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언급했었던, 조선조 최고의 충신으로 평가받는 신수근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때는 중종반정이 일어나기 전 해다. 우의정 강귀손이 연산군의 처남이며 진성대군(중종)의 장인인 신수근을 방문해 반정에 협조해주기를 권한다. 이에 신수근은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다음은 중종반정이 있기 바로 전 일이다. 반정의 중심 인물인 지중추부사 박원종이 신수근을 찾아 다시 반정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한다. 이에 신수근은 역시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반정이 일어나자마자 죽음을 맞이한다.
그런데 왜 신수근은 반정이 있으리라는 사실을 연산군에게 고하지 않고 또 반정에 참여하지 않았을까. 답은 간단하다. 연산군의 학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그로부터 받은 은혜를 저버릴 수 없어 죽음을 선택한 게다.
결국 그의 진심이 조선조 제21대 임금인 영조에게 알려지게 되자 영조는 신수근에게 ‘고금동충(古今同忠)’이라는 네 글자를 내린다. 이는 고려에 대한 포은 정몽주의 충성과 신수근의 충성은 같다는 의미다.
결국 신수근은 연산군으로부터 비롯된 자신의 운명을 선선히 받아들이면서 새롭게 태어난다. 연산군의 학정에 참여했던 인물이 아니라 충성의 본질에 충실했던 인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다.
이제 시선을 현실로 돌려보자. 금번 실시된 지방선거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이 목숨을 부지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급기야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하여 당을 혁신하고 새롭게 태어나겠다 몸부림치고 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면, 부언이 되겠지만 1990년 초 3당 합당 과정에 구성된 통합추진위원회서 당헌·당규팀 실무 간사로 참여했고 이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발을 담갔었던 필자의 입장서 살필 때 참으로 안타까움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다. 안타까움이 아니라 한국당의 행태를 살피면 한심한 생각까지 일어난다.
왜냐, 한국당 그 어느 누구도 아직 민심을 정확하게 읽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대위를 통해 혁신하는 모습을 보이면 민심이 저들에게 다시 돌아오리라 판단하는 모양인데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가정에 불과하다.
물론 과거에 비대위를 통해 당이 새롭게 재출발했던 적은 있다. 실례를 들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의 소용돌이서 천막당사 시대를 열어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이끌어냈던 적은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당이 처한 상황은 이전에 발생했던 곤란한 상황들과 완전히 다르다. 국민들은 작금에 한국당을 박 전 대통령과 동일체로 간주하고 있다. 왜냐, 다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한국당의 주요 구성원들은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본질적인 문제는 외면하고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살고자 설쳐대니 국민들의 시선이 따갑지 않을 수 없다. 국민들은 한국당을 부도덕한 패륜 집단, 나아가 이 나라에 존재해서는 안 될 정치단체로 여기고 있는데 그를 실기하고 살아보겠다고 몸부림 치고 있으니 그저 한심할 따름이다.
그렇다고 인간사 그렇고 그렇듯 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제목서 밝혔듯이 국민들에게 겸허하게 사죄하고 한국당을 해체하는 동시에 현역 국회의원들은 전원 자진사퇴를 권한다.
그런 연후에 비대위라는 편법이 아닌 새롭게 판을 구성한다면 비록 신수근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차기에는 국민들로부터 어느 정도의 진정성을 인정받고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