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보신정치’ 해부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1.15 10:52:25
  • 호수 11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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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굴도 모자랄 판에 보수 텃밭 ‘셀프 입성’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당협위원장 공모서 홍준표 대표가 보수 텃밭인 대구 북을에 신청했다. 당 외부는 물론 내부서도 ‘셀프 공모’ 논란으로 뜨겁다. 당 대표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험지는 고수하고 꽃길만 걸으려 한다는 지적이다. 당 일각에서는 ‘수도권 포기설’까지 제기되며 패배주의에 대한 우려가 새나오고 있다.
 

“홍준표 대표의 대구행은 보수주의 대신 ‘보신주의’를 택한 것으로, 한심하고 창피하고 민망하다.” 

한국당 박민식 전 의원은 최근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 대표의 대구 북을 당협위원장 공모 신청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지난 7일 홍 대표의 공모 신청 소식이 전해진 후 당 내부에서는 그가 ‘보신정치’를 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대구행 선택
도대체 왜?

홍 대표는 자신의 SNS에 “마지막 정치 인생을 대구서 시작하고자 한다”며 “초·중·고를 다니던 어릴 적 친구들이 있는 대구서 마지막 정치 인생을 시작하는 것에 대해 만감이 교차한다. 대구·경북(이하 TK)을 안정시키고 동남풍을 몰고 북상해 지방선거를 꼭 이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홍 대표와 대구는 정치적 접점이 거의 없다. 특히 공모를 낸 대구 북구와의 인연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홍 대표는 1996년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권유로 신한국당에 입당해 서울 송파갑서 정치를 시작했다. 


그 후 2001년 동대문을로 지역구를 옮겨 내리 3선을 했다.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후 치러진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 당선돼 PK(부산·경남)서 활동했다.

경남 창녕 출신인 홍 대표는 초등학교 졸업 후 대구로 이사해 중·고등학교(영남중·영남고)를 대구서 보낸 것 외에는 인연이 없다. 중·고등학교도 대구 달서구에 위치해 있어 공모한 대구 북을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이하 조강특위)는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74개 지역에 대한 당협위원장 공모를 진행했다. 서류접수 마감 결과 총 211명이 지원했다. 향후 조강특위는 서류심사를 끝낸 후 신청자를 대상으로 17일까지 ‘개별 심층면접’을 실시할 예정이다. 

심층 면접 후 이르면 19일쯤 선임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대구 북을 지역에는 홍 대표 외에 3∼4명의 추가 지원자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강특위 운영기준은 ▲현역·원외 충돌지역은 현역우선 ▲지역 당선 의원 당협위원장으로 선임 ▲지방선거 출마자도 당협위원장 가능 ▲당원권 정지 현역 의원 경우 직무대행 체제로 당협 운영 ▲컷오프된 당협위원장은 해당 지역 응모 불가(타 지역 출마시 조강특위 심사) 등이다.

이에 따라 공모 신청을 한 홍 대표도 조강특위 위원들과의 심층면접을 거치게 된다. 조강특위 측은 “당 대표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며 모든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공정한 평가를 약속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홍 대표가 공모서 탈락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관측한다. 한국당 소속인 조강특위가 당의 수장을 면접서 떨어뜨리는 일이 실제로 벌어질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꽃가마 승차
비홍계 반발

조강특위서 밝힌 평가 항목들도 홍 대표의 무난한 면접 통과를 예상케 한다. 조강특위는 최근 향후 심층면접 과정서 대상자들을 상대로 6·13 지방선거 필승 전략과 조직 화합을 위한 비전 등에 주안점을 두고 면접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당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홍 대표의 입에서 나오는 지방선거 필승 전략과 조직 화합 비전에 대해 조강특위가 반대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홍 대표의 대구 북을 입성은 기정사실인 셈이다.

홍 대표는 대구 북을에 대한 욕심을 몇 차례 드러낸 바 있다. 

앞서 지난달 29일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도 홍 대표는 “(당협위원장 공모가 시작되면) 그 때 할 것”이라며 “(대구 북을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홍의락 의원이 있기 때문에 내가 가야 견제가 된다”고 밝혔다. 

대구 북을은 지난 20대 총선서 민주당 홍 의원에게 의석을 뺏긴 지역이다. 최근 양명모 당협위원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상태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홍 대표의 공모를 2020년으로 예정된 21대 총선을 겨냥한 전략으로 해석한다. 원외 대표인 홍 대표가 원내 무혈입성을 위해 대구를 ‘찜’했다는 주장도 있다.

홍 대표가 원내 입성을 노릴 이유는 충분하다. 홍 대표 입장에서는 리더십 공고화를 위해 원내 입성이 필요하다.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반드시 현역 국회의원만 할 수 있도록 국회법 제104조에 규정돼있다. 

그 외 예산안, 상임위 업무 등에 제약이 따른다. 필연적으로 원외 인사는 원내에 비해 정치적 활동폭이 좁다.

자존심이 강한 지역구 의원들을 통솔하기 위해서도 원내 입성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계파 수장으로서 정치적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지역구가 필요하다. 정치권에선 친홍(친 홍준표)계의 확장성이 부족한 이유 중 하나로 원외서 머물고 있는 홍 대표의 위치를 꼽는 사람들이 있다.

‘홍준표 체제가 언제까지 이어질까’에 대한 의문이 친홍계로의 ‘줄서기’를 가로막는 요소라는 뜻이다. 여러 부분서 홍 대표의 대구행은 총선 출마를 위한 전조로 읽히기 충분하다.

당협위원장 공모 ‘무혈입성’ 예고
비홍 “사실상 수도권 포기” 쓴소리

홍 대표가 견제 대상으로 언급했으며, 현 대구 북을 현역인 민주당 홍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서 “홍의락을 견제하기 위해 온다는 말은 궁색하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굳이 대구서 지역구를 맡을 이유가 있느냐”며 총선 출마설을 강하게 제기했다.


홍 의원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대구에 내려와 실패했듯이 홍 대표는 ‘홍문수’가 될 것”이라고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했다. 경기도지사를 지낸 뒤 대구로 내려와 민주당 김부겸 당시 후보에게 패한 김 전 지사에 빗대 홍 대표를 ‘홍문수’로 표현한 것이다.

홍 대표의 공모를 두고 당내에서는 비판 목소리가 높다. 
 

친박(친 박근혜)계 김태흠 최고위원은 지난 8일, 입장문을 통해 “홍 대표의 대구 셀프 입성에 기가 막힌다”며 “당 대표라면 ‘생즉사 사즉생’의 각오로 낙동강 전선 사수작전이 아닌 인천 상륙작전을 도모해 전세 반전을 꾀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그는 “(홍 대표가) 누구라도 원하는 당의 텃밭 대구에 안주하겠다는 건 당 지지 기반 확장 포기와 다름없다”며 “이렇게 해서 인재영입이 가능하겠는가. 당의 구성원들에게 희생과 헌신을 요구할 수 있겠느냐”고 따졌다.

박민식 전 의원도 같은날 기자회견서 “솔선수범해야 할 당 대표가 제 한 몸 챙기겠다고 선언한 셈”이라며 “대장부가 아닌 졸장부의 약아 빠진 꼼수”라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박 전 의원은 지난해 말 당무감사 결과 부산 북·강서갑 당협위원장직을 박탈당했다.


총선 불출마
그렇다면 왜?

앞서 홍 대표는 당무감사 결과를 근거로 현역 국회의원 4명을 포함해 전체 30%에 달하는 당협위원장들의 직위를 박탈한 바 있다. 당시 직위를 잃은 당협위원장들에게 내세웠던 명분이 바로 ‘인적쇄신’이었다.

홍 대표는 자신의 SNS에 “탄핵과 분당과정서 급조된 당협위원장이 70여명에 이른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옥석을 가리고 정비하지 않으면 지방선거를 치를 수 없기에 부득이하게 당협위원장 정비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체의 정무판단 없이 계량화된 수치로 엄격히 블라인드로 결정했다”며 “조속히 조직혁신을 하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지방선거 준비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그랬던 홍 대표가 한국당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대구행을 택하자 당내에 잠재돼 있던 불만이 봇물처럼 표출되는 양상이다.

당 외부서도 홍 대표의 대구행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노동당 경남도당(위원장 안혜린)은 지난 8일 논평을 내고 “홍 대표 대구 북을 당협위원장 신청은 차기 총선 당선 가능성만 염두에 둔 비겁한 결정”이라며 “한마디로 정치 생명 연장만 노린 노추(老醜)”라고 지적했다. 

이어 도당은 홍 대표에게 “앞장서서 험지로 뛰어들라”고 제안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서 “(홍 대표의 대구 북을 당협위원장 신청은)수도권을 포기한 것”이라며 “홍 대표가 의원을 해보지 않은 대구에 당협위원장을 신청한 것은 수도권이 가망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평가절하했다.

심층면접 예정됐지만…막을 자 없다
대구시당 두 팔 벌려 환영…줄서기?

홍 대표는 자신을 향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대구 지역 ‘총선 불출마’를 선언, 대구행의 ‘순수성’을 강조했다. 

최근 대구 엑스코서 열린 대구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그는 “(당협위원장 공모는)대구를 근거지로 해 정치를 하겠다는 뜻이지 대구에 출마하겠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라며 “다음 총선 전에 그 지역구(대구 북을)는 훌륭한 대구 인재를 모셔다 놓고 출마하도록 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홍 대표의 불출마 선언을 액면 그대로 믿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당 홍문표 사무총장은 홍 대표가 불출마 선언을 한 자리서 “홍 대표가 (총선에)출마하고 안 하고는 대구 시민들의 손에 달려있다”며 “당 대표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홍 사무총장은 복당파 중 대표적인 친홍계 인사로 분류된다.
 

한국당 소속 대구 북구 지역 광역·기초의원들도 홍 대표의 대구행 비판 여론 잠재우기에 나섰다. 

대구시의원 5명을 비롯해 북구의원 15명 등 한국당 소속 광역·기초의원 20명은 대구시당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대구를 대표하는 정치인이 없고 지역을 이끌어나가는 리더의 부재로 지역발전을 선도하고 지역 민심을 중앙에 제대로 반영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한국당 혁신과 조직 쇄신을 위해 당협위원장 재선정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서 홍 대표가 대구 북을 당협위원장에 거론되고 있는 것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당 김상훈 대구시당위원장은 “현재 한국당에 대구를 대표할 수 있는 중량감 있는 정치지도자가 부재하다는 것이 세간의 중평”이라며 “시당위원장의 입장서 당 대표가 여기(대구)에 기반을 두고 지방선거를 전력 진두지휘한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홍 대표는 사심이 없는 정치인”이라며 “당 대표가 지방선거 앞두고 한국당 우세지역 안주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대구시당 및 광역·기초의원들의 이 같은 반응에 대해 지역정가 일각에선 ‘홍준표 체제 줄서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자발적인 반응이 아닌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임명장을 받으려는 속내가 이면에 깔려있다는 것이다. 해당 입장 표명이 홍 대표의 대구시당 신년교례회 참석 바로 직전에 나왔다는 점도 줄서기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 중 하나다.

TK는 홍 대표가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줄곧 공을 들여온 지역이다. 지난해 3월 대구 서문시장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으며 대선 기간 중 TK를 자주 찾아 유권자들에게 한 표를 호소한 바 있다. 새해 신년인사회 첫 방문지도 대구였다. 

이 자리서 홍 대표는 사실상의 ‘지방선거 출정식’을 치렀다.

의문 투성
결국 대선?

이는 최근 대구 민심이 흔들리고 있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CBS대구방송>이 <영남일보>와 함께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대구 성인남녀 8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4포인트) 결과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은 대구시장 후보 적합도서 41.5%를 기록해 17.5%를 기록한 2위 권영진 현 대구시장을 압도적으로 따돌렸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즉 홍 대표가 ‘TK 수성전’을 위해 대구행을 택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자유한국당 미래는?
도로 새누리당 되나

탄핵 정국 당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을 떠났던 바른정당 의원들이 속속 한국당으로 돌아오는 모습이다. 바른정당 김세연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지난 9일,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며 탈당했다.

김 의원은 탈당한 직후 곧바로 입장문을 통해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그간 지역서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저와 정치적 행보를 함께 해 온 당원 동지들의 뜻을 받들어 한국당으로 복귀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 11일 청주서 열린 충북도당 신년인사회에 참석, 인사말을 통해 “차를 타고 (한국당) 충북도당으로 내려오면서 남 지사와 거의 4년 만에 처음으로 통화했다”며 “‘언제 (한국당으로) 오나’라고 물으니 남 지사가 ‘주말경에 갑니다’라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바른정당 의원 이탈
속속 친정으로 복귀

그러면서 홍 대표는 “또 한 분의 광역단체장도 올 준비를 하고 있다”며 “그분들은 참 정치감각이 빠르다. 당이 안 될 것 같으면 절대 오지 않는데 될 것 같으니까 모여드는 것”이라고 말해 추가 복당 인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한국당 복당 분위기에 바른정당 지도부는 긴장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최근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서 “개혁보수의 길을 끝까지 가겠다고 했던 약속을 저버리고 아무런 희망과 비전도 없는 한국당으로 돌아간 결정”이라며 “창당을 했던 동지이자 당 대표로서 매우 유감스럽고 정말 이해가 안 되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탈당이 예상됐던 바른정당 이학재 의원과 박인숙 최고위원은 잔류했다. 이 의원은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서 “바른정당에 남아 통합신당 출범에 힘을 보태겠다”고 입장을 밝혔으며 박인숙 최고위원도 “이 의원의 선언이 조류의 방향이 바뀌는, 썰물이 밀물로 바뀌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 굳게 믿는다”며 사실상 잔류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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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