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포빌딩 BH 문건 미스터리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2.05 10:51:01
  • 호수 11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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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S-MB-BBK 삼각 커넥션 ‘뇌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검찰이 지난달 31일 영포빌딩 내 다스가 임대해 사용했던 사무실과 창고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한 달 새 같은 건물에 세 번째 압수수색이다. 앞서 첫 번째와 달리 두 번째, 세 번째 압수수색서 상당히 유의미한 증거를 확보했을 것이란 게 법조계 안팎의 시선이다. 다스 실소유주를 밝히는 수사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첫 번째 압수수색은 서울동부지검 수사팀이 실시했다. 수사팀은 지난달 11일 경북 경주시 소재 다스 본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쳤다. 이때 이명박 전 대통령 소유였던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영포빌딩에는 다스 서울지사가 위치해 있다. 동부지검은 다스가 횡령 등으로 조성한 비자금 120억원의 실체를 쫓고 있다.

세 번의 압색
실소유주 아른

첫 번째 압수수색의 핵심은 비자금 의혹과 관련된 주요 인물들 주거지였다. 동부지검은 다스 경리직원 조모씨와 돈을 함께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진 협력업체 경리 담당 이모씨, 김성우 전 다스 사장, 권승호 전 다스 전무의 집을 수색했다.

다스 120억원 횡령 수사의 핵심은 비자금 조성의 주체가 회사 차원이었는지, 아니면 개인 횡령이었는지 여부다. 당시 동부지검 수사팀은 계좌 자료와 디지털 자료 등을 최우선으로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동부지검 수사팀은 청계재단과 다스 협력업체 등은 아직 압수수색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120억원 비자금이 수사의 중심이기 때문에 (협력업체나 청계재단 등의 이야기는) 멀리 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는 영포빌딩 지하 2층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동부지검이 다스 120억원 횡령 사건을, 중앙지검은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파헤치는 투트랙 수사를 진행 중이다.

영포빌딩은 이 전 대통령의 재산기탁으로 설립된 청계재단의 소유 건물이다. 다스는 이 빌딩 지상 2층과 지하 2층 일부를 사무실과 창고로 임대해 사용했다. 다스가 영포빌딩 지하 2층을 비밀창고로 사용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검찰이 해당 창고를 전격 압수수색한 것이다.

당시 중앙지검 수사팀은 수사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문건 다수를 확보했다. ‘BBK 금융거래 정보’ ‘BBK 관련 현안보고’가 대표적이다. 해당 문건에는 ‘2007년 6월20일’이라는 날짜가 적힌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는 한나라당 대선 경선서 이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때였다. 이 과정서 박 전 대통령은 BBK, 다스 실 소유주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해당 문건은 BBK 의혹 제기에 대응하기 위해 당시 경선캠프 내부서 만들어진 문건으로 보인다.

비밀창고서
문건 발견

그 외에도 다수의 석연찮은 문건들이 발견됐다. ‘PJ 진술조서’는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의 진술조서로 추정된다. 그는 대선 경선 당시 BBK 의혹 대응팀장, 이 전 대통령의 청와대 입성 후에는 ‘MB(이명박)의 집사’로 불리며 살림살이를 도맡았던 인물이다. 

또 다스가 BBK 투자금 140억원을 회수하는 과정에도 이름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검찰은 LKe뱅크 관련 회계 서류와 공문도 입수했다. 문건의 작성 시점은 2000년과 2001년. 이는 LKe뱅크 설립, 다스의 BBK 투자, BBK 주가조작 사건이 있었던 시기와 일치한다. LKe뱅크는 이 전 대통과 김경준 씨가 공동 설립한 회사다. 

해당 문건이 BBK 특검팀의 수사 결과를 뒤집는 결정적 물증으로 작용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정호영 전 특검은 지난 2008년 ‘BBK 사건’을 수사할 당시 다스 경리팀 직원 조모씨의 횡령을 개인 비리로 판단해 수사 결과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검찰이 발견한 문건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작성된 청와대 문건 다수가 비밀창고서 발견됐다. 다스가 임대해 사용하던 창고서 청와대 문건이 나왔다는 점은 다스 실소유주를 쫓는 중앙지검 수사팀에 결정적 증거로 활용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다스 지하창고서 발견된 자료들에 대해 “(청와대)문건은 거기 있으면 안 되는 자료”라며 “청와대나 그 관계자들과 무관하다고 주장되는 다스 창고에 그런 자료가 보관돼있다는 자체가 증거로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압색만 세 차례…탈탈 털어
다스 실소유주 수사 급물살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최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영포빌딩의 다스 지하창고서 이 전 대통령 당시 청와대의 국정 관련 문서들이 무더기로 발견돼 의혹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며 “얽히고설킨 연결고리가 말해주듯 이제 다스가 누구의 것인지는 명약관화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이 전 대통령의 주장대로 본인이 다스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 다스 지하창고서 청와대 문건이 나온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나. 이게 바로 다스 실소유주에 대한 명백한 증거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청와대 문건이 창고서 보관되고 있던 경위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발견된 문건들이 청와대 문건이라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실수로 다스 창고에 청와대 문건이 보관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고의성이 없다는 게 이 전 대통령 측 주장이다.

하지만 ‘실수’라는 해명으로는 상황을 무마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은 당시 청와대가 고의로 해당 문건을 다스 측에 맡겼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청와대 보안상 내부 파일이나 문건이 실수로 외부로 반출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대통령 퇴임 후에는 해당 문건들 모두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최씨가 공식 발표되기도 전 박근혜 당시 대통령 연설문과 청와대 회의 자료를 미리 받아본 것에서 시작됐다. 이전 사례를 통해 국민들은 청와대 문건 외부 반출이 심각한 국정농단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만약 이 전 대통령 측 누군가가 문건을 빼돌렸다면 그 자체로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에 해당한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대통령기록물을 무단으로 은닉 또는 유출한 자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2013년 퇴임을 기준으로 한다면 공소시효는 오는 2020년까지다. 추가로 직권남용 및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될 수 있다.

BH 문건이
왜 거기서?

김현 대변인은 “대통령기록물인 청와대 문건이 지하창고서 무더기로 발견된 것은 그 자체가 심각한 국정농단 사건”이라며 “이렇게 심증과 물증이 분명한데도 이 전 대통령 측은 ‘실수로 섞여 들어간 것 같다’며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아무리 대충 둘러대는 말이라고 해도 성의 있게 말을 만들어야지, 실수라는 말로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에 중앙지검 수사팀은 다스 실소유주 의혹과 별도로 이 전 대통령과 당시 청와대의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도 동시에 진행할 방침이다. 수사팀은 최근 압수한 청와대 문건의 증거능력 인정을 위해 추가로 법원에 대통령기록물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다.

앞서 청와대 문건을 발견한 두 번째 압수수색이 다스와 관련된 쪽에 한해 영장이 발부됐던 만큼, 입수한 압수물은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이에 대통령기록물에 대한 별도 영장을 받음으로써 검찰은 압수물의 증거능력 논란을 미연에 차단한 것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청와대 문건을 증거로 채택하려는 검찰의 움직임에 즉각 대응하고 나섰다. 변호사를 통해 “(청와대 문건을) 대통령 기록관으로 이관해달라”며 검찰에 공문을 보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 측이 향후 청와대 문건이 다스와 이 전 대통령의 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될 수 있는 점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을 자인하면서까지 청와대 문건들을 대통령기록관으로 넘기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이 전 대통령과 다스와의 관계, 또는 당시 청와대가 다스의 BBK 투자금 반환 과정에 개입한 사실을 보여주는 문건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 추가
시효 눈앞, 추가 압색 가능성↑

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달 31일 영포빌딩에 대한 세 번째 압수수색을 벌였다. 같은 빌딩이지만 장소는 달랐다. 앞서 두 번째 압수수색 장소였던 비밀창고 외 또 다른 지하창고가 대상이었다. 

검찰은 최근 수사 과정서 지하에 또 다른 창고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서 수사팀은 추가적으로 다스 관련 서류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확보한 압수물은 이 전 대통령의 과거 국회의원, 서울시장 시절 문서 및 자료로, 다스 자회사에 대한 투자 내용이나 2007년 다스 실소유주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재판 관련 문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문건에는 ‘다스 실소유주가 이 후보(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가 아니라는 주장을 입증해야 한다’ ‘진술 말고 서류로 뒷받침해달라는 것이 검사의 입장’이라고 쓰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 외에도 이 전 대통령이 지난 1996년 총선 직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을 당시 재판기록과 2002년 서울시장 선거 과정서 측근들이 재판에 넘겨졌을 때 대응 방안 등이 압수물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재판기록과 검찰 수사 정황이 담긴 문건이 발견되면서 추가적인 압수수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직권남용
비밀누설

청와대 문건은 향후 이 전 대통령 측에 ‘뇌관’으로 작용할 공산이 커 보인다. 2011년 다스가 BBK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140억원을 돌려받는 과정서 이 전 대통령과 당시 청와대가 권력기관을 동원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이 전 대통령 역시 직권남용 혐의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스 비자금 조성 의혹의 공소시효는 오는 21일까지지만, 직권남용 혐의는 공소시효가 7년이다. 또 대통령 재임기간(2008년 2월25일∼2013년 2월24일)은 공소시효가 멈추기 때문에 아직 처벌 기한이 남아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MB-문통 ‘평창휴전’ 막전막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오는 9일 개막 예정인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가키로 확정했다.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은 최근 이 전 대통령 측 대치동 사무실을 찾아 문재인 대통령 명의의 초청장을 전달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통령이) 평창 올림픽에 참석하겠다고 확답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과 한 수석의 면담은 2분여 공개발언을 포함해 20여 분간 이뤄졌다. 공개발언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추운데 오느라 고생했다”며 한 수석을 맞은 뒤 봉투에 담긴 초청장을 직접 열어보고 “문 대통령께서 진정 어린 말씀으로 초대해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잠시 동안의 휴전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은 그를 평창올림픽 폐막 이후 소환조사하기로 내부 방침을 굳혔다. 올림픽 직후 이 전 대통령이 포토라인에 서는 그림이 그려진다.

자신을 겨냥한 수사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은 줄곧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해왔다. 포토라인 앞에서도 이러한 주장은 변함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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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