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회 청룡기 스타> 장충고 송명기

  • 전상일 기자 jsi@apsk.co.kr
  • 등록 2018.07.23 10:17:32
  • 호수 11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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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의 여의주가 보인다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 = 청룡기 대회가 시작됐다.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선수를 딱 1명만 꼽으라면 주저 없이 장충고의 송명기(192㎝/98㎏, 우좌, 3학년)다. 지난 14일까지 2승을 거두고 있는 팀은 유일하게 장충고뿐이다. 그리고 2경기서 모두 세이브를 기록한 선수도 송명기뿐이다.
 

사실 송명기는 이번 시작 전 마음을 다쳤다. 서울권역 1차 지명서도, 청소년 대표팀서도 모두 탈락했기 때문이다.

“1차 지명에선 제 친구인 박주성이 뽑혀서 기분이 좋습니다. 건대부중 시절부터 친한 친구거든요. 그런데 청소년대표팀은 꼭 가고 싶었습니다. 일생에 한 번 있는 기회잖아요. 아마 초반에 제가 너무 못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번이 기회

억지로 밝게 웃고 있지만 그의 얼굴에 살짝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러나 고진감래라고 해야 할까. 마음을 비운 송명기가 이번 청룡기서 보여주고 있는 구위는 무시무시하다.

청룡기 64강 충암고전서 그는 2-1로 쫓기던 7회 무사에 올라와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3이닝 동안 10타자를 맞아 38개의 공을 던졌고 무려 5개의 삼진을 솎아냈다. 충암고는 장충고의 천적이다. 


장충고는 작년과 올해 단 한 번도 충암고를 이겨보지 못했다. 송민수 감독조차 “이날 경기가 가장 큰 고비인 것 같다”고 출사표를 밝힌바 있다. 그는 경기를 단단히 마무리한 후 아이싱을 하며 “너무 좋아서 날아갈 것 같았다”고 환하게 웃었다.

송명기의 맹위는 이날 경기로 끝나지 않았다. 청주고와의 2회전은 더 무시무시했다. 장충고의 낙승이 예상됐으나 김인철 감독이 이끄는 청주고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송명기는 “경기 전 청주고 애들이 배팅 연습하는 것을 유심히 보니까 호락호락하지 않더라고요. 짧게 끊어칠 줄도 알고요. 나가야 할 것 같아서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장충고 타선이 청주고 선발 최현진과 구원 김은빈에게 꽁꽁 묶였다. 또 한 명의 보루 김현수가 등판하지 못하는 상황서 송민수 감독이 기댈 유일한 구석은 송명기뿐이었다. 

사흘 만에 6회 무사 1, 2루서 다시 마운드에 오른 송명기는 지난 경기보다 더 무시무시한 투구를 선보였다. 직구로 청주고 타자를 거의 압도해버렸다.

비록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허용하긴 했지만 송명기가 등판한 이후 청주고 타자들은 단 한 명도 1루를 밟아보지 못했다. 4이닝 퍼펙트. 삼진이 3개 포함됐있음에도 투구 수는 고작 38개였을 뿐이다. 

2-1의 박빙의 경기였으나 송명기의 구위가 워낙 좋다보니 긴장감을 느낄 새도 없이 경기가 끝나버렸다.


송명기는 작년 겨울 투구 폼을 언더핸드서 오버핸드로 변경했다. 이제 투구 폼을 바꾼 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 만큼 그 성과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그에게 물어보았다. 그 또한 동의했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분명 성과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정말 많이 익숙해진 것 같아요. 분명 앞으로 더욱 좋아질 것 같습니다.”

그에게 이번 대회를 어떻게 준비했는지 물었다.

“저는 청소년 대표팀에도 탈락했고 1차 지명에도 안 돼서 이번 대회를 중점적으로 준비했습니다. 지난 대회와 달라진 점은 벌크업입니다. 식이요법 조절도 하고 웨이트량을 늘려서 93∼4kg였던 몸을 의도적으로 98kg까지 불렸습니다. 공에 힘이 조금은 더 붙은 느낌입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변화구가 추가됐다. 그는 올 시즌 초까지는 직구와 슬라이더를 사용하는 투피치 투수였다. 그런데 지난 주말리그 후반기부터 포크볼을 던지기 시작했다. 스플리터성의 반포크볼이다. 본인의 빠른 직구를 살리기 위해서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실전서 잘 쓰고 있습니다. 오늘도 몇 번 던져봤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 잘 떨어져서 앞으로도 계속 활용할 생각입니다.”

지난 서울고전 TV중계를 통해 내딛을 때 왼다리가 열리는 투구폼 때문에 설왕설래가 있었다. 송명기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내딛는 왼발이 오픈되는 것은 사이드로 던질 때의 버릇입니다. 사이드로 던질 때는 몸의 회전력을 이용해서 몸을 빠르게 돌리기 때문에 그런 투구폼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오버핸드로 바꾼 지 얼마 안 되다 보니 이 부분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아직 제대로 고치지는 못했는데 캐치볼 때 닫아놓고 던지기 위해 차분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폼이 정석이기는 하지만 프로서도 왼발이 열리는 투수들은 많은 만큼 경기 중에는 의식하지 않고 던지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148 강속구 엄청난 무력시위
충암고, 청주고…무실점 행진

이번 대회서 장충고는 최악의 대진운을 받아들었다. 64강을 하는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서울의 강호 충암고와 1회전부터 만났다.

“소위 말하는 빡센(?)팀이랑 하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인터뷰도 들어오고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는 전반기 때는 주로 선발로 뛰던 선수이기는 하지만 구원도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나오면 최소 3이닝 이상을 던지는 투수기 때문이다. ‘그냥 주자 있을 때 나가니까 긴장되고 재미있다’는 것 정도만 다를 뿐이란다.
 

송명기는 진짜 파이어볼러다. 보통 고교 투수들에게는 소위 수많은 뻥튀기 스피드가 붙는다. 그러나 송명기는 이미 공인된 스피드다. 지난 주말리그 서울고전(6월24일)서 147km/h(IB스포츠 기준 - 146km/h)을 찍었고, 이번 충암고전에선 148km/h를 연거푸 찍어댔다. 그가 구원등판하자 마자 찍은 스피드가 146-148-145-148-146이었다.

단지 최고구속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3이닝 이내 구원등판 기준) 145km/h 이상이 유지가 된다는 것이 중요하다. 선발로 4이닝이 넘어가도 141∼143km/h 이상의 스피드가 꾸준히 찍히는 만큼 적어도 올해 2차 지명 후보군 선수 중에서 직구 스피드 하나만큼은 최고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정도가 된다.

또 다른 장점은 스피드가 아니라 유연한 몸과 예쁜 투구폼이다. 동양인 체형에선 190cm가 넘어가면 좋은 투구 매커니즘을 정립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송명기는 무려 192cm/98kg의 거구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중심이동이 아주 자연스러운 예쁜 투구 폼을 가지고 있다.

아직 고교생이기에 여러 가지 부족한 면이 있기는 하다. 스피드에 비해 공이 가벼워 맞으면 앞으로 뻗는다. 공에 힘이 더 붙어야 하고, 자신의 우월한 신체조건을 더 잘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공을 좀 더 앞으로 끌고 나와서 던지기 위한 매커니즘 수정도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좀 더 뻗어나가는 공을 던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단점이 없는 고교생은 없다. 단점이 있지만 발전 가능성이 얼마나 되느냐의 문제다. 그는 유연한 몸, 예쁜 투구폼, 큰 키와 긴 팔다리를 지니고 있어 프로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면 더 좋아질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폼은 수정이 가능하지만 강한 어깨, 체격, 유연성 등은 수정이 불가능하다.

1차 지명과 청대 발표가 끝난 후 송명기는 마음을 내려놨다. 아이러니하게 마음을 내려놓으니 제구와 스피드가 오히려 더 좋아졌다.

꾸준한 스피드

“청대도 안 되고 1차 지명도 안 된 만큼 청룡기만큼은 차지하고 싶습니다. 꼭 팀을 우승시키고 MVP를 받고 싶습니다. 만일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다면 고교시절 최종목표인 2차 지명 전체 3번 안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송명기는 무력시위중이다. 1차 지명, 청소년대표팀서 본인을 배제한 모든 이들에게 ‘야구’로서 그들이 틀렸음을 증명하려 한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직 청룡기에만 집중하고 있는 송명기의 무시무시한 강속구 속에 저 멀리 청룡의 여의주가 어렴풋이나마 보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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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