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따로 행동 따로 ‘박근혜식 복지’ 대해부

해고 노동자 외면한 ‘복지전도사’의 이중성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복지’를 강조하며 이슈를 선점하고 있다. 얼마 전 국정감사 때는 고용과 복지의 연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지역구인 대구에서 그것도 박 전 대표가 실질적 주인이라 불리는 영남대의료원에서 해고 노동자 시위가 5년째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박근혜식 복지’가 정책 따로 행동 따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고용과 복지 연계 강조하며 복지화두 선점한 ‘박’
5년째 이어진 영남대의료원 해고 노동자들 시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해가 갈수록 복지에 대한 색을 덧칠하며 세심한 정책제안으로 ‘복지전도사’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의 지역구인 대구에서 영남대의료원이 노조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며 박 전 대표를 무안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현장민심에 귀를 기울이겠다던 박 전 대표의 발언도 무색케 하고 있다.

영남대의료원 노사분쟁은 지난 2004년 주5일제 도입을 위한 인력충원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의 합의와 노사간 단체협약에 대해 사측이 상시적으로 불이행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에 노조는 2006년 합의사항을 이행하라며 4일간의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노조분쟁 사태
박근혜 나서야

이 과정에서 사측에 의해 노조 측 10명 해고(법적으로 7명 복직)와 50억의 손해배상청구, 노조통장 가압류, CCTV 설치로 노조활동 감시, 전국 최초의 단체협약 2번 해지, 같은 건으로 세 번씩이나 간부 징계, 노조 강제 탈퇴 등 탄압으로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 결과 2006년 당시 950명이었던 조합원이 지금은 75명만이 남았다.

이에 노조 측은 “영남대의료원 노동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복지는 해고자 복직이며, 노사 대등한 관계를 토대로 대구시민의 건강권 확보와 영남대병원의 발전을 위한 파트너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조 측에서는 사태 해결에 박 전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지역구 현안이기도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영남대의료원의 원장 등을 임명하며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인’이라는 이유에서다.

노조 측에 따르면 영남학원은 영남대학교, 영남이공대학교, 영남대의료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영남대학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4년도에 청구대와 대구대를 통합하면서 설립했다. 1988년까지 박 전 대표가 이사장으로 활동하다 학생들의 민주화투쟁과 부정입학사건 등으로 물러났다.

이후 2008년까지 20년 간 임시이사체제로 운영하다 지난 2009년 영남학원재단 정상화 과정에서 영남학원 정이사 7명 중 4명이 박 전 대표의 추천으로 선임되며 다시 실질적 박 전 대표의 영향권에 들어가게 되었다.

특히 박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불리는 최외출 교수가 재단법인 사무국장으로 있으면서 전반적인 업무보고를 받고 있으며 현재 의료원장실에도 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이 걸려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복지전도사’로
활약 중이면서…

그간 박 전 대표는 기회만 있으면 구상중인 자신의 복지철학을 밝혀왔다. 그리고 본격 복지정책의 불을 지핀 장본인도 다름 아닌 박 전 대표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12월20일 국회 헌정회관에서 ‘사회보장기본법 전부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고, 이 자리에서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주장하며 복지 화두를 선점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요즘 선별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에 대한 논쟁이 많은데 저는 선별적이냐 보편적이냐는 이분법의 문제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둘이 함께 가야하고, 전 국민에게 각자 평생 단계 마다 꼭 필요한 것을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8월15일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37주기 육영수 여사 추도식’에서도 박 전 대표는 ‘자활·자립형 복지론’을 들고 나오며 다시 한 번 복지 경쟁에 불을 붙였다. 그는 이날 대상자별 형편에 맞게 지원해 스스로 일어서게 하는 자활·자립형 복지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당시 박 전 대표는 “어머니는 힘들고 어려운 분들을 도와주실 때 자립과 자활을 중요하게 생각하셨다”며 “단순히 물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어서려는 의지를 갖게 도와주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저는 이 뜻을 받들고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왔다”고 운을 뗐다.

실질주인은 복지전도사 ‘박’인데 해결은 지지부진
박근혜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는 표심 때문에? 


게다가 지난달 19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도 박 전 대표는 조금 더 구체화된 복지철학을 밝혔다. 그는 “과거처럼 복지와 고용이 따로 가는 정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복지와 고용이 연결된 프로그램을 잘 설계해 성장, 고용, 복지의 선순환 구조가 잘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이처럼 박 전 대표는 틈만 나면 복지에 대한 중요성을 역설하며 정책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지역구 노사분쟁에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박근혜식 복지에 비판이 가해지고 있다. 복지정책에 있어 중대한 사안으로 꼽히는 노사문제해결 의지가 없어 보여 복지가 정책 따로 행동 따로라는 지적이다.

이에 지난 27일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부산?대구지방고용노동청 국정감사를 통해 “영남대의료원의 노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질적 운영자인 박근혜 전 대표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어 그는 “평소 국민을 위한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주장해온 박 전 대표가 그 진정성을 입증하려면 영남대의료원의 노동문제해결이 선결과제”라며 “노동이 복지의 핵심”이라고 박 전 대표를 ‘결단’을 촉구했다.

의심받는 정책
모두 립서비스?


영남대의료원 노조 측 역시 “박 전 대표는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할 때 작동하는 맞춤형 복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지금 영남대의료원에서 자행되는 노조 탄압과 해고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노조측은 올해 반드시 남은 3명의 해고자 복직문제를 매듭짓고 정상적인 노사관계를 복원해야 한다는 의지로 박 전 대표가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지난 4월부터 진행한 국회 앞 1인 시위, 한나라당 달성지역 사무실 앞 1인 시위, 병원로비 피켓팅을 계속해서 전개할 예정이다.

불과 얼마 전 ‘안철수 돌풍’으로 철옹성 같던 ‘박근혜 대세론’이 무너진데 이어 영남대의료원 분쟁이 장기화되며 박 전 대표에 대한 비판이 점차 거세지고 있어 ‘대권행’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때문에 박 전 대표로서도 더 이상 노조사태를 수수방관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게 세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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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