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인물들’ 정치 진입 장벽 제거 공식

적절한 타이밍 맞춰 알 깨고 나오나?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처음엔 거부해주는 것이 예의다.’ 나오란다고 기다렸다는 듯이 나오면 모양 빠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판이 코앞으로 다가오면 ‘민심의 요구’라는 명분으로 전면에 등장하기 일쑤다. 관행처럼 되풀이되는 비(非)정치권 인사들의 정계 발 담그기 순서를 말한다. 내년 총선과 대선이 한발짝 다가오자 또다시 유명 인사들의 이름이 하나 둘 거론되고 있다. 여야에서도 앞 다퉈 그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들은 과연 어느 타이밍에 정치권 전면으로 등장하게 될까.

문재인 대외행보 보폭커지며 야권 기대치 높아져
야권통합 주도 문성근 총선출마 “상황 달라졌다”

선거철이 내년으로 바짝 다가오자 정치권의 움직임은 어김없이 분주한 모양새다. 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인재영입은 필수다. 때문에 현재 유명인사들에게 여야를 막론하고 애정공세가 쏟아지고 있다.

정치경험이 전무한 점은 문제 삼을 것도 없다. ‘민심’이라는 약발 좋은 만병통치제가 있기 때문이다. 시대가 요구하고 민심이 요청한다는 대의명분 하나면 정치권 어디에나 에둘러 표현하기 안성맞춤이다.

오히려 국민들도 권모술수 없고 비교적 깨끗한 비정치권 인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정계 전면에 자연스럽게 입문할 수 있다.

정치권 진입장벽
통과하려 민심강조

정계 안팎으로 가장 거세게 러브콜을 받고 있는 인사는 단연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전파와 지면을 타고 그야말로 가장 중요한 인물로 급부상중이다.

문 이사장이 정치할 생각 없다고 손사래 치면 칠수록 ‘대망론’이 거세게 불며 지지율은 솟구치고 있다. 그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대선후보 지지율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합을 벌일 정도다. 게다가 ‘문사모’ ‘젠틀재인’ 등 팬카페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군 문제에 민감한 한국사회에서 그의 특전사 복무 시절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며 민심 사로잡기에 한몫했다.

그가 맡고 있는 노무현재단 회원도 최근 20만명을 돌파했다. 정기 후원금을 내는 회원도 3만명이 넘어 작년에는 43억원이 모였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비록 재단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한 조직이지만 일각에서는 내년 선거국면에서는 문 이사장의 지지세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처음에 현실정치에 거리를 두겠다던 그의 목소리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자신의 저서 <문재인의 운명> 출판을 기념하여 ‘북콘서트’를 열어 직접 무대의 주연으로 등장했다. 그보다 전에 그는 ‘승리 2012 원탁회의’에도 참석하며 야권의 최대쟁점인 통합에 힘을 보태겠다며 공공연히 ‘통합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정치행보에 발 담그겠다는 간접적 고백이 이어진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문 이사장은 자신의 북콘서트에서 내년 총선에서 부산·경남 지역의 흥행을 이끌기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울산을 포함해 부산‧경남지역의 절반가량(20여석)을 얻는 것이 목표라는 야심도 드러냈다.

아울러 박근혜 대세론을 무너뜨리는데 힘을 보태겠다는 언급도 있었다. 문 이사장의 대외행보 보폭에 점차 가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야권 판 키워
흥행몰이 기대

문 이사장은 여전히 대선출마에는 묵묵부답이지만 이미 현실정치엔 발을 담근 상황이다. 때문에 내년 총선 선대위원장으로 활약해 야권의 승리를 이끈다면 지지율은 한 단계 더 상승하고 자연스레 대선 레이스로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같은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문 이사장과 손 대표가 경쟁하며 야권의 판을 키우면 흥행몰이에 도움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렇듯 그의 역할론에 대한 기대치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강남좌파’ 조국에 대한 야권 관심 뜨거워 러브콜 
안철수‧박경철 “정치 관심 없다” 부정적 입장 피력

여기 목소리의 변화가 뚜렷한 또 한 사람이 있다. 야권통합을 위해 ‘백만민란’의 주동자로 나선 문성근 대표다. 그는 정권교체를 단단히 벼르며 야권통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MB정부’의 역주행을 견제하고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기득권을 갖고 있는 상층부들의 협상으로는 야권을 통합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따라서 국민 100만명의 입장을 받아 국민적 압박으로 정치판도를 변화시키겠다는 야심찬 포부다.

그는 이미 ‘노풍(盧風)’의 주역으로 활약한 바 있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많은 사람들은 그를 정계에서 볼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었다.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민주정부 재창출에 반대급부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요지였다. 그리고는 영화계로 돌아갔다.

그는 이번에도 백만민란은 2012년 민주진보정수 수립을 위해 역할을 하겠다는 것일 뿐 정계에 발을 담글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그 역시도 달라졌다. 문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황이 달라졌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다짐해 총선 출마 가능성을 암시했다. 때문에 내년 4월이면 거리에서 지지를 부탁하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전문분야 종사자
젊은 인사들 부각

정치권은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박경철대한의사협회 대변인 등의 비정치권 인사들에도 주목하고 있다.

여야 모두 대중 인지도가 높은 유명인사들을 끌어 들여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민심을 사로잡겠다는 구상이다. 전문직 종사자들인 이들은 지적이고 깨끗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이미 SNS계의 스타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에서는 ‘안철수·박경철’ 카드에 눈독을 들이고 있고, 민주당에서는 앞선 두 사람에 이어 조 교수에까지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사무총장 시절 “그들(안철수‧박경철)이 와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문 이사장은 자신의 북 콘서트에서 “안철수 원장과 조국 교수가 힘을 써준다면 PK(부산‧경남)지역 분위기를 바꾸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공개적인 러브콜을 보냈다. 안 원장, 조 교수는 모두 부산 태생인 점을 고려한 발언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정치 입문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조 교수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출마할 생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고 잘라 말했다. 박 대변인도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안 원장은 공·사석에서 “나는 정치인 체질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그는 또 “청년들 대상의 외부 강연에만 집중할 생각”이라며 정계 입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문재인發 ‘운명풍’
그들에게 미칠까?

문 이사장은 자신의 저서에서 “(노무현)대통령은 유서에서 ‘운명이다’라고 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나야말로 운명이다.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면서 끝마쳤다.

친노의 좌장격인 그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시점이고 그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해석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직접 정치에 뛰어들지 않겠다던 문 이사장은 한 발 한 발 현실정치권내로 진입했다.

때문에 조 교수, 안 원장, 박 대변인 세 사람 모두의 운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은 모두 한사코 정치권에 발 담그기를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철이 다가오고 정치권 안팎의 참여 요구가 봇물을 이룰 경우 어떤 타이밍에 등장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그들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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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