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거물들의 ‘닉네임 정치’ 딜레마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6.05 13:26:49
  • 호수 11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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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든 싫든 따라붙은 꼬리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치인의 별명은 그 정치인이 걸어왔던 행보에 기인한다. 그리고 대중성이 높을수록 별명이 붙여질 가능성이 높다. 흔히 정계 거물에게 별명이 붙여지는 이유다. 한 명에게 여러 개의 별명이 붙여지기도 한다. <일요시사>는 정계 거물들의 현주소를 별명을 통해 풀어봤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선대위원장의 별명은 ‘손학새’. 손학규와 철새의 합성어다. 대중들은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당적을 바꿔온 그를 철새로 규정했다. 지난 1993년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권유로 처음 정계에 입문한 손 위원장은 민주자유당 소속으로 첫 금배지를 달았다. 15대 총선에선 신한국당 소속으로 당선됐다. 경기도지사가 됐을 때는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2012년 대선 때에는 통합민주당 소속으로 문재인 당시 후보와 경선을 펼쳤다.

행보에 기인

손 위원장은 2014년에 있었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서 낙선하자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후로 그 유명한 만덕산 토굴생활로 이어졌다. 2016년 토굴생활을 정리한 손 위원장은 곧바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당으로 향했다. 

손 위원장은 2017년 조기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와 경선을 벌였지만 밀린 후 토굴이 아닌 미국행을 선택했다. 최근엔 미국 생활을 끝마치고 바른미래당에 들어와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다.

수차례 당적을 바꿔서일까. 손 위원장의 정치인생도 꼬여있다. 6·13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송파을 출마를 선언했다가 곧바로 철회했다. 손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MBC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에 나와 출마 선언을 철회한 이유에 대해 “당을 봉합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손 위원장은 송파을 재보선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었다. 그런데 지난달 24일 돌연 “당을 살리기 위해 내가 죽는다는 심정으로 나섰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다음날인 25일에는 “당이 걷잡을 수 없는 혼란과 분열의 위기로 치달아 저의 생각을 접는다”며 출마 의사를 거둬들였다. 하루 만에 마음이 세 번이나 바뀐 셈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별명을 보면 그의 이미지 변화를 알 수 있다. 그는 한때 ‘모래시계 검사’로 통했다. 시청률 50%를 넘기며 국민 드라마로 불렸던 <모래시계> 속의 정의로운 검사가 홍 대표를 모델로 했다는 입소문이 퍼졌다. <모래시계>의 시청률 상승은 홍 대표의 주가 상승과 비례했다. 전국구로 거듭난 홍 대표는 1996년 정치권에 진출했다.

홍 대표는 지난 대선서 ‘홍트럼프’로 불렸다. 홍준표와 트럼프의 합성어다. 지지자들은 홍카콜라(홍준표+코카콜라)로 부르기도 했다. 홍 대표와 당은 이런 별명들이 마음에 들었는지 지난 대선 당시 대대적으로 홍보에 활용했다. 캠프 메일주소에까지 홍트럼프라는 별명을 사용했을 정도였다.

대선이 끝나고 ‘레드준표’로 더 많이 불린다. 자유한국당의 상징색이 빨간색이다. ‘빨갱이’라는 프레임을 자주 사용하는 홍 대표의 성향도 레드준표로 불리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홍그리버드(홍준표+앵그리버드)’는 화가 난 것 마냥 독설을 날리는 그의 모습을 잘 표현한 별명이다. 홍 대표가 경남도지사이던 시절 자신의 사퇴를 주장하며 단식농성을 벌이던 정의당 여영국 경남도의원에게 “쓰레기가 단식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는 “지금 민주당 1등 하는 후보는 자기 대장(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말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때론 홍 대표의 막말은 아군을 겨냥하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같은 당 정우택 의원이 자신의 SNS에 “끝없이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당 지지율과 선거전략 부재의 책임을 지고 환골탈태해 ‘백의종군’의 자세로 헌신해달라”고 요구하자 그는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일갈했다. 


홍 대표는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을 ‘향단이’ ‘바퀴벌레’ ‘암덩어리’ ‘연탄가스’ 등으로 비유해왔다.

‘손학새’ ‘레드준표’ 정체성 담아 표현
‘여의도 요물’ ‘간철수’ 별명 따라가나

강길부 의원과 함께 20대 국회 중 최고령 국회의원인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그의 기나긴 정치인생을 반영하듯 다양한 별명을 가지고 있다. 흔히 불리는 별명은 ‘정치9단’. 25년 이상의 관록서 묻어나는 노련함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정치 알파고’ ‘정치 머신’ ‘여의도 요물’ 등의 별명도 이러한 의미서 붙여진 별명이다.

최근 정치권 안팎에선 박 의원에게 ‘정치구단주’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지난 2015년 12월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서 탈당한 안철수(현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와 함께 국민의당 창당을 지휘했다.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의 합당 문제로 내홍을 겪자, 합당 반대파였던 박 의원 등은 국민의당을 나와 호남을 뿌리로 한 민주평화당을 창당했다. 박 의원 본인이 직접 전면에 나서 당을 운영하진 않지만, 정치권의 큰 어른인 박 의원이 실질적인 당의 주인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박 의원과 민주평화당은 이번 6·13지방선거를 통해 호남 터줏대감으로 거듭나길 기대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기세가 강해 호남 수성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박 의원 등 국민의당 내 합당 반대파와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강행한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는 이름인 ‘철수’를 변형한 별명을 많이 가지고 있다. 대선 이전에 두루 불렸던 별명은 ‘간철수(간보는 철수)’. 자신의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해 붙여진 별명이다.

지난 대선을 전후로 ‘강철수(강한 안철수)’ 등 긍정적 의미의 별명이 생겨난 반면 ‘MB아바타’ 등 부정적 의미의 별명도 생겨났다. 최근 MB아바타라는 별명이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에 의해 확대·재생산 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서울시장에 도전한 안 후보의 행보에 최근 정치권은 그가 ‘강철수’로 거듭날지 아니면 ‘간철수’로 추락할지 주목하고 있다. 안 후보는 지난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아름다운 양보’를 한 후 7년 만에 재도전을 선언했다. 

만약 당선된다면 안 후보는 단숨에 차기 대권주자로 거듭나겠지만 낙선할 경우 ‘간철수’였을 당시 결정이 부메랑이 돼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도움도

자유한국당 이인제 충남도지사 후보는 ‘피닉제(피닉스+이인제)’라는 대체불가의 별명을 갖고 있다. 통일민주당, 민주자유당, 국민신당, 새천년민주당, 자유민주연합, 민주당, 무소속, 자유선진당, 새누리당 등에서 정치생활을 이어오며 위기 때마다 부활하는 모습을 보여 붙여진 별명이다. 이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서 충남도지사에 도전장을 내밀어 다시금 부활을 노리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퇴임한 ‘세균맨’ 또 다른 별명은?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지난달 28일 퇴임 기자간담회을 갖고 자리서 내려왔다. 정 전 의장이 취임한 이후 그의 직무실 책상에는 ‘세균맨’과 ‘루피’ 인형이 항상 놓여있었다. 

세균맨은 그의 이름과 같아 붙여진 별명이고 루피는 정 의장과 닮아 지지자들로부터 또 다른 별칭으로 불린다.

지난 2016년 정 의장은 자신의 책상에 놓인 두 캐릭터 인형을 가리키며 “셋이 함께 직무를 본다”고 소탈하게 얘기한 바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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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