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상실’ 반전 노리는 정동영 ‘비장의 카드’

‘바닥민심’ 잡기 위해 ‘거리의 정치가’로 나섰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지난해 민주당의 10‧3전당대회 이후 화려하게 부활한 정동영 최고위원은 민주당에 ‘담대한 진보’를 주문하고 ‘보편적 복지’를 강령에 포함시키며 ‘역동적 복지국가’를 향해 질풍노도처럼 달려가고 있다. 그는 복지국가의 핵심으로 노동문제 해결을 꼽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 사태해결에 심혈을 기울이며 현장밀착형 정치를 구사하고 있다. 치열한 노동운동의 현장에서 노동자와 함께 고군분투하던 그의 계속된 행보에 점차 그 진정성 또한 인정받고 있다.

재보선 및 총‧대선 승리위해 ‘야권통합 전도사’ 자임
치열한 투쟁현장 속으로 더욱더 ‘깊게’ 그리고 ‘낮게’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달 15일 반값 등록금 집회에 참석하던 도중 보수단체 여성 회원에 머리채를 잡히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는 정 최고위원이 ‘화끈한 좌회전’ 선언 후 얼마나 거침없이 달려왔는지를 반증해주기도 한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2위를 기록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리곤 ‘역동적 복지국가의 장착’과 ‘한반도 평화유지’라는 국가비전을 제시했다. 이러한 비전의 가치를 중심으로 야권의 통합을 이뤄 내년 ‘민주-진보정부’로의 정권교체라는 큰 밑그림을 그려놓은 상태다. 이후 정 최고위원의 ‘좌클릭 행보’는 본격화 됐다.

치열한 노동현장에서
해답 찾는 정동영 

정 최고위원은 ‘담대한 진보’와 ‘부유세’ 신설을 주장했다. 또 그는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해서 보편적 복지와 경제 민주화라는 양날개가 갖춰져야 한다며 이에 대한 핵심토대를 노동문제 해결로 꼽고 있다.

국회 상임위 선택을 보면 그의 확고한 의지가 읽힌다. 그는 ‘귀족 상임위’라 불리는 외통위에서 ‘기피 상임위’로 꼽히는 환노위로 옮겼다. 정 최고위원은 또 민주당 내 노동현안 해결을 위한 대책기구 구성을 제안했으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진보정당과도 교류의 폭을 넓혀왔다.

이처럼 그는 노동현안에 관심을 가지고 친노동 현장밀착형 정치를 펼쳐왔다. 노동문제 해결을 위해 두발 벗고 나서며 치열한 현장 속에서 해답을 구하고 있는 것. 처음에는 그의 이 같은 행보에 색안경을 끼고 의구심을 나타내는 이들이 많았다. 대선을 앞두고 외연확장을 위한 ‘정치쇼’가 아니겠느냐는 시선이었다. 하지만 더 낮은 자세로 약자의 편에 서며 아픔을 함께하는 그의 모습은 점차 진정성을 인정받아 가고 있다.

특히 지난달 17일 시국현안으로 불거진 한진중공업 사태의 해결을 위해 조남호 회장 청문회가 열리자 정 최고위원의 활약상은 빛을 발했다. ‘정치생명’까지 걸고 비장한 각오로 뛰어든 것.

정 최고위원은 당시 한진 노조위원들이었던 고(故) 김주익·곽재규·박창수의 사진과 함께 고인이 된 이들의 장례식 당시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준비해 조 회장에 보여주며 인간으로서 한마디 해보라며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어 “해고는 살인이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며 조 회장을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라며 이는 정리해고 철회에서 시작한다”며 “(해고철회를) 다시 한 번 재검토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직접 ‘희망버스’ 타며
사측 사태해결 촉구

그는 청문회가 끝난 후에도 야5당이 결합해 2차 청문회와 정기국회 국정조사를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이 이날 주장한 국정조사 근거는 ▲한진중공업이 필리핀에 투자한 과정의 탈세 의혹 ▲조남호 회장이 자기 회사 지분을 확장한 과정의 의혹 ▲처남 회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었다.

특히 지금껏 한진중공업 사태의 해결을 촉구하는 희망버스에도 계속해서 탑승해왔다. 이처럼 정 최고위원은 사측에 전방위적인 압력을 가하며 한진중공업 사태해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달 31일 고등법원에서 KTX 여승무원들의 해고는 무효라고 판결 받은 만큼 KTX 여승무원 복직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또 지난 4월19일 정 최고위원은 전주 버스파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12m 망루에 올랐다. 그는 민주노총 간부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며 망루에서 내려올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노사가 모두 서로를 인정하고 대화로 해결해 나가자고 설득했다.

이처럼 투쟁 중인 노동현장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고 있는 정 최고위원의 적극적인 노력은 이질감이 심한 양대 노총으로부터도 ‘진정성’을 인정받았다. 진보진영 인사들도 최근 정 최고위원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만큼 지난 1년 동안 정 의원의 행보가 남달랐다는 얘기다. 

손학규와 장내공방으로 ‘존재감’ 높이며 ‘생산적 활동’
‘편지정치’로 정계원로·대의원 간 간극 좁히며 ‘호응’

또한 그는 ‘민주-진보정부’로의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통합이나 연대를 목청 높여 강조하고 있다. 다가올 10?26재보선은 상징적 의미가 있는 서울시장직 선거까지 포함되며 내년 선거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야권으로선 최대 승부수를 띄우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정 최고위원은 다가올 재보선에서 ‘복지 대 반(反)복지’ 그리고 ‘진보 대 보수’의 정확한 노선경쟁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국민적 관심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일반국민이 참여하는 경선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선출된 후보는 민주적이고 공정한 경선을 통해 단일후보로 압축되어 반드시 재보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고의 선거 전략은
무조건 야권단일화

그간 정 최고위원은 노동현안을 고리로 진보정당과의 교류 폭을 넓히며 관계를 구축해온 터라 선거가 임박하면 본격적으로 두 팔 걷어붙이고 단일화에 앞장설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재보선과 관련해 손 대표와 심한 마찰을 빚었다. 앞서 증세문제, 종북진보 발언 등을 놓고도 계속해서 파열음이 발생했다. 하지만 정 최고위원 측에서는 이러한 논쟁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 최고위원 측은 이러한 마찰에 대해서 서로간의 입장 차이를 공론화시켜 논쟁하며 의사를 개진하는 과정은 민주적인 정당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오히려 정당이 건강하기 때문에 당을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상대를 설득하고 논박하며 때로는 받아들이는 식으로 오히려 논쟁이 더욱 독려되어야 할 사항이라고 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입장 차이로 인해 생긴 의원들이나 당원들과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정 최고위원은 이른바 ‘편지정치’를 구사하고 있다. 당의 중요한 결정사항이나 현안에 관련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에 앞서 관련인사들에 자신의 의견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편지를 보내며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전당대회 당시 정 최고위원은 당원 강령에 보편적 복지부분 명시와 당의 주권선언 개정안을 제안하며 사전에 당원 및 의원들에 편지를 보내 당론에 채택될 수 있도록 내용을 설명했다.

부유세를 주장할 때 역시 지역위원장들에게 취지와 내용을 미리 설명해 호응을 얻었고, 최근에는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에 대한 내용을 강령에 명시하기 위해 최고위원들에게 편지를 전하며 당원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선명한 색깔로
존재감 차별화

정 최고위원은 한때 대권후보였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지지율이 답보상태를 보이며 좀처럼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고 않다. 하지만 그는 현재의 지지율에 개의치 않는 눈치다.

그의 최측근에 따르면 현재 ‘장’이 서지 않은 상황인 만큼 이미지 여론조사라는 뜻이다. 때문에 현 여론조사를 참고하되 정확하게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는 판단이 달라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정 최고위원은 계속해서 ‘현장밀착형 거리정치’로 바닥민심을 살피고 약자를 대변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한진중공업 사태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운운한 만큼 노동·진보로 대표되는 정치적 색깔을 분명히 함으로써 다른 대선주자들과 차별화를 꾀할 생각이다.

이미 한 번의 실패를 경험했기에 두 번의 실패는 없다며 ‘필생즉사 필사즉생(必生則死 必死則生)’의 각오로 뛰고 있는 정 최고위원. 그는 오늘도 노동현안을 고리로 민주와 진보를 아우르는 세력기반을 구축해 그들과 함께 ‘역동적 복지국가’라는 가치 비전을 공유하며 대권의 꿈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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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