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북 프레임’ 전쟁 막전막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3.05 10:13:34
  • 호수 11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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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한 날 치고받고…일은 언제하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엎치락뒤치락, 여야 정치권의 프레임 정쟁이 치열하다. 평창동계올림픽(이하 평창올림픽) 직전부터 이어지던 문재인정부 대북 외교에 대한 공방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문정부의 성과를 칭찬하며 남북, 미북 대화의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평가하는 반면,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야당은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보였던 대북 퍼주기와 같다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여야 네거티브전을 살펴봤다.
 

평창올림픽이 끝났음에도 여야의 대결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앞서 평창올림픽 개막일인 지난달 9일에도 여야는 북한 대표단의 방남을 놓고 ‘평화올림픽’ 대 ‘평양올림픽’ 프레임을 내세우며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평화 VS 평양
끝없는 프레임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평화올림픽을 언급했다. 강원도 용평 블리스힐스테이서 개최된 평창올림픽 개회식 사전 리셉션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이제 몇 시간 뒤면 평창의 겨울이 눈부시게 깨어나고, 아름다운 개회식과 함께 우정과 평화가 시작된다”며 “평창올림픽이 ‘평화가 시작된 겨울올림픽’으로 기록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여당은 즉각 화답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서 “정부와 여당은 국민의 하나 된 힘을 바탕으로 한 치의 소홀함 없이 대회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며 “어렵게 재개된 남북대화의 문을 활짝 열 수 있도록 평화 무대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평창올림픽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로 이어지는 가교가 되도록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을 모았으면 한다”며 “올림픽의 최고 가치인 평화가 평창에서 실현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보수야당은 평양올림픽이라는 프레임을 개막 직전까지도 이어갔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개막식날 SNS에 “오늘 평양올림픽으로 둔갑한 우리의 평창올림픽이 개막하는 날”이라며 “개막식에 참가는 하지만 참으로 착잡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할 선수들의 땀방울과 국민의 헌신은 때맞춰 찾아온 김씨 왕조의 세습공주 김여정과 북한 공연단의 빨간 코트에 가려졌다”고 날을 세웠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은 지난달 6일 만경봉 92호를 타고 동해 묵호항에 들어왔으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개막식이 열린 지난달 9일 남한 땅을 밟았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5분 리셉션’ 논란은 또 다른 정쟁을 불러왔다.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서 “펜스 부통령이 (개회식 사전) 리셉션에 늦게 왔다가 5분 만에 퇴장했다”며 “미북간 대화쇼를 연출하려던 문재인정부가 빚은 외교참사”라고 날을 세웠다.

같은 당 김성원 원내대변인은 다른 논평서 “평창올림픽 개막식서 1조원을 넘게 후원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기업인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며 “기업인 홀대가 도를 넘었다. 이런 사례들이 문정부가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는 것보다 딴 곳에 정신이 팔려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의 만찬 자리에서 굳건한 한미 동맹에 기반한 실질적 남북관계 진전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며 “시진핑 중국 주석 특별 대표 자격으로 방한한 한정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장과 슈타인 마이어 독일 대통령을 잇달아 예방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적극적 협력과 지원을 약속 받았다”고 문정부 외교를 높이 평가했다.


평창올림픽이 한창 진행되던 때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이 수면위로 올랐다. 

지난달 10일 김여정에 의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친서가 문 대통령에게 전달된 것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과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접견 및 오찬 결과 브리핑서“김 위원장은 이날 특사자격으로 청와대를 예방한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통해 친서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하면서 방북 초청의사를 구두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고 화답했다.

올림픽 내내
평창 때리기

한국당은 남북정상회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무엇을 위한 친서이고, 무엇을 위한 남북 정상회담인가”라며 반문한 뒤 “문정부는 북핵 폐기가 전제되지 않는 회담은 북한의 위장 평화 공세에 넘어가 북핵 완성의 시간만 벌어주는 이적행위가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당시 국민의당도 한국당의 기조와 함께했다.

신용현 수석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 제안 등 평창올림픽 기간 중의 북한 측 행보가 핵고도화와 ICBM 완성을 앞 둔 시간벌기나 핵 체제 공고화를 위한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비핵화를 전제로 한 남북 정상회담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명백히 밝히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당은 남북 정상회담 3불가론까지 제시했다. ▲국제적 여건 미성숙 ▲대한민국 내부 여건 미성숙 ▲북의 내부 여건 미성숙이 그것이다. 

국제적으로는 미국의 대북 제재 의지가 강한 상황서 남북 정상회담은 한미 균열로 이어질 수 있으며, 국내에서는 평창올림픽을 두고도 국론 분열이 극심한데 정상회담이 힘을 받을 수 없다는 논리였다. 

북한 내부적으로도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한 바로 그날 김정은 위원장이 “핵을 질량적으로 강화하겠다”고 한 발언을 내세웠다.

한국당은 이 같은 3불가론을 뒷받침하는 논리로 옛날 중국 항우와 유방의 초한전쟁 당시 홍문연 사건을 예로 들기도 했다. 


항우가 유방을 풀어줬을 때 항우의 책사 범증이 “항우가 한낱 아녀자의 정을 베풀어 범을 숲에 놓아 주었으니 장차 우리가 유방의 포로가 되겠구나”라고 한탄한 사건이다. 

한국당은 “힘이 있고 상황이 될 때 확실히 적을 제압하지 않으면, 자신이 당한다는 교훈”이라며 “북한이 핵을 포기할 시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 아니면 우리가 당한다”고 역설했다.

‘평화’ 대 ‘평양’…끝나지 않은 논쟁
‘성과’ 대 ‘참사’…문 외교 평가 갈려

민주당은 한국당의 논리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백혜련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북 문제는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북한의 참가결정부터 본격적인 방남에 대한 대처 및 후속 조치 역시 미국과의 조율을 거쳐 진행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당이 일말의 양심과 책임감을 느낀다면, 대북 정책을 포함한 외교 전반에 파탄을 불러온 박근혜정부의 무능함에 대국민 사과부터 해야 할 것”이라며 되받아쳤다.


‘김일성 가면’ 논란도 여야의 충돌지점이었다. 북한 응원단이 평창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첫 경기서 젊은 남성 얼굴의 가면을 쓰고 응원한 데 대해 한 언론사가 ‘김일성 가면 쓰고 응원하는 북한 응원단’이란 제목을 달면서 사태는 촉발됐다.

논란이 불거지고 얼마 후 통일부가 직접 나서 “가면의 인물은 김일성이 아니다”라고 공식 해명했다. 김일성 가면이라고 보도한 해당 언론사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며 공식 사과문을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빠른 사실 확인으로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를 상대방에 대한 공격 소재로 활용했다.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서 “평창올림픽에 전범 김일성이 등장했다”며 “아이스하키팀은 남북단일팀에 희생된 것도 모자라 김일성이 내려다보는 가운데 경기를 펼친 것”이라며 문정부의 ‘사죄’를 요구했다.

당시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국회 브리핑까지 열어 “가장 중요한 본질은 김일성을 연상시키는 가면을 응원도구로 쓴 것이 적절했느냐라는 것”이라며 “통일부 발표처럼 배우 얼굴에 불과하다고 해도, 그 얼굴이 김일성을 연상시킨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 못한다”라고 가면 응원 금지 조치를 문정부에 촉구했다.

반면 민주당은 김일성 가면 보도를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볼썽사나운 트집 잡기”를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백혜련 대변인은 서면논평서 “북한에서 최고 존엄으로 여겨지는 김일성 주석의 얼굴을 응원 도구로 사용한다는 것은 북한 체제와 문화를 감안하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며 “여전히 볼썽사나운 트집 잡기와 색깔론으로 응수하는 야당의 행태는 옥에 티”라고 지적했다.

옛 고사까지
정쟁에 활용

그러나 보수야당은 김일성 가면 이슈를 계속적으로 정쟁의 도구로 이용했다. 지난달 20일 국회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회의에 참석한 조명균 통일부장관을 향해 논란의 가면 인물과 김일성 북한 주석의 얼굴 사진이 인쇄된 종이를 흔들며 “이게 누구냐”라고 질문했다. 

이에 조 장관이 “분명하게 북한 측에서 입장을 밝혔고 우리가 판단할 때도 북한의 김일성이나 이런 쪽으로 판단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이렇게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통일부 장관이 북한 대변인이냐”고 조 장관을 질타했다.

김 의원은 이어 “많은 사람들이 (사진 속 인물을)김일성 젊은 시절과 비슷하다고 지적하고, 북한 대형 벽화에 (김일성이)젊었을 때 미화한 그림으로 나오는데 북한에 물어보고 아니라고 한다”며 “통일부 장관이 (북한을) 대변하는 것이냐”고 언성을 높였다. 

김 의원은 “전혀 김일성과 상관없는 것이냐. 이렇게 막 찢어버려도, 짓밟아도 되느냐”고 물었고 이에 조 장관은 “예, 예”라고 답하자 논란의 사진을 현장서 찢는 퍼포먼스도 펼쳤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남 소식이 전해지자 여의도는 두 동강 났다. 한국당은 길거리로 뛰쳐나왔고, 민주당은 그런 한국당의 행보를 ‘안보장사’라며 평가절하 했다.

‘환영’ 대 ‘불가’…남북회담 도마 위
‘대화’ 대 ‘반역’…김영철 방남 논란

한국당은 청계광장에 나와 ‘천안함 폭침 주범 김영철 방한 규탄대회’ 결의문을 통해 문정부의 김영철 방남 승인을 ‘국정 농단이자 반역 행위’라고 발표하며, 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앞서 한국당은 김영철을 ▲천안함 폭침의 주범 ▲연평도 포격의 책임자 ▲목함지뢰 도발의 기획자로 규정했다.

한국당은 체제전쟁이라는 말까지 사용하며 김영철 방남을 극렬히 반대했다. 결의문을 통해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문정부와의 체제전쟁을 선포한다”며 “체제전쟁서 반드시 승리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평화통일에 앞장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규탄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홍준표 대표는 김영철을 ‘살인범’으로 표현하며 “국군통수권자(문 대통령)가 살인범을 불러놓고 짝짜꿍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내는 것은 한국당의 존재 이유”라며 “국민적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영철의 방남을 끝내 강행한 문정부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공세에 대해 ‘색깔론’이라며 응수했다. ‘한국당 = 구시대 정당’ 프레임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추미애 대표는 국회 최고위원회의서 “평창올림픽 기간 중 딱 하나의 오점이 있다면 우리나라 제1야당 한국당의 행태”라며 “국민을 부끄럽게 하고 국격을 떨어트린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날을 세웠다. 

대규모 장외투쟁에 대해서는 “민생을 팽개치고 장외로 나가려는 이유는 ‘색깔론 물타기’의 저급한 속셈”이라며 “검찰 소환이 임박한 이명박 정권의 타락과 국정 농단에 대한 국민 눈 가리기의 얄팍한 속임수”라고 꼬집었다. 장외투쟁을 전전 정권에 대한 수사와 결부시켜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수로 읽힌다.

김영철 방남
대립 정점

우원식 원내대표는 “도발을 막기 위해서는 대화를 통한 평화의 길을 넓혀가야 하는데 북한의 실력자일수록 도발과 무관치 않을 것이지만, 그렇다고 이들에 대해 체포·사살을 얘기하며 평화를 얘기할 수 있겠느냐”며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대화를 통해 평화의 길을 넓혀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김영철이 한국 땅을 밟는다면 긴급체포하거나 사살해야 한다”고 주장한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에 대한 저격성 발언으로 풀이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3월 북미 정상회담설 추적
트럼프 동의없이 남북회담 못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원도 평창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이하 평창올림픽) 북한 대표단을 이끌고 방남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별도로 회동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서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미북 접촉을 강하게 권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1시간여 동안의 접견에서 김영철은 문 대통령에게 북미 대화 의향을 공식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극적인 미북 접촉이 성사될 가능성이 커졌다.

북미는 평창올림픽 대표단에 북한 핵문제와 미북 관계 등에 정통한 관료를 각각 파견해 미북이 대화를 위해 실무단을 파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측 대표단 지원인원으로 ‘최강일’이라는 인물이 포함됐는데, 그는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국장 최강일인 것으로 추정된다. 

최강일은 지난해 9월 스위스서 열린 민간 주최 회의에서 미국의 전직 관료와 대화한 경험이 있다.

김영철, 대화 의향 전해
합동훈련 전 만나는 그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보좌관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에도 백악관서 남북한 문제를 실무적으로 담당하는 앨리슨 후커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이 비공식 수행원으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평창올림픽 폐회식을 전후로 미북 양국이 대화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4월 초 한미 합동군사훈련 재개 이전에 미북 양국이 만나는 그림을 만들어내기 위해 외교력을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에 3월 중 대한민국의 중재로 미북 대화가 성사될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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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