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2주년 특집] 아주 특별한 ‘22인22색’ 회장님의 자식 교육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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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자식 교육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다. 재계를 주름잡는 회장님들에게도 자식 교육은 회사 경영만큼이나 어렵다. 그래서 더욱 심혈을 기울이는 자녀 교육. 이들은 어떻게 자녀를 육아할까. <일요시사>서 22인22색 회장님들의 특별한 자녀 교육법을 공개했다.
 

재계를 이끄는 회장의 자식 교육은 유별나다. 그도 그럴 것이 수많은 회사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역할을 맡기기 위해서는 엄한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회사를 이끄는 경영자로서의 영향력에 따라 사회적으로 요구하는 도덕적인 모습에 부합하기 위해 어려서부터 깐깐한 교육을 받고 자나난다.

1.삼성

재계의 맏형 삼성그룹은 자상한 아버지의 교육법을 택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성장기에 운동을 함께 하면서 자상한 면모를 드러냈다. 경제 교육과 관련해서는 신문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특히 경제면을 정독하도록 했다. 

기업을 운용하기 위해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꿰뚫을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지론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경제만 강조한 것은 아니다. 정치, 사회, 문화 등의 전체적인 흐름을 놓치지 않을 것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상대에 대한 존중도 중요 덕목으로 가르쳤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경청이라는 휘호를 이 회장에게 물려줬고, 이는 이 부회장이 물려받아 내려오고 있다.


2.범현대가

범현대가는 밥상머리 교육이 유명하다. 범현대가의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청운동 자택서 자녀들과 아침 식사를 함께 하면서 자녀 교육을 했다. 아침 식사 시간이 새벽 5시인 만큼 자녀들과 며느리, 손주, 손녀 들은 자연스럽게 아침형 인간으로 자랄 수 있었다. 

이 같은 모습은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에 이어 그의 장남 정의선 부회장서도 볼 수 있다. 현대가의 근면성실한 모습은 창업주부터 내려온 가풍이 됐다.

3.SK

최태원 SK 회장은 자녀들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이른바 ‘방목형’ 교육법을 택했다. 최 회장은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차녀 최민정씨가 해군 장교로 군 복무를 마친 점이다. 재벌가 자녀가 해군 장교로 복무한 사례는 최씨가 처음이다. 

그가 나라를 수호하기 위해 군대에 간 것은 최 회장의 신뢰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풀이다. 그는 임관 전 학창시절부터 자립심이 뛰어났다. 최씨는 한국서 젊은 유학파와 판다코리아닷컴을 공동 창업을 하기도 했다.

4.LG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유교 교육을 강조했다. 특히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시했다. 이는 GS그룹 허씨 일가와의 창업 과정서도 잘 드러나있다. LG그룹의 구씨 일가는 허씨 일가와 동업해 2005년 LG와 GS로 각자의 길을 걸을 때까지 별다른 잡음없이 사업을 영위했다. 독립 이후에도 사이가 소원해지지 않는 점은 유적인 가풍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근검절약 정신을 강조하기도 했다. 자녀와 손자에 대한 세뱃돈 ‘상한제’를 한 일화는 유명하다. 부족함 없이 자라는 자녀와 손자들에게 돈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려는 마음에서다. 직접 보고 느끼는 현장 경험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구 회장의 장남 구광모 LG전자 상무도 8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동안 공장, 해외법인 등을 돌며 현장 경험을 쌓았다. 2012년에는 창원공장 기숙사서 생활하며 현장 직원들과 소통하며 현장직의 고충을 체험하기도 했다.

5.효성

효성그룹 창업주 고 조홍제 명예회장은 자녀들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길 바랐다. 조 명예회장이 해외 출장 시 손자들을 위해 선물을 사왔는데 선물을 주면서 제품에 나온 외국어 매뉴얼을 설명해야 선물을 줬다. 외국어의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알려주려는 할아버지의 마음인 셈이다. 

덕분에 자연스레 그의 자제들은 몇 가지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됐다. 외국 유학을 통해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가 두터운 점도 효성일가의 특징이다. 자립심 역시 중요하게 생각했다. 효성 일가 자제들이 유학 시절 당시 최소의 경비만을 지원해줘 접시닦이를 해야 하기도 했다.

6.두산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도 자립심을 키워주는 방식으로 자식을 키웠다. 그의 장남인 박서원 두산매거진 대표이사는 미국에 건너가 광고계서 입지를 다졌다. 2006년 광고회사 빅앤트인터내셔널을 세워 ‘뿌린 대로 거두리라’라는 광고카피로 세계 5대 국제광고제서 15개 상을 차지하면서 부모의 그늘서 벗어나 독립적인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회사 안이 아닌 회사 밖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박 대표이사는 현재 두산그룹의 계열사 두산매거진에 합류에 자신의 경험을 살리고 있다.

7.동원

동원그룹의 김재철 회장은 혹독한 자녀 교육을 통해 기업인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장남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에게는 금융부분은 차남 김남정 동원엔터프라이즈 부사장에게는 식품계열 사업부문을 맡겼다. 하지만 이들이 회사에 합류하면서 기다린 일상은 범상찮았다. 
 

참지잡이배를 타고 남태평양 망망대해에 나가 하루 16시간씩 중노동을 했다. 참치통조림 생산공장서 참치캔 포장 등의 일을 하기도 했으며, 영업부 평사원으로 서울 시내를 돌며 제품을 배달했다. 

각종 허드렛일을 하면서도 그들은 김 회장의 자식이라는 것을 알리지 않았다. 이는 회사를 이끌 이들이 바닥부터 경험해야 한다는 김 회장의 교육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두 딸은 ‘일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라’는 교육이념으로 유명한 가나안학교를 다녔다. 


8.대신증권

대신증권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도 자식들에게 바닥에서부터 깨닫고 성장하길 바랐다. 그의 아들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은 29세에 대표이사 직함을 달았다. 하지만 그가 처음 입사했을 때 핵심부서가 아닌 현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이 당시 그가 영업직원으로서의 고충을 겪으면서 경영자로서의 마음가짐을 되새겼다. 이 회장은 이 사장의 행동 하나하나를 보고받은 뒤에야 승진은 결정했다는 일화는 널리 회자되고 있다.

9.한국콜마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은 독서의 중요성을 자식들에게 강조했다. <CEO의 자녀교육>에 따르면 윤 회장은 자녀가 더불어 사는 능력을 높이기 위해 베풂의 경험을 많이 해야 하며, 독서를 통해 세상과 인간을 이해하는 안목을 키울 것을 주문했다. 윤 회장은 자식들에게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갖출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교육이 안 되고 자격 없는 자녀에게 기업을 물려주지 말라’는 평소 지론은 이미 유명하다.

10.GS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현장’을 통해 자식들을 교육했다. 장남 허윤홍 GS건설 전무는 2002년 GS칼텍스 주유소서 차에 기름을 넣는 주유원으로 3개월간 일했다. 충분한 현장 경험이 향후 그룹을 이끌어갈 필수 덕목이라는 판단에서다. 

허 전무는 이후에도 현장서 경험을 축적했다. 동남아시아, 중동, 미국, 캐나 등을 무대로 자식을 담금질 했다. 해외서 많은 경험은 실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이다. 허 전무가 사업지원실장으로 재직했을 당시 싱가포르 정부가 발주한 14억여달러 규모 빌딩형 지하철·버스 차량기지 공사를 따내기도 했다.

11.코오롱

이웅렬 코오롱 회장 역시 현장서의 중요성을 자식에게 강조했다. 그의 장남 이규호 코오롱 상무의 행보를 봐도 이 회장의 지론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상무는 미국서 출생했다. 영국서 고등학교를 나오고 미국 코넬대학교서 호텔경영학과를 전공한 그는 학업을 마친 뒤 귀국해 병역의 의무를 행사했다. 

미국 출생자라 병역의 의무를 피할 수 있었던 터라 이를 두고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가 회사에 합류해 처음 근무한 곳은 공장이었다. 구미 공장서 근무하면서 사원숙소서 생활하며 대중교통으로 통근을 할 만큼 평직원과 격없이 지냈다. 검소함 역시 이 회장이 강조한 덕목이기도 했다. 그가 임원으로 진급하기 전까지 소형차를 타고 다닌 일화는 유명하다.

12.세아

세아그룹 일가의 자식교육 철학은 겸허한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3세 경영인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부사장과 이주성 세아제강 부사장은 세아그룹이 아닌 곳에서 ‘눈칫밥’을 먹었다. 이태성 부사장의 경우 포스코차이나서 마케팅 담당 대리로 근무했다. 당시의 경험은 현재 임직원과의 소통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주성 부사장은 글로벌 컨설팅회사서 금융기관 컨설팅 업무를 맡았다. 남의 집에서 눈칫밥을 먹었던 경험은 자연스레 겸허함과 함께 직원간 소통의 방법을 알려줬다. 이에 따라 현장 직원들과의 소통이 어색하지 않은 점은 경영인으로서의 자산이 될 전망이다.

13.다우기술

김익래 다우기술그룹 회장은 자신의 경험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었다. 김 회장의 외아들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가 현재 이끌고 있는 벤처캐피탈 비즈니스 키움인베스트먼트는 그룹내 소형계열사로 분류된다. 이는 김 회장이 경험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김 회장은 한국 벤처 창업을 이끈 인물로 꼽힌다. 
 

1981년 국내 벤처기업 ‘큐닉스’를 설립에 참여해 국내 1호 벤처기업으로 거론된다. 1986년에는 소프트웨어 벤처회사 다우기술 창업으로 본격적인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 대표이사가 아버지의 인생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면서 경영자 수업을 받고 있는 셈이다. 자연스럽게 아버지가 걷고 있는 아들이 길을 걸어가고 있다.

14.신세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친근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자녀를 대한다. 자녀들과 함께 봉사활동 등을 하며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고 있다. 실제 어린이재단에서 운영하는 보육시설이나 장애원 등에 자주 자녀들과 방문해 몸소 보여주는 자녀교육을 하고 있다. 

자녀의 교육에 관심도 많다. 학교행사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주말이면 차를 직접 몰고 교외로 자녀들과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가족들과의 시간 속에서 살아있는 교육을 하는 셈이다.

15.한국블록체인

벤처업계의 대부로 통하는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장도 자신의 경험을 중요시 했다. 그는 한글과컴퓨터 대표를 지내면서 뛰어난 경영성과를 통해 벤처 1세대의 중흥을 이끌었다. 그는 자녀의 교육법으로 자율성을 꼽았다. 그는 자녀들에게 간섭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교육이라고 생각했다. 그 역시 자율적으로 공부해 성공할 수 있었다.

16.선병원

재계와의 인연이 많은 선병원의 자녀 교육법도 화제다. 대전 선병원 선두훈 이사장 일가는 현재 현대자동차·LIG·애경그룹과 사돈 관계다. 간접적으로 재계에 영향이 있는 셈이다. 선 이사장 일가의 교육 철학은 문화다. 자녀들에게 공부뿐만 아니라 악기를 꼭 하나씩 익히도록 한 공부법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17.현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역시 자식교육에 대한 열의가 대단하다. 뿐만 아니라 봉사활동을 통해 사회적 책임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사보 인터뷰서 “남을 배려하고 어려운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작은 봉사라도 직접 실천하는 자세를 갖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의 장녀인 정지이 현대유앤아이 전무는 현대상선 평사원으로 회사에 합류해 어머니를 돕고 있다.

18.풀무원

풀무원 원경선 창업주의 교육철학도 대단했다는 전언이다. 자녀들을 믿고 신뢰했다는 것. 그의 아들 원혜영 국회의원은 이에 따라 경영자의 길이 아닌 정치인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부천시를 기반으로 14대, 17대, 18대, 19대, 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중진 의원으로 나랏일을 하고 있다.

풀무원은 원 의원의 친구인 남승우 전 풀무원 총괄사장이 ‘바통’을 넘겨받아 이끌고 지난해 말까지 이끌다 전문경영인 이효율 대표에게 자리를 넘겨줬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은 모습이 풀무원 기업 문화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19.샘표식품

샘표식품은 솔선수범형 가정교육을 통해 자녀를 훈육했다. 고 박규회 샘표 창업주는 일일이 자녀를 가르치기 보단 몸소 실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보고 배우게 했다. 이 같은 정신은 장남인 고 박승복 회장을 거쳐 현재 샘표를 이끌고 있는 박진선 사장에게 이어지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외부서 실력을 검증 받은 뒤 회사에 합류했다는 점이다. 이 또한 박 창업주의 교육철학. 고 박 회장은 국회의원 행정조정실장 직을 수행하다 55세가 돼서야 샘표그룹에 합류했고, 박 사장은 교단에 있다가 38세 때 그룹에 힘을 보탰다.
 

20.오뚜기

오뚜기 함영준 회장은 자녀의 선택을 전적으로 존중해 주는 아버지였다. 함 회장은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그의 장녀 함연지씨는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서 데뷔해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장남 함윤식씨는 현재 회사의 직함이 없다. 오뚜기가 장자승계의 원칙을 모이는 만큼 윤식씨가 차기 유력 승계 후보자지만 아직까지는 장담할 수 없다.

21.금호

금호아시아나그룹 역시 자식들에게 실전적인 경험을 쌓을 것을 주문했다.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은 자식들이 별다른 경험없이 그룹에 합류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이는 박삼구 회장에게까지 이어졌다. 박 회장의 아들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장이 그룹 합류전 2년간 AT커니서 근무하며 자립심을 키운 것도 이 같은 가풍인 것으로 풀이된다.

22.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역시 온실 속에서만 자라길 원하지 않았다. 특히 대기업 오너 자제라고 특권의식을 드러내는 것을 원치 않았다는 전언이다. 장차 현대중공업 승계 후보로 꼽히는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이 2009년 울산공장서 첫 근무를 시작한 것도 이 같은 정 이사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퇴근 후 동료들과 회사 주변 소박한 술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것도 소탈한 정 이사장의 모습이 투영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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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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