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법인카드 실시간 통제 시스템 구축 내막

뛰는 감시자 위에 나는 공무원 있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지난 2005년 공공기관이 업무추진비의 예산집행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클린카드’다. 하지만 클린카드가 사용금지 업종인 유흥업소와 골프장 등지에서 버젓이 사용되며 직원들의 쌈짓돈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가 칼을 빼들었다. ‘실시간 감시 IT 시스템’을 구축해 24시간 감시하겠다는 것. 하지만 그럼에도 빠져나갈 구멍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시간 감시 IT 시스템으로 혈세낭비‧탈법행위 근절
위장가맹점‧카드깡 등 편법결제 여지로 허점은 여전

‘클린카드’의 부정사용으로 혈세낭비와 탈법행위가 자행되고 있는 사실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클린카드의 사용제한 업종인 룸살롱, 호프집, 골프장 등에서 버젓이 남발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클린카드 사용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한 기관은 2009년 1월부터 8개월간 골프장과 노래방에서 클린카드로 1억2000만원을 썼다. 또 다른 기관은 퇴임 직원의 환송회 명목으로 유흥주점에서 2000만원을 사용했다.

직원 쌈짓돈 ‘클린카드’

업무와 무관하게 주말과 공휴일에 989차례에 걸쳐 1억1960만원을 쓴 기관도 있었다. 과도한 접대비를 숨기려고 분할결제를 하거나 가짜 증빙서를 만드는 등의 탈법행위도 수두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그간 클린카드는 편법과 부정사용이 끊이질 않으며 쌈짓돈으로 전락한 상태다.

공공기관 직원이 룸살롱 등에서 법인카드인 클린카드를 부정 사용할 경우 곧바로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해 사용 후 상당기간이 흐른 뒤에야 외부 감사기관 등을 통해 부정행위가 적발된다. 이에 위법‧부당한 법인카드 사용이 빈발하고 탈법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권익위가 단단히 벼르고 나섰다. 먼저 부패행위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사전에 즉각적인 통제를 할 수 있는 ‘실시간 감시 IT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 시스템이 갖춰지면 즉각적인 부정사용 발각으로 부당사용 금액이 바로 환수조치 될 전망이다.

권익위는 내년 하반기부터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학교를 비롯한 1만1527개 모든 정부기관은 이 시스템을 운용토록 권고했다. 696개 공직유관단체는 예산 및 인력규모가 크고 청렴도가 취약한 기관부터 우선적으로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토록 했다.

때문에 앞으로 내년 예산안 기준으로 중앙행정기관의 업무추진비 2047억원, 연구개발 사업비 16조, 사회복지보조금 15조5000억원 중 법인카드 집행 부분에 대한 실시간 통제가 이뤄진다.

권익위는 또 업무와 관련이 낮은 업종에서는 법인카드를 사용할 수 없도록 금지업종을 확대했다. 추가된 법인카드 사용금지 업종은 골프연습장, 스크린골프, 칵테일바, 주류판매점, 요정, 스포츠마사지, 네일아트 등으로 확대돼 모두 26개 세부업종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할 수 없게 된 것.

권익위는 골프용품, 귀금속 등 개인용도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물품도 원칙적으로 구매를 제한하도록 했다. 또 심야, 휴일, 자택근처 등 통상적으로 업무추진과 관련이 적은 시간과 장소에서는 법인카드 사용이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아울러 현재 기관장에 한정돼 있는 업무추진비 공개대상자 범위가 부기관장, 임원으로 확대되고 법인카드 집행내역을 홈페이지에 월별로 공개하는 등 공개횟수도 늘어난다.

‘칼’ 빼든 권익위

권익위는 “이번 계획이 충실히 이행되면 예산집행의 투명성이 제고되고 법인카드와 관련한 도덕적 해이가 크게 감소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러한 권익위의 제도개선이 클린카드 부정사용을 완전히 뿌리를 뽑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다른 편법이 등장할 가능성이 커 보이기 때문이다. 위장가맹점이나 카드깡 또는 시간대 변경 결제 등 수두룩한 ‘헛점’이 존재하고 있는 것.

시민단체의 한 회원은 “근본적인 혈세낭비와 부패근절을 위해서는 보완책이 절실해 보인다”며 “부당 사용자에 대해 단순히 환수조치라는 솜방망이 처벌대신 보다 엄격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무엇보다 공직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도덕불감증을 도려내는 인식개선 작업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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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