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난 여야 잠룡들 명암 엇갈리는 내막

‘오세이돈’ 따라 추락하거나 혹은 비상하거나…

[일요시사=서형숙 기자]일명 ‘오세이돈’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강행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서울시민에 외면당하며 급기야 실패로 막을 내렸다. 오 전 시장은 대선불출마 선언에 이어 시장직까지 걸며 주민투표에 ‘올인’을 해왔다. 게다가 무릎도 꿇어보고, 눈물로 호소도 했지만 분위기 반전에는 역부족이었다. 주민투표가 실패로 돌아가자 여야 잠룡들의 명암마저 엇갈리고 있다. 그 후폭풍 속에 휘말린 잠룡들의 엇갈린 명암을 취재했다.

박근혜 ‘수수방관론’과 보수층 이탈 우려
정몽준 오 시장 적극 지원해 대권가도에 흠결
 
‘오세훈의 난’으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무상급식 시행을 두고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로 갈라 주민투표를 강행했다. 애초에 주민투표는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예측과 혈세낭비라는 비판에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오 전 시장의 강행을 만류해왔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주민투표를 밀어붙였다. 그는 이슈를 띄우기 위해 여권 대 야권의 대립구도로 몰아갔다.

오 전 시장은 또 주민투표의 진정성을 내비치기 위해 대선불출마도 선언했고, 민선 시장직까지 내걸었다. 때문에 오 전 시장 홀로 일으킨 주민투표가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핫이슈’로 급부상했다.

방관자 박근혜
책임론 ‘화살’

지난 8월24일 진행된 주민투표에서 투표율은 겨우 25.7%를 기록했다. 친이계의 지원사격과 오 전 시장의 ‘강남시장’이란 별칭답게 강남아줌마부대 출동에도 역부족이었다. 주민투표는 33.3%가 넘어야 개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오 전 시장의 실패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오 전 시장은 지난 8월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장직을 전격 사퇴했다.

주민투표 시행이 결정되자 그간 당 차원에서 ‘오 시장 구하기’에 뛰어든 까닭에 주민투표의 실패는 곧 한나라당의 패배로도 이어졌다. 이에 당 내부에서는 책임론을 두고 “네 탓 내 탓”을 놓고 시시비비를 가리며 입씨름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첫번째 화살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겨냥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주민투표를 ‘강 건너 불구경’ 했다는 이유에서다. 오 전 시장 측은 박 전 대표 측에 도와달라고 애걸복걸하다 거절을 당하기도 했다. 오 시장 측에서 하다하다 안 되니 ‘침묵이라도 지켜달라’는 부탁이 있었으나 이마저도 들어주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주민투표 하루 전날 기자들의 입장관련 질문에 “내일이 투표일이니 서울시민이 그것을 판단하지 않겠느냐"며 “여러 차례 말씀을 드렸듯이 지방자치단체마다 사정이 다르니 거기에 맞춰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거리를 둔 것.

당 내부에서는 박 전 대표가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보수층의 집결로 더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을 것이라며 박 전 대표가 한 마디도 거들어주지 않은 것에 집중 성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복지정책에 심혈을 기울이며 복지 이미지를 덧칠하고 있는 과정에서 쉽사리 오 전 시장의 손을 들어주기 힘들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게다가 논란이 치열한 무상급식 문제에 대해 섣불리 나섰다가 박 전 대표가 내상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무엇보다 박 전 대표가 직접 나섰음에도 주민투표가 실패할 경우 유력 대선주자로서 대권가도에 흠집이 날 위험도 있었다. 때문에 박 전 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했고, 주민투표 실패에 대한 당 내부의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오 전 시장이 전격 사퇴함에 따라 서울시장 재보선을 치러야 하는데 내년 총‧대선을 비롯해 서울시장직까지 한나라당에 전망이 썩 밝지 않은 상황이다. 지방권력의 핵심인 서울시장이 야권에 넘어갈 경우 박 전 대표의 대권행에도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감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당 내부에서도 서울시장 지원유세를 놓고 ‘박근혜 역할론’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입장에서는 ‘조기 등판’으로 전면에 나섰다가 식상함과 내상을 동시에 입을 수 있다는 계산 때문에 또 다시 섣불리 나서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전 대표로서도 계속해서 무작정 당의 요구를 뿌리칠 경우 전통적인 보수지지층의 이탈을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같은 딜레마로 박 전 대표는 이번 주민투표 실패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누구보다 큰 상황이다.

김문수 경기지사
박근혜 대항마로

오 전 시장과 ‘한지붕 맞수’인 김문수 경기지사는 이번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박근혜 대항마’로서 친이계의 대선주자로 부각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 지사는 그간 무상급식 문제를 놓고 오 전 시장과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김 지사는 무상급식문제로 도의회와 마찰을 빚었을 당시 ‘친환경 급식비용’이라는 대안을 마련하며 전격적인 타협을 이끌어냈다. 대신 도의회가 대폭 삭감했던 자신의 역점사업 예산은 살리는 방법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며 호평을 받아왔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간 김 지사는 오 전 시장의 주민투표 강행의지에 대해 “(무상으로) 줬다가 빼앗으면 더 문제 아니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또한 그는 아이들 밥 먹이는 문제로 주민투표까지 가야할 사안인지 의문이라며 오 전 시장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특히 이번 주민투표가 실패로 돌아감에 따라 ‘보편적 복지’가 힘을 얻고 있다. 선거철이 임박하면 복지정책경쟁 과열도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러한 김 지사의 행보가 각광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가의 관측이다.

이로써 친이계는 복지에 열을 올리는 박 전 대표의 대항마로 복지에 경쟁력 있는 김 지사를 내세울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김 지사의 출마 선언이 이어질 경우 친이계의 대권 주자로 급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김문수 친이계의 ‘박근혜 대항마’로 부각
손학규 야권공조를 계기로 ‘통합’에 박차


반면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오 전 시장을 적극 옹호하면서 ‘복지 포퓰리즘’을 경계해왔다. 그는 지난 8월18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국가재정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 써야지, 어려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다 돈을 나눠주면 그것은 무책임한 일이다”라고 밝히며 오 전 시장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주민투표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기가 한 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야권 잠룡엔
긍정적 영향

오 전 시장의 주민투표의 실패는 야권 잠룡들에게는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야권에서는 ‘나쁜투표 거부운동’을 펼쳐왔고, 실제로 투표율이 미달된 것은 야권의 승리로 귀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덕을 보는 이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이다. 당분간 손 대표의 대권행보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그간 손 대표는 “무상급식은 공교육의 일환이고 의무교육의 완성이다”며 “오 전 시장은 개인의 정치적 야망에 어린이들을 제물로 삼겠다는 생각을 접어 달라”고 주민투표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손 대표는 이번 주민투표 거부운동을 펼치며 진보정당들과 긴밀한 공조를 해왔다. 그리고 야권의 단결은 승리를 이끌었다. 때문에 손 대표는 주민투표 공조를 계기로 야권대통합에 더욱 속력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오 전 시장이 시장직을 사퇴한 만큼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실시되고 야권이 시장직까지 확보할 경우 손 대표의 대권행은 더욱 탄력 받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야권에서 폭풍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경우에도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야권 후보단일화를 논의하며 일정 역할을 해낼 경우 자신의 정치력과 영향력을 입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로 편을 갈라 치고 받는 혈전 속에서 수개월을 이어왔던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는 여권의 패배와 야권의 승리로 귀결됐지만 보이지 않는 또 다른 후폭풍은 대권을 꿈꾸는 여야 잠룡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 한동안 눈길을 떼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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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