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말 MB발목 잡는 ‘왕의 남자’들의 타락 실상

박태규-이국철 ‘두 입’에 MB생명 ‘간당간당”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일(미국시각) ‘양심의 호소재단’으로부터 세계지도자상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 하지만 축하는커녕 국민들의 반응은 차갑다 못해 시베리아 얼음장 같기만 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이 대통령 최측근 인사들의 부정부패 연루 소식으로 잔칫집에 찬물이 끼얹어져서다. 국민들의 불신은 깊어만 지고, 레임덕은 가속화되며 이명박 정부가 총체적 난국 상황에 직면한 듯 보인다.

김두우 소환…왕의 남자들 불명예 퇴진행
MB정부 홍보수석 비리연루로 줄줄이 소환

청와대가 연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왕의 남자’라 불리는 현 정권 실세들의 부정부패가 속속 드러나며 줄줄이 검찰에 불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청와대는 칼을 빼든 검찰이 또 누구를 지목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며 떨고 있기까지 한 눈치다. 

이명박 대통령은 때만 되면 ‘공직기강을 바로 잡겠다’고 외쳤다. 게다가 지금껏 부정한 돈을 받은 적이 없어 다른 정권과는 다르다고 자부해 왔다. 하지만 그의 등잔 밑에 있던 측근 인사들은 온갖 비리에 연루되며 이 대통령의 자부심을 금가게 만들었다.


현 정권의 핵심인사들의 비리가 봇물처럼 쏟아지기 시작한 것은 ‘부산저축은행사태’부터다. 지난 5월 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알려진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이 수천만원을 받고 부산저축은행 감사 무마 청탁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됐다. 은 전 위원은 2007년 대선 당시 MB대선캠프에서 ‘BBK사건’ 대책팀을 맡아 검찰 수사를 적극 방어할 정도로 현 정권의 ‘충복’이자 실세로 통하는 인사였다.

여기에 김해수 전 청와대 정무1비서관까지 부산저축은행그룹으로부터 사업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정에 서 있는 상태다.

MB의 자부심
MB맨이 깍아

이렇게 현 정권의 최측근 인사들이 권력을 이용해 한푼 두푼 아껴온 서민들의 돈으로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자 전 국민적 분노가 일며 정국이 요동쳤다. 놀란 이 대통령은 친인척‧측근 인사관리에 주력하겠다고 장담하며 애써 민심을 달래려 노력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이 같은 의지는 수포로 돌아가고 있다. 지난달 27일 부산저축은행의 거물급 로비스트 박태규씨의 자진 입국과 함께 그의 입을 통해 새로운 권력실세들의 비리가 계속해서 세상 밖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어서다.

박씨는 로비 대상자로 가장 먼저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목했다. 박씨가 김 전 수석과 지속적으로 접촉한 사실을 검찰에서 진술한 것. 이에 김 전 수석은 부산저축은행 퇴출 저지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22일 한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어 검찰이 김 전 수석에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이 알려지며 청와대를 경악케 했다.

김 전 수석은 청와대의 원년멤버로 정무기획비서관, 메시지기획관, 기획관리실장에 이어 홍보수석을 맡는 등 현 정권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이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핵심참모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 전 수석 바로 전 홍보수석이었던 홍상표 전 수석 역시 박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가 불거지며 충격을 더하고 있다. 한 언론에 따르면 검찰이 박씨의 로비자금 용처를 추적하던 중 일부 금품이 홍 전 수석에게 흘러들어간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검찰은 박씨를 상대로 홍 전 수석에게 건네진 금품의 성격과 전달 경위 등을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홍 전 수석을 특정해서 금품을 전달한 것은 아니지만 언론인 출신들에게 일명 떡값 명목으로 인사를 하는 과정에 홍 전 수석도 포함됐을 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연이은 전‧현직 홍보수석의 로비 의혹에 “청와대 홍보수석이 로비의 통로가 아니냐”며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어 청와대는 연일 진땀을 빼고 있다. 

이석철 폭로
실세들의 비리


이처럼 저축은행사태로 이미 현 정권이 부도덕으로 얼룩져 있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또 다른 정권 실세의 금품 수수 폭로까지 더해지며 이명박 정부의 도덕성이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신재민 전 문광부 차관에게 지난 10년간 현금, 법인카드, 차량 등 10억원대의 금품과 편의를 제공했다고 폭로한 것.

이 회장이 폭로한 내용에 따르면 9년 전인 2002년 당시 한국일보에 재직 중이던 신 전 차관은 SLS 계열사의 전동차 홍보기사를 써 준 데 대한 대가로 현금 3000만원을 받으면서 이 회장과 인연이 시작됐다.

이후 월 300만~500만원을, 이어 조선일보로 옮겨 퇴사하기까지 월 500~1000만원을 건넸고, 2006년 신 전 차관이 이 대통령의 대선캠프인 안국포럼에 들어간 뒤로는 월 1500만원을 건네받아 모두 합치면 10억원대에 이른다는 것이 이 회장의 주장이다.

이어 이 회장의 거침없는 폭로는 계속됐다. 신 전 차관 외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제2차관에게 수백만원대의 향응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박 전 차관이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시절 총리실에서 연락이 와 ‘박 국무차장이 일본으로 출장을 가니 술 사고 밥 사고 접대하라’는 연락이 왔었다는 보고를 사장으로부터 받았고, 우리 회사 일본지점에서 400만~500만원어치 향응을 제공했다고 전했다.

또 이 회장은 2008~2009년에는 설 연휴를 앞두고 신 전 차관을 통해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과 임재현 청와대 정책홍보비서관에게 5000만원대의 상품권을 전달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신재민 수십억 금품 수수 폭로되며 의혹 불거져
‘왕차관’ 박영준 개입 ‘카메룬 다이아’ 감사 예정

이 회장이 거론한 당사자들은 “사실무근”이라며 일축했다. 또 이 회장 역시 금품을 건넨 시기와 액수, 정황에 대해 일부는 구체적인 주장을 펴고 있지만 결정적인 물증은 내놓지 않고 있어 사태를 예단하긴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이 회장이 거론한 사람들이 모두 이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핵심인사들이다. 때문에 이 회장의 폭로 파장은 사실 확인 여부를 떠나 일파만파로 확산되며 비판여론이 가열되고 있는 양상이다.

신 전 차관 역시 제17대 대통령당선자 비서실 정무기획1팀장을 거쳐 문화부 제2차관, 제1차관을 지냈으며 박 전 차관은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 출신으로 청와대 기획조정실장, 총리실 국무차장 등을 지냈다. 곽 위원장은 고려대 교수 출신으로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일 때부터 정책 개발을 도왔고, 임 비서관 역시 서울시장 때부터 이 대통령의 수행비서를 하다 최근 청와대 비서관 자리로 옮겼다.

 

‘박태규의 입’이 열리기 시작하며 거물급 인사들의 줄소환을 앞두고 있다는 얘기가 정계를 휘감으며 대형 게이트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이국철 폭로로 야권은 검찰수사를 촉구하고 있고, 시민단체들은 조만간 신 전 차관을 검찰에 고발한다는 입장이다. 검찰도 수사에 대비해 이 회장의 폭로내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다. 박(영준) 전 차관이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 사업 주가조작에 개입한 의혹이 불거지며 감사원의 감사를 앞두고 있다. 또 박 전 차관은 신생 자원개발업체인 KMDC의 미얀마 가스전 탐사ㆍ개발권 획득 과정에서 특혜 의혹에도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게이트 뇌관
아직 더 남아

게다가 곽 위원장도 역시 삼화저축은행 인사들과 접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국을 뒤흔들 잠재된 뇌관이 아직도 수두룩하다는 뜻이다.

집권 4년차 들어 정권 실세를 둘러싼 의혹들이 잇따르면서 공정ㆍ공생을 외치던 이 대통령의 얼굴에 제대로 먹칠을 하고 있다. 이에 향후 레임덕은 가속화될 전망이며 국정 운영에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뿐만 아니라 10·26재보선은 물론 내년 총?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난국 상황에 청와대는 측근비리에 대해 ‘제식구 감싸기’보다는 엄중히 대처하는 자세와 남은 임기동안 공직 기강 확립을 위한 보다 강도 높은 조치들을 취해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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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