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김정은’ 3차 남북정상회담 신중론 막전막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3.12 10:21:21
  • 호수 11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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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대화가 일본에 달렸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평창올림픽)을 시작으로 북한을 빠르게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모습이다. 1박2일의 방북 일정을 마친 대북특별사절단(이하 특사단)은 유의미한 성과를 안고 귀국했다. 특사단은 4월 말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미 대화도 진척을 보였다. 그러나 한국을 둘러싼 열강에선 여전히 북한의 태도에 의문부호를 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두 정상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 개회식과 폐회식을 계기로 방남했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고위급 대표단 방문을 언급하며 “김여정 특사의 답방형식으로 대북 특사를 조만간 파견할 계획”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밝혔다.

북 왔으니
우리도 간다

두 정상은 남북 대화의 진전에 대해서도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남북 대화의 모멘텀을 한반도 비핵화로 이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간다는 것이다.

당시 한미 정상 간 통화는 여느 때와는 다른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정상통화가 북한 핵실험 및 미사일 도발, 그에 따른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면 당시 정상통화는 북한의 도발이 없는 상태서 진행됐다는 점이 달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대북특사 파견 방침에 힘을 실어줬다. 


김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번 대북특사가 북한의 2차례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 과정서 남북 간의 논의를 더 풍성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남북 간의 대화와 교류협력이 활성화될수록 신뢰를 기반으로 한 남북과 북미 간 문제 해결은 더 수월해진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시간을 지체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지난 4일 특사단 명단과 일정을 발표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단장으로 서훈 국가정보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윤건영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장 등 5명으로 구성됐다. 여기에 실무진 5명을 포함한 총 10명은 지난 5일 오후 특별기 편으로 출발했다.

윤영찬 수석은 당시 춘추관 브리핑서 “특사단은 5일 오후 특별기 편으로 서해직항로를 통해 방북한 뒤 1박2일간 평양에 머물며 북측 고위급 관계자들과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대화에 나설 예정”이라며 “특사단은 특히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 여건 조성, 남북 교류 활성화 등 남북관계 개선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석 특사로 대북 특사단을 이끌게 된 정 실장은 방북 전 결의를 다졌다. 

춘추관서 그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 간 대화와 관계개선의 흐름을 살려서 한반도 비핵화와 진정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대통령의 확고한 뜻과 의지를 분명히 전달할 것”이라며 “아울러 이를 위해 남북 대화는 물론 북한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다양한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한 방안들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협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서 원장을 포함한 이번 특사단은 남북문제에 관해 풍부한 경험과 높은 식견을 갖추고 있는 인사로 구성됐다”며 “특사단이 소기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특사단 6개 선물보따리 들고 복귀
문 “합의 차질 없이 이행” 강조


마지막으로 “나와 모든 특사단원은 이번 방북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 국내외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지혜와 힘을 모아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각오가 무색하지 않게 특사단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유의미한 성과를 이뤄냈다. 정 실장은 지난 5일 저녁 조선노동당 본관 진달래관서 이뤄진 만찬장을 통해 김 위원장과 접견하며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우리 측 특사와 만나 “수뇌상봉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뜻을 전해 들으시고 의견을 교환하셨으며 만족한 합의를 보셨다”며 “최고령도자 동지는 해당 부문에서 이와 관련한 실무적 조치들을 속히 취할 데 대한 강령적인 지시를 주셨다”고 만족할 만한 성과가 있음을 암시했다.

이는 김 제1부부장이 지난달 10일 청와대서 문 대통령에게 “빠른 시일 내에 평양서 뵀으면 좋겠다”고 남북정상회담을 시사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 더욱 주목받았다. 당시 김 제1부부장은 김 위원장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담은 친서를 전달하며 “문 대통령을 빠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 편하신 시간에 북을 방문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는 초청 의사를 구두로 전달한 바 있다.
 

예상대로 특사단은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선물 보따리를 들고 귀국했다. 정 실장은 귀국일인 지난 7일 오후 춘추관서 방북 성과 브리핑을 열어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구체적 실무협의를 진행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특사단은 남북 정상간 핫라인(Hot Line)을 설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첫 통화는 제3차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이뤄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특사단은 북한 측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보였다고 전했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정 실장은 “북측은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했다”며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측은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3차 정상회담
특사단 성과

북측은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했다. 또 남북 간 대화 분위기를 이어나가는 차원서 남측 태권도시범단과 예술단을 평양으로 초청했다. 

정 실장은 브리핑 말미에 “정부는 이번 특사단의 방북이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관계 발전의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한다”며 “앞으로 북한과의 실무 협의 등을 통해 이번에 합의된 사안들을 이행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 의지를 공식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핵화의 목표는 선대의 유훈”이라며 “(그러한) 선대의 유훈에 변함이 없다”는 뜻을 전했다. 이어 “미북관계 정상화도 논의할 용의가 있다”며 “북미대화의 의제로 비핵화도 논의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 같은 의지를 지난 6일 특사단과의 접견 자리서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이하 한미훈련)에 대해서도 진일보된 반응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4월부터 (한미훈련이) 예년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한다”며 “그러나 한반도 정세가 안정적으로 진입하면 한미훈련이 조절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특사단의 성과에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 
 

특사단 방북 성과를 보고받은 자리서 만족감을 드러내며 “남북간 합의 내용을 차질 없이 이행하라”고 정 실장에게 지시했다. 


추미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특사단이 짧지만 꽉 찬 평양 일정은 마무리했다”며 “대화는 미사일보다 강했다. 대화가 꽁꽁 얼어붙은 남북의 길을 텄고 대화가 일촉즉발의 한반도를 비핵화의 길로 인도했다. 한반도 평화로 가는 획기적인 돌파구를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특사단은 방북 성과를 가지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백악관 주요 인사들을 만나 김 위원장이 밝힌 구체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북한의 대화 의지와 비핵화 구상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1일 귀국한 정 실장은 중국과 러시아, 서 원장은 일본을 각각 방문해 방북 결과를 설명한다. 한반도 주요 4개국을 방문하며 북미대화 여건 조성과 한반도 정세 안정을 위한 국제 사회 지지를 확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남북 교류로
분위기 이어

그중 미국은 북한의 대화 의지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각)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동의하면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시험을 중단하고 핵과 재래식 무기 전반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는 특사단의 성과에 대해 “북한이 긍정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미 국무부는 북한의 비핵화 언급에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확신한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수년 만에 모든 관련 당사자들이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남북·미북 관계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북한의 대화 의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몇가지 불안요소도 상존하는 상태다. 특히 북한의 태도에 대한 일본의 부정적 반응이 미북 대화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일본은 대화의 장에 나오려는 북한에 대해 줄곧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우리 정부의 특사단을 파견에 대해 “과거의 대화가 비핵화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북한에)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케이 신문>에 따르면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특사단이 김 위원장과 만찬을 가진 데 대해 “북한이 열심히 ‘미소 외교’를 펼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에 눈길을 빼앗기지 말고 확실히 비핵화로 향한 일보를 내딛기를 바란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교도통신>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대북 압력 강화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해당 언론에 따르면 특사단이 방북 일정을 마치고 한국에 귀환하기 전 아베 총리는 “북한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면서 여러 국가와 연계해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측의 이 같은 반응은 북한의 비핵화 진의를 아직까지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는 서 원장의 방일을 앞두고 한국 정부로부터 특사단의 방북 결과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받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일본이 대북 압박정책 유지를 우선시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대북 대화에 무게를 두고 있는 만큼 정보 교류의 폭과 깊이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었다.

떨떠름한 ‘일’, 미일 공조 강화
비핵화 침묵하는 ‘북’ 언론 왜?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에 의해 미북 대화의 불씨가 사그러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때마침 일본은 대북 압력을 근간으로 하는 미일 공조를 더욱 강화하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이던 가와이 가쓰유키 일본 자민당 총재 외교특별보좌는 지난 6일(현지시각), 일본 기자들에게 “북한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인 약속이 필요하다는 일본 입장을 미국에 전달하라”는 아베 총리의 지시를 받았다는 사실을 밝혔다. 

다음날 아침 스가 장관도 기자회견에서 “대화를 위한 대화는 의미가 없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계속 되풀이하며 미일 간 공조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신중론은 과거 북한이 보여줬던 태도 변화와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는 북한 언론의 미심쩍은 태도에 기인한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은 “과거 북한이 여러번 핵포기를 말했지만 결과적으로 핵개발을 그만두지 않았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도쿄신문>은 지난 8일, 북한 언론이 김 위원장의 ‘비핵화’ 발언에 대해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신문은 오히려 북한 언론이 거꾸로 핵전력의 강화를 정당화하는 주장을 전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진행되는 한미훈련도 갑작스런 상황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다. 김 위원장이 한미훈련에 대해 이해한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이전까지 북한의 행동을 고려한다면 북한 측이 갑자기 입장을 변화할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게 중론이다.

일 딴지에
훈풍 흔들?

이와 함께 미국의 입장도 고려할 부분이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고위관리는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와 관련한 최소한의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의사를 한국의 특사단에 밝혔다는 내용을 한국 정부로부터 전해 들었다”면서도 “하지만 북한은 미군철수와 같은 불필요한 언급을 하며 예전의 태도와 변함없다는 모습도 함께 보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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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