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와 워라밸 열풍

주 52시간 근무제 실시는 소비패턴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도 큰 여파를 미치고 있다. 사회 전반에 파장이 큰 제도의 실시로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가 많이 나타나고 있는데 부동산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부동산 시장을 크게 주택시장과 수익형 부동산 시장으로 나뉜다. 먼저 주택시장의 경우 주말·저녁이 있는 삶에 자연환경과 여가 누릴 수 있는 단지가 인기를 끌 전망이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워라밸(Work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이 확산되면서 아파트를 보는 눈도 달라지고 있다. 

직장인들의 저녁·주말 시간이 확보되자 출퇴근이 편한 곳보다는 여가를 누릴 수 있는 단지로 눈길을 돌리는 추세다. 특히 자연 환경이 쾌적하고 문화 시설이 조성된 단지가 인기를 끌고 있다. 

가까우면 최고?
보는 눈 달라져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 1순위 마감 단지를 집계한 결과 전국에서 분양한 194개 단지 중 1순위 마감에 성공한 단지는 42.8%(83개)로, 그중 청약경쟁률 최상위를 기록한 단지들은 주변에 녹지가 풍부하거나 문화 인프라가 잘 조성됐다는 공통점을 보였다.

실제 전국적으로 가장 높은 1순위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단지는 ‘대구e편한세상 남산’으로 경쟁률이 346.51 대 1이었다. 이 단지는 달선공원과 두류공원 등 녹지공간이 풍부하고 문화예술회관도 가깝다.


지역별로 봤을 때 경기도는 그린 프리미엄을 갖춘 동탄2신도시 ‘동탄역 예미지3차(106.81 대 1)’가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서울은 도심에 위치하면서도 한강공원 등 쾌적한 환경이 조성된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79.9대 1)’이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과거 교통 환경이 좋아지거나 개발호재를 갖춰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가치가 높은 곳을 주거지로 선호하는 경향이 짙었다. 최근엔 주당 근로시간이 단축되면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신규 분양 단지가 향후에도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택시장에 이어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도 워라밸 열풍이 불기는 마찬가지다. 워라밸 열풍과 어찌 보면 가장 민감한 시장은 상가시장이다. ‘주 52시간 근무시대’를 맞아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직장인들이 퇴근 후 술 한잔하는 대신 자기개발, 운동, 문화, 레저 등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업종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주말·저녁 있는 삶
여가생활 누리는 단지 인기

가장 타격이 예상되는 상권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오피스 상권이다. 이미 오피스 상권의 변화는 2년 전인 2016년 9월28일, ‘김영란법’의 시행 이후부터 시작됐다. 이 법은 강남역, 여의도, 광화문, 시청, 마포 등의 사무실이 밀집된 오피스가의 상권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최저임금 인상과 소비 위축으로 인해 인원을 감축하고 무인주문기를 설치하는 등 인적시스템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자연스럽게 상권의 패턴이 오피스 상권에서 주택가 골목상권 등으로 이동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찍 귀가하거나 1차 회식으로 끝나는 직장인들로 인해 오피스가의 회식과 관련된 업종이나 유흥, 오락에 관련된 업종은 매출 하락이 예상된다. 반면 이들이 이른 퇴근을 함으로써 가족이나 연인, 친구와 함께 지낼 시간이 많아지게 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주택가 상권이 반사이익을 얻을 확률이 높아졌다는 게 업계의 결론이다. 

또한 근로자들이 과거에 비해 시간적 여유가 생김으로써 취미 생활과 운동 활동 등의 자기계발을 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관련 업종들이 상가시장에서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워라밸의 확산으로 ‘수변공원 프리미엄’도 날로 강해지고 있다. 문화가 확산되며 쾌적하고 여유로운 환경을 중시하는 성향이 부동산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일단 수변공원 프리미엄은 주택시장에서 먼저 시작됐는데, 삶의 질을 추구하는 수요자들이 가장 먼저 ‘내가 사는 집’을 찾을 때 수변공원이 가까운 것을 선호하는 추세다.

주거지 가까이 수변공원이 위치할 경우 수변을 둘러싸고 형성된 풍부한 녹지공간까지 더해져 쾌적성이 뛰어난 것은 기본. 잘 조성된 공원에서 여가생활을 즐기기도 좋으며 집 안에서 수변 조망권까지 누릴 수 있다는 점까지 더해져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수요는 많지만 흔하지 않아 희소가치까지 갖췄다는 점에서 집값 상승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수원시 하동 ‘힐스테이트 광교’는 광교호수공원 내 원천호수와 신대호수 사이에 위치해 양방향 조망권까지 갖춘 단지로 분양 당시부터 높은 인기를 끈 바 있다. KB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이 단지 전용 97㎡형의 평균 매매가는 9억9500만원으로 최초 분양가(최고가 기준)였던 6억1265만원보다 무려 3억8000만원가량의 프리미엄(웃돈)이 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분양시장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얼마 전 경기 하남시 망월동에서 공급된 ‘미사역 파라곤’은 망월천 수변공원 인근에 자리 잡아 뛰어난 조망권을 확보한 점이 강점으로 꼽히며 높은 인기를 끌었다. 1순위 청약접수 결과 809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무려 8만4875명이 몰리며 평균 104.91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상권의 변화
오피스 타격

수익형 상가시장에서 수변공원 프리미엄의 중요성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수변공원 등과 가까이 위치한 상가의 경우 수려한 자연환경을 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뛰어난 조망권도 확보돼 이용객들의 만족감을 더욱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지어지는 상업시설들은 단순히 쇼핑, 먹거리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 하나의 여가·문화시설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수변공원 접근성이 좋은 상가일 경우 상가를 방문하는 것 자체가 나들이를 가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을 유인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는 평가다. 

최근 조성된 수변공원의 경우 각종 여가·체육시설도 잘 갖추고, 각종 지역행사도 가능한 복합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연중 꾸준한 유동인구를 확보한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수변공원에 모인 인파를 고객으로 흡수할 수 있는 만큼 뛰어난 집객력을 바탕으로 지역의 명소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수도권 신도시에서 수변, 공원 등의 일정 테마를 더한 상가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경기도 안산에서 축구장 약 2배 크기 규모의 상업시설에 들어설 총 117개 점포가 계약 당일 하루 만에 ‘완판’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그랑시티자이 에비뉴’는 안산시 상록구 사동(고잔신도시 90블록)에 짓는 그랑시티자이 단지 내에 들어서는 상가로, 그랑시티자이는 아파트 6600가구, 오피스텔 1053실 등 전체 7653가구 규모의 주거복합단지다.

단지 내 고정수요만 약 2만명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인근 송산그린시티, 안산 사이언스밸리 등을 고려하면 배후수요는 5만여명으로 늘어난다. 더욱이 시화호 호수를 따라 약 400m의 북유럽풍 수변 스트리트 상가로 조성돼 차별성도 높다. 

인근에는 신안산선 한양대에리카캠퍼스역(2018년 말 착공예정)과 세계정원 경기가든(계획)이 예정돼 있어 미래가치도 높다는 게 분양 관계자의 전언이다.

자연환경 쾌적
문화시설 조성


그랑시티자이 에비뉴는 지상 1~2층에 전용면적 30~40㎡, 총 123개 점포가 들어선다. 시화호를 따라 조성되는 수변 상가는 99개이며 단지 입구를 중심으로 해안로 대로변의 버스 정류장과 직결되는 오피스텔 앞 동 상가 24개로 구성된다. 시행사 분량을 제외한 117개 점포가 일반에 분양했다.

마지막으로 워라밸 열풍은 주요 레저형 수익 부동산에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레저형 세컨드 하우스, 수익형 풀빌라, 생활형 숙박시설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에서 금방 닿을 수 있는 서울 반나절 생활권 지역인 인천 영종도, 강원도 속초 등지에 공급되는 레저형 오피스텔이 세컨드 하우스로 각광받는 모습이다. 과거 세컨드하우스의 대명사는 한적한 시골마을에 위치한 전원주택이었지만, 최근에는 오피스텔이 대세다. 초기 투자부담이 적고 관리가 쉽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서울 근교에서 공급되는 레저형 수익 부동산인 오피스텔 등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몰리면서 청약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6월 인천광역시 송도국제도시 내 유명 휴가지로 꼽히는 송도센트럴파크 바로 옆에서 공급된 ‘송도 아트포레 푸르지오 시티’는 평균 8 대 1, 최고 60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약 41만㎡ 규모의 센트럴파크에서는 여름철 수상택시, 카약 등 수상레포츠를 이용할 수 있다. 선셋카페 전망대에서 야경을 즐길 수도 있다.

집에서 쉰다!
여유로운 일상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책적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이 이어지면서 주거지 선택 시에도 이러한 부분이 반영되고 있다. 신규 분양 단지 중에서도 통근 거리를 줄일 수 있는 직주근접 단지와 풍부한 녹지가 둘러싸여 여가를 즐기고 여유로운 일상이 가능한 환경을 갖춘 지역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변이나 공원 인근 상권의 경우 주말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나 데이트족 등 다양한 연령대의 유동인구가 형성돼 상권 활성화가 잘되고, 투자수익률도 높은 편이다. 특히 최근 주 52시간 근무제의 실시와 워라밸 트렌드로 취미나 여가를 즐기기 위한 이용객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나들이 상권의 미래가치는 꾸준히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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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