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중앙당 계파 대해부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3.05 10:22:45
  • 호수 11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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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친박·친홍 모여 결자해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이 6·13지방선거 체제로 전격 전환했다. 공천 작업을 담당할 핵심 기구인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를 출범시켰다. 지역 시도당도 공관위 구성에 착수하는 등 중앙당에 발맞춰 공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앙당은 비공개 최고위를 통해 공석 중인 당협위원장도 새로 선임했다. 당의 큰 어른인 상임 고문도 새로 추가했다. 그러나 이번에 선임된 인사들 중 대부분이 과거 이명박·박근혜정권 당시 활동했던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바람을 기대하긴 힘들다는 비관론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당은 중앙당 공관위를 이끌어갈 수장으로 홍문표 사무총장을 위촉했다. 홍 사무총장은 당내 대표적인 친홍(친 홍준표)계 인사로 꼽힌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 새누리당을 탈당, 바른정당에 합류했다가 대선 직전 홍준표 대표의 부름에 응답해 홍준표 당시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며 한국당에 돌아왔다. 복당 후에는 당 사무처의 인사권을 가진 당내 서열 4위 요직을 맡아 활동 중이다. 

친홍 인사가
공관위원장에

친홍 성향이 강한 인사가 공관위원장으로 위촉됐다는 점은 정치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관위는 후보의 자격을 심사하고, 공천의 방식을 결정하는 등의 일을 한다. 친홍계가 향후 공천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게 될 것이란 점을 예상해볼 수 있다. 홍 사무총장의 과거 언행을 보면 이는 섣부른 관측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앞서 홍 대표가 대구 북을 당협위원장으로 확정되자 셀프 입성 논란이 불거졌다. 논란을 의식한 듯 홍 대표는 “대구를 근거지로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지, 향후 총선에 출마를 하겠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홍 사무총장이 나서 “홍 대표가 (총선에)출마하고 안 하고는 대구 시민들의 손에 달려있다”며 “대표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해 총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당으로부터 제명당한 류여해 전 최고위원은 지난 1월25일 자신의 SNS에 “내가 홍준표, 홍문표 두 형제(?)를 업무방해로 고소한 사건이 남부지검에 접수됐고 담당 검사가 영등포경찰서에 수사 지휘해 2월16일까지 지휘 받도록 했다”고 밝혔다. 

홍 대표와 홍 사무총장을 같은 ‘형제’로 규정한 것이다. 앞서 류 전 최고위원은 최고위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직원들을 동원해 막은 행위가 형법 제314조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며 두 사람을 고소한 바 있다.

홍 사무총장과 함께 이번에 공관위 부위원장으로 임명된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표적인 보수 성향의 학자다. 앞서 뉴라이트전국연합 공동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한나라당 시절에는 참정치운동본부 공동본부장이였으며, 새누리당 시절에는 18대 대통령후보 경선관리위원을 맡아 활동했다. 

박근혜정부 시절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찬성하는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 모임’의 일원이기도 했다.
 

이후 류 교수는 한국당 혁신위원장에 올랐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과 관련해 내놓은 입장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7월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실패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박 전 대통령이 실제 저지른 잘못보다 너무 과한 정치적 보복을 당한 것 아니냐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해 9월에는 “2016년 4월 총선 공천 실패부터 2017년 5월 대선 패배에 이르기까지 국정 운영 실패와 정치적 책임을 물어 박 전 대통령에게 자진 탈당을 권유해야 한다”면서도 “동시에 전직 대통령으로서 받아야 할 최소한의 예우는 물론, 자연인으로서 인권침해 없이 공정한 재판을 받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당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국민 전체가 (박 전 대통령을 예우)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낳았다.


류 교수는 혁신위원장으로 활동할 당시 친박(친 박근혜) 청산에 앞장섰다. 혁신위는 박 전 대통령뿐 아니라 친박 좌장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자진 탈당을 권유, 윤리위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출당을 의결하는 데 단초 역할을 했다.

류 교수의 이 같은 행보는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분노를 샀다. 급기야 지난해 10월26일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현충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38주기 추도식서 지지자들에 의해 쫓겨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지자들은 추도식 행사장에 참석한 류 교수에게 몰려가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 “박근혜가 박정희 딸이다. 네가 박근혜를 죽였다. 집으로 꺼져라” 등 거친 욕설을 쏟아냈다. 일부 지지자들은 류 교수의 옷을 잡아당기고 태극기로 머리를 때리기도 했다. 

류 교수는 사복 경찰관의 보호를 받으며 현장서 물러나야 했다.

친박→친홍
계파 옮겨

공관위 간사로 임명된 김명연 의원은 친박 인사였다. 대통령 탄핵 후 폐족 위기에 몰렸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친박계가 지난 2016년 12월11일 결성한 모임인 ‘혁신과통합보수연합’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해당 모임은 친박 핵심 서청원·최경환 의원이 주도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의원은 온건 성향으로 분류된다. 그는 실제로 당내 계파 갈등이 일어날 때마다 자중을 요구해왔다. 지난해 1월 이정현 당시 대표가 새누리당 탈당을 선언할 당시 그의 결정을 높이 평가하며 친박-비박 갈등을 멈춰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홍준표 체제에 들어와서 당 지도부의 신임을 얻고 있다. 한국당이 발표한 전국 당협위원장에 대한 당무감사 결과서 김 의원은 전체 조사 대상자 중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한국당 수석대변인으로 활동하던 그는 지난해 7월부터 전략기획부총장을 맡아 활동 중이다. 

최근 한국당은 지방선거에 대비해 김 의원을 중앙당 공관위 간사, 지방선거기획본부장으로 임명했다.

공관위원으로 임명된 4명 중 한 명인 이우승 변호사는 홍 대표와 인연이 깊다.

홍 대표의 고려대 후배이자 사법연수원 동기다.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로 당시 환자들이 경남도지사였던 홍 대표를 상대로 냈던 진주의료원 폐업처분 무효 소송서 홍 대표 측 변호를 전담했다. 이 때문에 이 변호사는 대표적인 친홍계 인사로 분류된다. 그는 류 교수와 함께 한국당 혁신위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

공관위원으로 합류한 최봉실 한국복지장애인총연합회 상임대표는 박근혜정부 때 실시된 20대 총선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 신청자였다. 이후 지난해 1월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서 새누리당 중앙윤리위원회(이하 윤리위) 위원으로 임명돼 활동했다. 인명진표 윤리위는 친박 핵심에 대한 인적청산 작업을 벌인 바 있다.


공관위 출범, 친홍계 주축
인물 재활용…신선함 없어

이인실 변리사도 공관위원으로 합류했다. 20대 총선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신청자였던 그는 당에서 당무감사위원으로 활동해왔다. 지난해 12월에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이하 조강특위) 위원으로 임명된 이력이 있다.

조강특위는 지난해 12월 개편 당시 홍 대표 사당화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임명된 원·내외 인사들이 홍 대표 측근들로 채워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당의 지역구 재정비 작업은 전적으로 홍 대표의 의지대로 관철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왔다.

김태흠 최고위원은 조강특위 개편에 대해 “한국당은 홍준표의 사당이 됐다”며 회의장을 뛰쳐나간 바 있다. 지난 당무감사를 통해 서울 서초갑 당협위원장직이 박탈된 류여해 당시 최고위원도 반발 차원서 회의장에 나타났다가 입장이 거부당한 뒤 눈물을 흘리며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이 변리사가 몸담았던 조강특위는 홍 대표의 대구 북을 당협위원장 ‘셀프 임명’ 사태와 관련이 있다. 조강특위는 지난 1월, 홍 대표에 대한 면접심사 후 그의 당협위원장 선임안을 확정했다. 당시 면접심사 전부터 당내에선 “어떻게 현직 당 대표를 면접서 떨어뜨릴 수 있겠느냐”며 면접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친이 인사도
MB와 손잡나


최근 한국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서 경북 상주·의성·군위·청송 당협위원장으로 임명된 박영문 전 KBS 미디어 사장도 박근혜정부 때 실시된 20대 총선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 신청자 명단서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당시 해당 지역 경선에 참여했지만 경선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불참을 선언한 후 비례대표 신청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최고위는 당 상임고문으로 최근 입당한 이재오·최병국 전 늘푸른한국당 공동대표를 위촉했다. 두 사람은 대표적인 친이(친 이명박)계 인사로 유명하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다스 실 소유주와 국정원 특수활동비(이하 특활비) 수수 의혹 등으로 검찰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한국당과 손을 잡은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재오 전 대표는 명실상부한 MB맨이다. 지난 15대 총선서 원내에 진입한 그는 19대까지 내리 5선을 지냈다. 이 전 대통령 시절에는 특임장관을 지내며 MB정부 후반기 명실상부한 실세 장관으로 이름을 높였다. 박근혜정부 당시 20대 총선서 공천에 탈락한 뒤 새누리당을 탈당, 늘푸른한국당을 창당했다.

이 전 대표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다수의 매체를 통해 수사의 부당함을 호소한 바 있다. 국정원 특활비 수수 의혹과 관련해선 “상식적으로 봤을 때 (수사가)석연치 않다”며 “내가 특임장관 할 때 (이 전 대통령이) ‘청와대의 운영은 청와대 돈으로 해야지 일체 어떤 외부로부터 돈 받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한 번 들었다”고 말해 국정원 특활비 수수 의혹을 전면 반박했다.

그는 “문재인정권이 자꾸 이 전 대통령을 잡아가려고 하면 전쟁”이라며 강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당 입당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이 전 대통령을 표적으로 삼아 짜맞추기식 기획을 한다”며 “표적을 만들어놓고 처벌하는 건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다.

‘박’ 정권 비례대표 신청자도
이재오·최병국 친이계 고문

이 전 대표와 함께 늘푸른한국당 공동대표였던 최병국 전 의원도 친이계로 분류된다. 16·17·18대 총선서 내리 3선을 한 최 전 의원은 국회 법사위원장, 정보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당의 중추 역할을 해왔다. 

지난 2012년 19대 총선 당시 박 전 대통령 체제의 새누리당서 비박계로 분류돼 공천서 고배를 마신 뒤 이 전 대표와 함께 늘푸른한국당을 창당, 공동대표를 지낸 바 있다. 앞서 공천 탈락 직후 기자회견서 “공천을 받지 못한 이유는 내가 MB정부를 창출하는 선봉이었고, (이명박 전)대통령을 도왔기 때문”이라며 노골적으로 공천 결과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홍 대표와 투톱을 이루는 김성태 원내대표는 친무(김무성)계서 친홍계로 거듭난 인물이다. 전국정보통신노조 위원장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 등을 지낸 그는 한국당 내 대표적 노동계 인사로 꼽힌다. 

정치권 입문 후 한국당 김무성 전 대표와 정치적 행보를 함께하며 대표적인 친무계로 분류됐다.
 

지난해 1월 새누리당을 탈당한 비박계 의원 33명 중 한 명이었으며, 바른정당을 창당해 사무총장을 지내는 등 핵심 역할을 했다. 지난해 5월 한국당 대선후보였던 홍 대표의 설득으로 한국당으로 돌아와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이 같은 이유로 당내에선 김 원내대표를 친홍계로 분류한다.

당 최고의결기구인 최고위는 친박계 김태흠 최고위원, 친홍계 염동열·이재영 최고위원으로 구성돼있다. 그중 김 최고위원은 홍 대표가 대구 북을 당협위원장으로 임명된 것과 관련해 “당협위원장은 맡되 총선은 불출마하겠다는 위장복을 입고 기어이 텃밭에 셀프 입성했다”며 홍 대표 체제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홍준표로
대동단결?

한국당 김현아 의원에 대한 징계 해제 건과 관련해서는 “우리 당 원내지도부서 김 의원에 대한 징계를 슬그머니 풀어주려고 한다”며 “이는 당의 체계를 붕괴시킴은 물론 당원들의 자존심을 깔아뭉개는 일이므로 결사반대 한다”고 밝혔다.

앞서 김 의원은 탄핵 정국 당시 바른정당행을 추진했다가 비례대표인 탓에 무산된 바 있다. 이에 새누리당 윤리위는 지난해 1월, 김 의원을 ‘해당행위자’로 규정, 당원권 정지 3년의 징계를 내렸다. 최근 한국당 비공개 최고위서 김 의원에 대한 징계 해제를 의결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홍준표 ‘또’ 헛발질 전말
근로시간 단축 국회는 예외?

법정 근로시간을 주당 68시간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지난달 28일 본회의에서 통과된 가운데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이를 따를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 2일 여의도 당사서 확대당직자회의를 연 홍 대표는 “정치인들은 52시간 근로 제한, 그런 거 없다”며, 노동자 출신인 김성태 원내대표에게 “그렇죠?”라고 물어 긍정 답변을 끌어냈다. 

이어 “정치인들은 근로시간 단축이 없다. 필요하면 밤샘해야 한다. 정치인은 집에 있어도 세상일 고민하고 해법을 찾는 시간이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이 별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 두고
사실 다른 말실수 뒷말

그러면서 “(당무서)52시간 근로 준수한다는 말이 사무처서 안 나오게 하라고 했는데, 노조서 결의했나”라고 사무처 측에 물었고 다시 긍정 답변을 들었다. 그러자 홍 대표는 “오늘부터 철야로 지방선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압승할 수 있도록 하자”고 거듭 당부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관계 파악이 잘못된 발언이다. 근로시간 52시간 단축이 가장 빠르게 시행되는 시기는 지방선거가 끝난 뒤인 올 7월1일부터다. 지방선거 기간과는 관계가 없는 것이다. 노동자인 사무처 직원을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서 예외로 두려는 홍 대표의 인식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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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