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식약처 소나기 행정 실태

‘이랬다∼저랬다∼’ 당최 믿을 수가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세훈 기자 = 식약처가 일부 고혈압 약에 ‘발암물질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환자들은 자신이 복용하는 약이 리스트에 있는지 확인하며 우왕좌왕했다.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식약처는 해당 리스트를 번복해 혼란을 가중시켰다. 식약처의 이런 행정 처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고혈압약 복용 환자들은 식약처때문에 또 한번 혈압이 오른다.
 

지난 7일 발암물질로 알려진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일부 고혈압 약에 함유돼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82개사 219개 품목의 고혈압 약을 일괄 회수하고 판매중단 조치를 내렸다. 이 조치는 유럽의약품안전청(EMA)이 ‘중국산 고혈압 치료제의 원료에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이 검출됐다’는 발표에 대한 후속 조치였다. 식약처는 국내서 판매중단 조치를 내린 고혈압 약들이 실제로 발암물질을 함유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았다.

600만명 혼란 

식약처는 이틀간 추가 조사를 벌였다. 조사결과 판매중단한 품목의 일부는 발암물질이 함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는 판매중단 조치한 품목 219개 의약품 가운데 104개 품목을 9일 판매중단 해제 조치했다.

지난 10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문제가 된 고혈압 약을 복용하는 환자 수는 17만8536명으로 조사됐다. 2016년 기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고한 고혈압 약 복용자 수는 600만명에 달한다. 600만명이 넘는 환자가 식약처의 발표에 분주하게 반응했다.

식품·의약품 관련 이슈가 터질 때마다 식약처의 미숙한 대응은 논란거리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8월 ‘살충제 계란’ 이슈가 터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먹거리 안전은 국가가 책임지겠다’던 류영진 식약처장의 취임사가 무색할 만큼 식약처의 대응은 실망스러웠다. 국내에 살충제 파동이 일어나기 며칠 전, 류 처장은 앞서 유럽서 문제된 살충제 달걀에 대해 "국내는 문제가 없으니 안심하고 생활해도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살충제 계란 파동부터
전자담배 유해 논란까지

농림축산식품부가 국내 계란서 살충제 성분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제기를 미리 식약처에 했지만 결국 문제가 발생했다. 식약처와 주무부서 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음을 확인시켜준 대목이다. 

살충제 계란 파동이 일어나기 4개월 전 한국소비자연맹이 “피프로닐 등 살충제가 들어 있는 계란이 시중에 유통 중이니 빨리 조처해야 한다”고 식약처에 알린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이에 류 처장은 “많은 조사를 진행했는데 이상이 없다고 보고 받았다”고 말해 논란을 샀다.

현안으로 살충제 계란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는 검정조정회의를 열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류 처장에게 수입 계란의 안전성 등을 물었을 때 류 처장은 상당수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당시 이 총리는 “제대로 답변 못 할 거면 기자들에게 브리핑하지 말라”고 류 처장을 질책했다.

올해 3월에도 식약처의 행정에 의문을 가질 만한 사건이 있었다. 식약처가 우수하다고 인증한 제조사의 화장품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중금속이 검출된 것이다. 식약처의 인증을 믿고 제조사를 선택해 유통시킨 화장품 브랜드들은 판매중단 및 자진회수 명령을 받았다.


식약처가 중금속인 ‘안티몬’의 허용 기준을 초과했다고 밝힌 업체는 아모레퍼시픽, 에뛰드하우스, 스킨푸드 등 8개 업체다. 이들은 모두 화성코스메틱이라는 제조사에 제품을 의뢰했다. 화성코스메틱은 식약처가 우수제조공정(GMP) 업체로 인증한 회사다. GMP는 제조와 품질 관리가 우수한 제조사에 식약처가 품질을 보증하는 인증 시스템이다.

GMP 인증을 받은 사업장은 일정기간 식약처의 감시 대상서 제외되는 등 여러 가지 혜택을 누린다. 또 식약처 인증 마크를 부여 받아 기업 이미지 홍보에도 도움이 된다. 인증을 받은 제조사에서 중금속이 과다검출 되면서 식약처는 허술한 검증과 관리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발표만 하고 나몰라
끊이지 않는 잡음

지난달 화제를 모은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에도 식약처의 대응은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식약처가 발표한 주요 내용은 세가지였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니코틴 함유량은 일반담배와 유사한 수준이라는 것과 일부 전자담배서 일반담배보다 타르가 높게 검출된 것. 

그리고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발암물질이 다수 포함돼 각종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타르에는 다양한 유해 물질이 혼합돼있다"며 "궐련형 전자담배에는 타르 함유량이 일반담배에 비해 높아 유해 성분도 더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의 이 같은 발표에 궐련형 전자담배 업체들은 각종 자료를 들이밀며 적극적으로 반발했다.

마누엘 피치 필립모리스인터네셔널(PMI)과학연구 최고책임자는 지난달 18일 기자간담회서 "궐련형 전자담배의 증기에 포함된 유해 성분 9종의 함유량이 일반 담배에 비해 평균 90%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식약처가 이런 분석 결과를 배제하고 타르 수치비교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주장했다.

한국필립모리스도 식약처의 발표에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 함유량을 측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일반 담배와 유해성을 비교한 식약처의 평가는 잘못된 것"이라며 "궐련형 전자담배의 증기와 일반 담배의 연기는 구성 성분이 질적으로 달라 배출 총량을 단순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담배회사가 자체 임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궐련형 전자담배가 덜 해롭다고 주장하는 것도 문제지만 식약처의 대응도 적절하지 않았다. 공신력을 입증해 보여줘야 할 식약처의 발표가 오히려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 국민들에게 식약처 발표내용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공신력 얻을까

판매금지된 고혈압 약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문제가 된 원료를 사용한 의약품은 신속하게 회수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며 “현재 원료의약품에 대한 수거를 진행하고 있고 불순물 포함 여부와 함량,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다각적으로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제적인 사안이므로 유럽을 비롯한 제외국과도 공조할 예정이며 조사 결과가 나오면 다시 알려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시작부터 삐걱거린 식약처의 행정 처리가 언제까지 잡음을 낼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kimseh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식약처, 아시아나와 조우?

최근 논란의 중심에 있는 아시아나항공과 식약처가 만났다. 

지난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4일부터 아시아나 항공의 기내식 제조현장에 식음료 검식관을 파견해 특별점검을 벌였다고 밝혔다. 최근 기내식 공급 차질을 둘러싼 이슈에 식품안전당국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식약처가 특별점검을 벌이는 곳은 식품제조업체 세 곳이다. 점검 대상은 샤프도앤코코리아, 케이터링서비스파트너, 이든푸드영농조합법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원재료 입고부터 기내식 배송까지 검수를 실시하고 기내식 적정 온도관리와 작업장 위생관리에 신경써 안전한 기내식이 공급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훈>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