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은 MB의 무한 ‘땅 사랑’

도덕불감증도 불사한 땅 욕심에 ‘탈났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땅에 대한 무한애정이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과거 ‘꽃마을’ ‘도곡동’에 이어 현재 ‘내곡동’ 땅까지 갖가지 의혹이 불거지며 잡음을 일으키고 있는 것. 때문에 공직생활에서 얻은 정보를 개인재산 불리는데 이용했다는 꼼수에 갈수록 비난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는 이를 진화하려 내곡동 사저를 전면 백지화시켰다. 하지만 대통령마저 도덕불감증을 여실히 드러내 성난 민심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MB정권 ‘부도덕성의 결정판’…국정지지도 겨우 29.7%
국정 장악력 약화·재보선 악재 우려에 긴급처방 백지화?

이명박 대통령의 식을 줄 모르는 땅에 대한 과도한 욕심이 결국 탈이 난 모양새다. 퇴임 후 입주할 계획이던 ‘내곡동 사저’를 두고 갖가지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것. 성난 민심은 이 대통령을 향해 ‘부도덕성의 결정판’이란 비판을 퍼붓고 있다.

급기야 이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까지 심리적 방어선인 30% 밑으로 추락한 상태다. 지난 20일 <헤럴드경제>가 공개한 이 대통령의 국정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겨우 29.7%에 그친 것.

내곡동 사저
의혹 백화점

먼저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 명의로 거래가 이루어진 부분에서 ‘부동산실명제법 위반’과 ‘편법증여’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공시지가보다 싼 거래로 ‘취득세’를 덜 내기 위해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히 개인사저 구입에 혈세투입 의혹은 가장 공격받고 있는 사안이다. 시형씨는 토지를 공시지가보다 낮은 반값에 매입했지만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대통령실은 공시지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하며 결과적으로 사저 부지를 매입할 때 혈세가 사용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혹은 시형씨가 실제로는 지불한 돈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됐다. 경호실이 비싸게 땅을 매입한 것이 아니라 시형씨 땅값까지 지불했단 의혹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시형씨와 청와대 경호처가 필지를 나눠 공동으로 사들인 것도 문제다. 이는 사저 개발이 끝난 뒤 추정되는 이익과 관련해 개인 시형씨의 몫을 확보하기 위해 편법을 썼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게다가 전직 대통령의 사저가 들어설 경우 인근지역의 땅값 상승의 기대감으로 이 대통령 내곡동 사저 인근에 친형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땅을 소유하고 있는 점도 비난의 대상의 되고 있다.

이처럼 내곡동 사저가 의혹 백화점이 되며 민심이 들끓고 있다. 이에 청와대는 발빠른 대응으로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청와대는 석연치 않은 해명으로 오히려 의혹만 증폭시켰다.

비난 여론이 더욱 거세지자 청와대는 아들 명의로 된 사저 땅을 이 대통령 명의로 곧바로 이전하겠다는 대응책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호용 부지가 너무 넓다’는 지적이 확산되자, 곧바로 경호 부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논현동으로 U턴
내곡동이 또 발목

하지만 야권의 계속되는 집중공세와 민심 이반 속출로 집권 여당마저 10‧26 재보선의 ‘불똥’을 우려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며 청와대와 선긋기에 나섰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16일 “내곡동 사저 부분은 정리할 것이다”고 알렸다.

이 대통령도 내곡동 사저에 대한 여론과 청와대 참모들의 의견을 보고받고 “사저 문제에 대해 오해가 풀리지 않는다면 (내곡동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며 내곡동 사저문제를 전면 백지화하는 등 신속한 결단을 내렸다. 여기에 김인종 경호처장이 사저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이 대통령의 퇴임 후 사저는 논현동으로 유턴하는 방향으로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이 대통령의 원래 자택이던 논현동으로 돌아가는 문제 역시 복잡하기 때문이다. 땅값이 비싼 논현동 자택 주변에 경호시설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고, 이미 구입해 놓은 내곡동 부지의 처리문제도 골칫거리다.

청와대는 그간 ‘논현동 사저 4대 불가론’을 펼쳤다. 땅값이 비싸고, 경호시설로 매입할 만한 부지가 없으며, 주변에 높은 건물이 많고, 진입로도 복잡해 경호상 부적절하다는 것. 하지만 이제 와서 다시 논현동에 ‘대통령이 안전한’ 경호환경을 마련하려면 스스로 내세운 논리를 뒤집을 만한 묘책을 찾아야 한다.

특히 주변 땅들이 대부분 200∼300평 단위로 묶여 있어 매입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가도 여전히 내곡동 땅은 골칫거리
당선 전 ‘도곡동’부터 임기 말 ‘내곡동’까지 부동산 잡음

무엇보다 경호 부지를 새로 확보하는 데 필요한 예산 40억원은 이미 이 내곡동 땅을 사는 데 써버렸다. 때문에 내곡동 부지를 다시 처분해 자금화해야 하지만 청와대는 내곡동 부지 처리 방법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시가보다 싸게 산 부지를 처분할 때 가격을 얼마로 매겨야 할지도 고민거리다. 매매차익이 발생할 경우에는 시빗거리가 될 수 있고, 싸거나 같은 가격에 팔면 대출금 이자 부담 등의 손해를 볼 수 있다.

더욱이 경호처는 당초 논현동에 200평 규모의 경호시설을 만들려고 예산 70억원(평당 3500만원 기준)을 국회에 요청했다가 삭감됐다. 논현동 경호부지는 대통령 시설이 들어선다는 게 알려진 상황에서 매입해야 하는 처지여서 치솟은 땅값에 이래저래 어려움에 직면한 것.

이에 홍(준표) 대표는 “이 대통령 아들 시형씨 명의의 사저 부지를 정부가 매입해 대통령실 명의의 경호부지(648평)와 함께 모두 국고에 귀속시킬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구체적 방법은 유동적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정부가 시형씨 명의의 땅을 사는 데 필요한 예산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문제가 또 발생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곡동 사저의 백지화 결정에도 청와대에 대한 비난 여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태의 핵심이 사저 이전 여부가 아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사저구입 문제를 놓고 매매 관행을 벗어난 위법?편법 등의 이상한 거래라는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사과 한마디조차 없고, 청와대 역시 의혹에 대해 명쾌한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민주, 검찰고발
국정조사 추진

무엇보다 이 대통령의 땅과 관련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당선 이전부터 늘 땅과 관련된 의혹을 달고 다녔다. 특히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도곡동’과 ‘꽃마을’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도곡동 땅 실소유자 논란은 가장 큰 잡음을 일으켰다. 이 대통령의 처남과 형 명의로 돼 있는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이 대통령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 은 “도곡동 땅은 명의자가 아닌 제3자의 것”이라고 발표했고, 특검의 재수사에서도 “이 대통령 것은 아니다”라고 마무리됐다.

또 서초동 법조타운에 위치한 옛 꽃마을 부지도 의혹이 증폭되는 부분이다. 매입시점(1977년)을 전후해 법원·검찰청사 건설계획과 도시설계구역이 확정된 곳이다. 이에 현대건설 사장과 서울시장 경력을 이용해 사전 개발정보로 땅값 상승이 예상되는 곳에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것.

당시 대선후보였던 이 대통령은 “회사가 보너스로 준 땅”이라고 했지만 “그런 관행은 없었다”는 전직 직원의 반대 증언이 나오며 의심 받았다. 또 1993년 국회의원 재산공개를 앞두고 공시지가의 절반에 이 땅 일부를 급매한 배경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처남 소유의 충북 옥천 땅과 서울 양재동 빌딩도 직전 소유주가 이 대통령이었다는 점에서 차명보유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여기에 현재 내곡동 사저 논란까지 더해진 것.

민주당은 지난 19일 내곡동 사저 의혹과 관련해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와 임태희 대통령실장, 김인종 경호처장 등 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민주당은 고발장에서 이 대통령이 아들 시형씨를 내세워 차명으로 내곡동 토지와 건물을 구입한 만큼 부동산실명제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임 실장과 김 처장, 김백준 총무기획관, 경호처 재무관 등 4명은 사저 부지 매입자금을 국가예산으로 충당했다며 배임 혐의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사저 구입 의혹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를 추진할 방침이다.

전 국민적 공분
도덕불감증 심각

지금도 이 대통령이 강남의 금싸라기 땅에 사저를 마련해 시세차익을 보려했다는 의구심은 짙어지며 전 국민적 공분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도곡동‧내곡동 등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땅 파문으로 공직에서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운 것 아니냐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 스스로가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현 정권의 도덕불감증이 심각하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같은 비난 여론과 민심이반 속출은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서민 경제는 고물가‧전세대란‧비정규직 등의 문제로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게다가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같은 권력형 비리는 서민들의 피눈물을 쏙 빼놓았다.

때문에 이 대통령으로선 위법‧편법 논란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명쾌한 해명, 그리고 철저한 수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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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