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억대 술판’ 강남 클럽 현주소

  • 김세훈 기자 space0122@naver.com
  • 등록 2018.06.04 10:51:51
  • 호수 11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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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술 사면 잘 노는 사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세훈 기자 = 평일 주말 가릴 것도 없다. 밤이 되면 서울 강남 일대 클럽가는 청춘의 열기로 가득하다. 쏟아지는 조명과 DJ의 음악에 환호하며 청춘들은 아침까지 그들만의 축제를 즐긴다. 젊은이들이 하룻밤 짧은 일탈을 위해 지불하는 대가는 얼마일까. 취재하며 알게된 강남 일대 클럽의 술값은 상식을 벗어나는 수준이었다. <일요시사>는 최근 급속히 변모한 강남일대 클럽문화에 대해 취재했다.
 

최근 강남 일대 클럽은 나이트클럽과 닮아있다. 과거와 비교해 클럽 내 부스(booth)와 테이블의 숫자가 많다. 프리미엄이 붙은 일부 자리는 수백서 수천만원의 양주를 마셔야 예약이 가능하다. 크리스마스나 할로윈 같이 특별한 날은 이 마저도 경쟁이 치열하다. 수요가 많아지면 경매를 거친 후 자리를 예약할 수 있다. 

초호화 세트

워낙 술값이 비싸다 보니 돈을 모아 클럽을 찾는 사람들이 생겼다. 온라인에선 일명 ‘조각’이라는 모임이 운영되고 있다. 한 번 방문에 최소 수백만원이 들기 때문에 클럽을 찾는 사람들은 조각 커뮤니티서 참가자를 모아 술값을 마련한다. 조각인원은 4명서 10명 내외로 다양하다.

손님 넘쳐 예약 전쟁
경매로 자리 정하기도

조각이 완성되면 각 클럽의 MD(Merchandiser)나 PM(Promoter)으로 불리는 클럽 관계자들과 연락해 방문 일정과 테이블을 잡는다. 술값이 비싸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없다. 주문하는 금액에 따라 배정받는 자리가 다르다. 테이블에 놓인 술에도 등급이 있다.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혹은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강남의 화려한 밤을 즐기는 젊은이들은 쿨하고 여유롭게 웃고 마실 뿐이다.


최근 조각으로도 어쩌지 못하는 금액의 상품이 등장했다. 지난 2월 가수 빅뱅의 승리가 오픈해 화제를 모은 클럽이 있다. 서울 역삼동에 있는 ‘버닝썬’이란 클럽이다. 이 클럽서 팔고 있는 양주 세트 가운데 가장 비싼 메뉴는 1억원이다. 

일명 ‘만수르 세트’로 불리는 이 메뉴는 아르망 드 브리냑 12L 1병, 루이13세 1병, 아르망 드 브리냑 750ml 10병으로 구성됐다. 돔 페리뇽 샴페인 세트는 5000만원에 팔리고 있다.

하룻밤 수백∼수천만원 양주 파티
1억∼4억짜리 황제 생일 이벤트도

지난 4월1일 버닝썬서 만수르 세트가 팔렸다. 이 세트를 주문한 인물은 ‘비버팀’이라 불리는 젊은 사업가들로 알려졌다. 클럽을 자주 찾는 손님들에게 이들은 ‘에미넴’ ‘비버’ 등의 닉네임으로 불린다. 이들이 클럽에 입장하고 주문을 하면 이들을 상징하는 주제곡이 나온다. 야구선수가 타석에 들어설 때 테마곡이 나오는 것처럼 특정 가수의 노래가 클럽 전체에 퍼진다.

이날 비버팀은 맴버 S씨의 생일파티를 위해 클럽에 왔다. 이들은 클럽서 1·2일 이틀에 걸쳐 4억원의 돈을 썼다. 이날 쓴 돈의 액수와 파티를 즐긴 동영상은 비버팀 Y씨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와 있다.

이들은 지난 4월23일 미국 뉴욕에 있는 마퀴(Marquee)라는 클럽서도 막대한 돈을 썼다. 클럽은 감사의 표시로 클럽 내 모든 전광판에 태극기를 띄우는 이벤트를 제공했다.

이들이 뉴욕을 방문한 이유는 S씨가 운영하는 가상화폐 회사의 투자유치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S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는 ICO(Initial Coin Offering)로 알려져 있다. ICO란 사업자가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코인을 발행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판매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의 회사를 말한다.


뭐하는 사람들?

이처럼 강남 클럽에는 종종 나타나 거액을 쓰고 가는 손님들이 몇몇 있다. 클럽을 자주 찾는 손님들 말에 의하면 “정상적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은 아닌 것 같다. 확실한 건 평범하게 일을 해서 이렇게 돈을 쓰긴 어렵다” “얼굴 정도는 알지만 뭐하는 사람들인지는 잘 모른다. 불법 토토 사업을 한다는 소문만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동네서 저렇게 놀다가 어느 날 안 보이면 깜빵(감옥)간 줄 알면 된다”라고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하룻밤에 거액을 쓰는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손님들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클럽 분위기도 띄워주고 좋아 보인다. 다만 내가 놀러왔을 때는 저 사람들이 안 왔으면 좋겠다” “클럽이(문화가) 이런 쪽으로만 흘러가는 것 같아 아쉽다” “에프터 클럽(오전 12시부터 오후 12시까지 운영하는 클럽)이 유행하기 전에는 입장료만 내고 공짜 맥주마시며 놀았는데 이제 그렇게 노는 사람은 거의 없다” 등의 대답을 했다. 

젊음의 상징으로 불리던 강남 클럽일대가 생면부지 사람들과 돈을 모아야 놀 수 있는 놀이터로 전락한 세태가 안타깝다. 


<kimseh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스캠 코인’ 먹튀 주의보

“Thanks guys! Over and out(고마워! 상황 종료).” 

ICO(암호화폐공개)로 약 4000만유로(약 527억원)를 벌어들인 스타트업 ‘세이브드로이드’의 창업자 야신 한키르가 공항서 출국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과 함께 본인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이후 한키르는 모든 연락을 끊고 종적을 감췄다. 세이브드로이드의 공식 홈페이지는 모든 데이터가 삭제됐고 ‘AANND IT`S GONE(그리고 사라지다)’이라는 문구만 남았다. 한르키의 먹튀로 가상화폐 커뮤니티는 난리가 났다. 

다음날 한르키는 ‘And it`s not gone’(다시 돌아왔다)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암호화폐에 대한 경각심 알려주기 위한 해프닝이었다.

이 사건은 현재 ICO 시장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ICO는 Initial Coin Offering의 약자로 사업자가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코인을 발행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판매해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코인이 시장에 상장되면 투자자들은 이를 거래소서 사고팔 수 있다. 

최근 ICO 시장에 'ICO 스캠(Scam·사기꾼)'이 늘어나고 있다. 사기꾼들은 블록체인기술이 갖고 있는 기존 문제점들을 마치 기술력으로 극복한 듯 포장해 투자를 유치한다. 고수익을 약속받은 투자자들의 돈은 당연히 사기꾼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비트코인의 열기가 한풀 꺾이자 대박을 노리는 투자자들의 시선은 ICO를 향하고 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ICO 규모는 지난 2016년 9300만달러(약 1003억원)서 지난해 53억달러(약 5조7000억)로 급증했다. 올해 1분기 누적 모금액은 63억달러(6조8000억)로 지난 한 해 ICO 전체 펀딩액을 넘었다.


지난달 암호화폐를 이용해 카드 결제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발표해 주목을 받은 ’센트라테크’는 센트라 코인을 투자자에게 팔아 3200만달러(약 340억원)을 유치했다.

센트라테크가 투자자들에게 제공한 정보는 대부분 거짓이었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센트라코인을 상장 폐지했고 미 증권거래위원회는 센트라테크를 기소했다. 센트라테크를 설립한 설립자들은 현재 법원서 65년형을 구형받은 상태다. 현재 어떤 ICO가 스캠인지 판단하는 것은 오로지 투자자 몫이다. 스캠은 기술적 용어들로 투자자를 현혹하는 수법을 쓰기 때문에 사기를 당하기 쉽다.

국내 ICO에 참여했던 한 대행업체 직원은 “별다른 기술 없이도 그럴듯해 보이는 콘텐츠와 뛰어난 수익률로 투자자를 꾀는 업체가 많다. ICO 백서만 전문으로 써주는 대필업자도 있는 실정”이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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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