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권력재편 시나리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6.11 11:04:45
  • 호수 11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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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내리고 수석 내리꽂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청와대·정부부처 간 파워게임서 청와대가 확실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6·13지방선거 이후 부분 개각을 예고한 가운데 관가에선 그 빈자리를 청와대 참모들이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하마평까지 나도는 상황. <일요시사>는 문재인정부 국정 운영 전반에 걸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청와대 참모들을 추적했다.
 

“부분 개각과 관련해 청와대와 이미 기초 협의를 했다.” 

유럽 순방 중이던 이 총리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서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 중 부분 개각이 목전에 왔음을 알렸다. 그간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처의 장들을 교체하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지방선거 후
개각 예고

관가와 정가 안팎서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는 장관들의 면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로 한차례 이상 문재인정부의 핵심 정책과 혼선을 빗은 경험이 있는 장관들이 0순위로 거론된다.

이번 개각을 통해 최소 2곳서 최대 5곳의 장관이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장관이 공석인 농림축산식품부는 개각이 확실시 된다. 그 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장관, 강경화 외교부장관, 박상기 법무부장관, 조명균 통일부장관,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등이 교체 대상으로 떠올랐다.


이번 개각은 새로운 정책동력을 찾는 ‘2기 내각’의 성격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지방선거 이후에 개각을 하려는 것일까. 이 총리는 유럽순방 중 부분 개각의 범위에 대해 “일 중심으로, 문제를 대처하고 관리하는 데 다른 방식이 필요하겠다는 경우에 제한적으로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부처 업무추진 과정서 청와대와 불협화음을 냈거나 정책 혼선·대응 미흡 등으로 구설수에 오른 장관이 대상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사실상 책임을 물어 경질하는 모양새다. 위에 거론된 교체 대상 장관들도 모두 청와대와 한 차례 이상 갈등을 벌였던 인사들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은 최근 최저임금과 관련해 청와대와 갈등이 있었다. 김 부총리는 정부 내 유일한 ‘최저임금 속도 조절론자’다. 그는 2개월 전부터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고용에 부작용을 줄 수도 있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은 소득주도성장을 강조해왔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의 부작용은 추정일 뿐이며 오히려 그간 최저임금을 인상했을 때 나타난 실제효과를 보면 긍정적인 경우가 훨씬 많다는 입장이다.

김동연 패싱론
힘잃은 부총리

지난달 29일 청와대서 열린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를 계기로 ‘김동연 패싱론’이 급속히 확산됐다. 회의 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앞으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도해 관련 부처 장관들과 함께 경제 전반에 걸쳐 회의를 계속 개최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청와대가 경제사령탑인 김 부총리가 아닌 장 실장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목희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서 “최저임금은 실증과 분석을 더 해봐야하기 때문에 김 부총리의 속도조절론 발언은 적절치 않다”며 “좀 더 객관적인 지표와 동향분석이 나오고 말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서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의 긍정적인 부분을 자신 있게 설명해야 한다”며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말해 홍 수석과 장 실장 등 청와대 참모들에게 확실히 힘을 실어줬다.
 

김동연 패싱론이 확산되자 청와대는 사후 약방문 격의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가 경제 전반에 걸친 권한을 기재부장관에게 줬기 때문에 경제부총리를 앉힌 것으로 그런 의미서 김 부총리가 컨트롤타워”라고 했다. 그러나 이 총리가 지방선거 이후 개각을 예고하면서 김동연 패싱론은 김동연 경질설로 확산됐다.

관가와 정가 안팎에서는 김 부총리의 뒤를 이어 장 실장이 경제사령탑을 맡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김동연 패싱론이 제기됐던 일련의 사태를 통해 장 실장의 소득주도성장론을 경제 정책 방향으로 설정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최근 김 부총리는 소득 양극화 해소를 위한 회의를 열었는데 장 실장이 참석하지 않아 두 사람 간 갈등설까지 불거졌다.

이낙연 “부분 개각, 청와대와 협의”
2∼5곳 교체 전망, 나가는 장관 누구?

강경화 외교부장관 교체가 거론되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이 그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 비핵화가 최대 이슈로 떠오른 상황서 현재의 평화무드를 만든 1등 공신을 외교부 수장으로 앉혀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이끌어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외교부 장관을 맡는 시나리오다.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국면서 강 장관의 존재감과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도 교체 가능성을 높이는 근거다. 강 장관은 취임 당시만 해도 유능한 외교전문가로서 주목받았지만, 1년 사이에 존재감이 약한 장관으로 전락했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서 주무 부처인 외교부는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청와대가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선 외교부 패싱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서 북미정상회담으로 넘어가는 과정서 이러한 패싱은 더욱 두드러졌다. 정 실장은 지난 3월 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으로 평양을 방문한 데 이어, 미국·중국·러시아 등을 돌며 북미정상회담의 발판을 만들었다. 


반면 강 장관은 정 실장에 비해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지 못했다. 오히려 한때 북미정상회담이 돌연 취소됐던 상황서 외교 당국이 미리 사태를 예견하지 못했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게다가 최근 외교부는 강 장관이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에 갈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강경화 대신
정의용 앉히나

박상기 법무부장관 교체도 가능성이 높다. 박 장관은 올해 1월 기자간담회서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목표로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가 청와대가 진화에 나서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당시 청와대는 “정부 차원서 조율된 방침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혼선이 발생한 것이다. 그 결과 여론은 더욱 악화되고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 당시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에 반대한다는 국민청원이 쇄도했다.

여당서도 박 장관의 대응에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된 바 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무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언급에 대해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며 “이것만이 답일까, 아닐 듯하다”고 말했다.

서지현 검사 성추행 폭로 파문 때도 박 장관은 구설에 올랐다. 서 검사가 언론에 공개하기 앞서 박 장관에게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박 장관은 제대로 된 후속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법무부는 박 장관이 서 검사로부터 관련 이메일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가 입장을 바꿔 논란이 됐다. 박 장관은 당시 “서 검사에 대한 비난이나 공격, 폄하 등은 있을 수 없으며 그와 관련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적극 대처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논란은 불거진 후였다.
 

‘강원랜드 수사 외압의혹’으로 검찰 내부에 진실공방이 벌어졌을 당시에도 박 장관은 사안을 방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박 장관은 의혹과 관련해 “불필요한 논쟁이 빨리 정리되도록 하라”고 지시했지만 그가 수사 외압을 주장한 안미현 검사를 좌천시켰다는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됐다.

김동연→장하성 ‘문’과 철학 일치
강경화→정의용 비핵화 논공행상

박 장관이 교체된다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그 뒤를 이을 것이란 예상이 정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조 수석이 문재인정부 핵심 공약 중 하나인 검경 수사권 조정을 처음부터 진두지휘해왔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이달 중 결정할 예정이라 밝혔다. 검찰과 경찰이 지난달 31일 각각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내부 의견을 청와대에 제출했고 이를 토대로 청와대가 이달 중 최종 정부안을 발표한다는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최종 정부안이 발표되면 다음 수순은 정부안을 강력히 추진할 리더십을 세우는 작업이 필요하다. 조 수석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을 뿐 아니라 의지도 강해 강력한 차기 법무부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조 수석은 임명 당시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와 관련해 “수사권 조정 문제는 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라며 “그것(검경 수사권 조정)은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조명균 통일부장관의 뒤를 이어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임명될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임 실장이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의 사례처럼 통일부장관을 거쳐 대권에 도전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란 시나리오다. 

그러나 통일부장관 교체는 가능성이 낮다는 게 중론이다. 이미 성사된 북측과의 고위급회담 등 판문점 선언의 이행을 위해 남측 대표로 나선 조 장관 교체가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박상기 대신
조국 대두

그 외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교체가 거론된다. 대입정책의 혼선을 불러왔다는 이유에서다. 김 부총리는 지난해 8월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을 1년 유예했으며, 지난 4월에는 대입제도 개편안에 대한 결정을 국가교육회의로 떠넘기는 듯 한 모습을 보였다. 

또 영어수업 금지 방침과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한 수시선발 방침을 뒤집는 등 혼선을 초래했다. 만약 이러한 혼선으로 인해 불거진 부정적 여론이 지방선거 표심으로 나타날 경우 김 부총리는 개각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청와대 참모 겨냥한 야당, 왜?

청와대 참모 교체를 요구하는 야당의 공세가 거세다. 자유한국당은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 바른미래당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민주평화당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향해 날을 세웠다.

자유한국당 정진석 경제파탄대책위원장은 지난 4일, 서민경제 2배 만들기 대책회의서 홍 수석을 겨냥해 “현실을 왜곡해 국민에게 설명하는 홍 수석은 대체 어느 별 사람인가”라고 비난했다. 같은 당 김종석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은 “얄팍한 말장난으로 정책의 성공을 주장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며 “잘못된 정책과 왜곡된 통계로 국민과 대통령을 오도한 경제수석은 책임지고 사퇴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은 장 실장이 포스코 회장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했다. 

김철근 대변인은 지난 4일 “인천 한 호텔서 포스코 전 회장들이 모인 가운데 장 실장의 뜻이라며 특정 인사를 포스코 회장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전임 회장들의 협조를 요청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평화당은 조 수석을 겨냥해 “부실검증으로 문재인정부 인사는 만사가 됐고 개헌안 발의 특강으로 개헌을 꼬이게 만든 장본인”이라며 “조 수석이 강단으로 돌아가는 것이 조국을 위한 길”이라고 밝혔다.

야당의 이러한 공세는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문재인정부의 실정을 부각시키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지방선거 이후 개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도 개편할지 주목된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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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