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2주년 특집] 아주 특별한 ‘22인22색’ 회장님의 자식 교육법

싹수 노란 황태자 사람 만들기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자식 교육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다. 재계를 주름잡는 회장님들에게도 자식 교육은 회사 경영만큼이나 어렵다. 그래서 더욱 심혈을 기울이는 자녀 교육. 이들은 어떻게 자녀를 육아할까. <일요시사>서 22인22색 회장님들의 특별한 자녀 교육법을 공개했다.
 

재계를 이끄는 회장의 자식 교육은 유별나다. 그도 그럴 것이 수많은 회사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역할을 맡기기 위해서는 엄한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회사를 이끄는 경영자로서의 영향력에 따라 사회적으로 요구하는 도덕적인 모습에 부합하기 위해 어려서부터 깐깐한 교육을 받고 자나난다.

1.삼성

재계의 맏형 삼성그룹은 자상한 아버지의 교육법을 택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성장기에 운동을 함께 하면서 자상한 면모를 드러냈다. 경제 교육과 관련해서는 신문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특히 경제면을 정독하도록 했다. 

기업을 운용하기 위해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꿰뚫을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지론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경제만 강조한 것은 아니다. 정치, 사회, 문화 등의 전체적인 흐름을 놓치지 않을 것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상대에 대한 존중도 중요 덕목으로 가르쳤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경청이라는 휘호를 이 회장에게 물려줬고, 이는 이 부회장이 물려받아 내려오고 있다.


2.범현대가

범현대가는 밥상머리 교육이 유명하다. 범현대가의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청운동 자택서 자녀들과 아침 식사를 함께 하면서 자녀 교육을 했다. 아침 식사 시간이 새벽 5시인 만큼 자녀들과 며느리, 손주, 손녀 들은 자연스럽게 아침형 인간으로 자랄 수 있었다. 

이 같은 모습은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에 이어 그의 장남 정의선 부회장서도 볼 수 있다. 현대가의 근면성실한 모습은 창업주부터 내려온 가풍이 됐다.

3.SK

최태원 SK 회장은 자녀들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이른바 ‘방목형’ 교육법을 택했다. 최 회장은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차녀 최민정씨가 해군 장교로 군 복무를 마친 점이다. 재벌가 자녀가 해군 장교로 복무한 사례는 최씨가 처음이다. 

그가 나라를 수호하기 위해 군대에 간 것은 최 회장의 신뢰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풀이다. 그는 임관 전 학창시절부터 자립심이 뛰어났다. 최씨는 한국서 젊은 유학파와 판다코리아닷컴을 공동 창업을 하기도 했다.

4.LG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유교 교육을 강조했다. 특히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시했다. 이는 GS그룹 허씨 일가와의 창업 과정서도 잘 드러나있다. LG그룹의 구씨 일가는 허씨 일가와 동업해 2005년 LG와 GS로 각자의 길을 걸을 때까지 별다른 잡음없이 사업을 영위했다. 독립 이후에도 사이가 소원해지지 않는 점은 유적인 가풍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근검절약 정신을 강조하기도 했다. 자녀와 손자에 대한 세뱃돈 ‘상한제’를 한 일화는 유명하다. 부족함 없이 자라는 자녀와 손자들에게 돈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려는 마음에서다. 직접 보고 느끼는 현장 경험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구 회장의 장남 구광모 LG전자 상무도 8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동안 공장, 해외법인 등을 돌며 현장 경험을 쌓았다. 2012년에는 창원공장 기숙사서 생활하며 현장 직원들과 소통하며 현장직의 고충을 체험하기도 했다.

5.효성

효성그룹 창업주 고 조홍제 명예회장은 자녀들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길 바랐다. 조 명예회장이 해외 출장 시 손자들을 위해 선물을 사왔는데 선물을 주면서 제품에 나온 외국어 매뉴얼을 설명해야 선물을 줬다. 외국어의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알려주려는 할아버지의 마음인 셈이다. 

덕분에 자연스레 그의 자제들은 몇 가지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됐다. 외국 유학을 통해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가 두터운 점도 효성일가의 특징이다. 자립심 역시 중요하게 생각했다. 효성 일가 자제들이 유학 시절 당시 최소의 경비만을 지원해줘 접시닦이를 해야 하기도 했다.

6.두산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도 자립심을 키워주는 방식으로 자식을 키웠다. 그의 장남인 박서원 두산매거진 대표이사는 미국에 건너가 광고계서 입지를 다졌다. 2006년 광고회사 빅앤트인터내셔널을 세워 ‘뿌린 대로 거두리라’라는 광고카피로 세계 5대 국제광고제서 15개 상을 차지하면서 부모의 그늘서 벗어나 독립적인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회사 안이 아닌 회사 밖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박 대표이사는 현재 두산그룹의 계열사 두산매거진에 합류에 자신의 경험을 살리고 있다.

7.동원

동원그룹의 김재철 회장은 혹독한 자녀 교육을 통해 기업인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장남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에게는 금융부분은 차남 김남정 동원엔터프라이즈 부사장에게는 식품계열 사업부문을 맡겼다. 하지만 이들이 회사에 합류하면서 기다린 일상은 범상찮았다. 
 

참지잡이배를 타고 남태평양 망망대해에 나가 하루 16시간씩 중노동을 했다. 참치통조림 생산공장서 참치캔 포장 등의 일을 하기도 했으며, 영업부 평사원으로 서울 시내를 돌며 제품을 배달했다. 

각종 허드렛일을 하면서도 그들은 김 회장의 자식이라는 것을 알리지 않았다. 이는 회사를 이끌 이들이 바닥부터 경험해야 한다는 김 회장의 교육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두 딸은 ‘일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라’는 교육이념으로 유명한 가나안학교를 다녔다. 


8.대신증권

대신증권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도 자식들에게 바닥에서부터 깨닫고 성장하길 바랐다. 그의 아들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은 29세에 대표이사 직함을 달았다. 하지만 그가 처음 입사했을 때 핵심부서가 아닌 현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이 당시 그가 영업직원으로서의 고충을 겪으면서 경영자로서의 마음가짐을 되새겼다. 이 회장은 이 사장의 행동 하나하나를 보고받은 뒤에야 승진은 결정했다는 일화는 널리 회자되고 있다.

9.한국콜마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은 독서의 중요성을 자식들에게 강조했다. <CEO의 자녀교육>에 따르면 윤 회장은 자녀가 더불어 사는 능력을 높이기 위해 베풂의 경험을 많이 해야 하며, 독서를 통해 세상과 인간을 이해하는 안목을 키울 것을 주문했다. 윤 회장은 자식들에게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갖출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교육이 안 되고 자격 없는 자녀에게 기업을 물려주지 말라’는 평소 지론은 이미 유명하다.

10.GS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현장’을 통해 자식들을 교육했다. 장남 허윤홍 GS건설 전무는 2002년 GS칼텍스 주유소서 차에 기름을 넣는 주유원으로 3개월간 일했다. 충분한 현장 경험이 향후 그룹을 이끌어갈 필수 덕목이라는 판단에서다. 

허 전무는 이후에도 현장서 경험을 축적했다. 동남아시아, 중동, 미국, 캐나 등을 무대로 자식을 담금질 했다. 해외서 많은 경험은 실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이다. 허 전무가 사업지원실장으로 재직했을 당시 싱가포르 정부가 발주한 14억여달러 규모 빌딩형 지하철·버스 차량기지 공사를 따내기도 했다.

11.코오롱

이웅렬 코오롱 회장 역시 현장서의 중요성을 자식에게 강조했다. 그의 장남 이규호 코오롱 상무의 행보를 봐도 이 회장의 지론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상무는 미국서 출생했다. 영국서 고등학교를 나오고 미국 코넬대학교서 호텔경영학과를 전공한 그는 학업을 마친 뒤 귀국해 병역의 의무를 행사했다. 

미국 출생자라 병역의 의무를 피할 수 있었던 터라 이를 두고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가 회사에 합류해 처음 근무한 곳은 공장이었다. 구미 공장서 근무하면서 사원숙소서 생활하며 대중교통으로 통근을 할 만큼 평직원과 격없이 지냈다. 검소함 역시 이 회장이 강조한 덕목이기도 했다. 그가 임원으로 진급하기 전까지 소형차를 타고 다닌 일화는 유명하다.

12.세아

세아그룹 일가의 자식교육 철학은 겸허한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3세 경영인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부사장과 이주성 세아제강 부사장은 세아그룹이 아닌 곳에서 ‘눈칫밥’을 먹었다. 이태성 부사장의 경우 포스코차이나서 마케팅 담당 대리로 근무했다. 당시의 경험은 현재 임직원과의 소통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주성 부사장은 글로벌 컨설팅회사서 금융기관 컨설팅 업무를 맡았다. 남의 집에서 눈칫밥을 먹었던 경험은 자연스레 겸허함과 함께 직원간 소통의 방법을 알려줬다. 이에 따라 현장 직원들과의 소통이 어색하지 않은 점은 경영인으로서의 자산이 될 전망이다.

13.다우기술

김익래 다우기술그룹 회장은 자신의 경험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었다. 김 회장의 외아들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가 현재 이끌고 있는 벤처캐피탈 비즈니스 키움인베스트먼트는 그룹내 소형계열사로 분류된다. 이는 김 회장이 경험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김 회장은 한국 벤처 창업을 이끈 인물로 꼽힌다. 
 

1981년 국내 벤처기업 ‘큐닉스’를 설립에 참여해 국내 1호 벤처기업으로 거론된다. 1986년에는 소프트웨어 벤처회사 다우기술 창업으로 본격적인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 대표이사가 아버지의 인생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면서 경영자 수업을 받고 있는 셈이다. 자연스럽게 아버지가 걷고 있는 아들이 길을 걸어가고 있다.

14.신세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친근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자녀를 대한다. 자녀들과 함께 봉사활동 등을 하며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고 있다. 실제 어린이재단에서 운영하는 보육시설이나 장애원 등에 자주 자녀들과 방문해 몸소 보여주는 자녀교육을 하고 있다. 

자녀의 교육에 관심도 많다. 학교행사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주말이면 차를 직접 몰고 교외로 자녀들과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가족들과의 시간 속에서 살아있는 교육을 하는 셈이다.

15.한국블록체인

벤처업계의 대부로 통하는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장도 자신의 경험을 중요시 했다. 그는 한글과컴퓨터 대표를 지내면서 뛰어난 경영성과를 통해 벤처 1세대의 중흥을 이끌었다. 그는 자녀의 교육법으로 자율성을 꼽았다. 그는 자녀들에게 간섭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교육이라고 생각했다. 그 역시 자율적으로 공부해 성공할 수 있었다.

16.선병원

재계와의 인연이 많은 선병원의 자녀 교육법도 화제다. 대전 선병원 선두훈 이사장 일가는 현재 현대자동차·LIG·애경그룹과 사돈 관계다. 간접적으로 재계에 영향이 있는 셈이다. 선 이사장 일가의 교육 철학은 문화다. 자녀들에게 공부뿐만 아니라 악기를 꼭 하나씩 익히도록 한 공부법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17.현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역시 자식교육에 대한 열의가 대단하다. 뿐만 아니라 봉사활동을 통해 사회적 책임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사보 인터뷰서 “남을 배려하고 어려운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작은 봉사라도 직접 실천하는 자세를 갖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의 장녀인 정지이 현대유앤아이 전무는 현대상선 평사원으로 회사에 합류해 어머니를 돕고 있다.

18.풀무원

풀무원 원경선 창업주의 교육철학도 대단했다는 전언이다. 자녀들을 믿고 신뢰했다는 것. 그의 아들 원혜영 국회의원은 이에 따라 경영자의 길이 아닌 정치인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부천시를 기반으로 14대, 17대, 18대, 19대, 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중진 의원으로 나랏일을 하고 있다.

풀무원은 원 의원의 친구인 남승우 전 풀무원 총괄사장이 ‘바통’을 넘겨받아 이끌고 지난해 말까지 이끌다 전문경영인 이효율 대표에게 자리를 넘겨줬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은 모습이 풀무원 기업 문화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19.샘표식품

샘표식품은 솔선수범형 가정교육을 통해 자녀를 훈육했다. 고 박규회 샘표 창업주는 일일이 자녀를 가르치기 보단 몸소 실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보고 배우게 했다. 이 같은 정신은 장남인 고 박승복 회장을 거쳐 현재 샘표를 이끌고 있는 박진선 사장에게 이어지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외부서 실력을 검증 받은 뒤 회사에 합류했다는 점이다. 이 또한 박 창업주의 교육철학. 고 박 회장은 국회의원 행정조정실장 직을 수행하다 55세가 돼서야 샘표그룹에 합류했고, 박 사장은 교단에 있다가 38세 때 그룹에 힘을 보탰다.
 

20.오뚜기

오뚜기 함영준 회장은 자녀의 선택을 전적으로 존중해 주는 아버지였다. 함 회장은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그의 장녀 함연지씨는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서 데뷔해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장남 함윤식씨는 현재 회사의 직함이 없다. 오뚜기가 장자승계의 원칙을 모이는 만큼 윤식씨가 차기 유력 승계 후보자지만 아직까지는 장담할 수 없다.

21.금호

금호아시아나그룹 역시 자식들에게 실전적인 경험을 쌓을 것을 주문했다.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은 자식들이 별다른 경험없이 그룹에 합류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이는 박삼구 회장에게까지 이어졌다. 박 회장의 아들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장이 그룹 합류전 2년간 AT커니서 근무하며 자립심을 키운 것도 이 같은 가풍인 것으로 풀이된다.

22.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역시 온실 속에서만 자라길 원하지 않았다. 특히 대기업 오너 자제라고 특권의식을 드러내는 것을 원치 않았다는 전언이다. 장차 현대중공업 승계 후보로 꼽히는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이 2009년 울산공장서 첫 근무를 시작한 것도 이 같은 정 이사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퇴근 후 동료들과 회사 주변 소박한 술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것도 소탈한 정 이사장의 모습이 투영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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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