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퍼시스그룹이 부실 계열사를 통해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오너 일가가 최대주주인 회사에 부실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고 알짜 계열사의 사업을 부실 계열사에 넘기는 방식을 내세웠다. 오너 일가 경영승계 작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는 평가다.
퍼시스그룹 계열사인 팀스는 지난달 23일, 충북 음성서 주주총회를 열고 퍼시스의 다른 계열사인 시디즈의 의자 제조 및 유통에 관한 사업 일체를 양수키로 의결했다. 이날 주총서 해당안이 가결되면서 지난 1일부로 시디즈의 의자사업은 팀스로 넘어갔다. 시디즈의 의자사업을 양수한 팀스는 사명을 시디즈로 교체했으며 기존 시디즈는 퍼시스홀딩스로 간판을 바꿔 지주사 역할을 맡게 됐다.
부실 계열사 키운다
퍼시스그룹은 팀스를 이용해 오너 2세인 손태희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의 한 축을 완성했다. 퍼시스그룹의 지배구조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창업주 손동창 회장이 지분 80.51%를 보유한 시디즈서 퍼시스로 이어지는 갈래, 손 부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일룸이 팀스를 지배하는 또 다른 갈래다.
이번에 시디즈가 팀스로 사업권을 양도하면서 손 부사장은 일룸과 시디즈(팀스)를 모두 지배하게 됐다. 일룸과 시디즈는 그룹 내 캐시카우로 꼽히는 알짜 회사로 향후 손 부사장이 퍼시스 등을 승계할 때 주요 역할을 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여기에 팀스가 시디즈 사업권을 양도받으면서 결과적으로 손 부사장이 일룸과 시디즈(팀스)를 모두 지배하게 되는 구조가 완성됐다. 손 회장은 지난달 23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서 등기이사직을 내려놨다.
손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지배구조 만들기는 사실 1년 전부터 착실히 진행돼왔다. 먼저 일룸을 팀스의 최대주주로 만들었다. 지난해 4월12일 시디즈는 보유하고 있던 팀스 지분 40.58%(81만1522주)를 시간외매매로 일룸에 넘겼다. 주당 가격은 1만8400원이다.
같은해 12월에는 시디즈의 사업을 팀스에 양수하기로 결정했다. 팀스는 양수대금을 앞으로 1년간 6차례 분할 납부하기로 했다. 사실상 인수한 시디즈의 사업을 통해 번 자금으로 대금을 지불하는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팀스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모두 21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그룹 전면에 나설 만큼 확고부동한 위상을 구축한 것과 달리 팀스는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상태였다.
5년 연속 적자…직원은 6명
알고 보니 2세 승계 주춧돌
코스피 상장사인 팀스는 모태인 퍼시스를 제외하고는 그룹 내에 존재하는 유일한 상장사였다. 2010년 퍼시스서 인적분할됐고 이듬해 초 유가증권시장에 재상장됐다. 당시 교육용 가구 정부조달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위장 중소기업 논란을 겪으면서 조달시장 참가를 제한당했다.
그러자 2012년 819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13년 236억원, 2014년 108억원으로 급감했고 급기야 2015년에는 67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이후 2016년 99억원, 지난해 125억원으로 소폭 늘었지만 여전히 매출은 바닥권이다.
하지만 주가는 지난해 말에 비해 3배 이상 올랐다. 2일 소폭 하락 출발했던 팀스 주가는 곧바로 상승 반전했다. 장 시작 후 1시간여만에는 무려 16% 넘게 오르며 9만원에 육박, 최고가 기록을 또다시 경신했다.
팀스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부터다. 당시 팀스는 매출액 1400억원 규모인 퍼시스의 다른 계열사 시디즈의 의자사업을 325억2600만원에 인수키로 결정하고 이를 공시했다. 이후 다음날인 14일 오전 9시 거래가 재개되자마자 팀스 주가는 30% 오르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날부터 3거래일 연속 가격 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올 들어서도 팀스 주가는 꾸준히 상승하면서 당시 2만원 초반대였던 주가는 현재 9만원을 육박하고 있다. 영업양수 결정을 공시한 지난해 12월13일부터 전 거래일까지 팀스 주가는 무려 268% 넘게 폭등했다. 당시 420억원에 불과했던 시총은 어느새 1500억원을 훌쩍 넘겼다.
팀스는 매출의 99%를 그룹에 의존하면서 계열사 생산공장 역할을 해왔다. 지난달 30일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직원 수는 관리사무 3명, 생산직 3명 등 총 6명에 불과하다. 총 직원이 6명에 불과한 상장사가 그룹사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맡게 된 셈이다.
승계 절차 탄력
가구업계 관계자는 “일룸과 시디즈의 지분 거래, 시디즈와 팀스의 사업양수를 거치면서 손 부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일룸이 시디즈를 지배하는 새로운 구조를 완성했다”며 “퍼시스그룹의 2세 경영승계 과정 중 가장 중요한 절차가 일단락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