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론’ 속 ‘문재인 신드롬’의 비밀 대해부

부드러운 카리스마 ‘국민이 원한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문재인 대망론이 폭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대선후보 1위를 차지하며 지지율이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 순식간에 야권 잠룡들을 제압하며 ‘문풍’의 파괴력을 선보이고 있다. 정작 문 이사장은 대망론에 묵묵부답이지만 신드롬처럼 번져가고 있는 대망론은 ‘지지율 급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 비밀을 낱낱이 파헤쳐봤다. 

PK 지역주의 타파와 야권통합 전도사로 활약
연령‧지역 초월해 지지율의 안정적 고른 분포

최근 대선관련 각종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지지율이 야권 잠룡들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분당대첩’ 일등공신인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아성을 위협하며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것.

지난달 여론조사기관인 모노리서치의 대선지지율 정례조사 결과 문 이사장이 11.8%로 11.3%에 그친 손 대표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이어 리얼미터 여론조사결과 8월 첫째주 정례조사에 이어 둘째주 정례조사에서도 문 이사장은 11.7%를 기록하며 9.9%를 기록한 손 대표를 제치고 계속해서 야권 대선후보 1위를 달리고 있다.

야권통합에 올인한 ‘문’

문 이사장이 ‘대망론’에 손사래를 치고, 묵묵부답인 가운데도 지지율은 날로 솟구치고 있다. 게다가 그의 저서인 <문재인의 운명>은 20만부가 팔리며 베스트셀러 대열에 합류했다. 이어 ‘문사모’ ‘젠틀재인’ 등 팬카페가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있다. 또한 그의 지지율에 힘입어 증권가에 ‘문재인 테마주’가 등장했고, 연일 상한가를 속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처음에 현실정치에 거리를 두겠다던 그의 목소리와 행보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자신의 저서 <문재인의 운명> 출판을 기념하여 ‘북콘서트’를 열어 직접 무대의 주연으로 등장했다. 이어 문 이사장은 ‘통합전도사’를 자처하며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문 이사장은 지난 17일 이해찬 전 총리,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 조국 교수, 시인 도종환, 김용택 등 야권 통합을 주장해왔던 재야단체와 각계 인사 300여명과 함께 야권통합 정당 구성과 2012년 민주진보정부 수립을 목표로 ‘혁신과 통합(가칭)’을 출범시켰다.

문 이사장은 출범식에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진보정당들이 통합보다는 연대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에 대해 “승리를 위한 완전한 방식이 아니다”며 “지난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에서 연대와 후보 단일화의 방식을 취했는데 성과도 많았지만 단일화 시너지효과가 부족해 보다 완전한 방식으로의 통합을 주장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연합정당 통합방식을 통해 각 정당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통합하는 방식을 제안한다”며 “진보정당들은 통합에 선뜻 호응하지 않고 있지만 현재 진행되는 진보 소통합이 매듭지어지면 보다 본격적인 대통합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혁신과 통합은 오는 9월 6일 창립대회를 열고, 운영위원회와 실행위원회를 꾸리는 등 전국 단위 조직화에 나서며 대중 홍보를 위해 토크쇼와 공연, 동영상 등이 결합된 새로운 형식의 ‘정치콘서트’를 개최하고 강연과 토론회도 이어갈 계획이다.

이처럼 ‘야권통합’을 고리로 문 이사장은 현실정치에 한발 한발 다가가며 대외행보에 점차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재인 돌풍에 반응은 극과 극

정계에서는 ‘문풍’이 신드롬처럼 번지고 문 이사장의 보폭이 점차 넓어지자 그 성장세가 어디까지 지속될지 예의주시하는 눈치다. 문 이사장의 대망론에 대한 반응은 극과 극으로 엇갈리는 상황이다.

그의 잠재력이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과 현실정치에 본격 발을 담글 경우 거품이 빠질 수 있다는 반응으로 나뉘고 있는 것.

먼저 문재인 대망론에 호평하는 쪽은 문 이사장의 청렴함과 깨끗한 이미지를 강점으로 꼽고 있다. 여기에 문 이사장이 PK(부산‧경남)출신인 점을 들어 영남표의 분산까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또 문 이사장의 과거 특전사의 수중폭파요원으로 복무했던 경험으로 보수세력에도 경쟁력이 있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아직 정치권 입문 전이고 정치력 검증이라는 절차가 남았다며 그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향으로 반짝 ‘대리인기’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론도 있다. 여론조사의 경우 기계음성이기 때문에 유권자의 일반적 지지율보다는 정치에 아주 관심이 높은 극성 지지층, 또는 현 정치지형에 불만이 있어 새로운 후보나 대선지형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착시현상’이라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언론에서 연일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집중 보도하며 군불을 때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문가가 짚어본 문재인 열풍 실체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망론 어떻게 보고 있을까?

먼저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여권은 박근혜 대세론이 굳건한 상황인데 반해 야권은 후보들이 지지율 답보 또는 하락세를 보여 정치권 밖에서 야권단일화운동을 하던 문 이사장에 관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5월 둘째주부터 여론조사 후보군에 올리면서 손학규‧유시민 대표의 표가 조금씩 빠지며 문 이사장한테 모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 이사장의 지지율에 거품이 많이 껴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이 대표는 “거품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거품이었다면 6주 연속 지지율 상승이 어려웠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문 이사장의 경우 주간 정례조사를 살펴보면 전국적으로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문 이사장 지지율의 경우 PK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부산‧경남에서 14.3%의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으며, 서울에서도 13.6%의 지지율을 기록했고, 호남지역에서도 10%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고도 했다.

여론조사 불신, 언론에서 군불 땐 탓이다 ‘부정적’
현실정치 전면에 나서면 거품 꺼질 것 ‘한계’ 지적


하지만 그는 과연 문 이사장의 지지율이 마의 15%를 넘길 수 있을지를 두고 보는 것이 관전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손 대표의 지지율도 상승세를 타다 15%에서 멈췄다. 따라서 문 이사장 역시 이를 넘지 못하면 야권 대선은 손 대표, 유 대표, 문 이사장의 각축전으로 갈 것이다”고 내다봤다.

그는 ‘여론조사의 착시현상이다’라는 비판과 관련해 “여론조사는 투표를 예측하는 목적이기 때문에 투표를 할 사람들이 열렬하게 응답하는 것은 오히려 강점이다”라고 못박았다.

이 대표는 또 “자동응답의 경우 사투리나 목소리 톤에 따라 응답률이 달라질 수 있다”며 “특정후보를 강하게 읽는 등으로 생긴 오차를 줄이기 위해 성우 목소리를 고른 톤으로 녹음해 비표준오차의 개입 가능성을 배제해 더욱 공정성을 높였다”고 덧붙였다. 여론조사의 불신론을 일축한 것이다. 

 


최웅식 이솔선거전략본부 대표 역시 “지난 4‧27재보선 이후 유시민 대표가 내상을 입으며 지지율이 추락했고, 손학규 대표 역시 현재 지지율이 주춤한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인물을 찾는 과정이 있었고, 관심 받고 있는 문 이사장이 대안으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또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적 말로에 힘입은) 반사이익으로 인한 쏠림현상도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특히 “문 이사장은 아직 정치적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고, 지지기반도 약한 상태다”고 진단했다.

최 대표는 무엇보다 ‘지도자는 업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의 문 이사장 하면 떠오르는 업적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때문에 문 이사장이 정치권 내에 진입한다 해도 지금과 같은 승승장구 상황을 장담할 수 없다고 예측했다.

다만 그는 “야권통합이라는 역할로 리더십을 발휘하고, PK지역에서 총선 교두보 역할을 하며 업적을 쌓을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지금으로서는 대망론까지 연결시키기엔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일정한 역할로 업적을 쌓으면 친노의 진원지가 돼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최 대표의 전망이다.

 

업적 쌓아서 승승장구할까?

현재 ‘문재인 열풍’은 파죽지세로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정치력이 검증되지 않은 만큼 야권통합과 총선 지휘에 따른 성과물로 위상이 재정립 된다고 정치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범야권 대통합을 외치며 보폭을 넓혀가는 문 이사장이 과연 내년 선거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해 정치권의 또 다른 지각변동을 일으킬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