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파 사라진 국회의 현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9.10 11:19:43
  • 호수 11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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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도로 10년 전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모두들 ‘개혁’과 ‘혁신’을 외칠 때 정치권은 ‘안정’을 선택했다. 손학규가 지난 2일,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당 대표로 당선되면서 65세 이상 ‘올드보이’ 네 명이 네 개 주요 정당을 이끌게 됐다. 정치개혁을 이끌던 소장파는 정치권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올드보이들 전성시대다. 첫 테이프는 민주평화당(이하 민평당) 정동영 대표가 끊었다. 지난달 5일 서울 여의도 K-BIZ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서 열린 민평당 전국당원대표자대회(이하 전대)서 정 대표는 유성엽·최경환·민영삼·허영 당시 후보를 누르고 당권을 거머쥐었다.

당권 장악

뒤를 이어 이해찬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당권을 차지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잠실 올림픽체육관서 열린 민주당 전대에선 이 대표가 송영길·김진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지난 2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서 열린 바미당 전대에선 손학규 대표가 하태경·정운천·김영환·이준석·권은희 후보를 제치고 당대표로 선출됐다. 

여기에 지난 7월17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으로 취임한 김병준 위원장까지 합치면 네 명의 올드보이가 원내 1·2·3·4당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모두 65세가 넘는다. 손 대표가 72세로 가장 나이가 많으며, 이 대표가 67세, 정 대표가 66세, 김 위원장이 65세로 뒤를 잇는다. 국회의원을 한 적이 없는 김 위원장을 제외하고 나머지 세 명의 선수만 합쳐도 15선이다. 이 대표는 7선, 손학규·정동영 대표는 각각 4선을 했다.

오랜 기간 정치를 해온 만큼 이들의 인연도 연결돼있다. 이번 전대를 통해 명실상부 ‘친노(친 노무현)·친문(친 문재인)’의 좌장임을 증명한 이 대표와 건재함을 알린 손 대표, 정 대표는 지난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후보 경선을 함께 치른 바 있다. 

당시는 김 위원장이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았던 시기였다. 경선 결과 정 대표가 최종 대통령 후보로 나섰지만, 한나라당(한국당 전신) 이명박 후보에게 패했다.

이들의 정치 경험에 의문후보를 다는 사람은 없다. 국무총리, 당 대표, 장관, 도지사 등 정·관계서 다양한 역할을 거친 백전노장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실종됐다는 비판을 받던 정치권서 서로 간에 인연이 깊은 올드보이들이 대선배로서 본받을만한 정치를 보여줄 것이라 기대한다.

반대로 올드보이 전성시대가 우리 정치의 퇴행을 상징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대에 나섰던 이해찬·손학규·정동영 대표는 이미 한 차례 이상 올드보이 논란에 대한 질문을 받은 바 있다. 

이 대표는 전대가 있기 전인 지난달 9일 기자간담회서 “올드보이의 귀환이라는 표현은 피할 수 없다고 본다”면서도 “정책 내용이나 철학에 대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면 세대교체인 것이지, 나이로만 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당선수락 연설서 “나이는 많지만 정치 입문 때부터 개혁을 주장했고 그런 입장엔 변화가 없다. 얼마나 개혁 의지를 가졌느냐가 올드보이냐 골드보이냐의 차이”라고 언급했다. 


정 대표는 지난달 12일 민주당 전대가 있기 전 기자간담회서 “이해찬 의원만큼 생각이 젊은 사람이 없다. 생각의 나이가 중요하다”며 우회적으로 올드보이 논란을 반박했다.

이해찬·손학규·정동영 전면 포진
올드보이들의 귀환…득이냐 실이냐

전대가 끝났음에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올드보이가 귀환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가 눈에 띄는 젊고 유능한 정치인을 발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 의원실 보좌진은 “당선된 사람만 나이가 많은 게 아니다”라며 “같이 선거를 치렀던 사람들도 대부분 50대 이상이다. 민주당 전대만 봐도 당대표 후보들의 나이가 50, 60, 70대였다. 이 사람들이 현재 당에서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인데, 이렇게 되면 젊은 정치인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개혁 성향의 소장파가 점차 사라지는 현 정치 상황에 대한 아쉬움이 짙게 드리운다. 30대인 한 정치인은 콘크리트처럼 단단해진 기존 정치세력으로 인해 바른 소리를 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뭐 좀 바꿔보겠다고 말하면 선배들로부터 곧바로 한소리를 듣게 된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바른말을 불편해 하는 분위기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팽배해 있다는 것. 또 다른 30대 정치인은 “젊은 사람이 한마디라도 하면 싸가지 없다는 소문이 퍼진다”며 “공천 얘기까지 나오면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때 정치권에선 소장파 정치인들의 전성시대가 있었다. 보수 진영에서는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진보 진영에서는 이인영 등 386(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생인 세대) 운동권 출신 정치인이 대표적이다.

남원정이 국회에 발을 들인 시점은 18년 전인 지난 16대 국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남원정은 한나라당 소장파들이 주축이 돼 설립된 미래연대의 지휘봉을 잡으며 큰 주목을 받았다. 

이후 ‘차떼기 정당’이라는 오명을 쓴 한나라당에선 개혁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이회창 전 총재 측근들을 주축으로 하는 주류와 소장파들이 중심이 된 비주류가 부딪혔다. 이때 남원정이 개혁과 세대교체를 강하게 요구하면서 지금의 명성을 쌓았다.

386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은 기존 정치인과는 다른 참신한 시대적 감수성을 보여 큰 주목을 받았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이인영·우상호·강기정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발탁한 이들은 지난 2000년 대거 정치권에 진출해 참여정부 때 지금의 위치로 성장했다.

세력이 중요

남원정과 386세대는 60대를 향해가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이들을 대체할 수 있을 만한 인물을 발굴해내기는커녕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마저 조성해내지 못하고 있다. 기존 정치세력의 무관심 속에 정치권서조차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희상-김성태 설전 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한 지난 5일, 때 아닌 문희상 국회의장과 설전을 벌였다. 

김 원내대표가 문 의장을 향해 “어떻게 입법부 수장께서 청와대 스피커를 자처하시나”라며 “입법부 수장으로서 품격도 상실하고 균형 감각도 상실한, 대단히 부적절한 코드 개회사였다”고 비난한 게 화근이 됐다. 

이에 문 의장은 “국회의장을 모욕하면 국회의장이 모욕당하는 게 아니라 국회가 모욕당하는 일이라는 걸 명심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받아쳤다. 

국회 본회의장은 한 때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앞서 문 의장은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국회 협치의 틀을 만들겠다”며 “촛불 혁명의 제도적 완성은 개헌과 개혁입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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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