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net세상> 서울역 노숙인 강제 퇴거 논란

‘기생’과 ‘공생’ 사이에서 갈 곳 잃은 노숙인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전국 철도역의 불청객이 되어버린 노숙인. ‘그들의 생존권이냐 시민의 편의가 우선이냐’는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딜레마이다. 이 가운데 예고했던 대로 지난 8월 22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서울역 노숙인 퇴거 조치를 단행했다. 코레일은 “이용객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5%가 이런 조치에 동의했다”며 “공공역사에서 노숙하는 이들 때문에 발생하는 민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방침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네티즌들도 노숙인 강제 퇴거 조치를 놓고 엇갈린 주장을 펼치고 있다. “엄연한 인권침해다”와 “노숙인 퇴거는 불가피하다”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퇴거 반대측 “강제 통제전에 대책부터 마련해라”
퇴거 찬성측 “범죄에 노출된 시민의 권리 챙겨야”


지난 8월 22일 새벽 1시20분께 서울역사에서는 크고 작은 고성이 오고갔다. 경찰과 역무원 등 20여 명이 나서 잠자는 노숙인들을 역 밖으로 내?기 시작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진 것이다.
 
지금까지는 노숙인들이 새벽 1시 반부터 4시 반까지 출입하는 것만 통제가 됐었지만 코레일은 이날부터 시민 안전 및 서울역 이미지 제고를 위해 역내 야간 노숙행위를 전면 금지키로 했다. 이 과정에서 별다른 충돌은 없었지만 노숙인들은 역사에서 계속 노숙을 한다는 입장이어서 쫓고 쫓기는 공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예고된 퇴거였지만 시행 첫날, 밖으로 내몰린 일부 노숙인들은 역 주변을 떠나지 못했다. 일부는 주변 공원이나 인근 을지로입구역과 영등포역 등 또 다른 공공장소로 몰리기도 했다.

안타깝지만 불가피한 조치

강제 퇴거조치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항의 집회도 이어졌다. 코레일의 퇴거 조치에 항의한 노숙인들은 홈리스행동 등 20여곳 시민단체들과 연계해 이날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밤샘 문화제를 열었다. 일부 노숙인들은 “우리에게 잠잘 곳을 달라”고  항의를 표출했고,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에서 “노숙인들은 청소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인권보호를 위해 퇴거 조치를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코레일 측은 노숙인들의 퇴거조치가 불가피 했다는 입장이다. 실제 서울역은 최근 노숙인 관련 고객들의 민원(VOC)이 급증하고 있다. 서울역사 내 노숙인에 의한 악취, 구걸, 음주, 흡연, 소란, 폭언, 성추행 등으로 서울역 이용 고객들의 관련 민원이 2009년 49건에서 2010년 87건으로 증가했으며, 2011년 6월까지 상반기에만 90건이 접수됐다.

노숙인 관련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았는데, 지난 2월 서울역에서 노숙생활을 해온 가출 10대가 대합실에서 KTX승객에게 흉기를 휘둘러 부상을 입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역사 내에서 정신질환자가 승객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등 서울역 이용객들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 테러’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네티즌들도 코레일이 결정한 퇴거 조치를 두고 온라인상에서 찬·반 양론을 벌이고 있다.

찬성 측은 “공공장소에서의 노숙인 퇴거는 언젠가는 이루어져야 할 일이고, 이제는 그 때가 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들의 인권문제와 대책 없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내모는 건 오히려 또 다른 문제점을 야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네티즌들은 노숙자들이 안고 있는 사연이야 딱하지만, 이들이 서울역에 머물면서 행인에게 불편을 끼치고 있는 건 엄연한 사실이고, 노숙인들의 무단점거와 같은 무례한 행태를 더 이상 용인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노숙인들로 인해 피해를 입었거나 목격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아이디 sm-j***는 “출장을 다닐 때면 주로 기차나 버스를 이용하는데, 서울역이나 터미널에는 어김없이 노숙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며 “수일간 씻지 않아서인지 지나치기만 해도 상당히 역겨운 냄새를 풍기고,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구걸행위를 한다. 만일 응하지 않으면, 뒤에 대고 살벌한 욕설을 내뱉을 뿐만 아니라, 덤벼드는 노숙자들까지 목격을 했다”라고 말했다.

서울역 앞 빌딩에서 재직하면서 오랜 기간 노숙자들을 지켜봤다는 아이디 into_the_***는 “구걸하는 노숙인과 싸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고 멱살잡이까지 한 적도 허다하다”며 “경찰도 여러 번 출동했지만 노숙인들은 무서운 게 없어서 경찰이 와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의 중심이자 얼굴인 서울역에서 홀딱 벗고 돌아다니는 노숙인들이 있는가 하면 외국인들에게 ‘머니’라고 말하며 구걸하는 노숙인도 봤다. 연약한 여성들의 길을 막고 돈을 구걸하고 안주면 행패까지 부렸다”며 과연 이런 사람들을 배려해 줄 이유가 있는지를 반문했다.

이들은 노숙자들의 인권이 존중받아야 하는 만큼 일반 시민들의 권리도 존중받아야 마땅하며 이번 퇴거는 노숙인들에게 점거당한 어두운 철도역사를 되찾아 시민들에게 돌려주고, 노숙인들 또한 재기할 수 있는 자극을 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데에 의견을 같이했다.

쫓겨난 노숙인 갈 곳 잃어

이와달리 반대의 입장에 선 네티즌들은 공공역사는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인데 노숙인만을 겨냥해 자유로운 이용을 제한하고 강제로 퇴거까지 시키는 것은 노숙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작용하는 것이며, 이는 곧 인권침해라고 반박했다. 또 갈 곳을 잃은 노숙인들을 위한 보호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퇴거 조치는 제2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아이디 qpx***는 노숙자들을 보호해야 하고 그들에게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숙자로 전락한 그들의 사연이야 제각각이겠지만 이유가 어떻게 됐든 간에 기본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갖추어져 잘 작동하고 있다면 노숙자들이 서울역에 모여 노숙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며 “그런 문제점을 지적하기 전에 먼저 평소에 서울역에서 그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한번만이라도 봐 준적이 있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디 if***는 “노숙인들은 대부분 정신적으로 결함이 있거나 알콜중독자들이 많고, 이들은 치료 보호를 필요로 하는 존재이며 당연히 국가는 이들의 병을 고쳐줄 의무가 있다고 본다”며 “불문곡직 서울역에서 쫓아낸다면 이들이 어디로 가겠나? 영등포역 아니면 용산역으로 갈 것인데 이들을 방치함으로써 생기는 행인의 불안, 불결은 계속될 것이고 이것이 노숙인 문제를 위한 최선의 해결책인지 되묻고 싶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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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