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대주주 오너 일가에 회사 차원서 고배당을 일삼는 행위는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변칙적으로 자행되는 ‘오너 곳간 채우기’는 좀처럼 멈춰지지 않고 있다. 어디서부터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기획으로 고배당 논란에 휘말린 오너 일가를 짚어봤다.
스마트폰 부자재 공급사인 서원인텍은 전자업계서 손꼽히는 고배당 업체로 유명하다. 창업 후 회사를 키워오는 과정서 일찌감치 후계구도를 정비해 덕분에 오너 일가는 배당액의 외부 누수를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압도적 지분율
서원인텍의 지난해 주요 실적 지표는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연결 기준 3575억원이던 매출은 2841억원으로 줄었고 151억원, 192억원이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90억원, 31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3분기 부진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서원인텍은 연결 기준 매출액 572억원, 영업이익 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8.9%, 91.6% 줄었다. 시장 기대치 매출액 958억원, 영업이익 48억원을 훨씬 하회하는 수준이다.
심각한 실적 부진은 배당 축소로 이어졌다. 서원인텍은 2017회계연도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300원, 배당금총액 55억8000만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이는 전년 대비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서원인텍은 2016년에 보통주 1주당 66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한 바 있다. 배당금총액은 122억8000만원이었다.
배당규모가 축소되면서 ‘배당수익률(주가 대비 1주당 배당금의 비율)’도 하락했다. 2015년 4.9%였던 배당수익률은 이듬해 호실적에 힘입어 5.9%까지 올랐지만 지난해 3.5%로 하향 조정됐다. 그럼에도 서원인텍의 배당수익률은 1%대를 형성하는 동종업계 평균치를 훨씬 상회한다.
배당수익률보다 더 눈에 띄는 건 177.5%를 나타낸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비율)’이다. 이는 당기순이익을 훨씬 초과하는 금액이 배당금으로 빠져나간 셈이다. 동종업계의 배당성향이 10∼20% 수준임을 감안하면 서원인텍의 배당성향은 업계 최상위권에 속한다. 2015년과 2016년 배당성향은 각각 45.1%, 63.7% 를 나타낸 바 있다.
순익 뛰어넘는 배당금
절반이 오너 일가 몫
서원인텍이 이처럼 고배당 정책을 지속할 수 있는 배경은 오너 일가의 높은 지배력에 있다. 통상적인 상장기업 최대주주 지분율이 30% 내외에 그치는 것과 달리 서원인텍의 오너 일가는 50%를 초과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배당을 통해 외부 주주에게 누수되는 자금 규모가 적어 고배당 효과가 오너에게로 집중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말 기준 서원인텍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창업주인 김영환 회장 부부와 세 자녀가 지분을 분산 보유하고 있다. 특히 김 회장의 아들이자 2세 경영인인 김재윤 대표가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김 대표는 서원인텍 총주식의 30.90%(574만8000주)를 보유해 최대주주 지위에 올라 있다. 부친인 김 회장은 12.96%(241만주) 지분율로 2대 주주 자리에 올라 있다. 김 회장의 부인 최영애씨(3.39%, 63만주), 김 회장의 딸인 김지현씨(3.39%, 63만주), 김재희씨(1.77%, 33만주)도 지분을 일정 수준 이상 보유한 상태다.
오너 일가 지분율 총합은 52.41%(975만2000주)에 달한다.
이 같은 지분율을 토대로 오너 일가는 서원인텍으로부터 29억2560만원의 배당금을 지급받게 됐다. 김 대표의 수령액이 17억244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김 회장(7억2300만원), 최영애씨(1억8900만원), 김지현씨(1억8900만원), 김재희씨(9900만원) 순이었다.
최근 3년으로 범위를 확장하면 오너 일가로 귀속된 배당금은 약 144억원에 이른다. 오너 일가는 2015년 53억원, 2016년 61억8000만원의 배당금을 수령한 바 있다.
이 같은 지분구도의 큰그림은 서원인텍이 증시에 상장한 2007년 이전에 이미 완성됐다. 상장 직후인 2007년 12월 당시 부사장을 맡고 있던 김 대표는 부친을 대신해 서원인텍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후계구도 정비를 이처럼 일찍 마무리해둔 덕분에 서원인텍은 다른 상장기업들과 달리 지배구조가 매우 안정돼있다.
확실한 승계
향후 부친의 지분을 넘겨받기 위한 상속재원 마련에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꾸준한 배당을 통해 매년 상당한 자금이 김 대표 손에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