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국정감사 키워드7’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9.03 10:28:27
  • 호수 11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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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암초…파행이 보인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의정활동의 꽃’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다음달 10일부터 29일까지 20일간 열릴 예정이다. 연례행사인 국감에선 그해 이슈들을 두고 입법부와 행정부간 숨가쁜 공방이 펼쳐진다. 과연 이번 2018국감에서는 어떤 이슈들이 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까. <일요시사>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국감 키워드를 예측했다.
 

2018국감은 문재인정부를 향한 사실상의 첫 국감이다. 지난해 10월 열렸던 2017국감은 문정부가 출범한 지 약 5개월이 지난 시점에 열려 이전 정권인 박근혜정부를 향한 국감의 성격이 짙었다. 실제로 2017국감 당시 키워드가 ‘적폐 청산’ ‘국정 농단’이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과연 2018국감을 수놓을 키워드는 어떤 것이 있을까.

[키워드1]
[드루킹 사건]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드루킹 사건을 국감서 다루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23일 김성태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정기국회 국정감사와 국정조사를 통해 드루킹 게이트의 진실을 밝혀내고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다양한 방법을 끊임없이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드루킹 특검은 수사기한 연장을 포기했다. 이에 한국당이 직접 나서서 진실을 파헤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특검이 나약한 모습을 보였다고 해서 모든 의혹이 종결된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특검은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만으로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재판에 넘기고 혐의를 입증하는 데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박상융 특별검사보는 지난달 22일 브리핑을 열고 “굳이 더 이상의 조사나 수사가 적절하지 않다고 봐 수사기한 연장 승인 신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드루킹 사건은 파워블로거 ‘드루킹’ 김모씨가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을 사용해 인터넷상에서 댓글 추천 수를 조작하는 과정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연루됐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특검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9일 드루킹 일당이 사용한 킹크랩 초기 버전을 보고 킹크랩 개발과 운용을 허락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드루킹이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서 많이 읽힌 기사에 달린 댓글의 순위를 정치적 의도로 조작했다는 것이 특검 수사 결과다.

특검은 이들이 2016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7만5000여개 기사에 달린 댓글 118만개에 8800여만번의 호감·비호감 부정클릭을 했다고 본다. 국감에선 김 지사가 댓글 작업의 대가로 드루킹 측에 일본 총영사직을 제공하려 했다는 의혹을 놓고 여야가 팽팽히 맞설 것으로 전망된다.

[키워드2]
[북한 석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위)에선 북한 석탄이 최대 화두로 떠오를 예정이다. 한국당 소속 의원실 보좌진은 “북한 석탄에 대한 의혹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소리>(VOA)는 지난 7월17일, 북한 석탄이 러시아 항구를 통해 세탁됐고, 한국에 반입됐다고 보도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이하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의 말을 빌어 “지난 6월27일 ‘연례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서 실린 북한산 석탄이 지난해 10월2일과 11일 각각 한국 인천과 포항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한국당 ‘드루킹-김경수’ 정조준
산자위 ‘북한석탄’ ‘탈원전’ 예고

이는 유엔안보리가 지난해 8월5일 의결한 대북제재결의안 2371호 위반이다. 유엔안보리는 북한의 주력 수출품인 석탄, 철광석 등 주요 광물의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해당 의결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바 있다.


문정부의 늑장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외교부는 즉각 “정부가 (지난해 10월)당시 다양한 경로를 통해 2척의 배가 입항하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며 “관계 당국서 선박에 대해 필요한 조사를 했다”고 해명했다.
 

문정부가 북한 석탄의 유입을 묵인했는지 여부가 국감서 밝혀질지 관심을 모은다. 일각에서는 남북 대화와 북한 석탄 유입이 거래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바른미래당 권성주 전 대변인은 지난달 19일 논평을 통해 “이쯤 되면 급진전된 남북 대화와 북한 석탄유입이 거래됐다는 것은 국민들이 당연히 갖게 되는 합리적 의심”이라며 “조사결과 필요할 경우 처벌도 이뤄진다는 외교부 대변인 말대로 처벌의 대상에 그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도 명심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키워드3]
[탈원전]

국회 산자위서 다뤄질 이슈는 비단 북한 석탄만이 아니다. 문정부의 탈원전 정책도 심도 깊게 다뤄질 예정이다. 한국당 소속 보좌진은 “탈원전을 꼭 지금 해야 했을까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지적할 수 있는 사항도 많다”고 설명했다.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경북 경주의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본사를 찾아 문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맹비난했다. 또 문정부가 탈원전 정책 추진을 위해 전력수요 예측을 왜곡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한수원 노조 관계자들을 의견을 듣는 자리서 “특정 집단들의 논리에 의해서 수급계획이나 수요 예측 같은 부분이 왜곡된 점이 있지 않나 걱정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29일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하며 이번 겨울 최대 전력수요 전망치를 8만5200㎿로 잡았다. 2015년 수립된 7차 전력수급계획보다 3000㎿를 줄인 것이다. “전력수요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올해 한국은 재난에 가까운 폭염을 겪었으며 지난 7월 중순 이후엔 전력수요가 연일 최대치를 경신했다. 결과적으로 정부 예측이 틀린 것이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원전·석탄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와 액화천연가스(LNG)가 이를 대체하도록 하는 탈원전 정책의 근거가 됐다.

[키워드4]
[항공사 사태]

항공사 오너들의 국감장 러시가 예상된다. 올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양대 국적항공사가 나란히 갑질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대한항공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사태, 이명희(69)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폭언·폭행 논란 등이 있었다.


앞서 경찰은 지난 5월4일 ‘물벼락 갑질’ 사건으로 논란을 일으킨 조 전 전무에게 폭행과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 선에서 반려됐다. 당시 검찰은 “조 전 전무의 주거가 일정하고 현장 녹음파일 등 관련 증거가 이미 확보돼 증거 인멸이나 도주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고려, 불구속 수사할 것을 지휘했다”고 설명했다.
 

운전기사와 경비원 등에게 폭언, 폭행을 한 혐의와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 등을 받은 이 전 이사장을 상대로 청구된 두 번의 구속영장 청구는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 대란’과 관련해 납품업체에 갑질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아시아나항공 직원 1000여명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갑질과 비리에 대한 성토가 있었다.

이들은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하청업체에 1600억원 상당의 투자를 요구한 것이 이번 대란의 원인이었다고 지적한다. 이 과정서 단기간 기내식 공급 계약을 맺은 하청업체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발생했다.

[키워드5]
[사법농단]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 농단 사건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사법부는 사상 최악의 재판 뒷거래 스캔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6월5일 법원행정처는 양승태 사법부 시절 행정처 문건 98개의 원본을 공개했다. 내용에는 양승태 사법부가 ‘BH(청와대) 관심 재판’을 고려한 정황이 담겼다. 행정처가 상고법원을 도입하기 위해 상고법원 판사 임명에 대통령의 의중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내용도 확인됐다.

이후 문건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파장은 일파만파로 퍼졌다. 추가로 공개된 문건에는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정치권과 언론 등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진행한 의혹 등이 담겼다. 양승태 사법부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 등 당시 야당 지도부와 접촉하는 방안 등을 통해 상고법원 입법을 설득하는 방안을 검토한 정황이 드러났다.

‘항공사 갑질’ ‘라돈침대’ 도마에
최대 이슈 ‘양승태 사법 농단’도

이후에도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양승태 사법부가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 사건이 불거질 당시 판사들에 대한 수사 확대를 막으려고 검찰총장을 압박하는 방안을 구상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양승태 사법부가 ‘법관의 해외파견’이라는 사안을 갖고 박근혜 청와대와 ‘일본 강제징용 재판’ 거래를 모의했다는 정황도 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하드디스크서 발견된 문건에 의하면 ‘외교부는 일본과의 외교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민원을 여러 차례 대법원에 제기했다’ ‘해외송달 등을 이유로 소송을 지연시키면 외교부에 절차적 만족감을 줄 수 있다’ 등의 내용이 나와 있다.

[키워드6]
[고용쇼크]

최악의 고용쇼크 문제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서 주로 다뤄질 예정이다. 고용쇼크가 과연 최저임금 인상에 의한 것인지 여부를 두고 한국당과 고용노동부 간 격돌이 예상된다.

한국당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쇼크가 왔다고 주장한다. 신보라 의원은 지난달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 내용을 보면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권 안에 있는 업종의 타격이 심했다”며 “도소매·숙박업 분야서 8만명이 줄었고 경비원 등이 포함된 사업시설관리 분야서 10만명 정도가 감소했다. 종업원 없이 혼자 가게를 운영하는 영세자영업자도 대략 10만명 줄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고용노동부 측은 고용쇼크의 원인을 최저임금 인상으로만 돌릴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전혀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근본적 원인은 조선과 자동차 등 제조업의 급격한 구조조정과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키워드7]
[라돈침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서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를 대상으로 라돈침대 사태에 대한 국감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월 음이온 침대서 방사능 물질인 라돈이 검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진침대 등 국내 업체가 음이온 효과를 내고자 희토류(모자나이트, 토르말린 등)를 첨가했는데, 이 물질들이 자연붕괴 과정서 라돈을 배출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음이온 제품은 방사능 물질이 함유돼 있어 수년간 착용하면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난 5월10일 원안위는 라돈침대 첫 발표서 “침대서 검출된 라돈은 실내 공기질이나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발표했다. 검사해보니 기준치 이하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원안위는 5일 만에 일부 제품은 기준치를 9배 넘게 초과했다며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과방위 간사인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은 지난 7월 전체회의서 “원안위가 안전기준 초과 제품에 대한 수거와 안전비닐 제공 명령 등 행정조치를 실시했지만, 소비자 제보가 있기 전까지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해당제품에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실정이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매번’ 반복되는 국감 무용론

매년 국정감사(이하 국감)를 전후로 무용론이 제기된다. 정국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여야가 국감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아 보이콧, 파행 등을 일삼기 때문이다. ‘의정활동의 꽃’이라는 명성이 무색하다.

앞서 2017국감서도 마찬가지였다. 국감 시작부터 반말과 고성이 터져 나왔다. 

헌법재판소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은 “뭐하는 거야. 겁도 없이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앉으시라고!” “박범계 의원님도 회의 진행 중에 반말하지 마십시오” “편파적으로 운영하니까 그렇지!” 등의 고성을 주고받았다.

과거 정권의 각종 비리와 권력 남용을 낱낱이 파헤쳐 ‘사이다 국감’으로 불렸던 명성이 무색하다. 국감은 1987년 개헌과 함께 부활하면서 여러 스타를 배출했다. 

지난 1988년 노무현, 이해찬, 이상수 의원은 서로 당이 달랐음에도 ‘노동위 3총사’로 불리며 국민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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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