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판 붙은’ 검찰-공정위 파워게임 내막

  • 김세훈 기자 space0122@naver.com
  • 등록 2018.07.02 10:58:49
  • 호수 11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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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김상조 밀리면 집으로

[일요시사 취재 1팀] 김세훈 기자 = 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를 압수수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검찰과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권력을 가진 기관들이 밥그릇 싸움을 할 때 상대방의 비리를 이용해 선수를 치는 방법은 흔한 레퍼토리다.
 

대한민국서 검찰은 기소권을 독점한 기관이다. 공정위 역시 재계서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 ‘재계 검찰’이라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어떤 곳일까? 공정위는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해 기업들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기관이다. 특정 기업의 불공정행위가 있으면 적발해 소비자를 보호한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기업에 독자적으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기 때문에 준 사법기관으로 분류된다.

불공정위원회?
달라진 공정위

이런 권한을 가진 기관임에도 지난 정권까지 공정위는 이렇다할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공정위의 위상은 다르다.

시작부터 '을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한 ‘갑질 근절'이란 강렬한 취임사로 화제를 모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재벌기업에 과도하게 몰려 있는 시장구조를 바꾸고 몇몇 기업의 편법적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주요 의제로 정해 활동했다. 

김 위원장이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한 후 공정위의 존재감은 이전과 확연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두 기관이 최근 불편한 관계로 만났다. 지난달 20일, 검찰은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이번 압수수색의 명분은 두 가지다. 먼저 공정위가 기업 비리 혐의를 알고도 눈감아 줬다는 것. 둘째 기업이 공정위 고위 간부들에게 취업을 알선하는 방식으로 보은을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배임과 횡령 혐의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서 부영그룹이 분양가를 부풀려 1조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포착했다. 검찰은 공정위가 부영그룹의 혐의를 미리 알았지만 검찰에 고발하지 않고 사건을 덮었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가 기업비리를 알고도 검찰에 고소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된다. ‘전속고발권제도’라는 것 때문이다. 공정거래법과 관련한 사건에 대해선 검찰이 독자적으로 기소할 수 없다. 

공정위가 먼저 검찰에 고발 조치해야 검찰은 해당사건에 대한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에 관련한 사건은 이렇게 수사하도록 제도화돼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은 공정거래법 위반에 관하여 공정위의 입단속만 잘하면 불법으로 기업을 운영해도 괜찮은 상황이다.

“전면 폐지” vs “단계적 과정 필요”
논란 많은 전속고발권 두고 신경전

어째서 이런 권한이 공정위에게 있는 걸까?

공정위는 경제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집단이 기업 고발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반 형사고발제도처럼 경제관련 전문지식이 없는 집단이 기업 고발권을 가지면 고발권 남용으로 기업 경영활동이 위축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공정위의 주장이 시대착오적 이라는 논란이 거세지자 정부는 2014년부터 감사원, 중소기업청, 조달청에도 고발 요청권을 부여했다. 이들 기관장이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는 의무적으로 고발해야 한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제도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두 수장 회동
엇갈린 주장

5월13일 서초동 대검 청사서 김 위원장과 문무일 검찰총장이 만났다. 그 자리서 양측 수장은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한 설전을 벌였다. 

5월29일 대검 관계자는 “김상조 위원장이 대검을 찾은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전속고발권의 전면 폐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양측은 공정위가 독점적으로 행사한 전속고발권의 범위를 축소하는 대신, 현행 공정거래법 가운데 형법 적용범위를 대폭 줄이는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공정위는 전속고발권 전면 폐지는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전속고발권 폐지에는 동의하지만 단계적 절차와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공정위는 담합 행위 가운데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 제도)를 공정위에 그대로 남겨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은밀하게 진행되는 담합 사건의 경우 가담자의 형사 처벌을 감면해주는 자진신고 제도를 폐지하면 단속 효율성이 떨어지는 데다, 이 제도는 행정 처분의 성격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압수수색한 두 번째 명분은 부정 취업 청탁이다. 공정위 고위 간부들이 재취업하는 과정서 공정위의 비호를 받은 기업이 그 대가로 한국공정경쟁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같은 곳에 취업 알선을 해줬다는 것이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의 공무원은 퇴직 전 5년, 퇴직 후 3년간 소속했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 곳에 취업할 수 없다. 그럼에도 공정위가 이 같은 특혜를 관행처럼 여겨 취업한 사실을 묵인해 온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이번 수사가 공정위 흠집내기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검찰이 취업 특혜를 받았다고 지목한 지철호 공정위 부위원장은 중기중앙회 상임감사서 공정위로 오면서 청와대 인사검증을 거쳤고 김 위원장을 도와 재벌개혁 실무를 총괄하는 인물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공정위는 중기중앙회가 공직자윤리법서 정한 취업제한기관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실제 지난해와 올해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고시 명단에 중기중앙회는 포함돼있지 않았다. 기획재정부와 중소기업청 출신의 전현직 중기중앙회 간부 2명도 재취업 과정에서 아무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경쟁연합회도 취업제한 규정이나 심사 과정서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검찰이 전현직 공정위 간부의 과거 재취업을 형사상 문제가 있는 것처럼 무리하게 엮고 있다”고 반발했다. 
 

법조계의 한 인사도 “검찰이 전속고발권 폐지를 두고 공정위와 협상하는 도중 압수수색한 배경에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검찰은 오래 전부터 내사했고 공정위를 예우했으며 전속고발권과 수사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턱밑으로 향한 칼날
다음달 최종안 발표

일각에서는 검찰이 김 위원장에게 직접 칼날을 들이민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의 취임 후 직접 구성한 기업집단국을 검찰이 압수수색 했기 때문이다. 

기업집단국은 4대 재벌을 집중적으로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김 위원장의 정책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서다. 다만 기업집단국이 만들어진 시기가 1년도 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혐의가 있는 부영그룹 비리와 직접적으로 연관 짓기는 어렵다. 


검찰이 김 위원장을 타깃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얼마 전 이뤄진 검·경 수사권 조정과 연관이 있는지도 세간의 관심사다. 

지난달 20일 정부서울청사서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과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경찰이 수사하는 사건에 대해 검사의 수사지휘권한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적 수사권과 종결권을 부여했다. 검사의 1차적 직접 수사는 특별히 필요한 분야로 한정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기존의 수직적 관계서 협력하는 수평적 관계로 설정했다는 평가다. 상대적으로 입지가 좁아진 검찰이 공정위의 압수수색을 통해 검찰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수단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현재로선 무리가 있다.

전속고발권을 놓고 양측이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는 까닭은 공정거래법 위반에 관한 사건들이 대부분 굵직한 사건들이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반에 대한 범죄는 주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사건의 규모가 크다. 법률을 적용하고 해석하는 기관 입장서 전속고발권은 매우 매력적인 권한임이 틀림없다.

현재 검찰과 공정위는 협상 끝에 전속고발권을 선별 폐지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속고발권 폐지를 두고 양측 간 이견이 많이 좁혀져 마지막 절차만 남았다”며 “다음 달 초 최종 결론이 날 것”이라고 밝혔다.

압수수색 배경에 힘겨루기?
 자칫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라

현재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관련 법률은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 등 모두 6개다. 이 가운데 가맹법과 유통업법, 대리점법 같은 유통 관련 법안의 전속고발권은 선별적으로 폐지된다. 하도급법은 기술탈취 부문에 한해 폐지 방향으로 잠정 결론났다. 표시광고법은 폐지에 앞서 형벌조항 정비가 필요해 논의가 더 이뤄질 전망이다.
 

최대 쟁점인 공정거래법은 담합 조항 일부를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다만 공정위와 검찰은 공정거래법 위반에 관해 자진신고 시 처벌을 감면해주는 리니언시제에 대해선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사정기관 특권의식
“당장 그만둬야”

전문가들은 이 사안이 한국경제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만큼 검찰과 공정위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세부적인 조정이 많이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검찰과 공정위가 서로 협력하는 자세로 현명히 해결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공정위는 전속고발권 폐지 범위에 관해 토론회를 열고 다음달 최종안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지금에야 공정위가 재벌개혁의 분위기를 맞아 여론의 지지를 받지만 이전까지 공정위는 존재감 없는 기관이었다.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면 고발권 남용으로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공정위의 주장은 친기업성향의 정권서나 받아들여질 이야기다. 기업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공정한 거래를 하면 해결될 일이다. 

현재 여론은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다만 이것이 검찰의 권한을 더 강화해야한다는 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속한 조직서만 법률을 적용하고 해석해야 한다는 특권의식으로 수사기관들은 몇 십년 째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그들은 공직자들이다. 범죄를 저지른 기업을 잡아내는 일이 각 조직의 파워를 과시하는 게임으로 변질되는 것을 방치해선 안 된다. 공직자는 파벌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를 지키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나.


<kimsehun@ilyosisa.co.kr>


<기사속 기사> '김상조 포비아' 재계 초비상

“하반기 최대 경영불안요소는 공정거래위원회다”라는 말이 기업 간에 나돌 정도로 공정위의 칼끝이 매섭다. 재계에선 ‘김상조 포비아’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25일 공정위는 기업 사익편취 금지제도를 도입했다. 대기업 내부 거래 비중 증가에 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과 SK하이닉스는 경쟁사 직원들과 이메일, 메시지 교환을 금지하는 내용의 사내교육을 진행했다. 공정위로부터 반도체 가격을 담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수 차례 받은 탓이다.

현대차도 공정위 관련 이슈가 보도될 때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한다. 

LG그룹의 사내 설문에는 '정도경영' 항목이 들어갔다. LG그룹 경영진들이 얼마나 공정한 경영을 하고 있는지 자체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다. 

동국제강 등 철강업체들도 업계 특성상 협력업체와 접촉이 잦은 만큼 업무처리 방식과 금품수수방지에 관한 교육을 하고 있다.

올해 공정위가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과 과태료는 6월까지 1258억2334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공정위 처분에 소송을 제기하거나 반발하는 사례도 늘었다. 삼성SDS 소액주주들은 지난달 18일 김 위원장이 대기업 SI 계열사 지분 매각을 지시한 이후 주가가 급락했다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항의하기도 했다. 이후 김 위원장은 "삼성SDS를 두고 한 발언이 아니었다"며 "비상장 계열사를 의미한 것"이라 해명했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공정위에 적발된 LS그룹은 공정위의 계열사 부당 지원 심사에 반발하며 소송에 나설 의사를 밝혔다.

몇 군데 기업을 제외한 재계의 반응은 '일단 공정위의 눈치를 보자'는 분위기다. 공정위가 ‘바이러스 99% 제거’라는 제품 홍보 문구를 사용한 삼성전자, 코웨이 등 7개 공기청정기 제조사에 15억6300만원 규모의 과징금, 경고 처분을 내린 것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 기준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지만 이의를 제기하진 않을 예정”이라며 “괜히 나섰다가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키지 않겠냐는 것이 경영진 판단”이라고 전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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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고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병오년(丙午年), 불의 기운을 가진 말띠의 해다. 불처럼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에너지가 강한 해라는 의미다. 그러나 치솟는 불길이 되레 화가 될 모양이다. 올해를 둘러싼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중이다. 과연 국민들은 이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백운비 역리원장을 만나 병오년 대한민국 국운의 흐름을 들어봤다. 대한민국의 공기는 무겁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 동시에 눌린 듯한 느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환율·고물가 상황은 국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느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일터에서는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체념 섞인 반응이 늘어났다. 나빠지다… 치솟는 불길 백운비 원장은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무게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불과 10년 전 국운이 비교적 안정돼 있을 때만 해도 대체로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동네 구멍가게조차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표현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후 약 9년간 국운이 점진적으로 나빠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봤다. 역리학적으로 보면 2026년은 ‘양화(陽火)’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다. 불의 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열려 있을 때는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막힌 상태에서 불기운만 강해질 경우 화(禍)로 작용하기 쉽다. 백 원장은 “양화가 득세하면 좋은 것도 함께 올라가야 길한데, 지금은 차단된 상태에서 불만 위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분노와 충돌, 사회적 마찰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마(火魔)와 비슷한 형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충돌이 잦아지고, 사소한 문제도 쉽게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백 원장은 “열은 많은데 출구가 없을 때 가장 위험하다”며 “2026년은 바로 그런 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국운을 ‘사통팔달(四通八達)’이 막힌 상태’에 비유했다. 사통팔달은 사방으로 통하고 여덟 갈래로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예부터 역리에서는 운이 좋을 때를 사통팔달에 비유해 왔다. 길이 열려야 사람이 움직이고, 움직여야 살 길이 생긴다는 논리다. 반대로 사통팔달이 막혔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갈 통로가 없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전쟁이 나면 피난을 가야 하는데, 산도 물가도 사람 속도 안전하지 않은 형국”이라며 “움직일수록 위험하고, 가만히 있어도 불안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이라는 것은 원래 사통팔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사방이 열려야 길이 나고, 여러 가지가 순환하며 성취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방이 막혀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갈 곳이 없다. 헤맨다”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감록에 등장하는 ‘인근불·산근불·수근불’이라는 구절을 언급했다. 사람 속으로 가도 안 되고, 산으로 가도 안 되며, 물가로 가도 안 된다는 뜻으로, 결국 도망칠 곳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백 원장은 이를 오늘의 국운에 빗대어 출구 자체가 막혀 있는 구조로 해석했다. 이 막힘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 경기라고 했다. 백 원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두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돌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제의 본질은 순환인데, 지금은 그 순환 고리가 곳곳에서 끊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부동산·건설이 유일한 해법” “뛰어난 인재 등용으로 위기 관리해야” 불안이 커질수록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기업은 투자를 멈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경제 전체가 점점 움츠러드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아직 버틸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출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하고, 직장인들은 월급날이 와도 통장이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청년층 역시 미래 계획보다 당장의 생존을 먼저 고민하는 상황이다. 백 원장은 이런 체감경기가 쫓기고 쫓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쪽은 쫓기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쪽도 쫓기며, 소비자는 사기 위해 애쓰고 사업자는 버티기 위해 애쓴다. 몸과 마음을 다 써도 역부족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2026년을 ‘마지막 고비’라고 표현했다. 고비가 있다는 말은 넘어설 구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이 올해를 ‘양화’로 설명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음화가 따뜻한 햇볕이나 곁불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양화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강도가 크다는 것이다. 불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이 있어, 표면적으로는 ‘올라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경제가 올라가고 산업이 살아나고 활력이 돌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백 원장은 지금의 국운이 이미 ‘차단’돼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즉, 불이 치솟는데 출구가 막혀 있으면 그 불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화마’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화기가 중천한다”는 표현을 쓰며, 이 기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사회 전반에 과열과 충돌, 갈등이 함께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걸까? 백 원장은 “답이 없는 해는 없다”며 화와 상생하는 것이 바로 토(土)와 목(木)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방침은 곧 정책이다. 그는 답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에너지, 부동산, 건설이다. 백 원장은 “이 세 가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해법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이다. 국내외 산업과 수출입 구조에서 에너지 비용과 수급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정책을 중심에 두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국가 경제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통팔달 생존 급급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로 묶어두는 접근을 경계했다. 자금이 회전하지 않으면 내수가 얼어붙고 체감경기는 더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말한 부동산은 단순한 주택 거래에 국한되지 않았다. 농지, 임야, 전답 등 토지 전반과 농업 관련 규제, 지역 단위 개발과 거래 규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규제가 완화돼야 농업과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내수 회복의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다.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순기능이 더 크다면 이를 관리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 분야 역시 중요한 고리로 제시됐다. 백 원장은 오행의 상생 논리를 들어 불기운이 강해지는 해에는 ‘목(木)’이 연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가 아니라 자재, 설비, 인력, 금융 등 연쇄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분야다. 부동산과 건설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막히면 젊은 층의 기대가 꺾이고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책의 방향만큼이나 이를 실행할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정책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인의 운만으로 국운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그는 2026년을 두고 “성군(聖君)이 나오기 어려운 해”라고 단언했다. 국운이 나쁜 시기에는 누구든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군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도 했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예로 들며, 국운이 기울어진 시기에 즉위한 지도자에게는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가 자리에 앉아도 비판을 받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고 봤다.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는 국운의 분산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힘이 한 곳에 모이지 못하면 작은 사안도 쉽게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여야를 넘어 같은 진영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 “양분과 분열의 해”라고 표현했다. 양분(兩分)은 둘로 나뉜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둘로 끝나지 않는다. 둘로 갈라진 뒤 다시 갈라지고, 결국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백 원장은 “이럴 때 정치권은 합치자는 말은 많아도, 실제로는 더 쪼개지는 흐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2026년 정치 지형에 대해선 “높이 쌓아 올린 알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겉으로는 안정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권토중래 전복후괴 백 원장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을 꺼냈다. 무리 속에서 돋보이는 한 사람, 즉 뛰어난 인재를 등용해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해일수록 백 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인사(人事)’다. 국운이 나쁠 때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판단이 흐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사람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올해가 불안정한 만큼 ‘아첨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운이 나쁜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권력자나 부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는 행동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배신과 척을 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전망도 같은 결로 이어졌다. 백 원장은 특징으로 ‘분산(分散)’을 들었다. 힘이 한 곳으로 모여야 외부 압력을 버틸 수 있는데, 올해는 국운이 흩어져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분산되면 허점이 드러나고, 허점이 드러나면 외부 공격이 들어온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복싱에 비유했다. 복싱 선수가 가드를 올리면 상대가 쉽게 치지 못한다. 그런데 가드를 내리면 약점이 보이고 공격이 들어온다. 백 원장은 “우리가 튼튼하면 공격이 안 오는데 이번에는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격은 군사적 충돌만을 뜻하지 않고,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공세, 국제 갈등의 심화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외교 혼동과 시행착오로 갈등이 심화되고 외부의 압력과 공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제 분야에서의 대응책은 무엇이냐고 묻자, 백 원장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방어 준비’가 필요하며, 그 방어를 위해 ‘인적 자원 파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로 사람을 내보내고,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협상과 조율을 담당할 인재를 배치해 허점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번 해는 어느 해보다 인재 발굴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운이 바닥난 것이 아니므로 “틈새가 있다”고 했고, 그 틈새를 메우고 넓히는 것이 인재라는 뜻이다. “6월 지선 대대적 물갈이” “아첨하는 사람 조심해야” 오는 6월에 시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키워드는 권토중래(捲土重來)다. 권토중래는 “실패했던 사람,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분기해 세력을 찾는다”는 뜻이라고 풀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판이 바뀌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에 공천 못 받고 밀려났던 사람이 다시 부활하는 케이스’를 예로 들면서 “물갈이가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물갈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전복후계(前覆後戒)”의 태도를 강조했다.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뒤의 사람이 경계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전임 대통령의 실수를 경계 삼아야 한다”는 식으로 풀었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관·부처·기관·기업 대표 등 ‘조직의 책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덕목이라고 했다. 즉, 불리한 국운의 해에는 새 일을 무리하게 벌이기보다, 전임의 실수와 실패를 분석해 같은 구멍에 다시 빠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국민들의 삶도 우려했다. 백 원장은 지난 몇 년간 국민 갈등이 극심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2026년에는 그 갈등이 더하다고 했다. 그는 “운이 나쁜 해에는 인심이 각박해지며 배려와 용서가 줄고, 민감하고 예민해진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친했던 사람끼리도 견제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적이 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각자도생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의지하는 대상이 있더라도, 무너질 수 있는 해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책임 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조차도 현실의 무게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혼과 결별, 인간관계 단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피로가 겹치면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감이나 분노 조절 문제 등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2026년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자는 더 못 살게 된다”고도 전했다. “마지막 고비다” 2027년에는 회복기로 들어선다. 백 원장은 “27년부터 회복기로 들어간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곧바로 후유증을 언급했다. 병이 나아도 후유증이 남듯이,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이전의 고통이 흔적으로 남아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