 키운 것은 아름다운가게의 사회공헌 활동이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름다운재단이 본궤도에 올라서자 이번에는 ‘21세기 실학운동’을 기치로 ‘희망제작소’를 설립하고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목표로 활동을 벌여왔다.

한때 대권 후보로 거론될 만큼 정치권의 영입 제의도 잇따랐지만 박 시장은 그간 시민사회 진영의 울타리를 한 번도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서울시장 당선으로 정치권의 새로운 ‘핵’으로 등장했다.

변화를 열망하는 시민들의 염원으로 탄생한 박 시장은 과연 정치권의 혐오와 불신을 종식시켜 정치판 개혁에도 앞장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프로필>

▲ 1956년 3월2일 경남 창녕 출생
▲ 경기고 졸업
▲ 단국대 사학과 졸업
▲ 사법시험 22회
▲ 대구지검 검사
▲ 역사문제연구소 초대 이사장
▲ 참여연대 사무처장
▲ 부패방지입법시민연대 공동대표
▲ 사법개혁위원회 위원
▲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 아름다운재단 및 가게 총괄상임이사
▲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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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