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균 흔드는’ 검은 손 추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8.13 10:15:16
  • 호수 11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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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에…대북 주도권 다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4·27판문점선언’ 핵심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이하 연락사무소) 설치가 개성공단서 한창인 가운데 조명균 통일부장관의 항명 의혹이 불거졌다. 우리 측 연락사무소장의 직급에 대한 대통령의 지침이 내려졌음에도, 통일부가 이와 어긋나게 북측과 협의했다는 것이다. 의혹은 또 다른 의혹을 낳고 있다. 조 장관을 흔드는 모종의 세력이 있다는 주장이 통일부 안팎서 불거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27일 판문점서 만나 13개 항목의 선언 합의문을 발표했다. 그중 핵심이 바로 개성공단 연락사무소 설치다. 연락사무소가 들어서면 언제라도 남북 당국자 간에 신속한 대면 협의가 가능하다. 이른바 남북 교류·협력의 ‘전진기지’인 셈이다.

4·27선언
핵심 사항

연락사무소는 완공 단계에 있다. 지난 6월19일부터 22일까지 개보수 공사 사전 준비를 마친 통일부는 북측과 공사 일정을 협의한 뒤 지난달 2일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현재 시설 개보수 작업은 마무리 단계에 있다. 문재인정부는 당초 계획대로 이달 중 연락사무소를 개소한다는 계획이다.

청와대와 통일부,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은 수차례 회의를 통해 지난달 중순경 연락사무소장의 직급을 차관급 내지는 청와대 수석비서관급으로 하고 청와대 직속으로 두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청와대가 연락사무소장의 직급을 차관 내지 수석급으로 하려는 이유는 연락사무소를 통해 남북 간 교류협력뿐 아니라 판문점선언 이행 과정서 북측과 폭넓은 의사교환을 하기 위함이다. 폭넓은 의사교환은 민간교류를 포함한 남북의 대대적인 교류·협력을 의미한다.


기존의 직급으로는 이러한 논의를 진행하기 힘들다. 실무 책임자는 깊이 있는 정무적 논의를 하는 데 제약이 따른다. 논의 대상인 북측 역시 정무적 판단을 할 수 있는 고위직 인사가 연락사무소장을 맡아줘야 우리 측과 폭넓은 대화를 할 수 있다.

청와대의 이 같은 결정은 선행학습에 기인한다. 현재까지 판문점 연락사무소장은 부처 과장급으로 주로 남북 간 전화통지문을 주고받거나 회담 일정 등을 조율하는 역할에 국한돼왔다. 개성공단의 남북경제협력사무소장 역시 소통 업무만을 수행하고 있다. 직급이 낮다보니 북측과 긴밀한 협의를 하지 못하는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락사무소의 중요성을 익히 강조한 바 있다. 김정은 위원장과 판문점선언을 공동 발표하면서 연락사무소 설치에 대해 “매우 중요한 합의”라며 “여건이 되면 각각 상대방 지역에 연락사무소를 두는 것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리 만들려
청와대 패싱?

개성공단을 벗어나 북측이 서울에, 우리측이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면 대사급 외교도 가능하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단계까지 발전하는 교두보가 바로 개성공단 연락사무소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지난달 초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서 연락사무소 구성 및 운영을 통일부에만 맡기지 말고 ‘판문점선언 이행추진위원회’ 논의를 통해 조속히 가동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 이번 정부가 개성공단 연락사무소를 얼마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서훈 국정원장이 최근 미국을 방문해 유엔 대북제재 면제를 요청한 이유도 연락사무소 개소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관측이다.


연락사무소 개소를 목전에 두고 통일부가 북측의 연락사무소장 직급을 국·실장급으로 내정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는 남북 연락사무소장을 차관급이나 수석급으로 격상하려는 청와대의 의중에 반한다. 

청와대, 국정원 등 관계부처와의 회의 때도 통일부는 연락사무소장을 실·국장급으로 해 통일부가 직접 운영하는 방안을 고집한 것으로 전해진다.

통일부가 개보수 공사를 위해 개성공단에 파견돼있는 통일부 연락사무소 추진단을 통해 북측에 이 같은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추진단이 개성서 황충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장에게 이러한 통일부의 의사를 전달했다고 알려졌다.

추진단은 지난 6월부터 수차례 방북해 황 부장 등을 만나 사무소 개설을 논의한 바 있다. 지난 6월 통일부가 북측 인사와 관련협의를 한다며 기자들에게 보낸 보도자료 사진에는 추진단과 대화하는 황 부장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북에 국장급 연락소장 요청 의혹
대통령 재가 어겼나 ‘항명’ 비난

북측에 국·실장급을 요청한 이유는 통일부 국장급과 직급을 맞추기 위함이라고 한다. 즉 통일부가 남북 개성공단 연락사무소장 직급을 맞춰 통일부 내부 인사를 연락사무소장 자리에 앉히려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황 부장이 북측 연락사무소장 직급을 논의할 수 있는 관계자인지에 대해 통일부는 “관련정보가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큰 충격에 빠진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청와대 참모와 관련 기관 관계자들은 이미 결정된 정부의 의사를 무시하고 북측과 접촉한 데 대해 조명균 장관을 포함한 통일부 전체를 강하게 비판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항명’ ‘국기문란’이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통일부는 관련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통일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통일부는 연락사무소 개소 준비 및 개소 후 운영방안 등 관련된 모든 사안을 판문점선언 이행추진위원회 또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 등 범정부적 협의체서 유관부처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진행해왔다”며 “(해당)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락사무소 세부 구성 및 운영문제는 현재 북측과 협의 중에 있는 사안으로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도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최근 춘추관서 기자들과 만나 “그런 일(통일부가 북측에 연락사무소장을 실·국장급으로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의혹)이 전혀 없다”며 “당연히 청와대서 질책했다거나 한일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의혹은 또 다른 의혹을 낳고 있다. 통일부가 청와대의 결정을 무시한 채 독자적으로 북측에 실·국장급 연락사무소장을 요청했다는 점이 상식선서 행해질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통일부 입장서도 대통령의 결정에 항명하면서까지 실·국장급 자리 하나 늘리려고 했다는 점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통일부 수장인 조명균 장관은 관련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원칙적으로 끝까지 대응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의혹에
통일부 발끈

통일부 안팎에서는 조 장관을 견제하려는 세력이 해당 의혹을 언론사에 흘렸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최근 남북훈풍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청와대와 여권 일각서 제기된다. 통일부가 남북협력사업에 다소 소극적으로 접근한다는 불만이다. 남북관계 주무부처로서 창의적인 교류 방안을 제시해 국면 전환을 주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과거부터 이어져 온 통일부-국정원 간 주도권 대결이 이러한 의혹을 낳게 한 원인 아니냐는 해석이 정치권 등에서 제기된다. 연락사무소 설치에 대한 속사정을 아는 기관은 통일부 외 청와대와 국정원 정도다.

통일부와 국정원은 한 명의 대통령 임기 안에서도 누가 대북 주도권을 잡느냐에 따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해왔다. 문정부 초 국정원은 남북대화 채널을 복원하고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산파 역할을 하며 주목받았다. 대북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이후 진행된 각종 공식 남북회담 과정에 국정원이 관여하려 하자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극을 받은 통일부는 판문점선언이 나온 4·27정상회담 이후 진행된 후속 회담서 세부 의제 설정이나 대북 협상 과정을 주도했다.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고위급회담이 있은 지난 6월 이후에는 국정원을 제치고 통일부가 대북 정책 및 의제 설정을 주도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두 기관의 보이지 않는 주도권 대결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대북 정책을 청와대와 국정원이 주도하면서 통일부는 외교안보 정책 결정 과정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14년 10월 통일부 내 남북회담 경험이 가장 풍부한 간부들이 남북 고위급 대표단 오찬회담에 참석하면서 ‘통일부 주도론’이 부상했다.

통일부 내부 흉흉 국정원 배후설 솔솔
3차 회담 앞두고…대북라인 균열 조짐

이 과정서 통일부와 국정원 간 미묘한 신경전이 발생했다. 한기범 당시 국가정보원 1차장 오찬회담에 공식적으로 배석하자 통일부 안팎서 “첩보를 다루는 국정원이 공개적으로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2013년 7월에는 민주당 장병완 정책위의장이 개성공단 3차 회담 결렬의 이면에 통일부-국정원 간 갈등이 존재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장 정책위의장은 “개성공단 실무회담 관련 주무부처인 통일부와 국정원의 갈등설이 흘러나오는 것이 우려된다. 회담 대표 간 갈등이 있었고, 그 결과로 서호 남북당국실무회담수석대표가 전격 경질됐다”며 “주무부처인 통일부가 중심이 돼 개성공단 협상을 하는데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강경한 입장을 제시해 갈등을 일으키지 않았나. NLL 대화록 공개·댓글 공작정치 등으로 정치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 국정원이 대북관계까지 파탄 내려하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폭로했다.

앞서 통일부는 1, 2차 실무회담서 우리 측 수석대표였던 서호 전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을 김기웅 전 통일부 정세분석국장으로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협상 중 수석대표를 교체하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이에 통일부는 “예정된 인사”라고 해명했지만, 실무회담 과정서 통일부의 대북 유화정책에 불만을 품은 김장수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이 본보기 차원서 서 대표를 교체했다는 의혹이 나왔었다.

통일부-국정원
케케묵은 갈등

지난 2006년 10월 김승규 당시 국정원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하는 일이 발생했다. 청와대·통일부와 국정원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김 원장이 사퇴 결심을 굳힌 것이다.

당시 정국은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 지도부 방북과 386 간첩단 수사, 북한 핵무기 실험 이후 대북제재 수위로 시끄러웠다. 국정원은 전현직 민노당 당직자들이 구속된 386 간첩단 사건을 수사 중인 시점에 민노당 지도부 방북은 적절치 않다며 반대 의견을 전달했으나 통일부는 방북을 규제할 만한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며 승인했다.

국정원은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고 386 간첩단 수사에 착수했다. 윤태영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보도를 보고(국정원이 386 간첩단 수사에 착수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꼭 (청와대에)보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북한 핵무기 실험 이후 대북 강경대응 기조를 펼쳤다. 그러나 청와대가 사실상 통일부를 중심으로 한 온건파의 손을 들어주면서 김 원장의 입지가 줄어들었다. 당시 국정원은 김 원장이 청와대·통일부와의 갈등 때문에 사의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개성공단 연락사무소는 기존 판문점 연락사무소와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를 넘어서는 권한과 위치를 보장받을 가능성이 높다. 개성공단 연락사무소장이 남북경제협력은 물론 정치·문화·사회·체육·법률 등 다양한 분야의 남북교류를 책임지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최종적으로 민간교류 활성화를 결정짓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계획대로 이달 내 설치가 완료될 경우 당장 올해 가을로 예정된 3차 남북정상회담의 의제를 조율하는 과정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실·국장급 연락사무소장 요청 의혹에 이어 통일부-국정원 주도권 대결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며 좋은 평가를 받아온 문정부 외교안보라인에 자칫 균열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3차남북회담 급물살 내막

3차남북정상회담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8월 말 내지 9월 초에 열릴 것이란 예상이 힘을 받고 있다. 

남북 고위급회담은 13일에 판문점 북측 통일각서 열린다. 북측이 지난 9일 우리 측에 통지문을 보내 고위급회담을 열어 ‘4·27판문점선언’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3차남북회담의 준비와 관련된 문제를 협의하자고 먼저 제안했다. 이에 우리 정부도 동의하는 통지문을 북측에 전달했다.

북한이 먼저 3차정상회담을 제안한 이유는 6·12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가 비핵화와 종전선언 문제 등을 두고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읽힌다.

북미는 비핵화 신고·사찰과 종전선언을 각각 상대에게 요구하며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비핵화 협상을 두고 서로가 판을 깨려는 의지는 없으나, 좀처럼 신뢰를 쌓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북한이 우리 정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차정상회담이 확정된다면 소강상태였던 북미 협상이 동력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북한은 북미 협상이 교착상태에 있는 현 시점을 남북정상회담의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판문점선언 이행과 정상회담 준비상황 협의라는 의제를 제시한 것 외 양측 간 협의된 사항이 없어 조심스러운 전망도 감지된다. 올해 들어 네 번째로 열리게 되는 이번 고위급회담서 우리 측은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수석대표로 나선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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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