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net세상> 응원과 야유 속 임태훈 복귀 논란

‘임삿갓’ 이른 복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그죠?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두산의 임태훈이 돌아왔다. 그는 지난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등장했다. 아나운서와의 스캔들로 인해 2군으로 내려간 뒤 118일만의 1군 무대였다. 그가 등장하자 한 쪽에서는 환호가, 다른 한 쪽에서는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두산팬들은 함께 임태훈을 외치며 열렬한 응원과 박수를 보냈고, 롯데 관중석에서는 임태훈의 빠른 복귀를 질타하는 비난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임태훈 복귀 찬반양론’이 확산되면서 인터넷 공간 곳곳에서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심리적 부담감을 덜기 위해 1군 복귀를 서두르는 게 맞다”는 반응을 보인 반면 다른 이들은 “고인의 죽음에 대한 입장표명과 사죄가 먼저다” “올 시즌 복귀는 시기상조다”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복귀 찬성측 “사생활은 사생활 일 뿐”
복귀 반대측 “자숙의 시간 더 필요해”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10-2로 앞선 9회 초 두산의 수비. 불펜의 철문이 열리고 등번호 51번의 임태훈이 그라운드에 나타났다. 지난 5월 22일 이후 4개월 여 만에 다시 오르는 1군 마운드.

전광판에 임태훈의 등판을 알리는 영상이 나오자 두산 팬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임태훈을 외치며 박수로 그의 복귀를 환영했다. 반면 3루측 롯데팬들의 분위기는 달랐다. 그제서야 누가 마운드에 있는지 알게 된 롯데 응원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함성과 야유’가 동시에 잠실하늘에 울려 퍼졌다.
긴장된 표정으로 포수와 몇 차례 공을 주고받은 임태훈은 연습투구를 마친 뒤 잠시 고개를 떨궜다. 마운드의 흙을 고르는가 싶더니 모자를 벗고 1루측과 3루측에 머리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이날 임태훈은 첫 타자 장성우를 유격수 앞 땅볼로 막아내며 순조롭게 출발했고, 1이닝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경기를 끝낸 임태훈은 보통 때와 같이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그러나 그의 얼굴빛은 어두웠다.

뻔뻔한(?) 복귀

임태훈은 지난 5월 스캔들에 휘말린 고 송지선 아나운서의 자살로 인한 정신적 충격과 비난 여론으로 2군으로 내려갔다. 5월 24일 엔트리에서 제외된 뒤 6월 23일 논산육군훈련소에 입소,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받았다. 이후 2군에서 훈련을 하고 118일 만인 17일 1군에 등록됐다.

임태훈의 1군 복귀 배경에는 지난 15일 넥센전에서 정재훈 투수가 경기 도중에 오른쪽 어깨 염증으로 통증을 호소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던 것이 발단이었다. 구단 수뇌부와 김광수 감독대행은 심사숙고 끝에 임태훈의 야구인생을 위해 ‘콜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임태훈은 이날 1군 복귀에 맞춰 두산 홈페이지에 게재한 사과문을 통해 “프로야구선수이자 공인으로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염려를 끼쳐드린 점,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정말 야구가 너무나 그리웠습니다”라고 심경을 전했다.

사과문을 본 두산팬들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사과문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있다는 지적이다. 사과문 어디에도 자신과의 스캔들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인에 대한 진심어린 추모 내지 사과의 내용은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네티즌은 “그는 철저히 구단의 등 뒤에 숨어 이리저리 사람들의 눈을 피해 다니다 슬그머니 훈련소에 입소해 병역문제를 해결했고, 이후 다시 두산 2군에 복귀해 컨디션을 조절하는 등 프로야구선수로서의 생활을 이어갔다”며 “임태훈에게나 두산에게나 이번 사태는 그저 넘어졌으니 쉬어가야 하는 시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셈이다”라고 비난했다.

아이디 aag***는 “오랜 베어스 팬이지만 저런 선수가 베어스의 선수라니 정말 창피하고, 구단 측에서도 구단의 이미지와 선수 하나를 맞바꾼 셈인데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 일로 두산이라는 구단에 대단히 실망하게 되었지만 차마 응원팀을 바꾸지 못하는 상황이 씁쓸하다”고 전했다.

아이디 taew***는 “그는 그토록 오르고 싶었던 마운드에 다시 올랐지만 고 송지선 아나운서는 그토록 사랑하던 야구뿐 아니라 그토록 사랑하던 가족들을 남기고 다시는 올 수 없는 먼 세상으로 떠났다”며 “너무 불공평하지 않나? 누군가는 모든 것을 뺏기고, 그 모든 것을 뺏긴 데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은 사과조차 하지 않은 채, 그라운드가 그리웠다고 돌아오면서 힘내라고 박수쳐주는 팬들이 있다고 얘기하는게…”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이어 “본인도 힘들었겠지만, 그것으로 모든 면죄부가 주어지지는 않는다”며 “아직 진정어린, 아니 입에 발린 형식적인 사과조차도 하지 않은 임태훈 선수는 제명이 되어야 맞다”고 말했다.

사생활 일 뿐

반면 그의 복귀를 환영한다는 아이디 seou***는 “어쨌든 그는 야구선수이고 야구장이 그가 있을 곳이다”라며 “어쨌든 그는 송지선 스캔들에 휘말렸던 당사자로서 명예를 중요시 여겨야 하는 한 구단의 프로야구선수로서 잘못한 것은 맞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사람 이하의 대접을 받아야 하거나 혹은 야구를 그만둬야 하는 것이 맞는가라는 생각은 분명 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아이디 okt11***는 “태훈 선수가 어깨에 큰 짐을 달고 등판하려니 가슴이 뭉클하다”며 “자기가 무엇을 했고 그것이 잘못인 것을 알고 뉘우치고 있을 텐데 개인적으로 팬인 만큼 너무 욕하지 말고 바라봐 달라”고 당부했다.

또 다른 아이디 bong11***는 “왜 임태훈 선수 얘기로 이렇게 시끄러워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며 “임태훈 선수를 공인으로 본다 하더라도 그가 사회적 범죄를 저지르거나 윤리ㆍ도덕적으로 타락한 행위를 한 것도 아닌데 왜 남의 사생활 관련된 얘기에 열폭 하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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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