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재계 리더’ 회장님이 사는 집 -하나투어 박상환

곡성서 태어나 평창동 터줏대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세훈 기자 = 일과의 시작과 끝에는 ‘집’이 있다. 잠자리를 넘어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이치. 특히 의식주 가운데 가장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많은 환상이 있다. 재계를 이끄는 리더의 보금자리 역시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들은 어디서 재충전할까. <일요시사>서 확인했다.
 

하나투어는 1993년 설립된 여행사다. 2000년 여행사 가운데 가장 먼저 코스닥에 상장했고 2011년에는 유가증권시장에 진입했다. 하나투어는 온·오프라인 대리점과 쇼핑몰을 이용해 다양한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여행 홀세일러다.

승부사

하나투어는 홀세일 여행사다. 홀세일 여행사는 상품을 기획하지만 고객에게 직접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하나투어의 상품판매 시스템은 반드시 대리점을 통해 예약하도록 돼있다. 이 판매 방식의 최대 장점은 여행자를 모으기 쉽다는 것이다. 

패키지여행 사업의 관건은 기획한 상품의 최초 구성인원을 모으는 것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상품구매자가 나타나야 기획한 상품을 진행할 수 있다. 홀세일 여행사의 경우 전국 각지에 있는 대리점들이 예약을 받기 때문에 최소 출발인원을 쉽게 모을 수 있다.

국내 홀세일 여행사로는 하나투어와 모두투어가 있다. 여행상품을 만들고 고객과 직접 거래하는 직판여행사는 롯데관광, 자유투어, 한진관광 같은 회사가 있다.


박상환 하나투어 회장은 국내 여행업계서 처음으로 홀세일 영업을 성공시킨 인물이다. 박 회장은 1957년 9월18일 생으로 전남 곡성서 태어났다. 중앙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그는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서 경제학 석사를 마치고 경희대학교서 호텔관광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1년 당시 국내서 가장 큰 여행사인 고려여행사에 입사했다.

이후 1988년 여행사 선후배들과 국일여행사를 설립해 기획관리이사를 맡았다. 국일여행사는 모두투어의 전신이다. 공동 창업자인 우종웅 현 모두투어 회장과 코스닥 시장 상장문제를 두고 이견을 보여 1993년 국일여행사에서 독립했다. 

박 회장은 국진여행사를 차려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1996년 국진여행사는 이름을 하나투어로 고치고 2008년 하나투어의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다.

박 회장이 회사명을 하나투어라고 정한 까닭은 임직원들과 하나가 되어 회사를 운영하겠다는 경영철학 때문이다. 하나투어로 이름을 바꾸고 1년 뒤 IMF사태가 터졌다. 당시 국내 여행산업시장은 이전에 비해 95%가량 수입이 줄었다. 

그럼에도 하나투어는 단 한 명의 직원도 해고하지 않았다. 대신 직원들의 임금을 줄이고 함께 버텨달라고 호소했다.

당시 박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여행 산업은 경제가 좋아지면 수요가 금세 살아나지만 인재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행업은 사람이 재산이다. 도매 여행업은 하루아침에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대리점과 유대관계가 쌓이지 않으면 못한다. 직원 180명을 그대로 끌고 가는 대신 월급은 30만원씩만 받기로 했다. 보유한 현금 2억원으로 6개월만 버텨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임직원과 똘똘 뭉쳐 힘든 시간을 견뎌낸 하나투어는 IMF의 파장이 일단락되자 늘어난 여행수요로 단기간에 급성장했다. 현재 하나투어는 여행 업계서 가장 성공한 기업들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최고 부촌으로 유명…단독주택 거주
초호화 저택 단지…쟁쟁한 이웃사촌

비즈니스맨으로 시작해 여행업계의 거목이 된 박상환 회장의 집은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에 있다. 박 회장은 평창동에 있는 단독주택에 거주한다. 최근 거래된 평창동의 대형 단독주택 매매가는 25억∼30억원 수준이다. 

평창동 일대 집값이 오르기 시작한 것은 2000대 초반부터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들이 이곳에 거주하기 시작했고, 그 밖에 부유한 연예인들이나 예술가가 평창동으로 모여들어 평창동 일대는 부촌으로 유명세를 탔다.
 

당시 땅값은 3.3m2당 300만원 수준으로 비교적 저렴했지만 현재는 1600만원 수준이다. 강남의 고급 빌라들과 비교하면 저렴한 편이다. 대신 평창동처럼 부지가 넓은 곳은 수요에 따라 초호화 저택으로 꾸밀 수 있다. 

평창동서 가장 비싼집으로 알려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저택은 100억원 정도라고 전해진다.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평창동 일대는 대부분이 개발제한구역이다. 은평구 북부서 성북구와 강북구 쪽으로 가로질러 가기 위해서는 평창동을 지나야 한다. 하지만 해당구간을 지나는 지하철 노선이 없고 버스 노선만 존재한다. 

이 때문에 홍제동서 정릉으로 이어지는 구기터널과 북악터널 인근에는 출퇴근 시간마다 정체가 심하다. 이 지역은 경사가 매우 심해 지하철을 건설하기에 불리한 조건이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홍제역이다. 홍제역 까지는 3km정도 떨어져 있다. 버스를 타면 홍제역까지 25분가량 소요된다.

평창동은 문화생활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다. 가나아트센터, 화정박물관, 갤러리세줄, 토탈미술관 같은 여러 미술관을 비롯해 문학 센터가 즐비하다. 과거에 서울 유명 갤러리는 인사동이 대표적이었으나 1980년대 영향력 있는 여러 화랑들이 평창동으로 옮겨왔고 평창동은 현대미술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1988년 평창동으로 옮긴 가나아트갤러리는 올해 이전 30주기를 맞는다.

수십억 호가

평창동에는 다른 부촌에 비해 유명 인사들과 예술가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재벌가 인사들 중에는 정몽준 현대중공업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부인 노소영 관장이 대표적이다. 연예인들로는 서태지, 윤종신, 고두심, 이선균, 김혜수, 윤여정, 김동완, 노주현, 이혜숙씨 등이 평창동에 살고 있다. 

이 밖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 김종인 전 대표, 신경숙 작가, 박준규 전 국회의장, 손석희 JTBC 사장, 조항리 KBS 아나운서의 자택도 평창동에 있다. 얼마 전 구속된 김기춘 전 비서실장도 평창동에 살았다.


<kimseh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휴가철 여행 선호도 1위는?


올 여름 여행객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해외도시는 방콕으로 조사됐다. 하나투어는 2018년 국내 여행객들이 휴가철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 순위를 지난 9일 공개했다. 

방콕은 전체의 약 9%를 차지해 1위에 올랐다. 2위로는 7.8%를 차지한 괌, 3위는 베트남 다낭(7%)이 차지했다. 이 밖에 필리핀 세부(6.6%), 일본 도쿄(5.3%), 홍콩(5%), 일본 후쿠오카(4.8%), 일본 오사카(4.5%), 싱가포르(4.1%), 하와이(3.3%) 등이 순위에 포함됐다. 

아시아 여행의 성지로 불리는 태국 방콕은 매년 1500만명 이상 여행객이 방문한다. 다채로운 볼거리와 저렴한 물가가 여행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도시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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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