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재계 리더’ 회장님이 사는 집 -하나투어 박상환

곡성서 태어나 평창동 터줏대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세훈 기자 = 일과의 시작과 끝에는 ‘집’이 있다. 잠자리를 넘어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이치. 특히 의식주 가운데 가장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많은 환상이 있다. 재계를 이끄는 리더의 보금자리 역시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들은 어디서 재충전할까. <일요시사>서 확인했다.
 

하나투어는 1993년 설립된 여행사다. 2000년 여행사 가운데 가장 먼저 코스닥에 상장했고 2011년에는 유가증권시장에 진입했다. 하나투어는 온·오프라인 대리점과 쇼핑몰을 이용해 다양한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여행 홀세일러다.

승부사

하나투어는 홀세일 여행사다. 홀세일 여행사는 상품을 기획하지만 고객에게 직접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하나투어의 상품판매 시스템은 반드시 대리점을 통해 예약하도록 돼있다. 이 판매 방식의 최대 장점은 여행자를 모으기 쉽다는 것이다. 

패키지여행 사업의 관건은 기획한 상품의 최초 구성인원을 모으는 것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상품구매자가 나타나야 기획한 상품을 진행할 수 있다. 홀세일 여행사의 경우 전국 각지에 있는 대리점들이 예약을 받기 때문에 최소 출발인원을 쉽게 모을 수 있다.

국내 홀세일 여행사로는 하나투어와 모두투어가 있다. 여행상품을 만들고 고객과 직접 거래하는 직판여행사는 롯데관광, 자유투어, 한진관광 같은 회사가 있다.


박상환 하나투어 회장은 국내 여행업계서 처음으로 홀세일 영업을 성공시킨 인물이다. 박 회장은 1957년 9월18일 생으로 전남 곡성서 태어났다. 중앙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그는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서 경제학 석사를 마치고 경희대학교서 호텔관광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1년 당시 국내서 가장 큰 여행사인 고려여행사에 입사했다.

이후 1988년 여행사 선후배들과 국일여행사를 설립해 기획관리이사를 맡았다. 국일여행사는 모두투어의 전신이다. 공동 창업자인 우종웅 현 모두투어 회장과 코스닥 시장 상장문제를 두고 이견을 보여 1993년 국일여행사에서 독립했다. 

박 회장은 국진여행사를 차려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1996년 국진여행사는 이름을 하나투어로 고치고 2008년 하나투어의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다.

박 회장이 회사명을 하나투어라고 정한 까닭은 임직원들과 하나가 되어 회사를 운영하겠다는 경영철학 때문이다. 하나투어로 이름을 바꾸고 1년 뒤 IMF사태가 터졌다. 당시 국내 여행산업시장은 이전에 비해 95%가량 수입이 줄었다. 

그럼에도 하나투어는 단 한 명의 직원도 해고하지 않았다. 대신 직원들의 임금을 줄이고 함께 버텨달라고 호소했다.

당시 박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여행 산업은 경제가 좋아지면 수요가 금세 살아나지만 인재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행업은 사람이 재산이다. 도매 여행업은 하루아침에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대리점과 유대관계가 쌓이지 않으면 못한다. 직원 180명을 그대로 끌고 가는 대신 월급은 30만원씩만 받기로 했다. 보유한 현금 2억원으로 6개월만 버텨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임직원과 똘똘 뭉쳐 힘든 시간을 견뎌낸 하나투어는 IMF의 파장이 일단락되자 늘어난 여행수요로 단기간에 급성장했다. 현재 하나투어는 여행 업계서 가장 성공한 기업들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최고 부촌으로 유명…단독주택 거주
초호화 저택 단지…쟁쟁한 이웃사촌

비즈니스맨으로 시작해 여행업계의 거목이 된 박상환 회장의 집은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에 있다. 박 회장은 평창동에 있는 단독주택에 거주한다. 최근 거래된 평창동의 대형 단독주택 매매가는 25억∼30억원 수준이다. 

평창동 일대 집값이 오르기 시작한 것은 2000대 초반부터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들이 이곳에 거주하기 시작했고, 그 밖에 부유한 연예인들이나 예술가가 평창동으로 모여들어 평창동 일대는 부촌으로 유명세를 탔다.
 

당시 땅값은 3.3m2당 300만원 수준으로 비교적 저렴했지만 현재는 1600만원 수준이다. 강남의 고급 빌라들과 비교하면 저렴한 편이다. 대신 평창동처럼 부지가 넓은 곳은 수요에 따라 초호화 저택으로 꾸밀 수 있다. 

평창동서 가장 비싼집으로 알려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저택은 100억원 정도라고 전해진다.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평창동 일대는 대부분이 개발제한구역이다. 은평구 북부서 성북구와 강북구 쪽으로 가로질러 가기 위해서는 평창동을 지나야 한다. 하지만 해당구간을 지나는 지하철 노선이 없고 버스 노선만 존재한다. 

이 때문에 홍제동서 정릉으로 이어지는 구기터널과 북악터널 인근에는 출퇴근 시간마다 정체가 심하다. 이 지역은 경사가 매우 심해 지하철을 건설하기에 불리한 조건이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홍제역이다. 홍제역 까지는 3km정도 떨어져 있다. 버스를 타면 홍제역까지 25분가량 소요된다.

평창동은 문화생활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다. 가나아트센터, 화정박물관, 갤러리세줄, 토탈미술관 같은 여러 미술관을 비롯해 문학 센터가 즐비하다. 과거에 서울 유명 갤러리는 인사동이 대표적이었으나 1980년대 영향력 있는 여러 화랑들이 평창동으로 옮겨왔고 평창동은 현대미술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1988년 평창동으로 옮긴 가나아트갤러리는 올해 이전 30주기를 맞는다.

수십억 호가

평창동에는 다른 부촌에 비해 유명 인사들과 예술가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재벌가 인사들 중에는 정몽준 현대중공업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부인 노소영 관장이 대표적이다. 연예인들로는 서태지, 윤종신, 고두심, 이선균, 김혜수, 윤여정, 김동완, 노주현, 이혜숙씨 등이 평창동에 살고 있다. 

이 밖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 김종인 전 대표, 신경숙 작가, 박준규 전 국회의장, 손석희 JTBC 사장, 조항리 KBS 아나운서의 자택도 평창동에 있다. 얼마 전 구속된 김기춘 전 비서실장도 평창동에 살았다.


<kimseh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휴가철 여행 선호도 1위는?


올 여름 여행객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해외도시는 방콕으로 조사됐다. 하나투어는 2018년 국내 여행객들이 휴가철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 순위를 지난 9일 공개했다. 

방콕은 전체의 약 9%를 차지해 1위에 올랐다. 2위로는 7.8%를 차지한 괌, 3위는 베트남 다낭(7%)이 차지했다. 이 밖에 필리핀 세부(6.6%), 일본 도쿄(5.3%), 홍콩(5%), 일본 후쿠오카(4.8%), 일본 오사카(4.5%), 싱가포르(4.1%), 하와이(3.3%) 등이 순위에 포함됐다. 

아시아 여행의 성지로 불리는 태국 방콕은 매년 1500만명 이상 여행객이 방문한다. 다채로운 볼거리와 저렴한 물가가 여행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도시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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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