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부 경제 선장 윤종원 ‘함현정’ 인맥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7.16 10:25:29
  • 호수 11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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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갯속 헤매다 엘리트 태우고 순항?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윤종원 신임 청와대 경제수석이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을 이끌 새로운 선장으로 낙점됐다. 거시경제 흐름에 정통한 윤 수석은 그동안 안갯속을 헤맸던 문재인호에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윤 수석이 경제인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그가 속한 ‘함현정’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현명함을 담은 우물’이라는 뜻의 함현정은 행정고등고시(이하 행시) 제27회 동기들의 모임이다. 1983년 당시 27회 행시 합격자 100명은 “공직사회에 ‘현명함을 머금은 우물’이 되어 국민들이 이 우물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며 모임을 시작했다. 1984년 4월 공무원에 정식 임용된 이후 34년이 흐른 지금 함현정 멤버들은 경제 관련 부처 안팎서 중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행시 27기

최근 핵심 멤버 중 한 명인 윤종원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가 신임 경제수석으로 임명됐다. 청와대는 지난달 26일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을 윤종원 수석으로 교체한다고 발표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춘추관서 브리핑을 열고 “정통 관료출신으로 지속가능한 성장과 인간 중심 경제 패러다임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며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아 문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을 힘 있게 실행해나갈 수 있는 적임자”라고 윤 수석을 소개했다.

홍장표 전 수석이 이론가라면, 윤 수석은 정책추진 경험이 풍부한 관료 출신의 실무가다. 윤 수석으로 인해 청와대와 경제부처의 소통이 보다 원활해지고, 경제정책도 시장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현실감 있게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 신임 경제수석은 1960년 경남 밀양 출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학과 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 LA(UCLA) 캠퍼스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대통령비서실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등을 역임했다.

기재부 경제정책국장 시절 기자들이 방에 찾아와 현안 질문을 하면 칠판에 일일이 그래프를 그려가며 한 시간씩 경제학 강의를 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우리나라 공무원 가운데 경제 분석 분야 최고 전문가로 평가 받는다.

소득주도성장론 등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에 싸늘했던 경제전문가들은 윤 수석의 임명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그가 시장은 물론 거시경제 흐름도 잘 읽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그가 소득주도성장과 궤를 같이하는 ‘포용적 성장’을 강조해온 점이다.

포용적 성장은 경제의 성장으로 발생한 과실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는 상황서 성장 전략을 그대로 유지하되 재분배를 더 많이 고려하는 이론이다. 분배를 최우선시하는 소득주도성장과는 달리 자본의 성장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경제인들이 윤 수석의 임명을 주목하는 이유다.

행시 27회 100명이 만든 모임
부처 내외곽서 ‘서포트’ 기대

경제인들이 윤 수석을 주목하는 이유는 비단 그의 개인적 역량 때문만은 아니다. 함현정이라는 외곽 조직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섞여 있다.

함현정의 주요 멤버로는 윤 수석 외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 이전환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전 국세청 차장), 정만기 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권평오 KOTRA 사장, 우태희 한국블록체인협회 산업발전위원장, 천홍욱 전 관세청장, 유복환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ADBI) 부소장, 김덕중 전 국세청장, 박기풍 해외건설협회 회장 등이 꼽힌다.
 


함현정의 위상은 박근혜정부 때 정점을 찍었다. 지난 2013년을 전후로 경제부처 내 실질적 결정권을 가진 1급 자리를 이들 행시 27회 동기들이 하나둘 자리 잡아가며 공직사회 주류 기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함현정 멤버들이 가장 두각을 보였던 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다. 이곳 1급 자리 9개 중 3분의 2인 6개를 행시 27회가 꿰찼다. 정만기 당시 산업기반실장, 이관섭 산업정책실장, 박청원 기획조정실장, 김준동 에너지자원실장, 권평오 무역투자실장, 우태희 통상교섭실장 등이 바로 그들이다.

경제부처의 핵심인 기획재정부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핵심 요직 중 하나인 세제실장에 김낙회 전 조세심판원장이 낙점됐었다. 그도 역시 행시 27회다.

박근혜정부 핵심 부처였던 국세청에선 국세청장, 차장, 서울청장 등 이른바 ‘빅3’가 모두 함현정 멤버였다. 2013년 3월 중부지방국세청장이던 김덕중 청장이 국세청장으로 영전한 데 이어 4월 이전환 개인납세국장이 국세청 차장으로, 송광조 감사관이 서울지방국세청장으로 승진했었다.

그 외 당시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으로 임명된 은성수 전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국장, 재정경제원 예산실을 거쳐 기재부 재정관리국장 등 금융·재정의 다양한 분야를 거친 최원목 기재부 기획조정실장, 유복환 전 녹색성장기획단장, 박기풍 국토교통부 1차관, 박상우 기획조정실장, 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융합실장, 오경태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등이 당시 주목받았던 함현정 멤버다.

공직 주류

함현정은 문정부 출범 이후 2013년만 못하다는 평을 들었다. 당시 멤버 대부분이 공직생활 정점을 맞았던 터라 새 정부 들어 요직서 물러난 상태다. 그러나 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식견과 부처 내 영향력만큼은 변함없을 것이라는 게 경제인들의 주류 분석이다. 따라서 함현정 멤버들은 정부 내·외곽서 정부 정책에 대한 민심을 윤 수석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종원 서울대 인맥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의 서울대 경제학과 인맥도 화려하다. 

현재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인사 중 차영환 경제정책비서관, 이호승 일자리기획비서관, 황덕순 고용노동비서관, 이태호 통상비서관, 박종규 재정기획관, 주현 중소기업비서관이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 중 박종규 기획관과 주현 비서관은 윤 수석과 80학번 과동기다. 

윤 수석은 이들과 호흡을 맞추며 경제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각에서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한승희 국세청장,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외곽 인사 중에서는 금융위 부위원장을 지낸 이창용 IMF 아·태국장이 서울대 경제학과 80학번 동기동창으로 윤 수석과 막역한 친구 사이로 알려져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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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