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국회 ‘입싸움’으로 끝난 저축은행사태 <전모>

선심성 입법으로 ‘표심’만 노리다 망신살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부산저축은행사태가 권력형 비리로 밝혀지자 대국민 공분을 샀다. 한 푼 두 푼 아껴온 서민들의 피눈물만 쏙 빠졌다. 국회가 나서 국정조사특위까지 구성하며 단단히 별렀다. 이에 ‘혹시나 했으나 결과는 역시나’였다. 아무런 성과 없이 국조특위가 마무리된 것. 특위는 ‘부산 표심’ 만을 노려 피해자에 혈세투입보상을 주장하다 뿔난 민심에 ‘철퇴’만 맞고 ‘한낮 해프닝’처럼 끝을 맺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변죽만 울려대
공방과 폭로전만 남긴 채 흐지부지 끝나

부산저축은행사태는 서민의 피땀 어린 돈을 정부기관의 비호아래 경영진과 대주주 횡령자금에 쓰인 ‘권력형 비리’로 전국민의 공분을 샀다. 하지만 아직도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된 의혹들이 까도까도 양파처럼, 캐도캐도 고구마 줄기처럼 계속 불거지며 사태 해결에 명쾌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국회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며 저축은행비리의혹 진상규명을 위해 지난 6월 24일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를 구성, 지난 12일까지 45일간 가동됐다. 국조특위는 정경유착으로 빚어진 비리의혹들을 밝혀내고, 관리감독 부실 등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었다.

혈세로 2억 보상?

하지만 특위는 ‘부산 표심’ 계산에만 열을 올렸다. 특위는 ‘저축은행 피해자 특별구제법’을 발의해 국민혈세로 피해자들에게 1인당 2억원까지 국민세금으로 전액 보상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오매불망 부산민심만 생각하다 ‘전국민심’이 들끓었다. 정부도 어이없는 대책마련에 여야 할 것 없이 싸잡아 비판했다.

화들짝 놀란 여야는 자세를 바짝 낮추고 지난 9일 예금액 6000만원까지 피해액은 전액 보상하고 6000만원을 초과한 피해액은 일부만 보상하는 방안을 잠정 합의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현재 예금보장한도(5천만원)보다도 1천만원 많은 액수다.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9일 기획재정원회 전체회의에서 “과거 2009년 영업 정지된 유사 금융기관들에서의 피해자와의 형평성 문제, 장차 발생하게 될 유사사례에 대한 좋지 않은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에 정부로선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한다”고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이어 “문제를 그런 식으로 해결하는 것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에 바람직하지 않다. 금융질서 교란, 재정규율도 훼손한다”며 “순국열사처럼 나라를 지키다 유명을 달리한 분들에게도 충분한 보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수해를 입은 분 등과의 여러 형평성을 봤을 때 5천만원까지의 약속을 어겨가면서 보상을 하는 것은 지나치다. 국민성금 등의 방법으로 딱한 사정을 헤아리는 것이라면 모를까, 법이 정한 규율까지 흔드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라고 질타했다.

뿔난 네티즌도 철퇴를 가했다. 한 네티즌은 “민주주의 시장경제에서 법으로 정해져 있는 것까지 바꿔가며 국민들 혈세를 낭비하다니? 이 법률안을 발의한 의원들 명단을 즉각 공개하라”며 “너희들이 뭔데 국민들 혈세를 끌어들여 네 맘대로 나눠주냐”고 성토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하는 행동 보면 정말 근시안적이다. 지난번 시청료로 그러더니 또 그런다. 표를 의식하여 법을 어기면서까지 국민세금으로 도와준다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 법을 지키는 공정한 사회, 그래야 앞날이 있는 것이지…”라며 꼬집었다.

여론이 악화되자 한나라당은 지난 10일 ‘저축은행 피해자 특별구제법’을 재검토하겠다며 한 발 물러서 사실상 백지화됐다.

이경재 의원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문제가 생기면 정부예산으로 다 보상하면 저축은행이나 가입자들의 도덕적 해이로 가입하고 손해나면 정부가 알아서 해주겠지 할 수도 있다”며 “그분들보다 가난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볼 때 ‘왜 내가 세금을 내서 저 사람을 도와주나?’하는 반발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계 관계자들조차도 “피해자구제법안이 안될 줄 뻔히 알면서도 이런 방법이라도 내야하는 부산의원들의 심정을 잘 안다”며 “그러나 이번 방안 역시 지난번 예금자보호법 개정 때와 마찬가지로 안되는 것은 안되는 것이다. 지도부가 안막아도 언론이 알아서 막게 될 것이다”며 부산 표를 의식한 대책이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알맹이 없이 끝

결국 국조특위의 비현실적인 피해보상특별법 발의는 무산됐다. 앞서 국조특위는 출범 후 무려 한 달 동안이나 청문회 증인채택을 놓고 여야 갈등과 공방으로 허송세월을 보냈고 결국 청문회는 열리지도 못했다. 뿐만 아니라 국조특위의 본래 목적인 저축은행 비리의혹의 진상규명도 없고, 사건 재발방지를 위한 보완대책도 없었다.

이슈만 생기면 앞다퉈가며 특위구성부터 하고보는 국회. 별다른 성과없이 우려대로 여야간의 정치 공방과 폭로전만 남긴 채 흐지부지 용두사미로 끝을 맺었다. 이번에도 하나마나한 ‘식물특위’로 여론의 뭇매와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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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