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귀뚜라미그룹이 대표이사 교체를 뒤늦게 공표했다. 업계에선 예정된 일이라는 반응이다. 전임 대표가 조만간 회사를 떠나게 될 것이라는 소문이 연초부터 떠돌던 덕분이다. 다만 대표 교체 사유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말이 오간다.
귀뚜라미그룹은 지난 19일, 송경석 그룹경영관리본부장(CFO)이 대표이사직을 겸직 중이라고 밝혔다. 송 신임 대표 선임 소식은 뒤늦게 알려졌다. 송 대표는 지난 1일자로 귀뚜라미그룹 대표로 취임했다.
올 게 왔나
1965년생인 송 대표는 고려대 경영학과, 미국 미시건대 경영전문대학원(MBA) 과정을 졸업했다. 이후 현대증권 경영기획본부 상무 등을 역임하고 2012년 귀뚜라미그룹에 입사해 그룹경영관리본부장을 맡아왔다.
귀뚜라미그룹은 송 대표가 재무담당최고책임자로 장기간 재직하면서 보여준 능력에 후한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내 자금관리를 업무를 맡았던 송 대표는 대표 사업부인 귀뚜라미그룹 경영 수장 자리에 최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송경석호가 닻을 올린 가운데 업계의 눈은 취임 후 1년2개월 만에 물러난 강승규 전임 대표를 향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강 전 대표는 사물인터넷(IoT) 관련 플랫폼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대표 사임설은 연초에 이미 나돌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10억원대 뇌물 의혹 등으로 구속 기소되고 ‘MB맨’으로 분류되던 강 전 대표와 이 전 대통령의 특별한 관계가 부각될 무렵이다.
언론인 출신인 강 전 대표는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후보였던 2002년에 서울시장 후보 기획홍보팀장을 맡았다.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당선된 후 강 전 대표는 탄탄대로를 달렸다.
서울시장 인수위원회 대변인, 서울특별시 홍보기획관, 대통령 경선후보 미디어홍보 단장, 대통령인수위원회 부대변인 등을 거쳤다. 이 전 대통령 재임 시기였던 2008년에는 제18대 서울시 마포구갑 국회의원에 당선되기도 했다.
뒤늦은 강승규 대표 사임소식
전 정권과 연결고리 독 됐나
강 전 대표와 귀뚜라미그룹 간 인연이 시작된 건 2016년 6월이다. 이 무렵 강 전 대표는 귀뚜라미그룹 기획조정본부장으로 영입됐다. 지난해에는 주력 계열사인 귀뚜라미 대표를 맡아 보일러 사업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최순실게이트의 여파로 조기 정권교체가 이뤄지고 올 초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이런 가운데 이전 정부와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던 강 전 대표의 존재가 귀뚜라미그룹 입장에서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최진민 귀뚜라미그룹 회장의 장남인 최성환 전무의 존재가 강 대표의 사임 이유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 회장은 2011년 8월 무상급식을 ‘거지 근성’으로 비하하면서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이후 연구원들이 특허권을 가로채 특허를 독점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됐고 결국 귀뚜라미 회장직서 물러났다.
오너가 존재감 확대
최 회장이 물러남에 따라 후계 구도에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전문경영인이 선임되면서 곧바로 최 전무가 최 회장의 빈자리를 꿰차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최 전무의 권한이 조만간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 잇따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