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DJ서거 2주년 추모 사진전 스케치

태양과 함께 사라진 DJ 생애 엿보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뜨거운 태양의 계절 8월이다. 어느덧 ‘민주화운동의 대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일이 다가왔다. 그의 삶은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고, 오랜 망명생활을 겪으며 시련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온갖 위협 속에서도 민주화에 대한 그의 뜨거운 열망은 식을 줄 몰랐다. 한 평생 뜨거운 열정으로 살았던 그는 자신을 닮은 뜨거운 태양 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2년이 흘렀다. 곳곳에서 그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추모행사가 한창 준비 중이다. 지난 5일 그의 서거 2주년 추모 사진전 현장을 스케치했다.

영화보다 짜릿한 반전 파란만장했던 DJ의 생애
‘행동하는 양심’의 선두주자 DJ의 발자취 따라

영화보다 더욱 짜릿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파란만장했던 생애를 살았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어느덧 2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이에 8월이면 그를 추모하는 행사가 곳곳에서 열린다. 그의 추모 사진전은  ‘만남과 동행’이라는 주제로 서울 동교동 김대중 도서관 컨벤션 홀에서 8월 한 달 동안 열린다. 

시끄러운 대로변에서 동교동 골목길로 들어오면 금세 조용해진다. 골목골목 길이 여러 갈래로 갈라진 까닭에 길을 물어 찾아야 했던 사진 전시관. 한 행인에 길을 묻자 거의 집 앞까지 안내를 해줬다. 살아생전 김 전 대통령의 이웃주민에 대한 인심이 이렇게 후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꿈꾸던 청년 DJ
정치에 발 내딛다

곧 의경 한명이 지키고 있는 김 전 대통령의 자택을 볼 수 있었다. 집주인을 기다리는 양 집도 그리움을 품은 채 조용히 침묵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그의 이름을 딴 김대중 도서관이 자리하고 있다.

도서관에 들어서면 관리인이 추모 사진관을 안내해준다. 안내에 따라 계단을 한층 내려가면 김 전 대통령의 한평생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사진은 ▲김대중의 일상 ▲행동하는 양심 ▲민주-인권-평화를 위한 고난의 여정 ▲대한민국 트랜스포머 대통령 ▲햇볕정책, 한반도 평화 ▲용서‧화해‧용기의 노벨평화상이라는 테마에 맞게 전시되어 있다.

사진 속에는 꿈꾸던 청년 김대중의 모습부터 고난의 연속이었던 젊은 날의 정치인 김대중의 모습, 그리고 시련 속에서도 쓰러지지 않고 인동초처럼 피어올라 마침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된 김대중의 모습이 담겨있어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하는 것처럼 스릴감이 넘친다.

그의 목포상고 시절의 까까머리 사진에 처음 눈길이 간다. 젊은 청춘을 피 튀기는 민주화 투쟁에 바쳤던 그였기에 소년시절의 앳된 모습은 새삼 놀랍다. 이어 파이프를 입에 물고 신사복을 빼입은 멋쟁이 젊은 김대중의 모습 역시 새롭다.

치열한 생의 흔적
가슴 뭉클함 느껴져

이승만 독재정권 시절 민주화에 대한 열병으로 정계에 발을 담그며 시작된 그의 치열했던 정치 인생의 흔적은 가슴 뭉클함을 남긴다.

박정희 정권의 3선 개헌을 반대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연설장면과 교통사고를 가장한 테러에도 선거유세를 감행하는 모습, 동경납치와 살해 위기 속에서 살아 돌아온 모습, 그리고 사형선고를 받고 수인복을 입은 모습까지. 하지만 그의 굳센 의지와 남다른 에너지가 느껴진다.

“바른 정치가 이뤄질 때 국민이 행복해 질 수 있음을 절감했다”라는 그의 말처럼 그는 생명의 위협 속에서도 민주화를 그리고 수많은 낙선의 아픔에도 정치를 포기하지 않았다.

또 서민을 생각하는 마음이 남달랐던 그가 남대문시장에서 노점상을 몸소 체험하는 모습은 “골라골라”를 외치는 듯한 자연스러움에 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꿈꾸던 까까머리 소년부터 열혈청년의 모습까지
한 평생의 사랑 이희호 여사에 사랑과 존경 표해


이어진 IMF위기 극복을 위해 세계를 발로 뛰는 모습,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과의 역사적 만남의 모습, 노벨상을 받고 연설하는 모습, 세계가 주목하는 김대중의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김 위원장과 손을 맞잡고 포옹하는 모습, 활짝 웃는 모습 등은 누구도 연출하지 못했던 명작으로 역사 속에 길이길이 남을 듯하다.

평생의 사랑인 부부
‘행동하는 양심’ 호소

하지만 무엇보다 사진전의 별미는 그의 평소 모습을 살펴보는 것이다. 정치인의 모습이 스릴러물이라면 일상의 모습은 아내 이희호 여사에 대한 평생의 사랑과 존경, 강아지와 식물, 특히 아이를 좋아하던 ‘로맨스가이’ 김대중의 색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김 전 대통령이 1976년 진주교도소 수감 당시 아내 이 여사가 직접 뜨개질한 모자와 옷 등도 전시되어 있어 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두 부부의 따뜻한 사랑이 느껴진다. 때문에 김 전 대통령이 고생하는 아내의 손을 맞잡고 사랑과 존경하는 마음을 표시한 사진에서 진정성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는 “민주주의, 남북관계, 서민경제 위기에 대해 행동하는 양심이 되라”고 호소했다. 지난 2009년 6월 6‧15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행사에서 말한 이 말은 그의 마지막 유훈이 되었다.

그는 온갖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고, 마침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우뚝 솟았다. 그리곤 외환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리더십을 발휘했고,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유치했다. 또 역사적인 남북 지도자의 만남도 있었고, 이어 대한민국 최초로 평화노벨상까지 수상했다.

구사일생 속에서도 그는 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뜨거운 염원으로 일생을 헌신했던 진정한 ‘행동하는 양심’이었다. 때문에 동시대를 살았던 우리들 가슴속에 그리고 역사 속에서 그의 뜨거운 열정은 계속해서 살아 숨 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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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