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실’ 대선조선 경영권 보전 의혹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8.20 10:30:04
  • 호수 11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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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떠받치는 보이지 않는 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대선조선 재매각을 둘러싼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다.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이하 수은)은 오너 일가 소유 주식을 전부 무상소각하고도 일가의 경영권을 인정하고 있다. 지난 3월 대선조선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한 대선조선 주주는 지분이 없는 오너 일가가 경영을 계속하는 데 수은이 뒷배를 봐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요시사>는 대선조선 재매각을 둘러싼 의혹들의 전모를 파헤쳤다.

대선조선은 부산에 본사와 공장을 둔 국내 최초 민간자본 조선소다. 1945년 12월 안성달씨(창업주 1세)가 대선철공소를 창업해 1980년 12월 안강태(창업주 2세) 현 대선조선 회장으로 이어지면서 전성기를 누렸다. 안 회장은 2012년 9월 장남인 안재용(창업주 3세)씨에게 대표이사직을 물려줘 3세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경영 악화로
채권단 관리

대선조선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인 조선업계 불황으로 적자누적 및 부채 확대를 겪어왔다. 재무구조가 열악해지자 대선조선은 지난 2010년 상장폐지 및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체제로 전환됐다. 채권단은 수은과 산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등으로 구성됐다. 

그중 대선조선 지분의 67.3%(오너일가 지분 무상감자 전 기준)를 보유한 수은이 주채권은행이다.

수은은 지난해 11월 삼일회계법인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대선조선에 대한 공개매각에 나섰다. 워크아웃 이후 7년 만에 새 주인 찾기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매입자가 나타나지 않아 매각은 유찰됐다.


지난 3월 대선조선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창업주인 안씨 일가가 가진 지분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주총에 참여한 주주는 “안씨 일가 주식을 모두 무상감자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씨 일가가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음에도 부산‧경남지역 내 영향력을 바탕으로 경영에 지속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선조선은 올해 3월 재무제표 상 부채가 자산보다 4018억원을 초과하는 등 완전히 자본잠식상태다. 올해 1분기만 해도 50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안 회장과 안 대표이사 등 안씨 일가는 부산서 영향력이 상당하다. 부산 내 유력 정치인 및 재계 인사들과 학맥으로 연결돼 있다.”

안 대표이사의 경영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했다. 대선조선은 2008년 238억 규모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이후 9년째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대표이사로서 대선조선의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해 왔는데,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조선 경기가 정점에 있었음에도 이런 흐름조차 제대로 읽지 못했다. 뒤늦게 중국에서 플로팅도크(해상에서 선박을 건조할 수 있도록 고안된 바지선 형태의 대형 구조물)를 수입하는 등 무리한 시설 확장과 저가 수주로 엄청난 당기손실을 발생시켰다. 상장 폐지 및 채권단 관리 체제 이후 7년간 매년 영업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당기순 누적적자만 2746억원에 이른다.”

회사는 휘청
여전히 경영

이에 주주는 안씨 일가의 주식을 무상감자(주식을 보유한 사람이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결정된 감자 비율만큼 주식수를 잃게 되는 것)하고 일가가 경영서 손을 땔 것을 요구했다. 

1차 매각에 실패한 수은은 안씨 일가의 보유주식이 대선조선 매각의 걸림돌이라는 의견을 받아들였다. 지난 5월23일 오전 10시 대선조선 1공장 회의실서 진행된 임시주주총회서 ‘지분의 감소 승인의 건’을 의결해 안씨 일가가 가진 29만3502주(안 회장 29만2226주, 안 대표이사 1276주)를 무상소각했다.


수은은 안씨 일가의 주식을 모두 소각했음에도 경영진을 교체하지 않고 있다. 이는 대선조선과 마찬가지로 수은이 대주주로 있는 성동조선과 비교된다. 수은 등 성동조선 채권단은 지난 2012년 3월31일 성동조선 오너일 가를 경영진서 물러나게 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수은 측은 두 회사가 차이가 나는 점에 대해 “개별 회사의 여건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이다. 성동조선과 대선조선이 같아야 하는 건 아니다. 조선소 규모도 다르고 진행해온 프로세스도 달랐다”며 “성동조선이 (경영진을) 교체했으니 대선조선도 교체해야지 공정한 것 아니냐는 시각은 제3자인 우리가 봤을 때 좋은 결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선조선 주주는 안 대표이사가 경영을 계속하고 있는 현 상황과 관련해 다양한 의혹을 제기한다. ▲대선조선에 채용된 수은 출신 전무 ▲안 회장의 ‘덕경회’ 인맥 등으로 인해 수은이 경영진 교체에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1차 매각 유찰 “오너 일가 때문”
지분 무상소각…경영은 그대로

공주식 대선조선 전무는 수은 외환업무실장, 무역금융부장, 남북협력사업부장 등을 거쳐 2010년 1월 수은 부산지점장에 올랐다. 2012년 6월 지점장을 그만둔 공 전무는 1년 뒤인 2013년 6월 대선조선 전무로 자리를 옮겼다. 

공 전무는 지점장으로 있을 당시 수은서 대선조선으로 파견된 채권단 관리인이었다. 수은을 나와 본인이 관리하던 회사의 전무로 이동한 것이다.
 

공 전무는 연세대 경제학부를 졸업했다. 안 대표이사 역시 마찬가지다. 대선조선 경영기획실 측은 “학부 상으로 (공 전무가 안 대표이사의) 선배가 맞다”고 확인해줬다. 의혹을 제기한 주주는 “이들이 4년간 대선조선을 실질적으로 경영하면서 회사에 부채만 안겼지만, 의문스럽게도 수은 등 채권단은 이들의 경영권을 그대로 인정해주고 있다. 이는 특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 전무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서 또 다시 사내이사로 연임됐다. 공 전무는 지난 2014년 3월28일 사내이사로 임명된 후 지금까지 사내이사직을 이어오고 있다.

‘덕경회’는 경남고·부산 출신 인사들의 모임이다. <월간조선> 2017년 6월호에 따르면 2010년 출범한 덕경회에는 오완수 대한제강 회장을 비롯해 안강태 대선조선 회장, 윤성덕 태광 사장, 홍하종 DSR제강 사장, 구자신 쿠쿠홈시스 회장 등 부산·울산·경남 지역에 사업체를 둔 70여 명의 동문이 가입해 있다.

<월간조선>은 최근 덕경회가 문재인 대통령의 재계인맥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모임에 자주 참여하거나 학맥을 챙기지는 않지만, 정치 입문 이후 모임 인사들로부터 다양한 조언을 받았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1971년 경남고를 졸업(25회)했으며, 안 회장은 1957년 졸업(11회)했다.

회장님 무기
덕경회 파워

문 대통령은 2016년 9월22일 오전 부산 영도구에 위치한 대선조선소를 방문한 사실이 있다. 이날은 부산의 한 선주사의 석유화학제품선 명명식이 있었다. 당시는 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직을 내려놓고 대권행보를 이어가던 시점이었다. 


이날 행사장서 문 대통령은 “조선·해운산업은 우리나라 핵심 기간산업”이라며 “조선·해운산업의 구조조정이 국가경쟁력을 살리는 구조조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사에는 안 회장을 비롯해 안 대표이사도 참석했다. 특히 안 대표이사는 문 대통령을 지척거리서 수행했다.

대선조선 측은 문 대통령이 대선조선소에 방문한 사실에 대해 “우리 쪽에서 초대하지 않았다. 선주사 쪽에서 초대했다”고 해명했다. 해당 선주사 측은 “오래된 일이라 (문 대통령을 우리 쪽에서 초대했는지)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주주는 덕경회에 대해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한 재계모임 중 단연 최고의 파워를 자랑한다. 기득권 중에 기득권이다. 부산상공회의소의 주력 멤버도 덕경회에 들어가 있다. 수은이 덕경회 멤버인 안 회장의 눈치를 살피느라 대선조선 경영진 구조조정에 나서지 못하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수은과 대선조선 측은 모든 의혹을 반박하고 있다. 

수은 측은 안씨 일가의 주식을 모두 소각했음에도 여전히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리 입장에서는 매각을 추진하는 데 있어 사람을 바꾸는 것도 중요한지만, 현재 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조직에 대한 장악력이 높은 사람이 (대선조선을)운영하면서 적당한 매수자를 찾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해 유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조선의 상황이 다른 중소조선소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채권단의 추가 자금지원 없이 자기 자본으로 회사를 꾸려나가고 있으며 안 대표이사는 영업 위주로 경영을 하고 있다”며 ”수주를 잘 하려면 인맥도 있어야 하고 사업에 대한 전문성도 있어야 한다. 중소조선소 전체가 어려운 상황서 특정인에 의해 회사가 어렵게 됐다는 (주주 측)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안 대표이사를 임기 중에 해임할 근거도 없다”고 밝혔다.
 


공 전무의 존재가 대선조선 매각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그런 건 아니다. 확실히 아니다”라며 “이미 떠난 사람이다. 우리는 (대선조선을) 합리적인 가격에 매각하는 게 최선이지 그 이외 다른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안 회장이 덕경회 멤버라는 점이 매각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덕경회를) 처음 듣는다. 그건 아닌 것 같다. 감안할 사항도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수은 출신 전무·덕경회 뒷배 의혹
수은·대선 측 “매각에 영향 없어”

대선조선 역시 수은과 비슷한 입장이다. 

안 대표이사를 전문경영인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대선조선 측은 “안 대표이사는 전문경영인으로 선임됐다. 구 사주(안 회장과 안 대표이사)의 지분이 없는 상태이니 (안 대표이사는) 전문경영인이다. (안 대표이사가) 중소 조선 분야를 잘 아니 채권단서 선임을 해 준 것이다. 본인도 그렇게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공 전무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서 또 다시 사내이사로 연임되는 과정서 수은 출신이자 안 대표이사의 학부 선배라는 점이 고려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학연 쪽은 영향이 없다. 주주나 외부에서 퇴직자 낙하산을 얘기하지만, 회사 정상화의 성과를 창출했기 때문에 연임이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채권단 초기에는 수은이 절대 지분을 가진 게 아니어서 (공 전무의 사내이사 연임에 대해 수은 측에서)일방적인 의사결정을 할 상황이 아니었다. 마치 수은이 처음부터 (공 전무를 사내이사로) 결정한 것으로 비춰진 것 같은데 히스토리를 따져보면 여러 채권금융기관이 초기부터 협의한 것이지 수은만의 결정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덕경회 의혹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이라고 밝혔다.

대선조선 매각 의사가 없어 보인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렇지는 않다. 안 대표이사나 공 전무, 수은 모두 매각에 대해 부정하지 않는다. 반대할 이유도 없다. 지난해는 너무 준비가 안 되서 매각에 실패했다. 하반기에도 매각하는 쪽으로 계속 작업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수은·대선
전면 부인

대선조선 측은 오히려 의혹을 제기하는 주주 측에게 아쉬움을 전했다. “주주이기 때문에 기업경영에 대해 어느 정도 아시지만,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경영 정상화에 도움을 주셔야 하는데, 오히려 기업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그런 좋지 않은 효과가 나올 것 같다. 의혹이 있다면 의혹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밝히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신음하는 중소 조선업계

국내 조선업계가 양극화에 몸살을 앓고 있다. 대형조선소는 시황이 개선돼 차츰 살아나고 있는 반면, 중소조선소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16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대한민국 조선업계는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 201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중 절반에 가까운 97만CGT을 수주했다. 이는 14%에 그친 중국에 두 배를 넘는 세계 1위다.

그러나 편중 현상이 심하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빅3는 지난 7월까지 누적 수주량 645만CGT를 기록했다. 중국 501만CGT, 일본 159만CGT를 크게 앞서는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대선조선, 성동조선, SPP, STX 등 중소조선사들의 실적은 대형사들의 2%도 안 되는 10만1000CGT에 그쳤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상반기 중소조선사들의 총 수주 금액은 4억7000만달러다. 지난해 동기보다 45%나 급감했다. 봄을 맞이한 대형조선사들과는 달리 중소조선사들의 겨울은 계속되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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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