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말 MB발목 잡는 ‘왕의 남자’들의 타락 실상

박태규-이국철 ‘두 입’에 MB생명 ‘간당간당”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일(미국시각) ‘양심의 호소재단’으로부터 세계지도자상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 하지만 축하는커녕 국민들의 반응은 차갑다 못해 시베리아 얼음장 같기만 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이 대통령 최측근 인사들의 부정부패 연루 소식으로 잔칫집에 찬물이 끼얹어져서다. 국민들의 불신은 깊어만 지고, 레임덕은 가속화되며 이명박 정부가 총체적 난국 상황에 직면한 듯 보인다.

김두우 소환…왕의 남자들 불명예 퇴진행
MB정부 홍보수석 비리연루로 줄줄이 소환

청와대가 연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왕의 남자’라 불리는 현 정권 실세들의 부정부패가 속속 드러나며 줄줄이 검찰에 불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청와대는 칼을 빼든 검찰이 또 누구를 지목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며 떨고 있기까지 한 눈치다. 

이명박 대통령은 때만 되면 ‘공직기강을 바로 잡겠다’고 외쳤다. 게다가 지금껏 부정한 돈을 받은 적이 없어 다른 정권과는 다르다고 자부해 왔다. 하지만 그의 등잔 밑에 있던 측근 인사들은 온갖 비리에 연루되며 이 대통령의 자부심을 금가게 만들었다.


현 정권의 핵심인사들의 비리가 봇물처럼 쏟아지기 시작한 것은 ‘부산저축은행사태’부터다. 지난 5월 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알려진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이 수천만원을 받고 부산저축은행 감사 무마 청탁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됐다. 은 전 위원은 2007년 대선 당시 MB대선캠프에서 ‘BBK사건’ 대책팀을 맡아 검찰 수사를 적극 방어할 정도로 현 정권의 ‘충복’이자 실세로 통하는 인사였다.

여기에 김해수 전 청와대 정무1비서관까지 부산저축은행그룹으로부터 사업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정에 서 있는 상태다.

MB의 자부심
MB맨이 깍아

이렇게 현 정권의 최측근 인사들이 권력을 이용해 한푼 두푼 아껴온 서민들의 돈으로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자 전 국민적 분노가 일며 정국이 요동쳤다. 놀란 이 대통령은 친인척‧측근 인사관리에 주력하겠다고 장담하며 애써 민심을 달래려 노력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이 같은 의지는 수포로 돌아가고 있다. 지난달 27일 부산저축은행의 거물급 로비스트 박태규씨의 자진 입국과 함께 그의 입을 통해 새로운 권력실세들의 비리가 계속해서 세상 밖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어서다.

박씨는 로비 대상자로 가장 먼저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목했다. 박씨가 김 전 수석과 지속적으로 접촉한 사실을 검찰에서 진술한 것. 이에 김 전 수석은 부산저축은행 퇴출 저지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22일 한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어 검찰이 김 전 수석에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이 알려지며 청와대를 경악케 했다.

김 전 수석은 청와대의 원년멤버로 정무기획비서관, 메시지기획관, 기획관리실장에 이어 홍보수석을 맡는 등 현 정권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이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핵심참모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 전 수석 바로 전 홍보수석이었던 홍상표 전 수석 역시 박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가 불거지며 충격을 더하고 있다. 한 언론에 따르면 검찰이 박씨의 로비자금 용처를 추적하던 중 일부 금품이 홍 전 수석에게 흘러들어간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검찰은 박씨를 상대로 홍 전 수석에게 건네진 금품의 성격과 전달 경위 등을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홍 전 수석을 특정해서 금품을 전달한 것은 아니지만 언론인 출신들에게 일명 떡값 명목으로 인사를 하는 과정에 홍 전 수석도 포함됐을 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연이은 전‧현직 홍보수석의 로비 의혹에 “청와대 홍보수석이 로비의 통로가 아니냐”며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어 청와대는 연일 진땀을 빼고 있다. 

이석철 폭로
실세들의 비리


이처럼 저축은행사태로 이미 현 정권이 부도덕으로 얼룩져 있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또 다른 정권 실세의 금품 수수 폭로까지 더해지며 이명박 정부의 도덕성이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신재민 전 문광부 차관에게 지난 10년간 현금, 법인카드, 차량 등 10억원대의 금품과 편의를 제공했다고 폭로한 것.

이 회장이 폭로한 내용에 따르면 9년 전인 2002년 당시 한국일보에 재직 중이던 신 전 차관은 SLS 계열사의 전동차 홍보기사를 써 준 데 대한 대가로 현금 3000만원을 받으면서 이 회장과 인연이 시작됐다.

이후 월 300만~500만원을, 이어 조선일보로 옮겨 퇴사하기까지 월 500~1000만원을 건넸고, 2006년 신 전 차관이 이 대통령의 대선캠프인 안국포럼에 들어간 뒤로는 월 1500만원을 건네받아 모두 합치면 10억원대에 이른다는 것이 이 회장의 주장이다.

이어 이 회장의 거침없는 폭로는 계속됐다. 신 전 차관 외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제2차관에게 수백만원대의 향응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박 전 차관이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시절 총리실에서 연락이 와 ‘박 국무차장이 일본으로 출장을 가니 술 사고 밥 사고 접대하라’는 연락이 왔었다는 보고를 사장으로부터 받았고, 우리 회사 일본지점에서 400만~500만원어치 향응을 제공했다고 전했다.

또 이 회장은 2008~2009년에는 설 연휴를 앞두고 신 전 차관을 통해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과 임재현 청와대 정책홍보비서관에게 5000만원대의 상품권을 전달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신재민 수십억 금품 수수 폭로되며 의혹 불거져
‘왕차관’ 박영준 개입 ‘카메룬 다이아’ 감사 예정

이 회장이 거론한 당사자들은 “사실무근”이라며 일축했다. 또 이 회장 역시 금품을 건넨 시기와 액수, 정황에 대해 일부는 구체적인 주장을 펴고 있지만 결정적인 물증은 내놓지 않고 있어 사태를 예단하긴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이 회장이 거론한 사람들이 모두 이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핵심인사들이다. 때문에 이 회장의 폭로 파장은 사실 확인 여부를 떠나 일파만파로 확산되며 비판여론이 가열되고 있는 양상이다.

신 전 차관 역시 제17대 대통령당선자 비서실 정무기획1팀장을 거쳐 문화부 제2차관, 제1차관을 지냈으며 박 전 차관은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 출신으로 청와대 기획조정실장, 총리실 국무차장 등을 지냈다. 곽 위원장은 고려대 교수 출신으로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일 때부터 정책 개발을 도왔고, 임 비서관 역시 서울시장 때부터 이 대통령의 수행비서를 하다 최근 청와대 비서관 자리로 옮겼다.

 

‘박태규의 입’이 열리기 시작하며 거물급 인사들의 줄소환을 앞두고 있다는 얘기가 정계를 휘감으며 대형 게이트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이국철 폭로로 야권은 검찰수사를 촉구하고 있고, 시민단체들은 조만간 신 전 차관을 검찰에 고발한다는 입장이다. 검찰도 수사에 대비해 이 회장의 폭로내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다. 박(영준) 전 차관이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 사업 주가조작에 개입한 의혹이 불거지며 감사원의 감사를 앞두고 있다. 또 박 전 차관은 신생 자원개발업체인 KMDC의 미얀마 가스전 탐사ㆍ개발권 획득 과정에서 특혜 의혹에도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게이트 뇌관
아직 더 남아

게다가 곽 위원장도 역시 삼화저축은행 인사들과 접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국을 뒤흔들 잠재된 뇌관이 아직도 수두룩하다는 뜻이다.

집권 4년차 들어 정권 실세를 둘러싼 의혹들이 잇따르면서 공정ㆍ공생을 외치던 이 대통령의 얼굴에 제대로 먹칠을 하고 있다. 이에 향후 레임덕은 가속화될 전망이며 국정 운영에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뿐만 아니라 10·26재보선은 물론 내년 총?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난국 상황에 청와대는 측근비리에 대해 ‘제식구 감싸기’보다는 엄중히 대처하는 자세와 남은 임기동안 공직 기강 확립을 위한 보다 강도 높은 조치들을 취해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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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