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회 청룡기 스타> 장충고 송명기

  • 전상일 기자 jsi@apsk.co.kr
  • 등록 2018.07.23 10:17:32
  • 호수 11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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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의 여의주가 보인다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 = 청룡기 대회가 시작됐다.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선수를 딱 1명만 꼽으라면 주저 없이 장충고의 송명기(192㎝/98㎏, 우좌, 3학년)다. 지난 14일까지 2승을 거두고 있는 팀은 유일하게 장충고뿐이다. 그리고 2경기서 모두 세이브를 기록한 선수도 송명기뿐이다.
 

사실 송명기는 이번 시작 전 마음을 다쳤다. 서울권역 1차 지명서도, 청소년 대표팀서도 모두 탈락했기 때문이다.

“1차 지명에선 제 친구인 박주성이 뽑혀서 기분이 좋습니다. 건대부중 시절부터 친한 친구거든요. 그런데 청소년대표팀은 꼭 가고 싶었습니다. 일생에 한 번 있는 기회잖아요. 아마 초반에 제가 너무 못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번이 기회

억지로 밝게 웃고 있지만 그의 얼굴에 살짝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러나 고진감래라고 해야 할까. 마음을 비운 송명기가 이번 청룡기서 보여주고 있는 구위는 무시무시하다.

청룡기 64강 충암고전서 그는 2-1로 쫓기던 7회 무사에 올라와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3이닝 동안 10타자를 맞아 38개의 공을 던졌고 무려 5개의 삼진을 솎아냈다. 충암고는 장충고의 천적이다. 

장충고는 작년과 올해 단 한 번도 충암고를 이겨보지 못했다. 송민수 감독조차 “이날 경기가 가장 큰 고비인 것 같다”고 출사표를 밝힌바 있다. 그는 경기를 단단히 마무리한 후 아이싱을 하며 “너무 좋아서 날아갈 것 같았다”고 환하게 웃었다.

송명기의 맹위는 이날 경기로 끝나지 않았다. 청주고와의 2회전은 더 무시무시했다. 장충고의 낙승이 예상됐으나 김인철 감독이 이끄는 청주고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송명기는 “경기 전 청주고 애들이 배팅 연습하는 것을 유심히 보니까 호락호락하지 않더라고요. 짧게 끊어칠 줄도 알고요. 나가야 할 것 같아서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장충고 타선이 청주고 선발 최현진과 구원 김은빈에게 꽁꽁 묶였다. 또 한 명의 보루 김현수가 등판하지 못하는 상황서 송민수 감독이 기댈 유일한 구석은 송명기뿐이었다. 

사흘 만에 6회 무사 1, 2루서 다시 마운드에 오른 송명기는 지난 경기보다 더 무시무시한 투구를 선보였다. 직구로 청주고 타자를 거의 압도해버렸다.

비록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허용하긴 했지만 송명기가 등판한 이후 청주고 타자들은 단 한 명도 1루를 밟아보지 못했다. 4이닝 퍼펙트. 삼진이 3개 포함됐있음에도 투구 수는 고작 38개였을 뿐이다. 

2-1의 박빙의 경기였으나 송명기의 구위가 워낙 좋다보니 긴장감을 느낄 새도 없이 경기가 끝나버렸다.

송명기는 작년 겨울 투구 폼을 언더핸드서 오버핸드로 변경했다. 이제 투구 폼을 바꾼 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 만큼 그 성과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그에게 물어보았다. 그 또한 동의했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분명 성과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정말 많이 익숙해진 것 같아요. 분명 앞으로 더욱 좋아질 것 같습니다.”

그에게 이번 대회를 어떻게 준비했는지 물었다.

“저는 청소년 대표팀에도 탈락했고 1차 지명에도 안 돼서 이번 대회를 중점적으로 준비했습니다. 지난 대회와 달라진 점은 벌크업입니다. 식이요법 조절도 하고 웨이트량을 늘려서 93∼4kg였던 몸을 의도적으로 98kg까지 불렸습니다. 공에 힘이 조금은 더 붙은 느낌입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변화구가 추가됐다. 그는 올 시즌 초까지는 직구와 슬라이더를 사용하는 투피치 투수였다. 그런데 지난 주말리그 후반기부터 포크볼을 던지기 시작했다. 스플리터성의 반포크볼이다. 본인의 빠른 직구를 살리기 위해서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실전서 잘 쓰고 있습니다. 오늘도 몇 번 던져봤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 잘 떨어져서 앞으로도 계속 활용할 생각입니다.”

지난 서울고전 TV중계를 통해 내딛을 때 왼다리가 열리는 투구폼 때문에 설왕설래가 있었다. 송명기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내딛는 왼발이 오픈되는 것은 사이드로 던질 때의 버릇입니다. 사이드로 던질 때는 몸의 회전력을 이용해서 몸을 빠르게 돌리기 때문에 그런 투구폼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오버핸드로 바꾼 지 얼마 안 되다 보니 이 부분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아직 제대로 고치지는 못했는데 캐치볼 때 닫아놓고 던지기 위해 차분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폼이 정석이기는 하지만 프로서도 왼발이 열리는 투수들은 많은 만큼 경기 중에는 의식하지 않고 던지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148 강속구 엄청난 무력시위
충암고, 청주고…무실점 행진

이번 대회서 장충고는 최악의 대진운을 받아들었다. 64강을 하는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서울의 강호 충암고와 1회전부터 만났다.

“소위 말하는 빡센(?)팀이랑 하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인터뷰도 들어오고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는 전반기 때는 주로 선발로 뛰던 선수이기는 하지만 구원도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나오면 최소 3이닝 이상을 던지는 투수기 때문이다. ‘그냥 주자 있을 때 나가니까 긴장되고 재미있다’는 것 정도만 다를 뿐이란다.
 

송명기는 진짜 파이어볼러다. 보통 고교 투수들에게는 소위 수많은 뻥튀기 스피드가 붙는다. 그러나 송명기는 이미 공인된 스피드다. 지난 주말리그 서울고전(6월24일)서 147km/h(IB스포츠 기준 - 146km/h)을 찍었고, 이번 충암고전에선 148km/h를 연거푸 찍어댔다. 그가 구원등판하자 마자 찍은 스피드가 146-148-145-148-146이었다.

단지 최고구속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3이닝 이내 구원등판 기준) 145km/h 이상이 유지가 된다는 것이 중요하다. 선발로 4이닝이 넘어가도 141∼143km/h 이상의 스피드가 꾸준히 찍히는 만큼 적어도 올해 2차 지명 후보군 선수 중에서 직구 스피드 하나만큼은 최고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정도가 된다.

또 다른 장점은 스피드가 아니라 유연한 몸과 예쁜 투구폼이다. 동양인 체형에선 190cm가 넘어가면 좋은 투구 매커니즘을 정립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송명기는 무려 192cm/98kg의 거구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중심이동이 아주 자연스러운 예쁜 투구 폼을 가지고 있다.

아직 고교생이기에 여러 가지 부족한 면이 있기는 하다. 스피드에 비해 공이 가벼워 맞으면 앞으로 뻗는다. 공에 힘이 더 붙어야 하고, 자신의 우월한 신체조건을 더 잘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공을 좀 더 앞으로 끌고 나와서 던지기 위한 매커니즘 수정도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좀 더 뻗어나가는 공을 던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단점이 없는 고교생은 없다. 단점이 있지만 발전 가능성이 얼마나 되느냐의 문제다. 그는 유연한 몸, 예쁜 투구폼, 큰 키와 긴 팔다리를 지니고 있어 프로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면 더 좋아질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폼은 수정이 가능하지만 강한 어깨, 체격, 유연성 등은 수정이 불가능하다.

1차 지명과 청대 발표가 끝난 후 송명기는 마음을 내려놨다. 아이러니하게 마음을 내려놓으니 제구와 스피드가 오히려 더 좋아졌다.

꾸준한 스피드

“청대도 안 되고 1차 지명도 안 된 만큼 청룡기만큼은 차지하고 싶습니다. 꼭 팀을 우승시키고 MVP를 받고 싶습니다. 만일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다면 고교시절 최종목표인 2차 지명 전체 3번 안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송명기는 무력시위중이다. 1차 지명, 청소년대표팀서 본인을 배제한 모든 이들에게 ‘야구’로서 그들이 틀렸음을 증명하려 한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직 청룡기에만 집중하고 있는 송명기의 무시무시한 강속구 속에 저 멀리 청룡의 여의주가 어렴풋이나마 보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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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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