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은 MB의 무한 ‘땅 사랑’

도덕불감증도 불사한 땅 욕심에 ‘탈났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땅에 대한 무한애정이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과거 ‘꽃마을’ ‘도곡동’에 이어 현재 ‘내곡동’ 땅까지 갖가지 의혹이 불거지며 잡음을 일으키고 있는 것. 때문에 공직생활에서 얻은 정보를 개인재산 불리는데 이용했다는 꼼수에 갈수록 비난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는 이를 진화하려 내곡동 사저를 전면 백지화시켰다. 하지만 대통령마저 도덕불감증을 여실히 드러내 성난 민심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MB정권 ‘부도덕성의 결정판’…국정지지도 겨우 29.7%
국정 장악력 약화·재보선 악재 우려에 긴급처방 백지화?

이명박 대통령의 식을 줄 모르는 땅에 대한 과도한 욕심이 결국 탈이 난 모양새다. 퇴임 후 입주할 계획이던 ‘내곡동 사저’를 두고 갖가지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것. 성난 민심은 이 대통령을 향해 ‘부도덕성의 결정판’이란 비판을 퍼붓고 있다.

급기야 이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까지 심리적 방어선인 30% 밑으로 추락한 상태다. 지난 20일 <헤럴드경제>가 공개한 이 대통령의 국정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겨우 29.7%에 그친 것.

내곡동 사저
의혹 백화점

먼저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 명의로 거래가 이루어진 부분에서 ‘부동산실명제법 위반’과 ‘편법증여’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공시지가보다 싼 거래로 ‘취득세’를 덜 내기 위해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히 개인사저 구입에 혈세투입 의혹은 가장 공격받고 있는 사안이다. 시형씨는 토지를 공시지가보다 낮은 반값에 매입했지만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대통령실은 공시지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하며 결과적으로 사저 부지를 매입할 때 혈세가 사용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혹은 시형씨가 실제로는 지불한 돈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됐다. 경호실이 비싸게 땅을 매입한 것이 아니라 시형씨 땅값까지 지불했단 의혹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시형씨와 청와대 경호처가 필지를 나눠 공동으로 사들인 것도 문제다. 이는 사저 개발이 끝난 뒤 추정되는 이익과 관련해 개인 시형씨의 몫을 확보하기 위해 편법을 썼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게다가 전직 대통령의 사저가 들어설 경우 인근지역의 땅값 상승의 기대감으로 이 대통령 내곡동 사저 인근에 친형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땅을 소유하고 있는 점도 비난의 대상의 되고 있다.

이처럼 내곡동 사저가 의혹 백화점이 되며 민심이 들끓고 있다. 이에 청와대는 발빠른 대응으로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청와대는 석연치 않은 해명으로 오히려 의혹만 증폭시켰다.

비난 여론이 더욱 거세지자 청와대는 아들 명의로 된 사저 땅을 이 대통령 명의로 곧바로 이전하겠다는 대응책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호용 부지가 너무 넓다’는 지적이 확산되자, 곧바로 경호 부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논현동으로 U턴
내곡동이 또 발목

하지만 야권의 계속되는 집중공세와 민심 이반 속출로 집권 여당마저 10‧26 재보선의 ‘불똥’을 우려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며 청와대와 선긋기에 나섰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16일 “내곡동 사저 부분은 정리할 것이다”고 알렸다.

이 대통령도 내곡동 사저에 대한 여론과 청와대 참모들의 의견을 보고받고 “사저 문제에 대해 오해가 풀리지 않는다면 (내곡동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며 내곡동 사저문제를 전면 백지화하는 등 신속한 결단을 내렸다. 여기에 김인종 경호처장이 사저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이 대통령의 퇴임 후 사저는 논현동으로 유턴하는 방향으로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이 대통령의 원래 자택이던 논현동으로 돌아가는 문제 역시 복잡하기 때문이다. 땅값이 비싼 논현동 자택 주변에 경호시설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고, 이미 구입해 놓은 내곡동 부지의 처리문제도 골칫거리다.

청와대는 그간 ‘논현동 사저 4대 불가론’을 펼쳤다. 땅값이 비싸고, 경호시설로 매입할 만한 부지가 없으며, 주변에 높은 건물이 많고, 진입로도 복잡해 경호상 부적절하다는 것. 하지만 이제 와서 다시 논현동에 ‘대통령이 안전한’ 경호환경을 마련하려면 스스로 내세운 논리를 뒤집을 만한 묘책을 찾아야 한다.

특히 주변 땅들이 대부분 200∼300평 단위로 묶여 있어 매입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가도 여전히 내곡동 땅은 골칫거리
당선 전 ‘도곡동’부터 임기 말 ‘내곡동’까지 부동산 잡음

무엇보다 경호 부지를 새로 확보하는 데 필요한 예산 40억원은 이미 이 내곡동 땅을 사는 데 써버렸다. 때문에 내곡동 부지를 다시 처분해 자금화해야 하지만 청와대는 내곡동 부지 처리 방법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시가보다 싸게 산 부지를 처분할 때 가격을 얼마로 매겨야 할지도 고민거리다. 매매차익이 발생할 경우에는 시빗거리가 될 수 있고, 싸거나 같은 가격에 팔면 대출금 이자 부담 등의 손해를 볼 수 있다.

더욱이 경호처는 당초 논현동에 200평 규모의 경호시설을 만들려고 예산 70억원(평당 3500만원 기준)을 국회에 요청했다가 삭감됐다. 논현동 경호부지는 대통령 시설이 들어선다는 게 알려진 상황에서 매입해야 하는 처지여서 치솟은 땅값에 이래저래 어려움에 직면한 것.

이에 홍(준표) 대표는 “이 대통령 아들 시형씨 명의의 사저 부지를 정부가 매입해 대통령실 명의의 경호부지(648평)와 함께 모두 국고에 귀속시킬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구체적 방법은 유동적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정부가 시형씨 명의의 땅을 사는 데 필요한 예산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문제가 또 발생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곡동 사저의 백지화 결정에도 청와대에 대한 비난 여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태의 핵심이 사저 이전 여부가 아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사저구입 문제를 놓고 매매 관행을 벗어난 위법?편법 등의 이상한 거래라는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사과 한마디조차 없고, 청와대 역시 의혹에 대해 명쾌한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민주, 검찰고발
국정조사 추진

무엇보다 이 대통령의 땅과 관련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당선 이전부터 늘 땅과 관련된 의혹을 달고 다녔다. 특히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도곡동’과 ‘꽃마을’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도곡동 땅 실소유자 논란은 가장 큰 잡음을 일으켰다. 이 대통령의 처남과 형 명의로 돼 있는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이 대통령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 은 “도곡동 땅은 명의자가 아닌 제3자의 것”이라고 발표했고, 특검의 재수사에서도 “이 대통령 것은 아니다”라고 마무리됐다.

또 서초동 법조타운에 위치한 옛 꽃마을 부지도 의혹이 증폭되는 부분이다. 매입시점(1977년)을 전후해 법원·검찰청사 건설계획과 도시설계구역이 확정된 곳이다. 이에 현대건설 사장과 서울시장 경력을 이용해 사전 개발정보로 땅값 상승이 예상되는 곳에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것.

당시 대선후보였던 이 대통령은 “회사가 보너스로 준 땅”이라고 했지만 “그런 관행은 없었다”는 전직 직원의 반대 증언이 나오며 의심 받았다. 또 1993년 국회의원 재산공개를 앞두고 공시지가의 절반에 이 땅 일부를 급매한 배경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처남 소유의 충북 옥천 땅과 서울 양재동 빌딩도 직전 소유주가 이 대통령이었다는 점에서 차명보유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여기에 현재 내곡동 사저 논란까지 더해진 것.

민주당은 지난 19일 내곡동 사저 의혹과 관련해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와 임태희 대통령실장, 김인종 경호처장 등 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민주당은 고발장에서 이 대통령이 아들 시형씨를 내세워 차명으로 내곡동 토지와 건물을 구입한 만큼 부동산실명제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임 실장과 김 처장, 김백준 총무기획관, 경호처 재무관 등 4명은 사저 부지 매입자금을 국가예산으로 충당했다며 배임 혐의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사저 구입 의혹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를 추진할 방침이다.

전 국민적 공분
도덕불감증 심각

지금도 이 대통령이 강남의 금싸라기 땅에 사저를 마련해 시세차익을 보려했다는 의구심은 짙어지며 전 국민적 공분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도곡동‧내곡동 등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땅 파문으로 공직에서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운 것 아니냐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 스스로가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현 정권의 도덕불감증이 심각하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같은 비난 여론과 민심이반 속출은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서민 경제는 고물가‧전세대란‧비정규직 등의 문제로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게다가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같은 권력형 비리는 서민들의 피눈물을 쏙 빼놓았다.

때문에 이 대통령으로선 위법‧편법 논란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명쾌한 해명, 그리고 철저한 수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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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