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파격! 파란! 역사적 남북정상회담 뒷얘기

남은 건 ‘트럼프의 선택’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김정수 기자 =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향한 첫 관문인 남북정상회담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65년 만의 종전이 눈앞으로 다가온 것.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채운 남북 정상은 5월 미국으로 넘어가 한반도 긴장의 마침표를 찍을 예정이다. <일요시사>는 남북정상회담서 미처 다뤄지지 않았던 얘기와 성큼 다가온 미북정상회담의 모습을 예상해봤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오전 8시6분경 청와대를 출발했다. 청와대 주변에는 수많은 인파가 모여 문 대통령을 환송했다. 그중에는 보수단체인 재향군인회도 있었다. 남북정상회담이 보수·진보를 넘어 전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다는 증거였다. 문 대통령은 모여든 인파를 보자 차를 세워 재향군인회 인사 등과 인사를 나눴다.

역사적 만남
맞잡은 손

문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은 경기 파주의 통일대교 남단서 임진강을 건너 판문점으로 향했다. 9시1분경 판문점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평화의집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9시27분경 김 위원장을 맞이하기 위해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T2)와 소회의실(T3) 사이 군사분계선(MDL) 쪽으로 이동했다.

김 위원장은 9시29분경 인민복 차림으로 등장했다.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바로 오른쪽에 서서 MDL 근처까지 김 위원장을 수행했다. 두 정상은 MDL을 사이에 두고 손을 맞잡았다.

잠시 사진을 찍는 자세를 취한 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북측 땅을 밟아보라며 제안했고 문 대통령은 잠시 월경(국경 등의 경계선을 넘는 일)을 했다. 이후 두 정상은 손을 맞잡은 채 MDL을 함께 넘어왔다. 남북 정상이 MDL서 조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북한 최고 지도자가 남한 땅을 밟는 것 역시 최초다.

두 정상은 이동하던 중 판문각·자유의집 등을 바라보며 차례로 기념촬영을 했다. 민통선 내에 있는 대성동 초등학교 학생들로부터 꽃다발을 받는 이벤트도 있었다. 9시34분경 두 정상은 판문점 남측지역 광장서 국군의장대 공식사열을 포함한 공식환영식을 가졌다.

광장에는 국가 대신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두 정상이 상대측 공식수행원과 인사를 나눔으로써 환영식은 종료됐다. 환영식이 종료된 9시40분경 김 위원장은 의장대 사열이 끝나고 양측 수행원들과 악수를 나눈 뒤 “오늘 이 자리에 왔다가 사열을 끝내고 돌아가야 하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그럼 가시기 전에 남북 공식 수행원 모두 기념으로 사진을 찍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해 예정에 없던 기념사진촬영이 이뤄졌다.

김여정 펜으로
‘평화의 시대’

9시42분경 평화의 집에 도착한 두 정상은 방명록을 작성했다. 김 위원장은 ‘새로운 력사(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의 출발점에서’라고 남겼다. 서명대에 준비된 펜 대신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건네준 펜으로 작성해 눈길을 끌었다.

정상회담은 10시15분경부터 시작됐다. 회담 테이블의 길이는 2018㎜로, ‘2018남북정상회담’을 상징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두 정상은 약 7분여간 모두발언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서 김 위원장은 “지난 시기처럼 아무리 좋은 합의나 글이 나오고 발표 되도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면 기대를 품었던 분들에게 더 낙심을 주는 것”이라며 “잃어버린 11년 세월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수시로 만나 걸린 문제를 풀어나가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의 이 상황을 만들어낸 김 위원장의 용단에 대해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한다”며 “오늘 통 크게 대화하고 합의에 이르러서 모든 분들에게 큰 선물이 됐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모두발언 후 비공개로 전환된 오전 정상회담은 11시55분경 종료됐다. 김 위원장은 11시57분경 MDL을 넘어 ‘소떼 길’을 통해 북으로 돌아갔다. 지난 1998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소떼를 몰고 고향으로 방북했던 바로 그 길이다.

오후 정상회담을 시작한 남북 정상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 합의문을 공동발표했다. 합의문에는 ‘2018년 내 종전 선언’ ‘완전한 비핵화로 핵 없는 한반도 실현’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 ‘문 대통령의 올 가을 평양 방문’ ‘8‧15남북이산가족 상봉’ 등 파격적인 내용이 실렸다.

남북 정상은 정상회담서 합의된 내용들을 실천하기 위해 고위급 회담 등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한반도로 집중됐던 세계의 관심은 남북정상회담의 종료와 함께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옮겨갔다. 5월 한미정상회담 이후 5월 말 내지는 6월 초로 예상되는 북미정상회담서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로드맵이 어떻게 다뤄지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의 목표는 한마디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다. 그간 미국 본토를 겨냥해왔던 북한의 핵과 그 운반체인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프로그램의 완벽한 폐기다.

두 정상 MDL서 만나 “반갑습니다”
김 ‘평화의 시대, 력사의 출발점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의 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손에 쥐어졌다.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보인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정상화와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 등을 약속할 공산이 크다. 이를 통해 김 위원장은 염원하던 북한의 체제보장을 미국으로부터 약속받는 시나리오다.

북미정상회담서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에 동의하느냐가 관건이다. 6·25전쟁 이후 미국과 중국은 협상을 통해 한반도 휴전을 체결했다. 북미정상회담 이후 전쟁의 당사국인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함께 종전선언을 추진하자는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앞서 남북정상회담 전 미국과 중국은 종전선언에 대해서 환영의 뜻을 표한 바 있다.

미국이 종전선언에 동참하느냐는 전적으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성실하게 비핵화 과정을 이행한다는 약속을 전제로 종전선언에 동참하는 그림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서로의 이익을 공유하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본토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제거함으로써 자국 내에서 점차 높아지고 있는 자신에 대한 비난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특검 ▲시리아 미군 철수 ▲11월 중간선거라는 세 가지 당면과제를 안고 있다. 미 의회와 로버트 뮬러 특검은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과 트럼프 캠프와의 공모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시리아에 주둔 중인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은 군 수뇌부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는 등 군으로부터 신망을 잃고 있다. 이런 상황서 미국 본토를 향한 북한 미사일 위협 제거는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들 수 있는 최고의 반전 카드다.

항구적 평화
키맨 트럼프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라는 막중한 당면과제를 앞두고 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에서는 ‘트럼프 탄핵’ 카드가 핵심 선거 전략으로 부상 중이다. 야당인 민주당뿐 아니라 집권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탄핵 얘기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큰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북미정상회담에서 중간선거가 있는 11월까지 유의미한 합의 내용이 발표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중간선거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 투표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북한과의 협상 내용을 11월까지 끌고 갈 필요성이 있다. 

중간선거 직전 북한과의 극적인 비핵화 합의로 재신임 투표를 성공적으로 이끈다는 전략이 그려지는 이유다.

그 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로 중국에 대한 압박수위를 지금보다 더욱 높일 수 있다. 비핵화를 전제로 한 북한과의 관계정상화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이득이다.

김 위원장 입장서도 북미정상회담은 북한의 체제보장뿐 아니라 중국으로부터의 경제 원조를 끌어올 수 있는 상수다. 앞서 김 위원장은 북중정상회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대규모 경제협력과 체제보장, 군사적 위협 해소를 요청한 바 있다.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로 중국을 압박, 대규모 지원을 이끌어낸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5말6초 북미정상회담, 다가온 종전
남·북·미 정상 노벨평화상 보인다

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미군 철수’ ‘사드 해제’ 카드를 들고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협상을 벌이는 그림이 그려진다. 미국이 한반도에 배치한 병력과 사드는 북한에 대한 압박보다 중국에 대한 견제의 성격이 짙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군과 사드를 일본선까지 후퇴하는 안을 제안한 뒤 시진핑 주석으로부터 원조를 끌어내는 전략이다. 
 

미국 입장에선 중국에 대한 견제를 완전히 철수하는 게 아니라는 측면서, 중국 입장에선 미국의 압박을 지금보다 적게 받을 수 있다는 측면서, 북한 입장에선 중국으로부터의 많은 원조를 기대할 수 있다는 측면서 서로 간에 ‘윈 윈(Win Win)’이다.

북한의 비핵화는 해방 후 73년 동안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아있던 한반도서 쓰여지는 ‘평화의 새 역사’다.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이 만약 한반도 비핵화를 끌어낸다면 문 대통령, 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은 단숨에 노벨평화상 후보로 올라섬은 물론 수상도 유력해진다.

평창동계올림픽(이하 평창올림픽) 이후 문 대통령에 대한 노벨평화상 추진이 한때 이슈로 부상하기도 했다. 그때 청와대는 노벨평화상 추진에 대해 말을 아꼈다. 

미군 철수
사드 해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달 19일자 논평을 통해 “어느 단체가 ‘문재인 대통령 노벨평화상 추진위원회’를 꾸린다고 한다”며 “문 대통령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이다”라고 답한 바 있다. 그로부터 한 달의 시간이 흘렀고 평화의 바람은 평창올림픽 때보다 더욱 세게 한반도로 불어오고 있다. 제118회 노벨상은 올해 10월 발표돼 12월 수상식이 열린다. 올 연말 문 대통령, 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세 정상의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은 결코 꿈이 아니다.

 

<chm@ilyosisa.co.kr> <kjs0813@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남북회담 중러 셈법은?
삼국 정상의 ‘구밀복검’

남북문제는 기존의 ‘한·미·일 대 북·중·러’의 구도서 ‘남·북·미’가 주도하는 상황으로 변화했다. 중국과 일본 그리고 러시아는 급변하는 남북정세 속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모양새다.

중국과 러시아는 ‘중-러 로드맵’과 ‘6자회담’을 통해 한반도 내 지분을 잃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로드맵은 총 3단계에 걸쳐 북한의 비핵화와 이에 따른 한미 연합훈련의 축소·중단을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지난 23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베이징서 만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반도 내 긍정적인 상황 변화는 중·러 양국이 상정하고 있는 로드맵에 부합한다”는 데 입장을 함께했다.

양국은 6자회담 역시 언급하고 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8일 “6자회담의 조속한 회복은 국제사회의 공동인식이자 공동염원”이라며 6자회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이다.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이달 초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의 회담서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안보 문제 등은 6자회담 틀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은 중국, 러시아와 달리 북한과 공식적인 접촉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단 아베 총리는 지난 18일 미국으로 건너가 미일정상회담을 갖고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일본인 납치문제를 거론해 달라고 요청했다.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영향력을 잃지 않으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아베 총리가 남북문제를 통해서 정치생명을 연장하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일본인 납치문제를 정상회담의 의제로 상정해 자국민의 시선을 외부로 돌려 사학스캔들로 추락하는 지지율에 반전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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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