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영화 <커플즈> 언론시사회

“옆구리가 허전하세요? 저희가 도와드립니다”

[일요시사=박상미 기자] 이시영․이윤지․김주혁․오정세․공형진 그리고 충무로의 웃음제조기 정용기 감독이 한데 뭉쳤다. 가지각색 사연을 가진 다섯 남녀의 ‘내 짝’ 찾기 여정을 그린 영화 <커플즈>다. <커플즈>는 지난 10월18일 오후 4시40분 서울 왕십리CGV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열어 해피바이러스 전파의 시작을 알렸다.

‘나쁜 여자’ 이시영 vs ‘착한 남자’ 공형진, 의외의 캐릭터 줄줄이 출동
저마다 사연 가진 싱글 남녀의 그날 밤, 얽히고 설킨 러브라인 승자는?

영화는 달랑 문자 한 통만 남기고 사라진 여자친구를 수소문하는 남자 유석(김주혁 분)의 순애보와 함께 출발한다. 여기에 유석을 두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난 방랑 ‘꽃뱀’ 나리(이시영 분), 남친을 잃고 A급 큐빅반지만 손에 쥔 애연(이윤지 분), 친구의 친구를 사랑한 복남(오정세 분), 사랑은 없다고 믿었던 병찬(공형진 분) 등의 사연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특히 이시영은 함께 출연한 남자배우 모두의 사랑을 받는 치명적인 팜므파탈 나리 역을 맡아 부러움을 샀다. 문자만 남기고 잠수를 타도, 돈다발을 들고 도망을 가도, 심지어 치명적인 과거사를 모두 들킨 이후에도 남자들은 오직 ‘나리’만을 부르짖는다. 이시영은 “많은 사랑을 받아서 촬영 내내 즐거웠다”며 연신 미소를 지었다.

이시영은 극중 가장 약아빠진 캐릭터이니만큼 현실에서도 명민함이 빛을 발했다. 영화 상영전 무대인사 차 배급사 관계자 앞에 선 그녀는 “이 영화에서 특히 내 매력을 잘 봐달라”는 부탁을 해 눈길을 끌었다.

이와관련 이시영은 “배급사 관계자는 영화에 투자를 하는 분이 아닌가”라며 “사실 나는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오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내 가능성을 봐달라는 부탁이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나는 로맨틱 코미디 뿐만 아니라 액션, 스릴러, 공포 등 뭐든 소화할 자신이 있다”고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반면 이윤지가 맡은 애연은 영화의 출발과 함께 남자친구에게 버림을 받았다.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다이아몬드라고 생각했던 청혼반지는 A급 큐빅으로 확인돼 그녀의 뒤통수를 친다. 극중 애연이 어금니를 물고 뱉는 “배신하고 간 것들은 남은 사람이 죽든 말든 상관 안 해요”라는 대사는 그 순간 그녀의 속내를 200% 대변하는 이야기다.


이윤지는 사랑에 있어서 순수한 아이와 같은 애연의 매력을 표현하기 위해 발성 등 다양한 부분에 노력을 기울였다. 정용기 감독은 “이윤지는 다양한 면을 한 얼굴에 가지고 있어 애연을 잘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특히 큰 눈 때문에 ‘인형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순수한 애연의 사랑을 표현하기에 잘 어울리는 배우였다”고 극찬했다.

코믹하고 가벼운 캐릭터를 주로 맡아온 공형진은 <커플즈>에서 자신의 영역을 한 발 넓혔다. 공형진은 극중 은퇴한 보스 병찬 역을 맡아 천방지축 나리를 넓은 마음으로 보듬는 아빠같은 남자의 매력을 선보였다. 적당히 후덕해진 풍채와 희끗희끗한 턱수염 등 외모부터가 남다르다.

공형진은 ‘정극연기’라는 한마디로 <커플즈> 속 캐릭터를 정의했다. 그는 “사랑의 순수함을 표현하는 거친남자의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역할에 따라서 연기가 달라지는 것이지 장르에 따라 정해진 틀은 없다. 정극 연기와 코미디 연기의 차이랄 것은 없지만, 굳이 정하자면 이번에는 정극연기로 봐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편 <커플즈>의 출연진은 극중 사랑찾기를 현실로 끄집어내 관객의 커플 메신저를 자처했다. 10월29일 강남 클럽 EL에서 열리는 ‘불타는 커플 염원’ 파티가 바로 그것이다. 다섯 명의 출연진은 온라인에서 모집한 싱글 남녀들을 파티에 초대해 쪽지 교환방식으로 커플 선정 이벤트를 연다. 안팎으로 커플탄생에 팔을 걷어붙인 <커플즈>는 오는 11월3일 개봉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