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재계 리더’ 회장님이 사는 집 -아프리카TV 서수길

  • 김세훈 기자 space0122@naver.com
  • 등록 2018.06.18 10:56:17
  • 호수 11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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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 군단장 ‘성공했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세훈 기자 = 하루의 시작과 끝에 ‘집’이 있다. 부의 상징이기도한 집은 단순한 휴식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재계의 리더들은 어떤 집에 살까. 아프리카TV 서수길 대표가 사는 집을 알아봤다.
 

아프리카TV는 전 세계 최초로 개인방송 시스템을 서비스한 회사다. 지난 1996년 설립됐고 2003년 한국거래소에 상장됐다. 현재 아프리카TV는 국내 개인방송 플랫폼 가운데 트래픽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잘 나가는 기업’이다. 잘 나가는 기업의 수장 아프리카TV 서수길 대표가 사는 집이 궁금하다.

도곡렉슬은?

서수길 대표는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도곡렉슬 아파트에 산다. 도곡렉슬은 학군, 교통, 주변 환경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좋은 입지를 겸비한 고급 단지다.

도곡렉슬은 지난 2002년 도곡 주공 1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아파트다. 36개동에 3002세대가 살고 있는 대단지로 전용면적 60㎡, 86㎡, 88㎡, 110㎡, 111㎡, 143㎡, 167㎡, 170㎡, 225㎡ 같은 다양한 평형이 있다. 최고층은 25층이다.

현대건설, GS건설(당시 엘지건설), 쌍용건설이 지었다. 현재 매매가는 전용면적 143㎡ 기준 24억원 수준이다. 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인 김동연 부총리의 부인이 소유한(전용면적 60㎡) 아파트로도 유명하다.


강남 재건축 바람의 주역
도곡렉슬 아파트 거주 중

도곡렉슬은 강남 재건축 바람을 몰고 온 주역이기도 하다. 이 단지는 청담·도곡지구에서 처음으로 재건축 사업을 따낸 단지다. 지난 2003년 전용면적 143m² 가구의 일반청약 경쟁률은 서울시 분양사상 최고치인 4795대 1을 기록했다. 과거 2000년대 초반 정부가 ‘초과이익환수제’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도 도곡렉슬의 영향이 컸다. 

도곡 주공1차 단지는 2450가구가 거주하는 대단지였다. 5층 높이에 용적률도 70%수준으로 낮은편이라 재건축 전부터 큰 수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팽배했다. 당시 반포, 잠실, 도곡 등에 있던 저층아파트 단지들은 재건축을 과정서 수억원씩 집값이 뛰었다.

때마침 부동산 호황기와 맞물려 일대 아파트 가격이 지속적으로 올랐다. 2006년 1월 재건축이 완료된 뒤에는 ‘새 아파트’라는 프리미엄이 붙어 가격이 더 올랐다. 당시 보도자료에 따르면 2006년 2월 전용면적 120㎡의 매매가는 16억원 수준서 3개월 만에 19억원대로 급등했다. 2007년 1월에는 20억9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도곡렉슬은 왕가를 뜻하는 라틴어 ‘Rex’와 성을 뜻하는 ‘castle’ 의 합성어로 ‘왕가들의 성’ 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도곡렉슬이 가진 최대 장점은 교통이다. 정문 쪽에는 분당선 한티역이 붙어있다. 양재천 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도곡역이 있다. 매봉역은 단지 후문과 도보 10분 거리에 있다. 선릉역도 도보 20분 거리에 위치한다. 

상업과 교육환경도 훌륭하다. 한티역 사거리 대각선으로는 롯데백화점이 있고 백화점 뒤로 먹자골목이 형성돼있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각종 편의시설은 단지 내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돼있다. 


인근에 대형 상가인 렉슬상가와 진달래상가가 있어 병원, 학원, 은행, 식당 같은 시설을 이용하기 편리하다. 식재료 마트는 렉슬상가 안에 GS마트나 타워팰리스의 스타슈퍼를 이용한다. 근처에는 역삼동 이마트와 도곡시장도 있다.

3000세대가 넘는 대단지기 때문에 이곳에 사는 학생들은 다양한 학교에 배정된다. 단지 내에는 구립 어린이집이 있고 3단지 쪽엔 대도초등학교, 중대부고, 숙명여고가 있다. 배정되는 학교로는 ▲역삼중학교 ▲도곡중학교 ▲단대부중 ▲숙명여중 ▲중대부고 ▲단대부고 ▲숙명여고 ▲은광여고 ▲진선여고 ▲개포고 같은 학교가 있다.

대단지 아파트답게 도곡렉슬의 지하주차장은 매우 넓은 편이다. 흡사 백화점 주차장을 연상케 한다. 동이나 단지별로 구분이 없고 단지 전체에 두 구역으로 나뉜 지하 주차장이 있다. 지형을 알지 못하는 방문객이나 택배차량은 지하주차장에 들어갔다가 엉뚱한 출구로 나오기 쉽다.

2013년에는 도곡렉슬 주민들이 진달래아파트 주민들과 분쟁을 벌여 대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다툰 일도 있다. 도곡렉슬 주민들은 인근 주민인 진달래아파트 주민들에게 “진달래아파트 재건축 당시 도곡렉슬 땅 밑에 묻은 시설물을 철거하라”며 고소했다. 

1심서 도곡렉슬 주민들이 승소했지만 진달래아파트 주민들이 불복해 대법 판결까지 2년 넘게 법적 공방을 벌였다.

결국 도곡렉슬 주민들이 승소했다. 앞서 진달래아파트 주민들이 도곡렉슬이 재건축을 하던 2004년 일조·조망권 침해를 문제 삼아 100억원이 넘는 배상금을 받아낸 데 소심한 복수를 한 셈이 됐다.

꿈 많던 공학도 기업인으로
성공 후 강남 노른자 입성

현재 아프리카TV를 있게 한 사람은 서수길 대표다. 서 대표는 서울대학교 항공우주학과를 졸업하고 펜실베니아대학교 와튼스쿨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공학도서 기업인의 길을 선택한 그는 지난 2005년 액토즈소프트의 대표이사를 시작으로 2007년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를 맡아 IT업계의 전문지식을 갖춘 경영인으로 활동했다.

서 대표는 지난 2011년 자신이 보유한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전량 매각해 나우콤 지분 21.8%를 사 들였다. 나우콤의 대표를 맡은 후 2013년 3월 나우콤서 아프리카TV로 회사명을 바꿔 현재 아프리카TV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아프리카TV는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가지고 누구나 쉽게 온라인서 개인방송을 할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 회사다. 개인방송의 주제는 무궁무진하다. 게임을 잘하는 사람은 방송화면에 게임화면을 틀어놓고, 음식을 맛있게 먹는 사람은 먹는 화면을 보여주며 각자의 이야기를 만든다.

방송을 진행하는 사람을 BJ(Broadcasting Jockey)라고 한다. 개인방송 시장은 제도권 미디어 채널서 빛을 보기 어려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BJ로 나서 시청자와 소통하는 장으로 성장했다.

IT 전문가였던 서수길 대표는 경영인으로서 미디어 시장에 진출해 어떤 성적을 내고 있을까? 올해 1분기 기준 아프리카TV의 매출액은 279억원이다. 지난 2017년 1분기 매출액이 215억원가량임을 감안하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아프리카TV의 올해 전체 매출액을 1200억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개인방송시장서 가장 높은 비중의 트래픽을 차지하는 방송테마는 게임이다. 올해 열리는 아시안게임서 e스포츠부문 6개 종목이 시범 채택됐다는 점과 중국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Huya의 상장 소식이 개인방송시장에 기분 좋은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최근 여성과 장년층을 견향한 콘텐츠 증가도 눈여겨볼만하다. 과거 10∼30대 남성의 전유물이던 1인 스트리밍 방송계에 뷰티, 보이는 라디오, 축구해설 같은 콘텐츠 확대로 국내 미디어 시장 내 영향력을 키워 가고 있다. 뷰티 크리에이터인 이사배의 경우 지난 4월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10만명의 추가 구독자를 확보한 바 있다.

성장 동력은?

아프리카TV는 미래 성장 원동력이 ‘좋은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서 나온다고 보고 있다. 아프리카TV BJ콘텐츠제작지원센터는 연간 5억원을 신인 BJ의 방송콘텐츠 개발과 홍보분야에 지원하고 있다. 누적 방송시간이 10시간 이상인 BJ는 모두 신청 가능하다.

전직 아프리카TV 관계자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펼치지 못한 다양한 콘텐츠들이 자유롭게 방송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에 활동하고 있는 BJ들에게도 고화질 송출 서비스 및 보조금을 확대해 플랫폼과 제작자들이 함께 성장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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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