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남북 신경전 내막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8.20 10:54:54
  • 호수 11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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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 재다 파투날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제4차 남북고위급회담이 지난 13일 열렸다. 회담 테이블에 앉은 조명균 통일부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3차 남북정상회담을 9월 내 평양서 개최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그러나 정상회담이 열릴 장소와 날짜를 두고 회담에 참석한 남북 고위급 인사들의 말이 서로 달라 논란이 일고 있다. 
 

남북은 고위급회담을 통해 9월 중 평양서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다만 정상회담이 열릴 장소와 일시를 도출해내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남북이 각자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는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는다. 이번 고위급회담서도 이를 의심케 하는 정황이 감지됐다. 

상반된 입장

고위급회담이 끝난 뒤 우리 측 조명균 장관은 “구체적인 날짜와 관련해서는 (남북이)협의해 나가야 한다는 정도만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조 장관의 발언은 뒷말을 낳았다. 회담의 상대 측이었던 리선권 위원장은 같은 질문에 대해 “날짜 다 돼있다”며 남북이 정상회담 개최 날짜를 협의했음을 암시했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리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언급 의도에 대해서 평가할 입장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한 테이블에 앉은 남북 고위급 인사가 정상회담 날짜에 대해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북한은 고위급회담서 날짜 공개에 자신감을 보인 반면 우리 측은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일을 제시했지만, 우리 정부가 아직 결정을 못 내렸다는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가 예상되는 북한의 9·9절이 우리 정부를 고민하게 하는 요소로 보인다. 오는 9월9일은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 때문에 북측이 남측 고위급 인사의 참석 등 정상회담 개최에 변수가 될 수 있는 여러 제안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입장에선 평양 9·9절 행사 이후 문재인-김정은이 만나는 그림을 국제사회에 보여줘 정권의 힘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이는 우리 정부 입장서 부담스러운 제안이다. 미국 정부는 평양 9·9절 행사 때 국제사회가 참석하는 데 대해 비판적이다. 이와 관련해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지난 4일 싱가포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연설 당시 “미국이 올해 9월 공화국 창건 70돌 경축행사에 다른 나라들이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지 말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공개 비난한 바 있다.

국내 여론도 부담스럽다. 문 대통령이 평양 9·9절 행사에 고위급 인사를 파견하거나 행사 전후로 평양서 정상회담을 가질 경우 국내 보수층의 반발이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연일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외교적 논란은 자칫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회담 직후 춘추관 브리핑서 “(정상회담은)현실적 여건을 감안하면 9월 초는 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9월 초라고 하면 9월10일까지”라고 말한 점만 봐도 문정부가 평양 9·9절 행사를 전후로 열리는 정상회담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읽힌다.

고위급회담하고도 날짜 못 정해
9·9절 때문? 국내외 여론 부담


일각에선 북한이 우리 측에 문 대통령의 평양 9·9절 행사 참석을 제안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북한이 9·9절 참석을 요청한 적 없다”고 밝혔다. 북한이 자신들의 정권 수립기념일인 9·9절에 우리 측의 참석을 요구했고, 북한 정권홍보를 우려한 우리 측이 여기에 난색을 보였기 때문에 정상회담 날짜를 정하지 못했다는 관측을 부인한 것이다.

정상회담 날짜를 정하지 못한 것과 관련해 또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정상회담 전 판문점선언에 명시된 경제협력 등에서 우리 측의 진척을 보여 달라는 북한의 압박이라는 분석이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고위급회담 종결회의 발언서 “(4·27판문점선언 채택 이후)북남 회담과 개별 접촉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만약 해결되지 않는다면 예상치 않았던 문제들이 탄생될 수 있고,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들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서 리 위원장은 “북남 사이 미해결로 되고 있는 문제, 북남 관계 개선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며 “쌍방(남북) 당국이 제 할 바를 옳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북 제재를 이유로 경제 지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문재인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측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철도·도로·산림 등에 대한 공동 조사·연구를 넘어서는 실질적 협력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교부는 최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설을 포함한 모든 남북 교류사업에 대해 “국제사회 대북제재 틀을 준수한다는 원칙하에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판문점선언 이후 남북관계에 대해 “겉만 번지르르할 뿐 실속 있게 진행되는 것은 없다” “남측이 돈 안 드는 일만 하려 한다” 등의 비판을 내놓고 있다. 정상회담을 위해 철도·도로·산림 협력 등 판문점선언 합의 사항 이행에 우리 측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북 측의 압박으로 읽힌다.

고위급회담 대표단 구성서 우리 측은 통일부 장차관에 청와대 안보실 2차장까지 나서는 등 ‘정무형’ 접근을 한 반면, 북측은 철도·도로·산림 등 경제협력에 무게를 실은 ‘실무형’ 접근을 하는 차이를 보였다.

유리한 쪽으로…

통일부는 지난 14일 정상회담 일정과 관련해 후속협의를 통해 논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후속협의를 해서 (정상회담) 날짜를 잡고 구체적으로 실무회담 등 협의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승부수 던진 트럼프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4차 방북을 준비 중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8일 <폭스>와 인터뷰서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다시 방북할 준비가 돼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김정은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3차 방북 당시 종전 선언과 핵 신고서 제출을 놓고 줄다리기 끝에 김 위원장을 만나지도 못한 바 있다. 이에 이번 4차 방북 때 북한과 미국이 모두 절충안을 갖고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이 크다. 폼페이오 장관은 오는 8월 말 방북이 유력하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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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가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12월 초 후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는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