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집필진 현주소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1.08 11:12:31
  • 호수 11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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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와 어색한 동거…그 결말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지난 정권에 대한 적폐 청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 여론조작 의혹에 대한 수사 진행 상황을 밝혔다. 검찰이 교육부로부터 넘겨받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반 의견서 45만장 중 90%가 정당으로부터 제출됐다는 내용이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정권에 의한 무리한 정책이었음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앞서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는 지난 2015년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 추진 당시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등이 의견수렴 과정에 조직적으로 개입해 여론을 조작했다고 발표했다. 진상조사위는 지난해 10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국정화 찬반 의견서를 넘겼다. 

지금 뭐하나?

이를 분류한 결과 전체의 약 90%인 39만9000장이 정당서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자유한국당 11만9000장, 더불어민주당·정의당 28만장).

2015년 박근혜정권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자 역사학계뿐 아니라 학생, 학부모들 사이서 큰 저항이 일어났다. 국가가 획일적 역사관을 주입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국정화의 목적이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회복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스스로가 자초한 ‘불통’과 ‘독선’도 논란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국민의 반발이 컸지만 박근혜정권은 국정화를 밀어붙였다. 당시 교육부는 집필진 명단이나 교과서 내용의 뼈대가 되는 ‘집필기준’ 등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철통 보안’을 펼쳤다. 

“집필진에게 안정된 환경을 제공한다”는 명분은 의혹만 증폭시켰다. 학계와 국민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자 군부정권서나 봤을법한 보안을 무기로 내세웠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학계와 국정화 반대하는 측이 ‘집필진 공개 수배’에 나섰지만 실체를 밝히는 데 실패했다.

2016년 11월 베일이 벗겨졌다. 당시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과 함께 집필진 명단도 공개했다. 집필진은 모두 31명. 

대학교수뿐 아니라 현장 교사 7명이 포함된 수였다. 시대별로 ▲선사·고대 5명 ▲고려 5명 ▲조선 4명 ▲근대 4명 ▲근·현대 1명 ▲현대 6명 ▲세계사 6명으로 구성했다.

국정교과서에서 가장 우려를 낳은 부분은 바로 현대사였다. 이념적 관점에 따라 평가가 현저히 달라지며 현재까지도 대립이 첨예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가 내세웠던 국정화 명분도 “기존 검정 교과서의 이념적 편향성을 고치고 균형 잡힌 역사교과서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현대사 집필진은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를 비록해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나종남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 등이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공개된 현대사 집필진 명단은 이념적 평향성 논란을 더욱 가열시켰다. 진보성향 교수로는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유일했다. 나머지 5명의 집필진이 보수 성향으로 채워진 것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성명을 내고 “현대사 집필진 중에 현대사 전공자는 없었고, 4명이 뉴라이트 계열인 ‘한국현대사학회’나 ‘교과서포럼’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그 외 인물들 역시 교학사 교과서 찬성자거나 ‘5.16 군사혁명’을 주장한 사람들로, 편향된 역사관을 가진 집필진으로 가득찼다”고 비판했다.

현대사 6명 중 5명 ‘보수’
국사편찬위서 왕성한 활동

그로부터 1년여가 흐른 지금, 과연 현대사 집필진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을까. 

보수 성향 법학자인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는 문재인정부의 개헌 논의에 반대하는 활동을 적극 펼치고 있다. 

지난해 10월16일 서울대서 열린 제14회 ‘SNU트루스포럼’서 강사로 나와 개헌 논의 중 인권위원회 헌법기관 격상 부분이 동성애·동성혼 합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 뒤 “진보성향의 인권위가 헌법기관이 되면 감시와 견제 장치가 마땅치 않고 삼권분립 정신과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를 제외한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나종남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 등 5명은 현직으로 복귀해 교편을 잡고 있다.

이 중 유 교수는 국사편찬위원회(이하 편찬위)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앞서 2016년 10월경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1차 대국민 사과를 한 다음날 자신의 SNS에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기도하자”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된 바 있다.

유 교수뿐 아니라 편찬위원 중 과반수(14명 중 7명)가 국정화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인사들이다. 최성락 목포대 교수(고대), 이재범 전 경기대 교수(고려), 손승철 강원대 명예교수(조선), 한상도 건국대 교수(근대), 정경희 영산대 교수(세계사) 등 5명은 유 교수처럼 국정 교과서 집필진이었다.

이기동 동국대 석좌교수는 국정교과서 편찬심의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편찬심의위원은 편찬기준과 편수용어를 심의하고 집필진이 쓴 교과서 원고를 심의해 수정·보완을 요구하는 역할이다. 편찬위 상임위원인 진재관 편사부장은 국정교과서 집필·편찬 실무책임자였다.

편찬위원의 임기는 3년이며 연임할 수 있다. 대통령이 임명한 편찬위원장이 추천해 교육부장관이 위촉하는 구조다. 위 편찬위원 대부분은 2019년 3월 임기가 끝나며, 그중 이재범·한상도·유호열·정경희 교수는 한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학계도 적폐

역사학계 관계자는 “국정화에 참석한 교수들에 대해 ‘양심을 저버린 학자’라는 평가가 학계에 있다”며 “이들이 아직도 현직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 지적할 만한 사안이다. 역사학계도 청산해야 할 적폐가 산더미”라고 평가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화이트리스트’ 조사는?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가 교육부 내 ‘화이트리스트’ 존재 여부와 국정교과서 고액 집필료 논란을 조사한다. 최승복 진상조사위 팀장은 “화이트리스트 의혹에 대한 조사는 발표를 준비 중이고 집필료 문제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박근혜정부 당시 교육부는 국정교과서를 지지하거나 집필에 참여한 학자들을 ‘화이트리스트’에 포함해 학술연구비 등을 배타적으로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국사편찬위원회가 집필진 31명에게 총 7억6918만원을 연구비로 지급하는 등 ‘국정교과서 고액 집필료’의혹도 있다. 이는 기존 검정교과서 집필진과 비교해 최소 8배 이상이다. 

모습을 드러낸 국정교과서에 수많은 오류가 발견돼 ‘혈세 낭비’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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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