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에까지 밀리는 손학규 ‘히든카드’

대표 프리미엄 살리고 범민주화세력과 손 맞잡는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여권은 ‘박근혜 대세론’이 굳어지는 양상이다. 반면 야권에서는 혜성처럼 등장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지지율이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며 점차 예측불허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오래전부터 대권을 꿈꾸며 뚜벅뚜벅 걸어온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입장에서는 다소 당황스러울 법도 하다. 하지만 손 대표에게선 한결 여유가 느껴진다. 그에겐 ‘박근혜 대세론’과 ‘문재인 대망론’을 무너뜨릴 최종병기가 남아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야권통합’ 물꼬 트면 ‘당 대표’ 내려놓을까?
자신 향한 비판과 논란에 ‘정면대응’ 나서

차기 대선 지지율을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여야 통틀어 압도적 1위를 기록하며 여권은 ‘박근혜 대세론’이 굳어지는 모양새다.

반면 야권에서는 ‘문재인 대망론’이 강타하며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해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안개 속 국면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 의하면 박 전 대표는 여전히 30%대의 안정적인 지지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그간 야권에서 선두를 달리던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앞지르며 폭풍성장세를 타고 있다는 점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의 대선지지율 조사 결과 문 이사장이 11.8%로 11.3%에 그친 손 대표를 앞질렀다. 또 지난 8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문 이사장은 9.8%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9.4%를 기록한 손 대표를 근소하게 제치고 야권 대선후보 1위로 올라섰다.

혜성처럼 등장한 문
손 ‘DJ 적자’ 계승의지

야권 대선 지지율에서 손 대표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를 확실하게 따돌린 것은 ‘분당대첩’으로 한나라당 텃밭을 탈환하는 지대한 공로를 인정받아서다. 하지만 문 이사장은 어떠한 공로나 정치적 경험이 없음에도 지지율이 날로 솟구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이윽고 ‘문재인 대망론’까지 몰고 온 그의 성장세가 대권까지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 여야 잠룡들 모두 예의주시하고 있는 눈치다.

대권을 꿈꾸며 차곡차곡 수순을 밟으며 노력하는 손 대표로서는 누가 봐도 당황할 터. 그의 지지율은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고, 당 내부에서는 그에 대해 끊임없이 ‘정체성’과 ‘선명성’ 시비가 붙고 있기 때문이다.

답답한 손 대표는 최근들어 자신에게 쏟아지는 논란에 정면대응하고 있다. 눈치 보지 않고 중도와 진보를 아우르는 ‘독자적인 노선개척’과 ‘원칙’이미지 굳히기에 돌입하며 ‘마이웨이’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자신은 “당원들이 뽑은 당대표다”라는 말로 정체성 논란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어 정체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자 고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적자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손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의 서거 2주기 행사에 적극 참여하며 DJ 정신의 계승과 발전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를 매개로 자연스레 동교동계와의 스킨십까지 유도하며 거리 좁히기에 들어갔다. 그가 동교동계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DJ계승자 이미지 구축에 성공하면 그간 기반이 약했던 ‘호남표’까지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손 대표는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18일까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2주기 추모기간을 선포하며 “김 전 대통령의 삶과 철학을 온 국민이 함께 새겨야 한다”며 “김 전 대통령이 없는 민주당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당 대표실의 벽을 김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대형사진으로도 꾸미면서 DJ계승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대북ㆍ노동엔 ‘원칙’
야권통합 직접 나서

그는 특히 선명성 비판에 대응해 ‘원칙’ 이라는 카드를 빼들었다. 대북ㆍ노동 정책기조에 원칙을 강조한 것. 손 대표는 이전에 대북정책기조에 관해 ‘원칙 있는 햇볕정책’을 강조하며 무조건 대북 퍼주기에 선을 그었다.

그는 또 심각한 노사갈등을 앓고 있는 한진중공업이나 유성기업 등 노동현안에 있어서도 ‘선명하지만 균형감 잃지 않은 투쟁’을 강조하며 원칙을 내세웠다. 최대 시국 이슈인 한진중공업사태 해결을 위해 지난달에는 노동부장관과 기획재정부장관을 잇달아 국회로 불러 정부의 개입을 촉구했으며,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청문회도 성사시켰고, 조 회장에 집단정리해고 철회도 주문했다. 또 직접 현장을 방문하며 사측의 양보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는 중도 이미지가 강한 손 대표가 과격한 희망버스 탑승 등을 대신해 제도권 내에서 다각적인 방법론을 구사하며 노동 현안의 해결사로 진보층까지 껴안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체성 논란 종결 위해 DJ 계승자 이미지 구축
‘정치스승’ YS 지지와 범민주화세력 결집하면?

손 대표는 얼마 전 ‘한-EU FTA’ ‘KBS 수신료 인상안’ 등의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몇차례 리더십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따라서 점수 깎인 리더십을 만회하기 위해 야권통합으로 승부수를 띄운 모양새다. 야권통합에 물꼬를 틀 경우 리더십을 인정받고, 문재인 대망론에 맞서 대권가도에도 속력을 낼 수 있어서다.

때문에 그는 진보정당간의 ‘소통합’ 논의를 관망만하다 급기야 직접 두 팔 걷어붙이며 범야권의 ’대통합’을 주창하고 있다. 그는 이미 한진중공업이라는 노동현안을 고리로 야5당 대표들의 회담을 주도하며 야권연대와 스킨십을 가졌다. 이를 토대로 그는 당면 과제인 야권통합까지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당초 민주당은 조기전당대회를 치러 손 대표가 일찍이 대표직을 사퇴하고 대권행보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정작 그는 “민주당은 민주·진보진영의 통합을 통해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야권 대통합 때까지 대표직 고수 의사를 밝혔다.

이는 결국 야권통합을 성사시켜 주도권을 잡고, 대권행을 보다 공고히 하기 위해 ‘대표 프리미엄’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과 상극인 YS
손 최후보루는 ‘YS’ 


일각에서는 대선국면으로 바짝 접어들 경우 손 대표가 ‘최후 병기’로 자신을 정계에 입문시킨 ‘YS(김영삼 전 대통령)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YS카드로 민주화세력을 모아 ‘박근혜 대세론’을 무너뜨리려는 포석이다. 

손 대표는 지난 1993년 경기 광명 국회의원 재보선을 앞두고 YS의 권유로 민자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대변인과 정책조정위원장과 보건복지부장관을 지내며 거물로 거듭 성장해왔다.

손 대표는 올해 초 당내 쏟아지는 출신비난에도 YS에 세배 인사를 드리며 끈끈한 관계를 과시했다. 당시 YS는 손 대표에게 “정치하는 사람은 모름지기 정의로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에 군사독재시절 민주화라는 정의를 위해 투쟁했던 YS는 그간 박(근혜) 전 대표에 “유신의 딸”이라며 직접적인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따라서 여야 통틀어 압도적인 국민적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확정될 시 손 대표는 YS에 민주화 세력의 복원이라는 고리로 지지를 이끌어 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YS 역시 자신이 직접 발굴해서 키운 손 대표의 지지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YS가 1997년 대선당시 한나라당을 탈당했고, 당을 지지하라는 발언을 삼가면서 자신과 앙숙이었던 DJ의 대통령 당선에 일정부분 기여한 점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여기에 지난 2009년 DJ 서거 이후 과거 민주화 세력이었던 민추협을 중심으로 동교동-상도동계가 화해무드를 조성했던 점 역시 YS가 손 대표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장의 카드를 하나씩 하나씩 뽑아가며 대권을 향해 고군분투 중인 손 대표. 과연 그는 YS라는 히든카드를 잡고 ‘박근혜 대세론’과 ‘문재인 대망론’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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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