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난 여야 잠룡들 명암 엇갈리는 내막

‘오세이돈’ 따라 추락하거나 혹은 비상하거나…

[일요시사=서형숙 기자]일명 ‘오세이돈’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강행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서울시민에 외면당하며 급기야 실패로 막을 내렸다. 오 전 시장은 대선불출마 선언에 이어 시장직까지 걸며 주민투표에 ‘올인’을 해왔다. 게다가 무릎도 꿇어보고, 눈물로 호소도 했지만 분위기 반전에는 역부족이었다. 주민투표가 실패로 돌아가자 여야 잠룡들의 명암마저 엇갈리고 있다. 그 후폭풍 속에 휘말린 잠룡들의 엇갈린 명암을 취재했다.

박근혜 ‘수수방관론’과 보수층 이탈 우려
정몽준 오 시장 적극 지원해 대권가도에 흠결
 
‘오세훈의 난’으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무상급식 시행을 두고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로 갈라 주민투표를 강행했다. 애초에 주민투표는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예측과 혈세낭비라는 비판에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오 전 시장의 강행을 만류해왔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주민투표를 밀어붙였다. 그는 이슈를 띄우기 위해 여권 대 야권의 대립구도로 몰아갔다.

오 전 시장은 또 주민투표의 진정성을 내비치기 위해 대선불출마도 선언했고, 민선 시장직까지 내걸었다. 때문에 오 전 시장 홀로 일으킨 주민투표가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핫이슈’로 급부상했다.

방관자 박근혜
책임론 ‘화살’

지난 8월24일 진행된 주민투표에서 투표율은 겨우 25.7%를 기록했다. 친이계의 지원사격과 오 전 시장의 ‘강남시장’이란 별칭답게 강남아줌마부대 출동에도 역부족이었다. 주민투표는 33.3%가 넘어야 개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오 전 시장의 실패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오 전 시장은 지난 8월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장직을 전격 사퇴했다.

주민투표 시행이 결정되자 그간 당 차원에서 ‘오 시장 구하기’에 뛰어든 까닭에 주민투표의 실패는 곧 한나라당의 패배로도 이어졌다. 이에 당 내부에서는 책임론을 두고 “네 탓 내 탓”을 놓고 시시비비를 가리며 입씨름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첫번째 화살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겨냥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주민투표를 ‘강 건너 불구경’ 했다는 이유에서다. 오 전 시장 측은 박 전 대표 측에 도와달라고 애걸복걸하다 거절을 당하기도 했다. 오 시장 측에서 하다하다 안 되니 ‘침묵이라도 지켜달라’는 부탁이 있었으나 이마저도 들어주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주민투표 하루 전날 기자들의 입장관련 질문에 “내일이 투표일이니 서울시민이 그것을 판단하지 않겠느냐"며 “여러 차례 말씀을 드렸듯이 지방자치단체마다 사정이 다르니 거기에 맞춰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거리를 둔 것.

당 내부에서는 박 전 대표가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보수층의 집결로 더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을 것이라며 박 전 대표가 한 마디도 거들어주지 않은 것에 집중 성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복지정책에 심혈을 기울이며 복지 이미지를 덧칠하고 있는 과정에서 쉽사리 오 전 시장의 손을 들어주기 힘들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게다가 논란이 치열한 무상급식 문제에 대해 섣불리 나섰다가 박 전 대표가 내상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무엇보다 박 전 대표가 직접 나섰음에도 주민투표가 실패할 경우 유력 대선주자로서 대권가도에 흠집이 날 위험도 있었다. 때문에 박 전 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했고, 주민투표 실패에 대한 당 내부의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오 전 시장이 전격 사퇴함에 따라 서울시장 재보선을 치러야 하는데 내년 총‧대선을 비롯해 서울시장직까지 한나라당에 전망이 썩 밝지 않은 상황이다. 지방권력의 핵심인 서울시장이 야권에 넘어갈 경우 박 전 대표의 대권행에도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감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당 내부에서도 서울시장 지원유세를 놓고 ‘박근혜 역할론’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입장에서는 ‘조기 등판’으로 전면에 나섰다가 식상함과 내상을 동시에 입을 수 있다는 계산 때문에 또 다시 섣불리 나서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전 대표로서도 계속해서 무작정 당의 요구를 뿌리칠 경우 전통적인 보수지지층의 이탈을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같은 딜레마로 박 전 대표는 이번 주민투표 실패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누구보다 큰 상황이다.

김문수 경기지사
박근혜 대항마로

오 전 시장과 ‘한지붕 맞수’인 김문수 경기지사는 이번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박근혜 대항마’로서 친이계의 대선주자로 부각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 지사는 그간 무상급식 문제를 놓고 오 전 시장과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김 지사는 무상급식문제로 도의회와 마찰을 빚었을 당시 ‘친환경 급식비용’이라는 대안을 마련하며 전격적인 타협을 이끌어냈다. 대신 도의회가 대폭 삭감했던 자신의 역점사업 예산은 살리는 방법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며 호평을 받아왔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간 김 지사는 오 전 시장의 주민투표 강행의지에 대해 “(무상으로) 줬다가 빼앗으면 더 문제 아니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또한 그는 아이들 밥 먹이는 문제로 주민투표까지 가야할 사안인지 의문이라며 오 전 시장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특히 이번 주민투표가 실패로 돌아감에 따라 ‘보편적 복지’가 힘을 얻고 있다. 선거철이 임박하면 복지정책경쟁 과열도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러한 김 지사의 행보가 각광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가의 관측이다.

이로써 친이계는 복지에 열을 올리는 박 전 대표의 대항마로 복지에 경쟁력 있는 김 지사를 내세울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김 지사의 출마 선언이 이어질 경우 친이계의 대권 주자로 급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김문수 친이계의 ‘박근혜 대항마’로 부각
손학규 야권공조를 계기로 ‘통합’에 박차


반면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오 전 시장을 적극 옹호하면서 ‘복지 포퓰리즘’을 경계해왔다. 그는 지난 8월18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국가재정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 써야지, 어려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다 돈을 나눠주면 그것은 무책임한 일이다”라고 밝히며 오 전 시장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주민투표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기가 한 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야권 잠룡엔
긍정적 영향

오 전 시장의 주민투표의 실패는 야권 잠룡들에게는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야권에서는 ‘나쁜투표 거부운동’을 펼쳐왔고, 실제로 투표율이 미달된 것은 야권의 승리로 귀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덕을 보는 이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이다. 당분간 손 대표의 대권행보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그간 손 대표는 “무상급식은 공교육의 일환이고 의무교육의 완성이다”며 “오 전 시장은 개인의 정치적 야망에 어린이들을 제물로 삼겠다는 생각을 접어 달라”고 주민투표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손 대표는 이번 주민투표 거부운동을 펼치며 진보정당들과 긴밀한 공조를 해왔다. 그리고 야권의 단결은 승리를 이끌었다. 때문에 손 대표는 주민투표 공조를 계기로 야권대통합에 더욱 속력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오 전 시장이 시장직을 사퇴한 만큼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실시되고 야권이 시장직까지 확보할 경우 손 대표의 대권행은 더욱 탄력 받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야권에서 폭풍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경우에도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야권 후보단일화를 논의하며 일정 역할을 해낼 경우 자신의 정치력과 영향력을 입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로 편을 갈라 치고 받는 혈전 속에서 수개월을 이어왔던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는 여권의 패배와 야권의 승리로 귀결됐지만 보이지 않는 또 다른 후폭풍은 대권을 꿈꾸는 여야 잠룡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 한동안 눈길을 떼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