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net세상> 서울 지하철·버스요금 인상 논란

뛰는 ‘물가’ 널뛰는 ‘공공요금’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가뜩이나 팍팍해진 서민들의 살림살이에 ‘물가폭탄’이 떨어졌다. 농산물 가격 폭등과 전세난으로 물가 고삐가 풀리고 있는 상황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공요금까지 오를 전망이다. 서울시는 현재 900원인 지하철과 버스의 기본요금을 다음달부터 1100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공공요금 인상은 ‘물가상승의 주범’이라는 점도 문제지만 서민가계의 어려움은 안중에도 없이 공공기관의 이익만을 앞세우는 요금 정책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이 때문에 ‘공공기관’에서 ‘공’자를 떼어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반면 수도권 대중교통요금이 수년째 동결돼온 상황에서 누적적자를 메우기 위한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찬성측 “공공요금 인상 억제는 포퓰리즘 정책”
반대측 “물가대란을 야기시키는 기폭제 될 것”

                                                                   
공공요금 인상 러시가 시작됐다. 지난달 1일 전기요금이 평균 4.9% 인상된 데 이어 서울 시내버스, 지하철 등 수도권 대중교통요금 인상이 내달 결론 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또 철도ㆍ우편요금, 도로통행료, 도시가스요금, 상ㆍ하수도요금 등이 포함되어있어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의 잇따른 공공요금 인상 본격화는 그동안 고(高)물가를 고려한 정부의 인상 자제 요청과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앞둔 서울시의 소극적인 태도로 미뤄졌으나 오세훈 전 시장 사퇴를 계기로 ‘10월 적기론’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선출된 새 시장에게 공공요금 인상 추진을 바라기 어렵고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다음달이 요금 인상을 결정할 수 있는 적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공공요금 인상 줄줄이 대기

서울시 지하철과 시내버스 기본요금은 지난 2007년 4월 800원에서 900원으로 각각 100원 오른 이후 4년째 동결된 상태다. 현재 버스와 지하철의 재정적자는 연간 5천억 원 규모인데 2007년 이후 올해까지 최근 5년간 누적된 적자가 지하철은 2조2654억원, 버스는 1조5392억원으로 총 4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서울시는 사업적자 해소를 위한 요금 현실화 차원에서 인상안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또 적자가 누적된 요금 등에 한해 최소 수준으로 인상하고 시기를 분산한다는 방침이지만, 향후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물가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공요금은 그동안 인상이 억제돼 더 올라갈 여지가 있다”며 “4분기 물가가 기저효과 때문에 상승효과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돼, 이 시기에 공공요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공요금 인상이 올해 물가 상승에 끼친 기여도는 크지 않다”면서 “공기업에 원가보상의 기회를 주면서도 소비자의 비용부담을 최소화, 공공요금 인상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자 네티즌들도 ‘서울시 공공요금 인상 본격화’를 두고 온라인상에서 찬ㆍ반 양론을 벌이고 있다.

찬성입장에 선 네티즌들은 공공요금 인상을 무작정 억제하면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져 다른 세금으로 메워줘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아이디 joyc***는 “모든 물가는 공정한 시장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 정부가 공공요금의 적정 가치를 무시하고, 마땅히 인상해야 할 요금을 억누르면 결과적으로 국민들만 골탕을 먹게된다”며 “공공요금 인상 억제야 말로 실제로는 국민만 골탕 먹이는 가장 포퓰리즘적 정책이다”고 말했다.

아이디 399***도 “억지로 인상을 억제하면 자원이 낭비되고 국민의 혈세가 탕진되며 후손에 빚 덤터기를 뒤집어씌우는 꼴이 된다”면서 “인상요인이 발생한 모든 공공요금은 즉시 적정가격으로 인상되어야 국민이 공공유틸리티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낭비하지 않으며 절약에 힘쓸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와 달리 반대입장에 선 네티즌들은 공공요금인상은 다른 물가에 대한 파급력이 매우 큰 요금들인 데다 인상 폭도 커 향후 생활 물가를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1년 상반기 4.3%로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는데, 여기에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공공요금 인상까지 겹친다면 서민들의 가계경제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깊어가는 서민 시름~

아이디 qlstk***는 “가뜩이나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있고, 경기 회복세로 물가 압박이 커지는 시점에서 공공요금을 이처럼 한꺼번에 올렸으니 이제 가계가 고통받을 일만 남았다”고 지적하면서 “시민의 의무 및 세금은 OECD최고 수준 이상으로 맞춰 가려하면서 최저임금이나 근로환경, 복지와 같은 혜택은 개발도상국 수준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지 아이러니 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아이디 expr***는 “공공기관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서라며 공공요금은 올리면서 가계적자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왜 월급은 안 올려주냐”고 반문했다.

아이디 bulta***는 “인상의 배경만 따져보자면 그럴 수 있겠다 싶다가도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화가날 수밖에 없는 것은 그동안 보아왔던 공공기관이나 국영기업들이 겪고 있는 적자경영에 의한 재정 부담은 항상 국민의 몫으로 돌려졌다는 것이다”라며 “국민에게 무언가를 부담시키려 하기 전에 국민의 혈세가 어이없이 낭비되고 있는 요인들을 먼저 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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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