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론’ 속 ‘문재인 신드롬’의 비밀 대해부

부드러운 카리스마 ‘국민이 원한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문재인 대망론이 폭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대선후보 1위를 차지하며 지지율이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 순식간에 야권 잠룡들을 제압하며 ‘문풍’의 파괴력을 선보이고 있다. 정작 문 이사장은 대망론에 묵묵부답이지만 신드롬처럼 번져가고 있는 대망론은 ‘지지율 급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 비밀을 낱낱이 파헤쳐봤다. 

PK 지역주의 타파와 야권통합 전도사로 활약
연령‧지역 초월해 지지율의 안정적 고른 분포

최근 대선관련 각종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지지율이 야권 잠룡들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분당대첩’ 일등공신인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아성을 위협하며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것.

지난달 여론조사기관인 모노리서치의 대선지지율 정례조사 결과 문 이사장이 11.8%로 11.3%에 그친 손 대표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이어 리얼미터 여론조사결과 8월 첫째주 정례조사에 이어 둘째주 정례조사에서도 문 이사장은 11.7%를 기록하며 9.9%를 기록한 손 대표를 제치고 계속해서 야권 대선후보 1위를 달리고 있다.

야권통합에 올인한 ‘문’

문 이사장이 ‘대망론’에 손사래를 치고, 묵묵부답인 가운데도 지지율은 날로 솟구치고 있다. 게다가 그의 저서인 <문재인의 운명>은 20만부가 팔리며 베스트셀러 대열에 합류했다. 이어 ‘문사모’ ‘젠틀재인’ 등 팬카페가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있다. 또한 그의 지지율에 힘입어 증권가에 ‘문재인 테마주’가 등장했고, 연일 상한가를 속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처음에 현실정치에 거리를 두겠다던 그의 목소리와 행보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자신의 저서 <문재인의 운명> 출판을 기념하여 ‘북콘서트’를 열어 직접 무대의 주연으로 등장했다. 이어 문 이사장은 ‘통합전도사’를 자처하며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문 이사장은 지난 17일 이해찬 전 총리,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 조국 교수, 시인 도종환, 김용택 등 야권 통합을 주장해왔던 재야단체와 각계 인사 300여명과 함께 야권통합 정당 구성과 2012년 민주진보정부 수립을 목표로 ‘혁신과 통합(가칭)’을 출범시켰다.

문 이사장은 출범식에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진보정당들이 통합보다는 연대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에 대해 “승리를 위한 완전한 방식이 아니다”며 “지난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에서 연대와 후보 단일화의 방식을 취했는데 성과도 많았지만 단일화 시너지효과가 부족해 보다 완전한 방식으로의 통합을 주장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연합정당 통합방식을 통해 각 정당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통합하는 방식을 제안한다”며 “진보정당들은 통합에 선뜻 호응하지 않고 있지만 현재 진행되는 진보 소통합이 매듭지어지면 보다 본격적인 대통합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혁신과 통합은 오는 9월 6일 창립대회를 열고, 운영위원회와 실행위원회를 꾸리는 등 전국 단위 조직화에 나서며 대중 홍보를 위해 토크쇼와 공연, 동영상 등이 결합된 새로운 형식의 ‘정치콘서트’를 개최하고 강연과 토론회도 이어갈 계획이다.

이처럼 ‘야권통합’을 고리로 문 이사장은 현실정치에 한발 한발 다가가며 대외행보에 점차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재인 돌풍에 반응은 극과 극

정계에서는 ‘문풍’이 신드롬처럼 번지고 문 이사장의 보폭이 점차 넓어지자 그 성장세가 어디까지 지속될지 예의주시하는 눈치다. 문 이사장의 대망론에 대한 반응은 극과 극으로 엇갈리는 상황이다.

그의 잠재력이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과 현실정치에 본격 발을 담글 경우 거품이 빠질 수 있다는 반응으로 나뉘고 있는 것.

먼저 문재인 대망론에 호평하는 쪽은 문 이사장의 청렴함과 깨끗한 이미지를 강점으로 꼽고 있다. 여기에 문 이사장이 PK(부산‧경남)출신인 점을 들어 영남표의 분산까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또 문 이사장의 과거 특전사의 수중폭파요원으로 복무했던 경험으로 보수세력에도 경쟁력이 있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아직 정치권 입문 전이고 정치력 검증이라는 절차가 남았다며 그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향으로 반짝 ‘대리인기’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론도 있다. 여론조사의 경우 기계음성이기 때문에 유권자의 일반적 지지율보다는 정치에 아주 관심이 높은 극성 지지층, 또는 현 정치지형에 불만이 있어 새로운 후보나 대선지형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착시현상’이라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언론에서 연일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집중 보도하며 군불을 때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문가가 짚어본 문재인 열풍 실체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망론 어떻게 보고 있을까?

먼저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여권은 박근혜 대세론이 굳건한 상황인데 반해 야권은 후보들이 지지율 답보 또는 하락세를 보여 정치권 밖에서 야권단일화운동을 하던 문 이사장에 관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5월 둘째주부터 여론조사 후보군에 올리면서 손학규‧유시민 대표의 표가 조금씩 빠지며 문 이사장한테 모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 이사장의 지지율에 거품이 많이 껴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이 대표는 “거품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거품이었다면 6주 연속 지지율 상승이 어려웠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문 이사장의 경우 주간 정례조사를 살펴보면 전국적으로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문 이사장 지지율의 경우 PK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부산‧경남에서 14.3%의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으며, 서울에서도 13.6%의 지지율을 기록했고, 호남지역에서도 10%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고도 했다.

여론조사 불신, 언론에서 군불 땐 탓이다 ‘부정적’
현실정치 전면에 나서면 거품 꺼질 것 ‘한계’ 지적


하지만 그는 과연 문 이사장의 지지율이 마의 15%를 넘길 수 있을지를 두고 보는 것이 관전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손 대표의 지지율도 상승세를 타다 15%에서 멈췄다. 따라서 문 이사장 역시 이를 넘지 못하면 야권 대선은 손 대표, 유 대표, 문 이사장의 각축전으로 갈 것이다”고 내다봤다.

그는 ‘여론조사의 착시현상이다’라는 비판과 관련해 “여론조사는 투표를 예측하는 목적이기 때문에 투표를 할 사람들이 열렬하게 응답하는 것은 오히려 강점이다”라고 못박았다.

이 대표는 또 “자동응답의 경우 사투리나 목소리 톤에 따라 응답률이 달라질 수 있다”며 “특정후보를 강하게 읽는 등으로 생긴 오차를 줄이기 위해 성우 목소리를 고른 톤으로 녹음해 비표준오차의 개입 가능성을 배제해 더욱 공정성을 높였다”고 덧붙였다. 여론조사의 불신론을 일축한 것이다. 

 


최웅식 이솔선거전략본부 대표 역시 “지난 4‧27재보선 이후 유시민 대표가 내상을 입으며 지지율이 추락했고, 손학규 대표 역시 현재 지지율이 주춤한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인물을 찾는 과정이 있었고, 관심 받고 있는 문 이사장이 대안으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또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적 말로에 힘입은) 반사이익으로 인한 쏠림현상도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특히 “문 이사장은 아직 정치적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고, 지지기반도 약한 상태다”고 진단했다.

최 대표는 무엇보다 ‘지도자는 업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의 문 이사장 하면 떠오르는 업적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때문에 문 이사장이 정치권 내에 진입한다 해도 지금과 같은 승승장구 상황을 장담할 수 없다고 예측했다.

다만 그는 “야권통합이라는 역할로 리더십을 발휘하고, PK지역에서 총선 교두보 역할을 하며 업적을 쌓을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지금으로서는 대망론까지 연결시키기엔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일정한 역할로 업적을 쌓으면 친노의 진원지가 돼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최 대표의 전망이다.

 

업적 쌓아서 승승장구할까?

현재 ‘문재인 열풍’은 파죽지세로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정치력이 검증되지 않은 만큼 야권통합과 총선 지휘에 따른 성과물로 위상이 재정립 된다고 정치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범야권 대통합을 외치며 보폭을 넓혀가는 문 이사장이 과연 내년 선거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해 정치권의 또 다른 지각변동을 일으킬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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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