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추적> ‘곽노현 금품파문’ 미스터리 셋

노무현‧한명숙 보면 곽노현 보인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금품파문’으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누구보다 청렴해야할 교육계수장이 금품파문에 연루되며 여야 할 것 없이 곽 교육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10‧26재보선을 앞둔 시점에서 야권에 불리한 검찰수사는 과거부터 되풀이되던 관행이라 ‘표적‧기획수사’라는 의혹이 일제히 고개를 내밀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곽 교육감의 검찰 수사 방식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사와 오버랩 된다는 점에서 곽노현 사태가 ‘역풍’을 맞고 있는 분위기다.

주민투표 승리한 야권에 찬물 ‘철퍽’
①‘곽의 3일천하’는 이미 계획 됐었다?
②단일화 대가로 뒷거래 2억 건넸나?
③검찰 대가성 입증 못하면 ‘곽’ 무혐의

지난달 26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작년 교육감선거 당시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단일화 대가로 돈을 건넨 의혹들이 제기되며 정국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야권에서는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승리를 제대로 만끽하기도 전에 찬물이 끼얹어진 셈이다.

검찰 측의 발표에 따르면 8월초 선관위에 곽 교육감에 대한 고발이 접수됐고, 계좌추적을 한 결과 돈이 오간 통로는 단일화 대상이었던 박 교수의 동생과 곽 교육감의 지인인 강 교수라는 것이 밝혀졌다. 검찰은 2011년 2~4월 사이 세 차례에 걸쳐 곽 교육감측에서 1억3000만원이 박 교수 측으로 건너간 정황을 포착했다고 전했다.

검찰의 폭로
‘3일천하 곽’

이같은 사태가 일파만파로 퍼지며 정국을 강타하자 곽 교육감은 서둘러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총 2억원의 돈을 박명기 교수에게 지원했다”며 “선의에 입각한 돈으로 선거와는 무관하게 저와 가장 친한 친구를 통해 전달했다”고 밝혔다. 검찰보다도 발 빠르게 나서 검찰이 밝히지 못한 7000만원의 액수까지 더해 돈을 건넨 혐의를 인정하며 사실을 밝혔다.

여기에 박 교수는 검찰 조사 중 “서울시 교육감 후보를 사퇴하는 대가로 돈을 받았으며 원래 받기로 한 돈은 7억원이다”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여야 할 것 없이 곽 교육감의 사퇴 압박이 가해졌고, 대다수의 언론은 앞장서서 연일 곽 교육감 때리기에 동참하고 있다. 검찰은 2억원의 자금출처를 밝히기 위해 곽 교육감의 주변인들을 소환하며 수사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무엇보다 의심 가는 대목은 아무리 선의의 목적이라고 해도 전문 법학자였던 그가 선거법을 위반하면서까지 검은 돈을 줬을까 하는 점이다. 2억원의 대가성 입증문제로 법적 시비는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교육계의 수장이라 불리는 교육감의 신분으로 억대의 돈 거래가 오고 갔다는 사실은 충분히 곽 교육감에 주의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선거운동 도중 경쟁후보가 사퇴하면 최소한의 비용을 사적으로 보전해 주는 게 선거판의 관례로 알려졌다. 그런데 곽 교육감의 경우만 철퇴를 맞고 있어 검찰의 표적수사라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전격 사퇴하며 서울시장 재보선이 확정된 상황에서 폭로된 것과 관련해 검찰수사에 더욱 의심의 눈초리가 쏠리고 있다.

#1. 검찰의 ‘표적‧기획수사’ 의혹

검찰 측은 “선거관리위원회가 8월 초 수사 자료를 넘겼고,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 최근까지 철저한 보안 속에서 수사를 자제했다”며 “공소시효(6개월)가 임박해 투표가 끝나 수사를 시작했다”며 표적‧기획수사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야권에 대한 검찰수사는 종종 여권에 유리한 결과를 안겨줬다.

18대 총선 당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가 연고가 없는 은평을 지역에서 친이계의 좌장이자 이 지역구에서 내리 3선을 했던 이재오 특임장관을 이기며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다.

하지만 총선자금을 마련하려고 발행한 당채와 관련해 검찰에 고소됐고, 1심에서 재판부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다시 당사랑 채권을 통해 당이 2000만원 상당의 재산상 이득을 받은 것은 합당하지 않기 때문에 당을 처벌해야 하는데, 당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대표인 문 대표가 책임을 져야한다며 다시 유죄판결을 이끌어내 문 대표는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에 이 장관은 재보선을 통해 다시 은평을 지역을 꿰찰 수 있었다.

또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당시에는 야권후보였던 한명숙 전 총리가 불법정치자금 9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이같은 사건에 휘말린 한 전 총리는 불리한 입장에 놓였고, 여권의 오 전 서울시장에 자리를 내주며 석패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고, 결심공판은 오는 9월19일 열릴 예정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결과는 야권의 승리로 귀결되며, 시장직을 내걸었던 오 전 시장이 전격 사퇴했다. 하지만 10월26일로 예정된 차기 서울시장선거에서 여권의 승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때문에 야권에서 후보 단일화에 성공할 경우 지방권력의 핵심인 서울시장직을 야권에 뺏길 위험이 큰 것 또한 사실이다.

이에 선거를 앞두고 곽 교육감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야권에 치명적인 내상을 입힐 뿐만 아니라 야권연대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검찰수사가 표적‧기획수사라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2. 청와대 개입 논란

곽 교육감과 관련한 검찰수사 진행상황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벼랑 끝으로 몰았던 수사방식과 오버랩 되면서 현 정권의 보복과 함께 정권에 불리한 사건 무마용 수사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촛불시위로 인해, 곽 교육감은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현 정권에 미운털이 박혔다. 때문에 노 전 대통령 수사는 보궐선거 직후에, 곽 교육감 수사는 주민투표 직후에 여권의 패배 상황에서 본격화됐다는 점이 비슷하다. 또한 권양숙 여사를 먼저 소환해 노 전 대통령을 압박했듯 이번에도 곽 교육감의 부인 등 주변인들부터 소환하며 당사자를 옥죄는 검찰의 조사방식 역시 똑같다.

여기에 곽 교육감의 상대측인 박 교수의 변호를 맡은 대형로펌이 이전에 노 전 대통령의 상대측인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변론을 맡은 곳과 같은 곳이라는 점이 밝혀지며 의혹의 목소리는 더욱 커져가고 있다.

이 대형로펌은 MB정권 출범 후 여권의 주요한 정치적 사건을 도맡으며 급성장했다. 2007년 대선 당시 불거진 도곡동 땅 사건의 실소유주 논란 당시 이 대통령의 처남인 고 김재정씨의 변호를 담당했고,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씨의 공천 로비 사건에서 김옥희씨와 구속된 브로커 김태환씨의 변호를 잠시 맡은 곳으로 알려졌다. 또 이곳 대표인 강훈 변호사는 BBK사건을 직접 담당했다.

2007년 대통령선거 당시 BBK사건을 수사했던 특별수사팀이 한 언론사를 고소했는데, 서울고법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는 BBK 관련 의혹이 있는 이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만한 사안이었다.

이 로펌은 당시 ‘서태지-이지아 위자료문제’로 이지아측 변호를 맡았는데 공교롭게도 서태지-이지아 결혼 사실이 BBK사건에 대한 판결 발표 약 10분 정도 후에 공개됐다. 때문에 관심을 돌리려 이같은 사건을 터트렸다는 음모론이 제기될 만큼 현 정권에 과잉충성을 보이고 있는 로펌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번 곽 교육감 사태 역시 부산저축은행비리와 관련된 브로커 박태규씨의 입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현 정권의 측근인사들이 연루된 대형비리사건 핵심인물인 박씨의 조사가 시작되자 이번에도 곽 교육감 사태로 시선을 돌리려 했다는 의구심이 제기된 것.

#3. 친이계 음모론

주민투표 패배와 오 전 시장의 사퇴로 위협받는 친이계가 친박계와 야권을 동시에 잡을 카드로 곽 교육감 금품파문을 터트린 ‘배후세력’이라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여권 측근들에 따르면 곽 교육감에 대한 검찰의 수사 착수 계획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초기에는 이같은 사실을 공개해 주민투표를 유리하게 끌고 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여권 수뇌부는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는 의도로 받아질 경우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신중론에 무게가 쏠렸고, 보수층이 결집하면 주민투표도 해볼만 하다는 판단에 사태를 관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진두지휘했던 오 전 시장이 물러나며 친이계는 더욱 입지가 좁아졌다. 때문에 다가오는 10‧26재보선에서 친박과 야권을 동시에 잡을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던 것.

친이계 측에서는 도덕성 시비로 곽 교육감이 사퇴한다면 진보진영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음은 물론이다. 여기에 박근혜 전 대표는 10‧26재보선에서도 무상복지가 논쟁이 된다면 선거를 지원해 줄 수 없다는 조건부 지원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만약 이번 재보선에서도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면 박 전 대표에 대한 보수 지지층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친이계가 박 전 대표를 염두에 뒀을 것이란 분석이다.

오 전 시장의 전격 사퇴이후 재빠르게 곽 교육감의 금품파문을 폭로한 배후세력이 친이계라는 설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현재 2억의 대가성 입증에 자심감을 내비치는 검찰과 선의의 목적이기 때문에 떳떳해 사퇴불가 입장을 보이는 곽 교육감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10‧26재보선을 앞두고 벌어진 곽 교육감 금품사태를 둘러싸고 검찰의 표적‧기획수사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향후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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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