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대학생과 신혼부부 등 사회 초년생들의 집값 걱정을 덜어주겠다는 반값 임대주택이 박근혜정부 때 행복주택이라는 이름으로 공급됐다. 하지만 청년층들의 환영을 받았던 행복주택은 기대와는 달랐다. 관리비와 월세, 보증금 등 높은 주거비는 당초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또 한정적인 대상선정기준과 까다로운 입주 자격은 청년층을 외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한 행복주택에 입주한 A씨는 관리비 영수증을 보고 깜짝 놀랐다. 36㎡, 11평 아파트의 월 관리비로 23만원이 나온 것. 한국토지주택공사 월세와 보증금 대출 이자까지 더하면 주거비가 40만원에 육박했다. 전에 살던 20평대 빌라의 주거비와 맞먹는 수준이었다.
잇따른 문제점
A씨는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마음이 굉장히 불안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며 “주민들 사이에선 ‘불행 주택’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이 행복주택의 공용관리비는 전용 면적 36.77㎡ 기준 14만원으로 대전시 평균 공동주택 공용 관리비의 2배에 달했다.
관련 민원이 빗발치자 비용 절감을 위해 경비원 1명을 해고하기까지 했지만 줄어드는 금액은 고작 15000원 남짓이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24시간 관리자가 필요해 인건비 부담이 큰 방식으로 지어진 데다 소규모 단지라 가구당 부담이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행복주택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182세대로 작고 거기에 하나 보태자면 여기가 지역난방으로 돼있다. 지역난방이다 보니 아무래도 최소 인원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관리비 ㎡당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LH가 정부 시책에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서 경제성 조사가 미흡하게 이뤄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12년 정부가 행복주택 제도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청년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대학생과 사회초년생들이 많은 불편함을 겪고 있는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임대주택을 지원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평균 관리비 2배…경제성 조사 미흡
한정적 대상과 까다로운 자격에 절망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청년층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에게 공급하겠다고 밝혔는데, 사회초년생의 경우 인근 직장에 재직 중인 5년 이내의 건강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대상이 너무 한정적이었다. 주거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은 사회 초년생이 아닌 사회에 진출조차 하지 못한 취업 준비생이다.
입주 자격이 너무 까다롭다는 지적도 나왔다.
행복주택의 최소 보증금은 2000만원으로 사회초년생이 부담하기에는 버거운 수준이다. 한 전문가는 “이제 막 시작하거나 대학생인 이들에게 2000만원이라는 큰 목돈은 없다. 결국 부모님의 지원이나 은행 대출 없이는 힘들다”며 “결국 주거 빈곤층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가 또 다시 부채를 만든다”고 지적했다.
행복주택 사업은 시작과 함께 문제점들이 터져 나왔다.
시범 지구로 선정된 주민들은 인구증가로 인한 혼잡의 가중, 집값 하락, 학군 문제 등을 이유로 거세게 반발했다. 2014년 말 양천구가 제기한 행복주택 지구지정 취소 소송과 공릉 주민을 대상으로 한 소송서도 잇따라 승소하기도 했다.
해당 지역 주민의 반대도 있었지만 정작 지자체의 반대도 많았다. 당시 경기도지사는 안산 고잔지구 행복주택 계획 재검토를 요구했고, 양천구청장도 목동 행복주택 계획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한바 있다.
또한 행복주택 건축비가 3.3㎡당 1700만원으로 민간 아파트의 4배에 이른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수현 의원은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서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내부 자료를 인용해 행복주택 시범지구인 서울 오류·가좌지구의 행복주택 건축비가 3.3㎡당 1670만∼1700만원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박 의원이 입수한 ‘서울 오류·가좌지구 기술제안입찰 사전설명 결과보고’를 보면 오류지구의 경우 1500가구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공사비가 총 2800억원으로 추산됐다.
가구당 건축비가 평균 1억8670만원이라는 얘기다. 신혼부부형 주택 36㎡를 건설할 경우 3.3㎡당 1700만원의 건축비가 들 것으로 추정됐다. 가좌지구는 362가구 건설에 총 공사비 660억원, 가구당 평균 1억8200여만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측됐다.
36㎡ 규모의 주택을 짓는 데 드는 공사비가 3.3㎡당 1670만원인 셈이다.
박 의원은 수도권 민간 아파트 건축비가 토지비를 제외하고 3.3㎡당 400만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행복주택 건축비가 민간 아파트의 4배가 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행복주택 하지만 이런저런 문제점들로 그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취지는 이미 무색
한 업계 전문가는 “국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가지 않으면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서민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자는 행복주택이 오히려 ‘불행주택’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