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박근혜 대세론’ 반기는 진짜 이유

‘제3인물’ 아닌 박근혜 나오면 무조건 이긴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대선레이스 독주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는 계속해서 30%대의 안정적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는 것. 박 전 대표는 ‘친박 친위대’에 둘러싸여 엄호를 받으며 대권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하지만 야권에서도 이를 반색하는 분위기다. 야권의 박 전 대표 공세는 이상하리만치 신중해 오히려 ‘박근혜 대세론’에 힘을 보태주고 있다는데…. 야권은 대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일까? 흡사 폭풍전야 같은 야권의 속내를 캐봤다. 

친박 인사 ‘킹메이커’로 본격 행보 가속화
‘왕남’ 이재오 복귀 시 여권판세 지각변동

‘박근혜 대세론’이 난공불락처럼 보여진다. 대선후보 지지도를 묻는 여론조사마다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30%대로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점차 ‘미래권력’의 상징으로 여겨지자 그동안 대립각을 세웠던 의원들이 박 전 대표 진영으로 넘어오는 이른바 ‘월박(越朴)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내년 본격 총선시즌이 다가오면 ‘월박 대란’이 일어날 것이란 섣부른 전망도 난무하고 있다.

이에 탄력받은 박 전 대표의 대권 행보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말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어 그는 지난 15일엔 육영수 여사 추도식에서 자신이 내건 ‘생애맞춤형 복지’에 대해 거듭 강조하며 복지정책을 선점하고 있다.

박근혜 사단
결속력 다져

최근에는 미국의 외교 전문지인 <포린어페어스>의 기고문을 통해 대북정책에 대한 견해를 밝혀 세간의 눈과 귀를 집중시켰다. 박 전 대표는 기고문에서 남북이 서로에게 기대하는 바를 이행하는 이른바 ‘신뢰외교’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뿐만 아니라 박 전 대표 측근 인사들의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에도 가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박 전 대표의 전국 조직망인 ‘국민희망포럼’이 지난 7월, 16개 시·도별 조직 구성을 완료했다. 오는 9월8일엔 친박 의원이 주축인 국회 연구단체 ‘선진사회연구포럼’에서 박 전 대표의 핵심 집권구상인 복지국가론을 토론한다.

또한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230여만명에 이르는 재외동포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지난 18일 ‘대한국(Freat Korea)포럼’이 출범했다. 대한국포럼은 표면적으로는 세계무대에서 한민족이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지만, 실질적으로는 친박계 인사들이 주축이 된 박 전 대표를 위한 재외국민 선거조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서청원 전 미래희망연대(전 친박연대) 대표는 박 전 대표 대선캠프를 총괄하는 역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친박계의 ‘떠오르는 샛별’ 유승민 최고위원은 정책과 전략 분야에서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점쳐진다. 박 전 대표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도 계속해서 대언론 창구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권 재수생인 박 전 대표는 집권플랜의 근간이 될 각종 정책 윤곽을 잡아가며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친박 인사들 역시 ‘킹메이커’를 자임하며 전국 조직망 정비와 정책준비에 심혈을 기울이며 박 전 대표를 엄호를 하고 있다.

손익계산서
두드린 야권

야권은 박 전 대표의 행보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박 전 대표가 치명적 내상을 입을까 대여공세에도 수위를 조절하는 눈치다.
야권은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후보가 된다면 내년 대선을 민주화 세력대 독재 세력의 대결구도로 끌고가 오히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 이명박 정권의 독재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국민들에 ‘심판’을 요구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 정부는 국민적 반대가 심했던 4대강 사업이나 미국산 소고기 수입 등을 강행하며 여론에 반하는 사안을 밀어붙였다. 뿐만 아니라 언론을 장악하려 이 대통령의 언론특보 출신인 최측근 인사를 YTN 사장으로 내려 보냈다. 또한 정연주 KBS 사장이 사퇴하도록 검찰 등의 국가기관을 동원해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며 해임하기에 이르렀다. MBC <PD수첩>에 대한 압수수색 등으로 언론자유의 침해에 정점을 찍기도 했다.

이처럼 현 정부의 독재에 가까운 일방통행에 여론은 반MB정서가 심화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야권은 박 전 대표에 ‘유신의 딸’이라는 독재 이미지를 덧칠할 경우 여권에 불리한 상황이 전개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계산 속이다.

‘유신의 딸’ 이미지 오버랩 시키려는 야권
만신창이 ‘박’에 최후 일격 준비하는 야권

실제로 박 전 대표는 부정적인 질문을 받으면 금방 표정이 굳어진다. 듣고 싶은 말만 듣는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또한 박 전 대표와의 소통은 기자뿐만 아니라 측근 의원들조차 쉽지 않다는 볼멘소리도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때문에 상호간의 소통이 아니라 일방적 소통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점도 야권이 노리고 있는 대목이다.

야권은 또 박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나올 경우 대한민국에는 아직도 남아선호사상이 팽배하게 자리 잡고 있어 ‘여성대통령 출현’이 이르다는 심리를 부추겨 한 번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박 전 대표는 대선후보로서 강력한 입지를 다지고 있지만 뚜렷한 ‘업적’이 없다. 그는 오랜 정치생활에도 비판과 검증을 제대로 받아본 적도 없다. 중요 현안에 관해 ‘침묵’으로 일관하며 지나치게 기회주의적인 면모와 자기방어태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아킬레스건이다.

때문에 손익계산서를 두드리고 있는 야권은 타 후보보다 공격이 쉬운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나와주길 바라며 공세에도 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모양새다.

내부 집안싸움
관망하는 야권

무엇보다 한나라당은 친이계와 친박계로 나뉘며 한 지붕 두 가족 살림으로 계파간의 갈등이 극심하다. 때문에 ‘대권행’을 두고 계파간의 혈투가 벌어질 경우 야권의 공세 없이 친이계의 공격만으로도 박 전 대표가 충분히 내상을 입을 수 있다고 계산하고 있다. 

정계에서는 이재오 특임장관이 당에 복귀해 친이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경우 여권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문수-오세훈-정몽준’ 삼각연대로 박근혜 대항마로 나설 예정이었던 친이계는 최근 오 시장의 대권 불출마로 연대가 파기되자 ‘정몽준-김문수-이재오’로의 삼각연대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것.

이 장관은 지난 2004년 박 전 대표를 ‘독재자의 딸’ ‘유신의 잔당이 아니라 유신 그 자체’라고 비난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이 대통령을 도와 박 전 대표와 맞섰다.

지난 6월에는 트위터를 통해 1964년 한ㆍ일 회담 문제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공개비난 한 바 있다. 이 장관은 계속해서 지난달 20일 ‘나라사랑 전국대학생연합 글로벌 리더스 발대식’ 자리에서도 “5ㆍ16 군사정부는 정의롭지 못한 권력이었다”며 박 전 대통령에 비판을 쏟아냈다.

뿐만 아니라 ‘통 큰 기부’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정몽준 전 대표 역시 계속해서 박 전 대표 공세를 취하며 대립각을 세워왔다. 그는 지난 8월23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정치인의 인기는 목욕탕의 수증기와 비슷하다”며 우회적으로 박 전 대표의 대세론을 비판했다.

야권통합에
심혈 기울여

오 시장의 ‘주민투표’ 무산으로 더욱 탄력 받은 야권은 ‘복지정당’ 이미지를 선점하고, 야권 통합이나 연대작업에 박차를 가해 시너지 효과까지 노릴 수 있다. 그러면서 야권은 ‘여권의 내전’에서 만신창이가 된 박 전 대표에 최후의 일격을 가할 것으로 점쳐진다.

여권의 상황을 관망하다 본격적인 대선 ‘본선’을 벼르는 야권. 그들이 현재 박근혜 대세론을 조용히 관망하는 진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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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