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5대 대도시 판세 분석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4.09 11:28:41
  • 호수 11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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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는 이미 승자를 알고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6·13 지방선거가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는 예비후보들을 추려내는 과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광역단체장 선거서 1%의 승률이라도 올리기 위해 여야 지도부는 머리를 맞대고 논의 중이다. 선거 룰이 속속 정해지고 있으며 대진표도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일요시사>는 지방선거의 성적표라 할 수 있는 광역단체장 중에서도 5대 도시의 판세를 살펴봤다.
 

서울시장 선거의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은 지난 4일 장고 끝에 서울시장 선거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내심 서울시장 선거 낙승을 기대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입장에선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안 위원장은 지난 19대 대선서 21%의 득표율을 기록, 건재함을 과시한 바 있다.

격동의 서울
단일화 변수?

안 위원장은 서울시의회 본관서 열린 출마선언식서 자신을 ‘야권 대표선수’로 소개했다. 이어서 그는 “7년 전 가을 안철수에게서 희망을 찾고 싶어 하셨던 서울시민의 열망에도 답하지 못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그 죄송스러운 마음까지 되새기고 사과드린다.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의 출사표에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 번째는 자신을 바로 야권 대표선수로 소개한 부분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최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서울시장 후보로 낙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야권 단일화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김 전 지사보다 우위에 서려는 안 위원장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공식적으로 안 위원장은 한국당과의 야권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야권 연대는 없다. 기득권 정당은 우리가 싸울 대상”이라고 일축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도 “단일화는 없으며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바미당은 소멸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민주당을 잡기 위해서는 야권 단일화가 필수라는 현실적인 주장이 양당서 제기되고 있다. 

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민주당 지지율이 50%인 상황서 두 야당이 모두 후보를 내는 것은 자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선거가 막판으로 치달을수록 야권 단일화의 불씨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했던 7년 전 상황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이는 이번 선거서 ‘양보론’ 프레임을 적극 사용할 것이란 선전포고와도 같다.

민주당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경선 승리가 곧 당선’이었던 판세가 한순간에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갯 속으로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안 위원장의 출마에 날을 세웠다.

박원순 시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오늘(지난 4일) 안 위원장이 출마했으니 그분을 취재하는 것이 어떠냐”는 다소 공격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상호 의원은 “안 위원장의 출마선언문을 꼼꼼히 읽어봤는데 후보로서 준비가 잘 안 돼있다고 생각했다”며 평가절하했다. 박영선 의원도 “(서울시장은) 대통령을 꿈꾸다가 중도에 포기하거나 대선에 나가서 패한 사람들이 경쟁하는 자리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안 위원장은 박 시장이 타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지난 5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건 현장 방문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박 시장과 경쟁을 펼치고 있는 박영선·우상호 의원에 대해 “경선서 이길 가능성이 낮은 분들”이라며 “(두 사람의 비판에) 일일이 반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는 민주당과 한국당, 바미당 구도의 3파전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당초 박 시장의 승리 가능성이 높게 점쳤던 민주당은 서울시장 경선은 결선투표 도입 외에도 안 위원장의 출마로 셈법이 복잡해졌다.

설욕의 부산
리턴매치 성사?

민주당이 부산시장 후보로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장관을 단수공천하면서 한국당 후보인 서병수 부산시장과 리턴매치가 성사됐다. 지난달 16일 한국당은 일찌감치 서 시장을 부산시장 후보로 공천했으며 민주당은 지난 3일 오 전 장관을 단수공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앞서 오 전 장관 외에도 정경진 전 부산시 행정부시장이 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경쟁을 벌였지만 여론조사에서 오 전 장관이 정 전 부시장에 크게 우위를 보이면서 민주당은 오 전 장관을 단수공천했다.
 

오 전 장관과 서 시장의 대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서 오 전 장관은 49.34%를 기록, 50.65%를 기록한 서 시장에게 단 1.31%포인트(2만701표 차이)로 석패한 경험이 있다. 당시 오 전 장관은 무소속이었다. 집권여당의 간판을 달고 설욕전에 나선 셈이다.

거물 등장에 서울 선거판 요동
오거돈 VS 서병수 빅매치 성사

서 시장은 현직 프리미엄을 활용하고 있다. 자신이 행한 시정을 적극 홍보하며 표심 잡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지난 5일을 서부산개발사업 추진상황보고회서 서 시장은 “모든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으므로, 서부산 개발 프로젝트 추진에 있어 발생되는 어려움은 현장을 자주 방문하고 점검하면 분명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관계부서에 현장을 자주 방문할 것을 주문하고, 서부산 그랜드플랜 사업들을 현장 중심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산시장 선거에는 오 전 장관과 서 시장 외에도 바미당 이성권 예비후보, 정의당 박주미 예비후보 등이 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고 있는 오 전 시장과 서 시장에게 견제구를 던지며 존재감 높이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 예비후보는 “민주당이 높은 지지율에 취한 오만함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며 “도대체 부산시민들은 언제까지 올드보이 오거돈과 서병수를 봐야 한단 말인가”라고 두 후보 모두를 비판했다. 


박 예비후보 역시 “부산의 미래를 다시 서병수나 오거돈에게 맡길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부산은 이번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이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무너진 보수진영의 건재와 문재인정부 1년에 대한 평가를 알아볼 수 있는 리트머스지다. 이에 총 4명의 예비후보들은 하나의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시민의 표심이 과연 어느 쪽을 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보수의 대구
이변 나오나?

민주당은 내친김에 보수의 심장을 겨냥하고 있다. 민주당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는 대구시장 후보 경선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1995년 첫 전국동시지방선거 후 민주당 계열서 대구시장 후보 경선이 진행되는 것은 23년 만이다.

이상식 전 국무총리 민정실장, 이승천 전 국회의장실 정무수석비서관, 임대윤 전 청와대 사회조정1비서관이 참여하는 대구시장 후보 경선을 통해 유권자들의 관심을 유도한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경선은 권리당원 투표와 여론조사를 각 50%씩 반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갈 경우 본선서 통하는 후보를 가려내기 어렵고, 100% 여론조사로 갈 경우 한국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자신이 지지하는 당을 위해 상대당 후보 중 경쟁력이 낮은 후보를 선택하는 행위)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각 50%를 반영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에서는 이재만 전 최고위원, 권영진 대구시장,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경선을 벌인다.

이 전 최고위원은 자유한국당 대구시장 경선과 관련해 “예상판세는 제 머릿속의 전략이 아닌 현장서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경선 기호가 결국은 순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 전 최고위원은 경선 기호 1번이다.

권 시장은 “한국당 대구시장 후보 경선이 종반으로 치달을수록 당선 가능성이 높고, 본선 경쟁력이 높은 후보 쪽으로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져 1강 3약의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지난 3일 TV 토론회 이후 부동층서 나를 지지하기로 마음을 굳힌 책임당원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감지된다”고 자신을 어필했다.
 

이 전 구청장은 한국당 책임당원 모바일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 4일 “뿌린 만큼 거둔다는 마음과 각오로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대구 발전을 위한 현명한 선택을 기다리면서 당원동지 모두가 참정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전 장관은 “대구 시민의 높은 수준을 믿고 있다. 자식들의 앞날과 대구의 미래를 위해 능력 있는 시장을 선택할 것”이라며 “행정력과 미래비전, 실물경제 능력, 국제적 감각과 높은 청렴성을 가진 후보를 시민들이 선택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진보의 광주
대세론 굳히기?

광주시장 선거판이 요동치고 있다. 윤장현 광주시장의 불출마 선언과 ‘3자 단일화’ 등 민주당 경선이 급변하면서다. 윤 시장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통해 “시장이 되는 일보다 시장이 해야 할 일이 더 중요하다”며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재선 도전을 공식화한 지 불과 엿새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민주당 경선후보인 강기정·민형배·최영호 예비후보는 강 예비후보로 단일화를 이뤘다. 세 사람은 광주시의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론조사 결과와 시민사회의 의견 등을 바탕으로 단일화 협의를 거친 끝에 강 예비후보를 단일후보로 결정했다”며 “우리가 만들려는 시민공동정부는 세 사람의 공동정부가 아닌 시민과의 공동정부”라고 강조했다. 

앞서 세 사람은 지역 시민사회에 후보선출에 대한 전권을 위임한 바 있다.

보수·진보의 심장에서는…
여야, 중원에서 길을 찾다

이로써 민주당 예비후보는 3명으로 압축됐다. 단일후보로 확정된 강 예비후보와 양향자 예비후보, 이용섭 예비후보가 그들이다. 정치적 셈법이 복잡해진 민주당 예비후보 진영은 전략짜기에 고심하고 있다. 

변수는 과연 어떤 예비후보가 불출마 선언을 한 윤 시장의 지지층을 흡수하느냐다.

국민의당에 분리된 바미당, 민주평화당(이하 민평당)은 후보 확정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바미당 광주시당은 지난 4일 김대중컨벤션센터 중소회의실서 바미당 전남도당과 공동으로 개편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박주선·유승민 공동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총출동, 본격적인 세몰이에 나섰다. 다만 아직 광주시장 선거에 나설 후보군이 안갯속에 가려있다.

민평당도 광주 지방선거 체제로 전환을 마무리했다. 최경환 광주시당위원장이 공천관리위원장을 맡고, 장병완·천정배·김경진 등 광주 국회의원들과 윤종록 조선대 교수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조배숙 대표는 최근 광주시장 선거의 현역 국회의원 차출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연 두 당이 광주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민주당을 꺾을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이다.

혼돈의 대전
중원 승자는?

민주당 대전시장 경선에는 박영순 전 청와대 행정관, 이상민 의원, 허태정 전 유성구청장 등 3명이 경합을 벌이는 중이다. 그런 가운데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경선서 결선투표를 전격 도입하기로 결정, 과연 어느 예비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권리당원 50%와 여론조사 50%로 진행되는 1차 경선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위와 2위 간 재투표를 진행될 예정이다. 박범계 수석대변인은 결선투표 도입 이유에 대해 “국민들의 경선에 대한 주목도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라고 설명했다.
 

결선투표의 도입으로 2, 3위 간 연대 가능성이 높아졌다. 1차 경선 이후 과반 득표자가 없어 재투표가 이뤄지면 2, 3위 예비후보는 힘을 합쳐 일발역전을 도모할 수 있다. 막판 뒤집기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경선 판세 전체를 흔들만하다.

반면 한국당은 경선 없이 박성효 전 대전시장 단일 체제로 선거를 준비 중이다. 전희경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지역 현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지역 주민에 대한 애정, 여타 후보에 비해 월등한 경쟁력을 최우선으로 봤다”며 박 전 시장에 대한 공천 확정 배경을 설명했다.

박 전 시장은 공천 확정 후 SNS에 “먼저 선의의 공천 경쟁을 벌였던 육동일 충남대 교수와 박태우 한국외대 초빙교수께 심심한 위로를 보내며, 그분들께서 제시하신 좋은 발전 정책과 비전들을 충분히 받아들여 함께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본선 티켓을 부여받은 박 전 시장은 본선 준비에 전념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또 공천서 탈락한 육 교수와 박 교수가 당의 결정을 곧바로 수용, 경선 후유증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바미당은 남충희 예비후보를 사실상 후보로 내정한 상태다. 그는 바른정당 시절부터 대전시당위원장을 맡아 시당을 잘 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신을 경제통으로 소개하는 남 예비후보는 최근 ‘돈 버는 대전 정책발표 2탄’ 발표회서 “임기 4년 내에 좋은 일자리 10만개를 창출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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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