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군이 집값을 올린다

다자녀 시대가 가고 소자녀 시대에 접어들면서 하나만 낳아서 잘 키우자는 열풍으로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교육열을 반영하듯 학세권 단지의 몸값이 높게 형성되면서 학세권을 품은 단지의 청약 성적도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역세권’은 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상업과 업무활동이 일어나는 세력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아파트 단지가 역세권 내에 있다는 것은 지하철역과 인접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역세권에서 비롯된 신조어인 ‘학세권’은 자녀 교육에 대한 의욕이 높은 요즘 실수요자들인 30~40대의 교육 열기가 만들어낸 용어로 ‘학교+세권’의 합성어를 말한다. 

도보 통학 가능
자녀 안전 확보

2016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한국의 사회지표’자료에 따르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5만6000원이다. 특히 부모세대의 주택 구입시기와 맞물리는 중학생 자녀들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27만5000원. 고등학생 26만2000원, 초등학생 24만1000원에 비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전통적인 서울 대표 3대 명품 학군으로 손꼽히는 노원구와 양천구 목동, 강남구 대치동을 찾는 수요자들처럼 학군에 대한 인기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추세에 따라, 우수한 학군을 갖춘 단지들은 몸값이 높게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KB부동산 시세자료를 보면 서울 노원구 월계동 ‘롯데캐슬 루나(2006년 11월 입주)’전용면적 84㎡ 평균매매가는 4억7000만원이다. 이 단지는 200m 내에 월계초, 신창중, 염광고가 있다. 500m 내에 월계중, 염광여자메디텍고, 월계고 등이 있는 원스톱 학세권 단지다. 


반면 같은 지역에 있는 ‘초안산 쌍용 스윗닷홈(2006년 3월 입주)’같은 면적 평균매매가는 3억8500만원으로 롯데캐슬 루나보다 약 8500만원 낮다. 이 단지는 비교적 학교가 멀리 있는 단지로 같은 해에 입주했음에도 시세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대표 학군인 강남, 목동, 평촌 등은 집값이 비싸고 주거환경도 노후화돼 인기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에 최근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깨끗한 주거환경과 국제학교, 특목고 등이 유치되는 등 자녀를 키우기 좋은 신흥 명문 학군을 찾아다니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분양물량이 쏟아지고 있는데다 대출규제, 금리인상 등의 여파로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는데 이런 시기에 부동산 투자 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할지 고민들이 많을 것이다. 업계에서는 당연 ‘학군’을 투자 포인트로 꼽고 있다. 높은 교육열이 부동산 시세의 하락을 막는 안전장치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제2의 대치동’‘지방의 강남’어디?
학세권은 스테디셀러…높은 몸값 자랑

학세권의 시초는 ‘강남 8학군’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강남 8학권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강북 개발 억제책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70년대 강남 개발은 서울 시민들을 한강 이남으로 이동시키는 것을 하나의 국정 과제로 삼아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인구가 강남으로 이전하지 않자, 강북 명문 고등학교의 강남 이전카드를 빼들었던 것이다.

결국 종로구에 있던 경기고등학교의 강남구 이전을 시작으로 서울 도심에서 이전한 학교 20곳 가운데 15곳이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이른바 강남권으로 옮겨지게 된다. 이후 보다 좋은 교육을 받게 하려는 맹모들의 의지로 강남으로의 주거 이전이 촉진되며 지금의 강남 8학군이 탄생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들로 강남이 오늘날 최고의 학군으로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서울 강남 외에 대구 수성구, 부산 해운대, 천안 불당 등도 명문학군을 형성하고 있는 대표 지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들 지역은 명문학군 외에 또 다른 공통점이 존재하는데 바로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소위 ‘지방의 강남’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면 대구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꼽히는 수성구 아파트 3.3㎡당 평균가격은 1069만원으로 대구 전체 평균(854만원)보다 200만원 이상 높다. 천안 불당동 아파트도 마찬가지로 이 지역의 3.3㎡당 평균 아파트 가격은 877만원으로 천안시 평균인 630만원과 비교하면 200만원 이상 높다. 

유해시설 없고
주거환경 쾌적

학군이 집값을 금값으로 만들었다고 장담하는 이유다. 최근에는 학세권이란 이름으로 학군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학세권은 학교와 학원가 등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권역을 말한다. 특히 초·중·고교를 모두 품은 단지는 그 인기가 상당히 높다. 명문학군 인프라를 통한 질 높은 자녀교육을 기대할 수 있는데다 자녀들의 안전까지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 송파구 리센츠(주공2단지)로 초등학교를 비롯해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단지 내에 모두 갖춰져 있다. 결과 이 단지의 3.3㎡당 평균가격은 3257만원으로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만이 자리한 잠실트리지움의 3.3㎡당 평균(2920만원)보다 300만원가량 높다.

이런 현상은 학교부지가 내정돼 있는 신도시 및 택지지구 등에서 분양 성패를 가르기도 한다. 지난해 경기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에서 분양한 ‘다산신도시 아이파크’와 ‘다산신도시 유승한내들’이 대표적인 예다. 아이파크는 초·중·고교 부지가 단지 바로 앞에 조성되는 입지로 평균 10.99대1의 1순위 청약경쟁률을 보인 반면 학교와 다소 거리가 있는 유승한내들은 1순위에서 3.56대1을 기록했다.

학세권은 최근 신규 분양시장에서 더욱 중요해졌다. 기본적으로 자녀 수가 적은데다 자녀 교육에 대한 의욕이 높기 때문이다. 학세권에 자리하는 아파트는 스테디셀러로 꼽히는데, 일반적으로 수요가 충분하고 거래가 활발해 환금성도 뛰어나서다. 도보 통학이 가능해 자녀의 안전도 확보된다는 점도 학세권 아파트가 주목 받는 이유다. 유해시설이 일대에 없는 만큼 주거환경이 쾌적한 점도 학세권이 수요층의 인기를 끄는 또 하나의 이유다. 

상황이 이렇자 학세권 아파트 선호 현상은 집값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KB 부동산시세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한화꿈에그린’은 단지 바로 앞에 공덕초가 있다. 이 단지 전용면적 84㎡의 평균 매매가는 5억8500만원으로 1년 전 5억3000만원에서 5500만원 올랐다. 반면 초등학교가 1㎞ 정도 떨어져 있는 공덕동 ‘공덕래미안 5차’는 같은 기간 2000만원 정도 오르는 데 그쳤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분당신도시 수내동은 탄탄한 학군 수요가 집값에도 고스란히 반영, 분당 맹모들의 파워를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때문에 학세권 아파트는 분양시장에서 수요층의 관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수도권에선 송도, 판교, 광교 등 2기 신도시가 신흥 명문 학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방에서도 ‘제2의 대치동’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구 수성, 부산 해운대, 제주도 등이다. 지방 아파트값 상승은 제2의 대치동을 꿈꾸는 학군의 역할도 크게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초·중·고 인근 ‘원스톱 학세권’ 
소자녀 시대, 교육 프리미엄 주목

대표적인 곳이 대구 수성구 일대다. 경신고·대륜고·경북고 등 우수 학교들이 포진해 있는 이 지역은 아파트 3.3㎡당 매매가가 지방 최초로 1000만원을 돌파했다. 가구당 매매가도 3억6875만원에 이른다. 

부산 역시 우수 학군으로 인정받는 동래구(2억7125만원), 수영구(3억3128만원), 해운대구(3억1559만원)가 매년 가격 상승을 거듭하며 지방 최고 수준의 집값을 기록하고 있다. 명문 학교와 학원들이 밀집해 있는 울산 남구(2억6415만원), 대전 유성구(2억7433만원) 등도 학부모들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지역 내 가장 높은 집값을 형성하고 있다.


제주 영어교육도시 ‘꿈에그린’은 한화건설이 제주 영어교육도시 D-7블록에 공급하는 영어교육도시 최초 브랜드 아파트다. 지난해 6월 3일간 진행된 청약접수 결과 평균 12.3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완판 했다. 이노건설이 제주국제영어교육도시 O-5블록에 분양한 ‘이노에듀파크’도 정당계약기간내 오피스텔 100% 분양을 완료했다. 상업시설도 마감했으며 ‘이노에듀파크’보다 앞서 분양한 ‘이노에듀타운’‘남영에듀클래스’역시 분양이후 단기간에 오피스텔과 상업시설 모두 완판을 이루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초·중·고등학교가 인근에 있어 ‘원스톱 학세권’을 누릴 수 있는 단지의 경우 인근에 유해시설이 비교적 적기 때문에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다”면서 “계속되는 저출산 현상으로 한 자녀 가정이 증가함에 따라 학세권 단지들은 몸값이 높게 형성되고, 청약 성적도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교육 프리미엄이 기대되는 분양단지.

▲화정 자인채(오피스텔)= 화정동은 고양의 대치동으로 불리며 학원가를 형성하고 있다. 사업지 반경 500m 안에 지동초등학교·신농초등학교·지동중학교 등이 있다.

▲김포 풍무 꿈에그린 유로메트로(아파트)= 유현초·풍무중이 단지 앞에 바로 위치하고 있다. 김포시 명문학군인 풍무고를 비롯해 김포고, 사우고 등으로 통학이 가능하다.

▲청주 동남 시티프라디움(아파트)= 동남지구는 향후 1만4768세대, 3만6000여명을 수용하는 청주 내 최대 규모의 주거지로 거듭날 예정이다. 단지 앞 유치원을 비롯해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조성될 예정이라 학령기 자녀를 둔 학부모의 관심이 예상된다. 

저출산 현상으로
몸값 높게 형성


▲제주 협재 에메랄드 캐슬(타운하우스)= 12㎞ 떨어진 제주영어교육도시는 생활과 교육을 영어로 하는 국제도시로 조성된다. 약 379만㎡에 조성되며, 초중고 국제학교 7개가 들어선다. 이미 영국 명문 사립고인 노스런던 컬리지잇스쿨이 자리를 잡았고, 한국국제학교 제주캠퍼스도 문을 열었다. 캐나다 명문여학교인 프랭섬홀이 설립되어 운영 중이며, 미국 사립학교인 세이트존스버리 아카데미도 곧 개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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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건축·재개발사업은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힌 집단이 수익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는 일종의 ‘팀플레이’다. 천문학적인 자금이 사업에 투입되다 보니 이권 다툼을 넘어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 <일요시사>가 세운5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복마전’을 포착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겉으로만 순항 중? 2023년 기준 세운5구역 PFV의 주주는 이지스자산운용(16.46%), 교보자산신탁(10%), 이지스제454호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31.05%), 이지스네오밸류블라인드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1호(13.95%), 이지스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462호(12.34%) 등으로 구성됐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16.2%)을 가지고 있었으나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업에 힘이 붙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대신자산운용은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비 조달에 숨통이 트이게 된 것이다. 예정대로 2030년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가 들어서게 된다. 이주 상황도 순조롭다. 세운5구역 PFV는 중구청 주도로 산림동 상공인회와 체결한 3자간 상생 협약을 통해 강제적인 명도와 퇴거 없는 이주를 진행 중이다. 이주와 건축물 철거로 일어날 수 있는 인권 침해, 사회적 갈등을 사전에 최소화하려는 취지로 맺은 협약이다. 지난 3월에는 지역 상인 174명 가운데 172명이 상생 협약에 합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표면상으론 순항하는 듯한 사업의 이면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과 관련해 최소 3건의 소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세운5구역 PFV가 설립될 당시 대표이사와 이사로 참여했던 이들을 비롯해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던 관계자들, 이지스자산운용에서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는 책임자 등이 송사에 휘말려 있다. 구체적으로 ▲손해배상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 등이다. 세운5구역 토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매입가를 둘러싼 갈등은 경찰과 검찰 고발로 시작해 수년간 조사가 이뤄졌다. 일부 고소·고발 건은 결론이 났지만 몇몇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한때 같은 목표를 가지고 함께 일했던 이들이 법정까지 가게 된 시발점은 ‘돈’이다. 이지스자산운용에서 시행사 지분을 매입하고 사업권을 확보하는 데 들인 비용, 세운5구역 PFV가 지분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쓴 비용 등을 합하면 약 480억원에 가까운 돈을 둘러싼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사건의 실체를 알고 싶으면 자금의 흐름을 쫓으라’는 수사의 금언처럼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2018년까지 거슬러 가야 한다. 2018년 8월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은 세운5구역(5-1구역, 5-3구역) 토지를 매수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공동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문제는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이지스자산운용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자금 조달 역할로 이지스자산운용 참여 480억원으로 시행 관련 지분 모두 인수 2019년 1월 염씨가 대표로 있던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 등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연합 등은 토지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이미 체결된 계약을 추후 설립될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승계하는 역할 등을 맡았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사업을 위한 자금 조달 등의 역할을 하기로 했다.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시행을 위한 법인을 설립하기 위해 주주협약서를 작성했다. 그 결과 ㈜세운5구역 PFV가 설립됐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 17.2%, 이지스펀드 29.9%,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 측이 소유한 지분 비율은 47.1%로 같다. 세운5구역 PFV의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다.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세운5구역 PFV가 설립되기 전인 2019년 1월 연합 등이 오씨, 권씨, 최모씨, 박모씨 등과 공동사업 약정을 체결했다는 점이다. 공동사업 약정서에 따르면 연합 등(공동사업자1)은 사업의 총괄 대표 지위를 갖고 대외 활동 업무 등을 담당하기로 했다. 4명(공동사업자2)은 토지 및 건축물 매입 등 사업부지를 확보하는 제반 업무 등을 담당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씨 3% 등으로 나눴다. 4명 가운데 박씨는 세운5구역 PFV 이사로도 참여했다. 다시 말해 공동사업 약정을 맺은 사업자 가운데 연합 대표인 염씨와 공동사업자2의 박씨만 세운5구역 PFV에 이사로 합류했고 오씨와 권씨, 최씨 등 3명은 연합 등과 약정을 체결한 것이다. 2020년 12월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 등은 주주계약서를 다시 작성했다. 연합 45%, 이지스자산운용 16.46%, 이지스펀드 28.54%, 생보부동산신탁 10% 등으로 지분 비율이 조정됐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 측은 여전히 50대 50 비율을 유지했다. 실제 세운5구역 PFV는 염씨와 박씨 등 연합 측 인사 2명과 이지스자산운용에서 파견 나온 2명으로 이사진을 구성했다. 당시 주주협약서에 기재된 합의 사항에도 ‘세운5-1구역, 5-3구역 개발사업으로 인해 발생한 사업 이익은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지스펀드가 50 대 50 비율로 수취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돼있다. 법정 공방 검경 수사 주주협약과 공동사업 약정 등으로 틀을 유지하고 있던 구도가 무너지기 시작한 시점은 2021년 1월 경이다. 연합 등은 공동사업 약정으로 묶여 있던 오씨·권씨·최씨·박씨에게 해지를 통보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공동사업 약정에 기재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공동사업자에 손해를 끼쳤고 이 과정에서 신뢰관계가 완전히 깨졌다는 주장이다. 박씨를 제외한 오씨와 권씨, 최씨는 연합 등의 해지 통보에 반발해 “귀사의 이 사건 해지 통보가 여러모로 부당하고 그 의미조차 불명하므로 ‘조합의 해산을 청구한다’는 것인지 ‘귀사들이 조합에서 탈퇴하겠다는 것인지’ 여부를 밝혀주시고 기간 내에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면 탈퇴 의사로 간주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맞섰다, 연합은 더 나아가 공동사업 약정 해지 통보 9개월 뒤인 2021년 10월 이지스자산운용과 주식매매 예약 계약을 맺기에 이른다. 연합이 소유한 세운5구역 PFV 지분 전량을 이지스자산운용에 200억원에 매도한다는 내용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증거금 명목으로 30억원, 이후 2022년 1월 138억원, 32억원 등을 연합에 지급해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시행권을 완벽하게 확보했다. 문제는 연합으로부터 주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들어간 200억원 외에 사업권 확보를 명목으로 들어간 자금에 몇 가지 의문부호가 붙는다는 점이다. 실제 주식 매매대금 외에도 연합 측은 주식 유상감자 대금 명목으로 18억5000만원, 정산금 28억2000여만원, 세운5구역 재개발 사업 PM계약 해지 합의금으로 132억6600만원 등 약 179억원을 받았다. 이지스자산운용과 세운5구역 PFV에서 연합으로 들어간 돈이 379억원에 이른 것이다. 여기에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 연합 등과 공동사업 약정을 맺고 토지 매매 업무 등을 담당해 온 3명에게 1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준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돈이 지급된 배경과 이유 등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1년 12월 이지스자산운용은 오씨와 권씨, 최씨에게 각각 60억원, 30억원, 14억원 등 총 94억원을 송금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관한 공동사업권을 양수·양도한다는 계약을 체결하고서다. 연합의 세운5구역 PFV 지분을 모두 사들인다는 매매계약을 체결한 지 2개월 만이다. 공교롭게도 3명이 받은 돈은 지분 비율(30%:10%: 7%)에 비례했다. 이전까지 오씨 등 3명은 이지스자산운용, 세운5구역 PFV 등과 어떠한 계약도 맺지 않았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씨 등 3명이 염씨와 박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세운5구역 재개발 사업과 관련한 대다수의 약정이 연합 명의로 체결됐다. 유일한 예외가 이지스자산운용과 오씨 등 3명이 맺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공동사업권 양수도 계약이다. 땅값 뻥튀기 쌍방 무혐의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미팅에서 비슷한 맥락의 말을 했다. 관계자는 “공동사업 약정서를 보면 연합이 모든 것을 대표해 사업을 진행하는 걸로 돼있다. 저희(이지스자산운용)는 이 법인(연합)이랑 한 거지, 이 개인들(오씨 등 3명)과 한 게 아니다. 그들 문제는 내부 사정”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100억원에 가까운 돈이 나간 것이다. 당시 세운5구역 PFV 내부 사정에 밝았던 한 관계자는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돈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씨 등이 시행사, 이지스자산운용, 총괄 책임자 등에 가처분소송을 제기하는 등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알고 있다. 법원이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가압류까지 진행됐다. 94억원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돈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연합에 추가로 지급된 179억원, 오씨 등에 준 94억원 등은 “사업을 온전히 가져오기 위한 자금이었다”며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들이 한 역할에 대한 대가로 지급한 돈”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사업이 원만하게 진행되면 여기(오씨 등 3명)는 아무것도 아닌 게 돼버리니까 내게도 배임 등 혐의로 소송을 걸었다. 그만큼 사업을 중단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우리는 그쪽과 완전히 연을 끊고 싶었고 지분이 (그쪽에)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걸 전혀 원하지 않았다. 그걸 위한 대가였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지스자산운용의 해명대로라면 박씨의 지분 3%는 그대로 남은 상태다. 공동사업자 가운데 연합을 제외하고 오씨 등 3명의 지분 47%에 대한 값은 치렀으면서 박씨는 제외한 것이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박씨는 사업 초반에 세운5구역 PFV 이사로 있다가 얼마 안 지나서 사임해서 나갔다”며 “협의 대상자도 아니었고, 협의 과정에서 한번도 나타난 적 없다. 역할도 없었다”고 답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오씨 등 3명은 세운5구역 PFV는 물론 이지스자산운용에 양도할 사업권 자체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업무에 대한 보상이나 수익 배분 등은 연합과 맺은 공동사업 약정에 따라야 한다. 실제 오씨 등이 염씨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이 공동사업 약정에 기반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에서 오씨 등에게 돈을 준 근거가 빈약하다는 것이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공동사업자2는 연합에서 챙겨줬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맞다. 하지만 연합에서 줄 리가 만무하지 않나. 그러면 언제까지나 우리가 소송 당사자로 남아 있어야 한다. 그럴 바엔 ‘너희도 역할을 했고 우리가 돈을 줄 테니까 끝내자’로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계약과 관계없던 이들에게 94억, 왜?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돈 줬다” 박씨의 역할이 없었다는 점에서도 반박이 제기됐다. 세운5구역 PFV와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 이사회 결의라는 ‘적법한 절차’가 있었기에 문젯거리가 될 게 없다는 태도다. 토지 매입 과정에서 불거진 ‘땅값 부풀리기’ 의혹에 대한 경찰, 검찰 조사에서 불송치, 무혐의 처분이 나온 것에도 이사회 결의가 있었다는 주장이 영향을 미쳤다. 세운5구역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쌍방 고소·고발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이다. 당시 염씨가 오씨를 고소한 사건이 증거불충분으로 최종 무혐의 처분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의 불기소 결정서에 따르면 오씨와 염씨 등은 친인척, 지인 등을 동원해 원주민의 땅을 사들인 다음 연합이 다시 매입하는 방식을 사용해 토지를 확보했다. 이때 원주민에게 매입한 토지가는 시세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연합이 토지를 재매입할 때는 최초 매입가의 2배가량 높게 사들였다. 원래 연합이 원주민의 토지를 매입해야 했는데 그사이에 이른바 ‘특수관계인’이 개입해 이득을 본 것이다. 염씨가 오씨 등을 상대로 공동사업 약정을 해지 통보할 때도 이 ‘땅값 부풀리기’ 의혹을 신뢰 파탄의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검찰은 토지 확보가 어려워 부득이하게 이 같은 방법을 사용한 것, 감정가와 크게 차이 없는 가격에 토지를 매입한 점, 이사회 결의로 ‘정당성’을 확보한 점 등을 들어 기소하지 않았다. 재개발사업 과정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세운5구역 PFV에 실질적인 손해를 끼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후 연합이 매입한 토지의 매수인 지위 등은 세운5구역 PFV로 승계됐다. 문제는 이때 의사회 결의가 있었는지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 등이 2019년 1월에 맺은 공동사업 약정에 따르면 ‘토지매입용역계약 체결 및 매매 계약의 매수인 지위 승계’는 이사회 특별 결의 사항이다. 이사 전체의 동의가 필요한 부분이었다는 뜻이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씨는 16번에 이르는 이사회가 열리는 동안 단 한 번도 자신이 참석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무효 소송도 그 배경에서 진행 중이다. 실제 이사회가 열렸다고 서류에 기재된 일시에 전혀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고 근거를 들었다. 카드 사용 명세를 통해 확인한 내용이다. 해명마다 모순 나와 이지스자산운용의 주장과 완벽하게 배치되는 지점이다. <일요시사>가 만난 한 관계자는 “이지스자산운용이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 이사회 결의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싶다면 박씨가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다’는 총괄 책임자의 말을 뒤집어야 한다”며 “국내 최고의 자산운용사가 이렇게 허술하게 해명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